퀵바

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19,520
추천수 :
627
글자수 :
465,472

작성
21.06.30 06:00
조회
19
추천
0
글자
12쪽

기쁜 일(3)

DUMMY

매그놀리아군이 산줄기의 구석에 만들고 있는 전초기지의 존재가 알려지고, 아바레스트 군단의 사령부는 신속히 타격대를 보내 전초기지 건설을 저지하는 것과 그 주위에 주둔하고 있는 매그놀리아군의 섬멸을 위해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수많은 작전안이 나왔지만. 논의 끝에 결국 1개 척탄대대가 들어가 적들과 전면전을 벌인다는 결론이 나왔다. 척탄병들로 고른 이유는 키가 크고 기골이 장대해 적들에게 압박감을 주기 좋았고, 거센 바람 속에서도 정확하게 폭탄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군단장 각하. 제64 척탄병 대대가 준비되었습니다."

"음. 장병들에게 문제는 없겠지?"

"예, 방금 전 대대장으로부터 최종 확인했습니다."

"좋아! 제64 척탄병 대대를 진격시키도록."


군단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진격 명령을 내렸다. 이제 곧 수백명의 척탄병들이 전초기지로 돌격할 것이고, 아델라이데를 위협하는 원인은 근절될 것이다. 그렇게 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대장님. 출전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총원 700명 정도의 대대원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군영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고된 훈련을 받았다지만 험준한 산맥에서의 고강도 전면전이 첫 전투이니만큼 하나같이 긴장한 모습.


군단장이 출전 명령을 내렸다는 부관의 목소리가 들리자 수많은 대대원들이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이제부터 그들이 가는 곳은 전장, 죽이지 못하면 죽는 것이 상식인 이세계나 다름없는 곳이다.


"좋아. 제64 척탄병 대대! 이동한다!"

"""예!"""


대대장의 우렁찬 명령이 떨어지자, 제64 척탄병 대대의 병사들은 목청을 높여 대답한 후 대대장을 따라 횡대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


세유라벤 산맥의 아랫쪽. 복잡하기 그지없는 산줄기 사이에 가려져 있어 얼핏 봐서는 이 곳에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조차 어려운 산줄기의 기슭 속에는 매그놀리아군이 아델라이데 침공을 위해 건설하고 있는 전초기지가 있었다. 아마도 아델라이데군도 운이 좋았던 5소대의 정찰이 아니었다면 전초기지를 찾아내는데에 애를 좀 먹었으리라.


제64 척탄병 대대는 병력을 둘로 나누어 전초기지에 접근하였는데. 총 4문의 중포를 가지고 있는 약 200명의 분견대는 대포를 가지고 올라가 고지대에 자리를 잡았고. 나머지 500명 정도의 본대는 대포가 첫 포격을 개시하는 것을 기점으로 전초기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하기로 하였다.


아델라이데가 타국과 첫 교전을 하는 것이니만큼. 대대의 지휘관들은 강박적으로 시간을 체크하고, 장병들의 상태와 장비의 상태를 점검했으며, 병사들 또한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연신 칼과 총을 주물럭거렸다.


본대가 적절한 위치에 자리를 잡는 동안, 가장 먼저 산등성이의 고지대에 오른 분견대는 분주하게 포가를 조정해 포를 방열하고 조심스럽게 탄약을 전달해 포구 속으로 화약과 고폭탄을 장전했다.


"1번 포, 발포 준비 완료!"

"2번 포도 준비가 끝났습니다."

"3번, 4번 포도 전부 끝! 사격 준비 완료!"


4개의 포가 전부 방열을 끝마치자. 대대장은 고지에 서서 망원경으로 눈에 반쯤 파묻힌 매그놀리아의 전초기지를 바라보았다. 어림잡아 적은 수백명.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발포! 전포 발포하라!"

"발포!"


콰콰쾅!


약간의 텀을 두고, 고폭탄을 장전한 대포들이 연이어 불을 뿜었다. 갑자기 들려온 괴성에 매그놀리아 군이 고개를 들어 폭음이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틀었다.


"뭐ㅈ"


콰앙! 쿠콰광!


"뭐..뭐야!"

"기습이다! 아델라이데 놈들이야!"

"놈들이 마법을 쓴다! 마법사들은 방어진을 펼쳐라!"


대포라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마법이라고 착각한 매그놀리아의 군이 장교들이 혼비백산하며 마법사들을 끌어내려 할 때, 폭음을 듣고 마침내 때가 왔음을 알아챈 500명의 본대가 일제 사격을 개시했다.


타타타타탕!



"크어억!"

"마도구다! 저 놈들이 마도구를 가지고 있다!"

"마법사아아아아!"


일제 사격 후, 완전히 패닉에 빠진 매그놀리아 군을 향해 500명의 본대는 자욱해진 총연을 뚫고 타지와 카츠발게르를 들고 용맹히 돌격했다. 뒤늦게 비틀거리며 마법사들이 영창을 시작하려 했으나, 그것보다는 아델라이데의 병사들이 칼을 휘두르는 게 빨랐다.


"모조리 죽여라!"

"우리의 국왕 폐하께 만세를!"


굶주린 아귀처럼 들이닥치는 아델라이데군을 막기에는 매그놀리아군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눈보라 때문에 정찰을 할 수가 없었고, 전초기지를 지을 자재를 나르느라 무장도 최소한으로 있던 것이 화를 키운 것이다.


"후퇴! 생존자들은 모두 후퇴하라!"

"입을 여는 놈들을 가장 먼저 죽여라!"


탕!


"크어억!"


아델라이데군이 매그놀리아어까지 알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입을 여는 자들은 무엇인가를 알리거나 명령하기 위해 입을 연다는 것쯤은 알았다. 그렇게 총을 가진 아델라이데군은 기가 막히게 지휘관들을 저격하는 데에 성공했고, 기습 당해 상당수가 죽고 다치고 지휘 체계도 어그러진 매그놀리아군은 도망치는 과정에서 무려 1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었다.


물론 전체적인 병력으로 따지자면 살짝 까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전초기지를 만들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자원까지 날아간 것.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해야 했을 첫 번째 조우전이 아델라이데군의 완승으로 끝난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


"승리했다!"

"""우와아아아아!"""

"아델라이데의 백성들이여!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우리는 승리했다! 아군의 사상자 수는 없음! 적군의 사상자 수는 최소 1000명. 최대 3000명 추산! 위대한 아델라이데가 이룩한 영광스러운 첫 승리다!"

"""우와아아아!!!"""


아델라이데의 하늘산에서는 선전관의 선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사상자 수가 0명에 적군이 아무리 잡아도 1000명 이상 죽고 다쳤다는 것은 왜곡의 여지가 없는 엄연한 사실. 그리고 원래 선전은 사실임이 밝혀지면 더더욱 주가가 오르는 법이다.


"아델라이데의 백성들이여! 저 북부의 매그놀리아라는 왕국은 3000만이라는 비대한 인구를 가지고 있음에도 우리 아델라이데에게 패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우리 아델라이데가 신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신의 성전 앞에서 악마들의 무리와 맞서고, 신앙의 수호자이신 라이투스 폰 켈러 왕께서 이끄는 이 아델라이데가 신의 가호를 받고 있지 않다면 대체 어느 나라가 신의 가호를 받고 있겠는가!


국왕 폐하께서 말하셨듯! 우리 아델라이데는 신과 함께 전진하고, 신과 함께 싸우며, 신과 함께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반쯤은 광신과, 나머지 반은 광기에 물든 선전관이 눈깔을 뒤집으며 외치자. 관중들은 열렬히 환호하며 왕국의 안녕과 국왕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참으로 신의 정의는 인간에게 닿지 않는다는 신학자들의 푸념이 어울리는 형국이었다.


"아델라이데의 백성들이여! 우리의 국왕 폐하께 만세를!"

"""국왕 폐하 만세!"""

"우리의 왕국에 영광을!"

"""영광을!"""

"우리의 미래에 축복을!"

"""축복을!"""


그렇게 아델라이데의 민중들은 하늘로 손을 뻗으며 하염없이 '전쟁 만세! 승리 만세!'를 외쳤다. 마치 인간이 하는 말을 뜻도 모르고 따라하는 앵무새들과 같이.


*


"씨발..."


무르마트 왕태자는 속된 말로 골이 깨져 죽을 것 같았다. 기습? 당할 수 있다. 패배? 애초에 무적의 군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근데 이런 방식으로는 당하면 안 된다.


정규군이. 그것도 정예라는 산악병들이 적들이 기습했다고 해서, 전부 마도구를 들고 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고 최소한의 질서조차 지키지 못하고 무질서하게 패주했다는 소식이 얼마나 사기를 떨어트리는지는 매그놀리아의 자존심을 생각해 서술하지 않겠으나, 초전에서의 비참한 패배로 인해 왕태자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젠장! 명색이 정예병이란 것들이...후우!"


무르마트 왕태자는 당장이라도 팔랭스 백작을 달달 볶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생존자들의 증언대로 기습당한 데다 전원이 마도구로 무장했다면 사실상 이런 패전은 얼마든지 겪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때라는 것이 있다. 하필이면 거의 전초기지가 마련되나 하던 때에 싸그리 날아가다니. 이렇게 되면 정말로 모든 게 부족한 징집병들을 창칼로 위협하며 세유라벤 산맥 넘어로 축차투입할 수밖에 없다. 정말 그렇게 되면 이겨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은 자명할 터.


"적들이 사용했던 마도구가 어떻게 생겼지?"

"눈보라 때문에 잘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 뭐 좋아, 마도구의 특성은?"

"갑자기 큰 폭음이 들리더니 앞쪽에서 연기가 흘러나왔고, 그 뒤에 마도구의 앞에 있던 병사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합니다."

"폭음..연기... 화염 마법을 인챈트한 것인가? 그 밖에는 또 없나?"

"그리고 병사들이 패주하기 전에, 엄청나게 큰 폭음이 들리더니 갑자기 전초기지의 이곳 저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 마도구와는 다른 건가... 확실히 폭발이라고 하니 다를 가능성이 크군. 아무튼 알겠네. 내가 어떻게든 방책을 알아볼 터이니 돌아가보게."

"최대한 빨리 부탁드립니다. 병사들의 동요가 심합니다."

"끄응..."


인간이 느끼는 공포중 단연 으뜸인 것은 바로 미지에 대한 공포이다. 하다못해 그것이 자신을 해할 수 있고, 해하려 하는 존재라면 더욱 더. 가뜩이나 징집병들이 많아 정예병인 산악병들의 존재가 절실했는데, 오히려 정예병들인 산악병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패주함으로서 징집병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확산되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중이었다.


"부사관들을 시켜 병사들을 다독이도록 하게. 그리고 마법병단은 아직 멀었나?"

"워낙 챙겨야 할 게 많아 앞으로 일주일 정도 더 걸린다고 합니다."

"하여튼 마법사들이란..! 알겠으니 이제 나가보게. 좀 쉬어야겠으니."

"예! 편히 쉬십시오!"


*


시트러시 프라임, 궁성.


"초전에서 아델라이데가 큰 승리를 거두어들였다고 합니다. 그쪽의 사상자는 없고, 매그놀리아 측이 수천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으니 매그놀리아의 동요가 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허어. 그 정도로 일방적인 교전이 일어나기가 쉽지 않을 터인데.. 지금쯤 아델라이데에서는 기세가 올라 있겠군."

"그렇습니다. 하늘산에 나가있는 간자로부터 보고들은 사실인데, 수도인 하늘산에 있는 백성들은 대부분이 환호하며 승리를 자축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매그놀리아의 왕태자가 어찌 나올지가 관건이로군. 아직 젊은 나이에 그만한 실패를 맛봤으니 자칫하면 무리수를 던져 자폭할 수도 있겠어."


정치인의 덕목에서 괜히 연륜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니다. 나이가 더 많다는 것은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해보았다는 것. 그 사소한 차이가 젊음과 늙음을 가르듯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또한 가르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전쟁에서 실질적으로 군권을 맡은 이들은 아직 20대 중반인 혈기왕성한 남자들. 젊은이들의 혈기가 독기로 변질되면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는 늙은이들은 그저 전쟁의 화마가 최대한 비껴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가 연중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흔한 방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1.07.08 38 0 -
공지 본 작품은 무료연재입니다. 앞으로도 유료화 계획은 없습니다. +1 21.06.25 41 0 -
공지 표지가 나왔습니다. 21.01.25 88 0 -
» 기쁜 일(3) 21.06.30 20 0 12쪽
87 기쁜 일(2) 21.06.29 15 0 12쪽
86 기쁜 일(1) 21.06.28 15 0 12쪽
85 내우외환(2) 21.06.22 15 0 12쪽
84 내우외환(1) 21.06.21 18 0 12쪽
83 아델라이데의 것(2) 21.06.08 31 0 12쪽
82 아델라이데의 것(1) 21.06.07 26 0 12쪽
81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6) 21.06.01 26 0 12쪽
80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5) 21.05.31 28 0 12쪽
79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4) 21.05.25 35 0 12쪽
78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3) 21.05.24 27 0 12쪽
77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2) 21.05.11 36 0 12쪽
76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1) 21.05.10 36 0 12쪽
75 다시 남쪽으로(1) 21.05.04 41 0 12쪽
74 금의환향(3) 21.05.03 38 0 12쪽
73 금의환향(2) 21.04.20 42 1 12쪽
72 금의환향(1) 21.04.19 95 1 12쪽
71 옛 계약(2) 21.04.13 41 1 12쪽
70 옛 계약(1) 21.04.12 74 1 12쪽
69 혈육(2) 21.04.06 89 1 12쪽
68 혈육(1) 21.04.05 50 1 12쪽
67 남에서 온 손님(1) 21.03.23 52 1 14쪽
66 북에서 온 손님(1) 21.03.22 44 1 12쪽
65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4) 21.03.16 55 1 12쪽
64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3) 21.03.15 67 1 12쪽
63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2) 21.03.09 63 2 12쪽
62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1) 21.03.08 54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