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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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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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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글자수 :
46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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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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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우외환(1)

DUMMY

"으으...윽..."

"실린 것들은 빨리 포대에 담아라! 시간이 없다! 군대가 오기 전에 끝내야 한다."

"""예!"""


세유라벤 터널의 안쪽. 랜턴의 빛이 어슴프레 비치는 곳에서는 피투성이가 된 상인들과 엉망이 된 마차들. 그리고 복면을 쓰고 검과 활을 든 강도들이 있었다.


그들은 동굴에 숨은 대학살의 생존자로. 스스로를 아델라이데에 대항하는 반란군이라 일컫고 있었는데, 그 규모는 약 700명 정도로 일반적인 도적단의 그것을 한참이나 뛰어넘는 규모였다.


"허억... 허억...! 빌어먹을 놈들..! 국왕 폐하께서.! 네노"


파각!


"끄아아아아악....! 흐어윽...흐흑..."

"거 더럽게 쫑알대네, 국왕 폐하? 웃기지 마. 우린 국왕에게 죽임을 당한 자들을 기억하고 있다. 140만명을 죽인 자가 국왕이라고? 나는... 우리는 절대 인정 못해..!"

"어이 거기! 말장난은 그만하고 말에 올라타!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

"쳇... 동포의 죽음을 외면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배반자들 같으니.."


스스로를 국왕에 대항하는 자들이라고 밝힌 그들이 아델라이데의 국영 상단을 털었다는 것이 세간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술안줏거리가 늘었다면서 좋아라했다.


국영 상단이 털렸다지만 복구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죽고 다친 자들이 많기야 했지만 아델라이데 왕국의 막강한(단어 그대로) 행정력은 피해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어 입을 막았다.


반란군. 그러나 그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거대한 도적단이나 마찬가지인 그들은 결국에는 실패한 운명을 지닌 애달픈 자들이었다.


140만명을 죽였다면. 700명을, 7000명을 죽이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아델라이데의 국민들은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학살을 누가 명령하였고, 누가 실행하였고, 누가 마무리지었는지도, 아델라이데의 국민들은 전부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공포인지도 모른다. 정체도, 죽이는 방법도, 사는 곳도, 그것이 저지른 죄악도 알지만 심판할 수 있는 수단은 없고, 도망칠 수도 없다는 것. 자신들도 모르는 새 아델라이데의 700만 백성들은 국왕이라는 거대한 악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었다.


*


"즉시 추격단을 보냈으니, 얼마 안가 주모자들이 잡혀들어올 것입니다. 성상께서는 노여움을 푸소서."

"딱히 화난 것은 아니다. 다만 어이가 없었을 뿐. 대체 경계를 어떻게 하였길래? 터널의 안에서 강도질을 했단 말인가? 터널의 방위병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것이. 사건 당시에 경계를 서던 장교가 학살로 친지가 전멸해 앙심을 품고 있던 것을 반란군들이 이용했던 모양입니다."

"그 장교는?"

"물론 거열형으로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잘 하였다. 당분간 군부 내에서 감찰을 돌리도록 하라. 이번에는 상단 하나로 끝났지만. 군 내에서도 반동분자를 색출해내지 못한다면 다음번에는 무기를 실은 마차가 털리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음이야."

"폐하의 말이 지극히 옳습니다. 대성주들과의 협력 하에 군부 인사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대를 믿고 있겠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일까. 아델라이데의 고위 인사 내에서도 학살을 정당화하는 인물들은 많지 않았다. 물론 학살로 인해 직접적으로 이득을 본 16명의 시장들은 학살을 옹호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것도 전부 국왕의 환심을 사기 위한 연극일뿐. 그들도 실제로 140만이라는 전무후무한 생령들을 하늘로 보내버린 국왕에 대해서는 막연한 공포심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포를 현실로 만들어주는 폭력을 이루는 근간은 아델라이데의 20만 정병들로서, 대부분이 대평원의 현지에서 징병되었지만 하사관들 중의 절반과 장교진의 3분의 1. 장성의 1할은 북부에서 내려온 퇴역 군인 출신이거나 용병 출신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한미한 농촌 출신이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국왕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들은 천일동안 죽음과 마주보며 전쟁을 치뤘고, 국왕은 그들에게 충성의 대가를 주었다. 넓은 농경지와 농경마, 고층 주택과 어여쁜 색시. 게다가 전쟁의 영웅이라는 명예와 훈장이라는 영예까지.


충성은 돈으로 사는 것이라는 격언이 있듯. 순박한 시골 청년들이 국왕의 명에 절대복종하는 무지성 꼭두각시가 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이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옆 동네 형이었던 자들의 골통을 깨부수어야 했던 이유가 말이다.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폭력을 정당화할 기제가 그들에게는 필요했고, 국왕은 그들에게 부강한 통일왕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을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했다.


*


"그들이 우릴 쫓을 거야. 우리가 다 죽을 때까지."

"나도 알아."


검을 허리에 차고 있지 않은. 다시 말해 습격에 참가하지 않은 남자는 수북히 쌓인 식량들을 가져다가 허겁지겁 퍼먹고 있는 동포들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검을 허리에 찬. 다시 말해 습격에 참가한 남자는 남자를 경멸하듯이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말해봐, 대학살 전에는 문학가였다며. 지금 네가 뭘 할 수 있지?"

"..."


문학가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 동굴 안에는 촛불도, 펜도, 양피지도 없다. 글을 끄적이는 것이 생업인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네가 본국에서 태평하게 글이나 끄적이고 있는 동안에. 나와 내 동료들은 목숨을 바쳐가며 아델라이데의 맹공을 막아내고 있었어."

"..."

"그걸 아는 네가. 우리를 비난해? 폭력적이라고, 그들과 같아진다고 비난할 자격이 너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은 주제에. 뭐. 가족을 잃었다고? 장난해? 지금 여기서 친지를 잃지 않은 형편 좋은 놈이 있기나 해? 마음 같아서는 밥만 축내는 너를 죽이거나 쫓아보내고 싶지만 참고 있는거야."

"..."

"이 동굴에 놔둘수도 없고. 쫓아보내면 분명 군대에게 들킬테니까."


습격자는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는 차라리 비난을 만들어 퍼붓는다고 하는 편이 바를 것이다.


습격자가 더 입을 열려 하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하사관 출신의 중년 남성이 습격자의 어깨를 잡아 멈추게 하였다.


"그만해! 우리끼리 싸울때야 지금? 사람들이 다들 겁먹은 거 안 보여? 군대가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데 우리끼리 힘을 빼야 되겠어? 앉아서 밥이나 먹어! 먹어둘 수 있을 때 먹어여 습격을 나가던 말던 하지. 어여 앉아!"

"...."

"..."


확실히 하사관 출신이라 그런지 졸병들을 통솔하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었다. 결국 동굴안에 숨은 수천명의 사람들은 입 안 가득 먹을 것들을 우겨넣고 아득바득 씹어넘기기 시작했다.


이 동굴 속에는 인간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넘쳐나는 식량은 언젠가 썩을 것이고, 그러면 전염병이 도는 것은 필연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식량을 씹어삼켜 지방으로 축적해둬야 다음 습격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 동안 동굴 속에서는 하염없이 먹을 것을 탐하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


"젠장! 시트러스 저 치들만 무역을 독점하고 있으니.. 우리 매그놀리아도 어떻게든 꼽사리를 껴야 하겠는데.."


매그놀리아 왕국의 정계에서 아델라이데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았다. 정확히는 호기심에서 실망감으로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들과는 국교를 맺고 싶지 않다는 국왕의 편지에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고위 귀족들과 국왕은 분노하며 아델라이데와의 국교 성립을 물러버렸고, 결국 무르마트 왕태자의 입지는 상당히 약화되고 말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매그놀리아 왕국은 두 왕국에 쌈싸먹힐 것이 분명하거늘... 왕국을 위해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힘들구나..."


왕정 국가에서 왕태자란 왕의 후계자임과 동시에 권력을 놓고 다투는 정적이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왕국에서 왕태자의 입지는 소금 기둥 위에 지어진 모래성과도 같았고, 사소한 실수 하나로도 폐태자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자리였다.


물론 이 경우에는 애초에 왕태자에 불과한 마르무트가 어떻게 비벼볼 수도 없는 문제였기에 입지가 약화되었다고는 해도 체감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번 국교 건을 자신의 입지를 반석 위로 올려놓을 것이라 기대한 왕태자 쪽의 귀족들은 실망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곧 귀족들의 지지를 내다 버린다는 것이기에, 마르무트는 어떻게든 업적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강박과는 별개로 왕국의 상황은 좋은 의미로 안정되어 있어 섣불리 그가 움직이면 오히려 평온이 깨질 염려가 있을 정도였다. 3000만에 이르는 매그놀리아 왕국이 움직인다면 필시 시트러스와 단델라이언이 움직일터이고,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움직인다면 운신의 폭이 너무나도 좁아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아델라이데밖에는 없나?"


아델라이데만큼 축복받은 위치도 드물다고, 마르무트 왕태자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북부와는 세유라벤 산맥이라는 굵은 선으로 막혀 있고, 영토도 세 왕국을 합한 것 만큼이나 넓다. 이런 천혜의 입지 조건을 가진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물론 오랜 시간 동안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고통받아온 아델라이데의 민중들에게는 배부른 자의 투정이나 마찬가지지만, 왕태자는 아델라이데를 잘 알지 못했다.


"국내에서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폐하가 뒤에서 지켜보고 계시니.. 결국에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밖에는 없는데..."


무언가는 해내야 하는데, 정작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그도 미칠 지경이었다. 차라리 미친 척하고 군대로 들이밀어볼까 생각하던 그 때, 왕태자의 머리에 스친 생각이 있었다.


"가만..? 진짜 군대로 들이박으면...?"


이제야 슬슬 뭔가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사실 아델라이데 매그놀리아에 보여준 태도는 무례함의 극치. 엄연한 주권 국가에다가 국력도 한참이나 위에 있고, 역사도 긴 강대국을 상대로 약소국이 제 주제도 모르고 갑질을 해댄 것이다.


"그래... 이거 잘만 하면.."


제 주제를 모르고 나대던 약소국을 강대국이 나서서 참교육을 시킨다는 레파토리는 진부하고 시대착오지만. 그만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매그놀리아에도 아델라이데의 무례한 태도에 대한 불만이 평민 계층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었으니. 잘만 선동한다면 의외로 상당한 성과를 얻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현재 내전 이후 군사력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아델라이데를 생각한다면 도시락까지 싸들고 말려야 하겠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왕태자는 아델라이데를 잘 몰랐다.


왕태자는 그 길로 국왕에게 달려가 아델라이데의 무례함을 징벌해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고. 가뜩이나 마음이 상해 있었던 매그놀리아의 고관대작들은 왕태자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매그놀리아 국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매그놀리아의 왕태자인 마르무트는 최후통첩이 적힌 요구서를 들고 다시 한 번 매그놀리아의 국경을 넘어 시트러스의 아델라이데 대사관을 향해 힘차게 말을 몰았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가 연중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흔한 방법입니다.


작가의말

매그놀리아:아ㅋㅋ 신생개도국 쉐리 대가리 딱 대라고ㅋㅋ

아델라이데:140만

매그놀리아:???

아델라이데:그것보다 더 끌고 오시면 이길 수 있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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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우외환(1) 21.06.21 19 0 12쪽
83 아델라이데의 것(2) 21.06.08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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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6) 21.06.01 26 0 12쪽
80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5) 21.05.31 29 0 12쪽
79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4) 21.05.25 35 0 12쪽
78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3) 21.05.24 27 0 12쪽
77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2) 21.05.11 37 0 12쪽
76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1) 21.05.10 36 0 12쪽
75 다시 남쪽으로(1) 21.05.04 41 0 12쪽
74 금의환향(3) 21.05.03 38 0 12쪽
73 금의환향(2) 21.04.20 42 1 12쪽
72 금의환향(1) 21.04.19 96 1 12쪽
71 옛 계약(2) 21.04.13 41 1 12쪽
70 옛 계약(1) 21.04.12 74 1 12쪽
69 혈육(2) 21.04.06 89 1 12쪽
68 혈육(1) 21.04.05 51 1 12쪽
67 남에서 온 손님(1) 21.03.23 52 1 14쪽
66 북에서 온 손님(1) 21.03.22 45 1 12쪽
65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4) 21.03.16 55 1 12쪽
64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3) 21.03.15 67 1 12쪽
63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2) 21.03.09 63 2 12쪽
62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1) 21.03.08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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