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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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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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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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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2)

DUMMY

아델라이데의 상단이 출발하였을 때, 시간은 다시 1월로 되돌아가, 레나시아가 10세가 되고 아델라이데는 건국 7주년을 맞게 되었다.


도시의 규모에 비해 사람이 적어 유령도시 같았던 하늘산에도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어 이제 어느정도 사람이 사는 도시 꼴을 갖추게 되었고, 한때 주춤했던 출산율도 더 이상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자 밥 먹고 그것만(그것이 무엇인지는 다들 알 것이라 믿는다)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사실 식량도 충분하게 있겠다. 집도 있겠다. 출산율이 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의 여건이 생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현재 각 영지의 귀족들에게 출산율을 조사시킨 결과, 가장 낮은 지역은 1인당 7.4명을. 가장 높은 지역은 1인당 14.2명을 출산하고 있습니다."

"아주 흡족한 결과로다, 우리 왕국의 평원은 아직 수천만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음이니. 여인들이 아이들을 낳아 평원을 개척하며 채워나가는 것은 곧 짐의 치세가 태평성대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더냐?"


그린스킨과 네크로틱, 기다 잡다한 것들(심지어 귀신같은 것들도) 수천만이 넘게 득실거리는 이 세계에서 출산율은 국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당장 윗나라인 시트러스의 출산율이 8명 대를 왔다리갔다리 하고 있는데 인구 과잉은 커녕 오히려 연도마다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쉽게 말해 이 세계에서는 인간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적들이 숫자로 밀고 들어오니 이쪽도 숫자로 맞받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늘어나는 출산율에 비례하여 미래의 세수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 켈러 왕은 미소를 띄고 고개를 까딱였다.


"각 지역은 늘어나는 출산율에 잘 대처하고 있는가?"

"예, 다들 현재로서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로다. 각 지역의 영주들에게는 최대한 많은 주거지와 식량, 의복을 확보하라 명령하라."

"그리 하달하겠습니다. 헌데 폐하,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재상은 자신이 준비한 문서를 왕에게 바치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 문서에는 현재 대포의 생산량과, 생산한 대포가 각 지역의 주둔군에게 배치되는 시간과 배치에 드는 자원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현재 대포를 비롯해 머스킷같은 화포류는 모두 하늘산에 위치한 군수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머스킷 같은 경우는 드는 품이나 자원도 적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있어 보급 문제가 덜하였지만. 대포는 드는 품과 자원도 한 두가지가 아닐 뿐더러 많은 양을 수송할 수 없사옵니다."

"그렇군. 그래서 짐에게 무엇을 건의하고 싶은 것이냐."


재상은 고개를 들고 왕의 눈을 바라보았다. 불경하다 말할 수 있겠지만, 일국의 재상에게는 그 정도 권한이 있었다. 그는 왕의 눈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 안다. 지배자의 눈이다. 그의 눈을 바라볼 때마다 그의 영혼은 얼어붙는 듯 하고, 온 몸의 세포가 눈을 피하라고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왕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것이 그에게 임명받은 자신의 의의이자 자신의 존재 증명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부대에 효과적으로 화포류를 보급하기 위해 하늘산을 제외한 지방에도 조병창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화포류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사료되옵니다."

"짐의 뜻도 그와 같으니 그대의 뜻대로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왕의 허가를 받자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나 다름없었다. 세르누엘라 재상은 궁성을 나온 뒤 조합장을 불러 왕의 허가가 떨어졌음을 알렸고, 조합장은 반색하며 미리 조사를 끝내 놓은 장소에 조병창을 건설하라 명령했다.


*


"거 더럽게 무겁구만. 정말 이것만 있으면 성벽을 까부실 수 있는 겁니까?"

"그래, 하늘산에서 온 귀한 물건이다. 함부로 손대지 마."


지방에 군수 공장이 지어지고 있을 즈음. 최일선의 부대들에게는 하나 둘 씩 대포들이 보급되고 있었다. 그 동안 머스킷은 있었지만 대포같은 공성 화포들은 없었기에. 대부분의 병사들은 머스킷을 수십배쯤 키워놓은 둥그런 원기둥이 거대한 발리스타나 투석기와 훨씬 뛰어난 위력을 낸다는 설명을 듣고 내심 신기해하였다.


"중대장님. 훈련교관이 왔으니 대포 꺼내서 연병장으로 집합하시랍니다."

"그래? 들었지 얘들아? 옮겨라."

"""예!"""


중대장이 명령하자, 병사들은 무거운 대포를 밀고 당기며 연병장으로 옮겨놓았다. 경포였다면 조금 나았을 테지만. 화력 지원용 중포였던 탓에 꼬박 20명이 넘는 병사들이 앞 뒤로 달라붙어야만 했다.


그렇게 병사들의 땀에 젖은 손으로 대포 1문이 연병장에 놓이자. 부대의 모든 병사들이 모여 훈련교관의 앞에 도열했다.


"다들 자리에 앉아라!"


털썩!


연대장이 자리에 앉으라고 명령하자, 병사들은 일제히 자리에 앉아 훈련교관과 대포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연대장마저 교관을 바라보자, 교관은 자신의 차례가 왔음을 느끼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흠, 자 다들 주목, 오늘은 본 교관이 이 대포의 사용법을 간단하고도 실전적으로 알려주도록 하겠다. 우선. 교육에 앞서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보도록 하겠다. 대포 장전 실시!"

"실시!"


교관의 말이 떨어지자 그의 곁에 있던 5명의 조교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대포를 장전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스폰지가 달린 봉을 물에 적신 다음 포신에 넣어 포연과 찌꺼기들을 닦아냄과 동시에 포신을 냉각시키며 가장 앞에 포탄. 그 다음에 나무로 만든 격목, 그 다음에는 두꺼운 천으로 감싼 화약뭉치의 순서로 가죽 끈으로 묶인 포탄을 포탄쪽이 포신의 전방을 향하도록 집어넣은 다음 봉의 반대편으로 꾹꾹 눌러 제대로 포의 후미까지 닿도록 한다.


그 다음에는 포미의 위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송곳으로 화약뭉치를 감싼 천을 뚫은 뒤, 그 구멍으로 격발침을 삽입한다. 그리고 나서 격발침에 충격을 가해줄 두꺼운 줄을 연결한다. 이 과정이 포를 쏠 때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교관의 목소리와 함께 뒤쪽에서 진행되는 대포 장전에 대부분의 병사들은 복잡한 과정에 혀를 내둘렀다. 머스킷 장전하는 것도 헛갈려 죽을 지경인데 저 복잡한 것을 어떻게 외울 것인가.


"장전 완료! 과정 이상 무!"

"음!"


숙련된 조교들의 물 흐르듯 연계되는 동작에 병사들이 감탄사를 터트릴 즈음. 교관은 목청껏 '발포!' 소리를 외쳤다.


콰아앙!


그리고 그와 함께 발포되는 대포. 순식간에 1톤을 넘는 쇳덩어리가 뒤로 주르르 밀려나고. 그 아래에 있는 바퀴들이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머스킷의 총성을 딱총소리 따위로 만들어버리는 거대한 포성을 듣자, 병사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멍하니 포연을 뿜어대는 대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 지금까지 대포의 장전 과정과 발포에 대해 조교의 시범이 있었다. 혹시 자기가 직접 대포를 장전하고 싶은 지원자 있나?"


교관의 말에 3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손을 든 3명을 대포가 있는 곳까지 오게 한 교관은. 조교들을 불러들이며 3명에게 한번 대포를 장전해보라고 명령했다.


"저.. 정말 저희들만 합니까?"

"걱정말고 한 번 해 봐! 잘못하고 있으면 내가 알려줄테니까."


졸지에 수천명의 전우들을 상대로 모범을 보이게 된 지원자 3명은 우물쭈물하고 느릿느릿하게 행동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큰 실수 없이 대포를 장전하는 데에 성공했고. 마지막 격발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그리고 장전 과정을 지켜본 훈련교관은 그들에게 발포해도 좋다는 지령을 말한 뒤 아까 전 포탄이 착탄했던 지점을 망원경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발포해도 좋다."

"예! 발포!"

"발포한다!"


콰아앙!


다시 한 번 거대한 포성이 울리고. 다시 한 번 포신에서 포연이 뿜어져 나왔다. 병사들은 아까와 같이 놀랐으나. 저번과 같이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는 멍청한 짓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착탄 지점이 아까 전이랑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관측한 훈련교관은 기특한 마음을 가득히 품고 3명의 지원자들을 위한 박수를 명령했다.


"전원! 모범적인 시범을 보인 전우에게 힘찬 박수 실시!"


짝짝짝짝짝!


무수한 박수들이 3명에게 쏟아지고. 3명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푹 숙인 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박수 소리가 차츰 잦아들자, 교관은 다시 조교들을 시켜 포신을 닦아내고는 말했다.


"이것으로 교육을 끝마치도록 하겠다. 본 교관과 조교들, 그리고 3명의 전우들이 보여준 대포의 사용법에 대해 잘 복습하도록!"

"""예!"""


때는 아델라이데력 7년의 4월 5일.


아델라이데 국군의 최일선 부대인 제 7군단에 처음으로 대포가 배치된 날이었다.


*


한편, 아델라이데에서 출발한 상단은 성공적으로 시트러스의 남부에 도착해 저번 상단과 마찬가지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지는....않았다.


전란으로 인해 남부가 천문학적인 재건 물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아는 켈러 왕은 상단에 구호 물자와 건축 자재들로 상단을 꽉꽉 채우라 지시했지만 정작 그것을 파는 기술이 형편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시트러스 왕국이 아직까지도 남부의 피해를 복구하지 못한 이유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물자들이 너무나 적어서 그런 것인데. 아델라이데와의 무역이 성사되면서 국내의 생산량에 구애되지 않는 외국의 물자들이 들어와 순식간에 절대적인 자원의 양이 늘어나게 되었다.


당연히 한창 진행 중인 남부 재건 작업에는 기존보다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었고. 전에 켈러 왕이 주었던 물자까지 더해져 상단이 진입해 상행위를 하는 곳만큼은 멀쩡한 건물들도 다시금 여럿 들어서 있을 정도였다.


이런 고무적인 결과의 원인을 아는 남부인들은 적극적이란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미친듯이 아델라이데의 상단에 달려들었고. 자유로운 상행위라는 것 자체에 서툴다 못해 아는 것이 없는 아델라이데인들은 언어의 장벽까지 더해져 마치 뱀파이어에 피를 빨리는 처녀처럼 일방적으로 주도권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금화로만 30장에 팔아야 하는 대형 목재들을 금화 1장에 반 강제로 땡처리당한 것부터 시작해서 켜켜이 쌓인 철괴들을 많이 매입한다는 핑계로 하나당 동화 1장으로 처리한 것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상업이 발달하지 않고 그나마 미약하게 살아있던 상업도 사실상 생필품에 집중되어 있던 아델라이데에서 자라온 상단원들은 말이 상인이지 사실상 말하는대로 받아적고 물건을 내어주는 보급관이나 마찬가지였음과 동시에 아델라이데에는 그들만큼 상업에 능통한 자들이 없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본래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루어져야 할 무역이었지만. 궤멸적인 피해를 입은(?) 아델라이데의 상단은 가지고 온 값진 물자를 모두 원자재값도 못 건질 헐값에 소진한 다음 얻은 소득을 다 합쳐서 금화 1000장도 되지 않을 푼돈을 가지고 귀환하였으니, 국왕인 켈러가 뒷목을 잡은 것은 그보다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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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혈육(1) 21.04.05 5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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