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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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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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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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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2)

DUMMY

왕태자가 최후통첩문을 가지고 대사관으로 장정을 떠났다는 사실이 왕실에 의해 알려지자. 매그놀리아 왕국은 순식간에 전쟁의 열기로 가득 찼다. 기사 가문들은 드디어 공을 세울 때가 왔다며 좋아했고, 누군가는 사람들이 많이 죽어 땅값이 내려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어떤 전쟁도 군인 없이 수행될 수는 없는 법. 오랜 평화 속에 젖어있던 매그놀리아의 군병들이 깨어날 때까지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전쟁이란다!"

"뭠뭐..뭐요?"

"전쟁이라고 아그들아! 퍼뜩 일어나!"


전쟁의 위기가 닥쳐오자 매그놀리아의 군대는 비상이 걸렸다. 장구류를 점검하고, 인원을 체크하고. 예비역들을 급히 모집해 무장시키는 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지자 군의 행정계는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르렀다.


물론 아직 전쟁이 결정된 것은 아니었기에 모든 병사들은 출정 가능한 상태로 대기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군인들에게 이것만큼 전투력을 깎아먹는 명령도 또 없었다. 상시 전투 가능한 상태로 대기하라는 것 자체가 극심한 피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아이 씨 더럽게 무겁네. 갑자기 뭔 전쟁이야 전쟁은.."

"아직도 얘기 못 들었냐? 아델라이데 그 놈들에게 사과를 못 받으면 쳐들어간다잖아."

"하 참. 걔네들은 대체 뭔 깡으로 그렇게 질렀대냐? 걔네 인구가 1000만명도 안 되지 아마?"

"내가 뭔 수로 알겠어? 그만 찡찡 거리고 군장이나 제대로 매, 그러다가 허리 쓸려서 물집 생기면 허리 다 나간다."

"으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백성들은 전쟁을 염려하지 않았다. 매그놀리아의 상비군은 약 40만으로. 아델라이데의 정확히 2배였는데. 총 인구수까지 고려해본다면 원정군의 페널티를 생각해도 이기지 못하는 게 더 어려운 수준이었던 것.


게다가 국민들의 전반적인 여론 또한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한 인구 대국에게 이제 갓 건국한 영토만 넓은 개도국이 도발을 건방지게 도발을 걸었으니 호되게 혼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대부분이었기에, 왕실과 군부는 이례적으로 국민의 암묵적 승인 아래서 편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작계 써놓은 건 어디로 간 거야?"

"거기 왼쪽에 놨습니다!"

"보급계원이 도망갔다! 가서 잡아와!"

"야! 예비군 숙영지 세우란 지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안 세우고 뭘 하고 있어!"

"아이고야! 제 3사단에서 식중독 터져서 10명 넘게 죽어나가고 있답니다!"

"뭐야?! 어느 부대야! 당장 말해!"


그러나 워낙 오랫동안 전쟁이 없던 탓인지, 급격하게 활성화된 군은 행정력 부족에 허덕이며 계속해서 사건과 사고를 일으켰다.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도망간 보급계원을 추노하는 부사관들은 양반이었고, 심한 곳은 식사 추진을 개판으로 해 식중독으로 싸우기도 전에 죽을 정도였으니 말은 다한 셈이다.


*


"..."


-뭐지 이건.-


아돌프 프리드리히는 난생 처음 받아보는 최후통첩문에 눈을 댕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최후통첩문은 친절하게도 시트러스의 문자로 적혀져 있었기에 그의 식견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고, 해석을 거듭할 때마다 오만이 글귀에서 뚝뚝 떨어져 나오는 듯 했다.


"그으으래서. 이게 저희 왕국에 보내는 최후통첩문입니까?"

"아델라이데의 무례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은 아국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방책을 꺼내들게 하였습니다. 부디 저희가 사이좋은 이웃으로 지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아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뭐.. 일단은 알겠습니다. 이건 제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니. 일단 본국에 계신 폐하의 결재를 받도록 하겠으니 시일이 좀 걸리더라도 이해해 주십시오."

"뭐, 그 정도쯤이야."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사실 무르마트는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아델라이데의 대사가 당황하지도 않고 마치 어린아의 어리광을 받아주듯이 태연하게 최후통첩문을 받아넘겼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라면 보통 이렇게 악화되기 전에 물밑 교섭을 통해서 다시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올테지만, 아델라이데와는 그 특성상 불가능했고, 애초에 명분도 반 정도 억지인 이상 말싸움에서는 지고 들어갈 각오를 다지고 왔는데 이렇게 휙휙 넘겨버리니 오히려 이쪽이 허탈할 지경이었다.


"지금 서신을 수도로 보냈으니 넉넉히 잡아 일주일 후에는 도착할 겁니다. 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아.. 고맙게 받겠습니다."

"아델라이데 식 차밖에 없어서 입맛에 맞으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하.."


차에 독을 숨겨놓지도 않는 아델라이데를 보며, 무르마트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하나는 정말 이자들이 매그놀리아를 막아낼 저력이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냥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어쩐지 본능은 전자로 기울었으나, 왕태자라는 신분은 자연스럽게 후자를 택하고야 말았다. 왕태자는 아델라이데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침착하시군요? 보통 최후통첩문을 보낸 상대를 이렇게 극진히 대접하지는 않을텐데..."

"뭐어.. 본국의 지령도 있을 뿐더러 멀리 오신 손님을 박하게 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요. 북에서는 그런 관습이 없습니까?"

"설마 그렇겠습니까? 아델라이데의 관용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접대의 관습은 범대륙적인 관습이었다. 관습을 어기는 순간 그 사람의 영혼은 지옥에 떨어진다고도 믿어지고 있었는데, 이는 접대의 관습마저 깨지는 순간 더 이상 사회의 붕괴를 막을만한 자물쇠가 없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아델라이데는 도시 국가로 소분되어 있던 시절이 길어 접대의 관습을 북왕국보다 더욱 신성시했고, 지금도 여행자에게 먹을 것을 선뜻 내어주는 것은 호의가 아닌 의무라고 보는 자들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귀국은 인구가 얼마나 됩니까?"

"아, 뭐 자랑할 건 아니지만 3000만이 넘지요, 저희 왕국이 가난하기는 해도 사람들은 바글바글하니 심심할 틈은 없답니다."

"호오. 그렇다면 이 시트러시 프라임보다도 큰 도시를 가지고 있습니까?"

"흐음.. 그건 아닙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있으면 번잡이 너무 심해지거든요. 수도인 소일렌은 100만명 정도가 살고. 나머지 10개의 대도시에 20만에서 70만 정도가 각각 살고 있습니다."

"그건 부럽군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희는 안정을 찾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인구가 700만에 불과하답니다. 꾸준히 늘고야 있지만 1000만명 찍는 것도 힘이 드니.."

"하하.. 그거야 다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어느새 시간이 흘러, 마침내 켈러 국왕의 손에 매그놀리아의 최후통첩문이 붙들리게 되었다.


*


[본 문서는 매그놀리아의 왕실과 국왕 폐하의 인가를 받은 정식 외교 공문임을 알림]


-친애하는 아델라이데의 국왕 폐하께 올립니다. 지난 번 아국과 귀국이 처음 접촉하였을 때 귀국은 아국의 격에 맞지 않는 무례한 태도를 보여주어 아국의 실망을 사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아국에서 신생국의 무례함을 마땅히 징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문명이란 자고로 칼보다는 펜으로 갈등을 처리하는 것을 뜻합니다.


여러 심사숙고 끝에 저희가 귀국의 무례를 너그러이 용서하고 서로 사이좋은 이웃이 될 수 있는 몇 개의 조항들을 구상하였으니, 폐하께서는 너그러우신 성품으로 조약에 존함을 적어넣어 역사에 길이 남을 성군이자 명군으로의 길을 걸으소서.


허나 만약 폐하께서 저희의 제안을 거절하신다면, 저희는 국체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극단적인 수단을 쓸 수밖에 없음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1.

앞으로 아델라이데와 매그놀리아는 서로를 완전한 독립국으로 대한다.


2.

아델라이데와 매그놀리아의 국민들은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거래할 수 있다.(이 때, 관세는 양국의 합의에 따른다.)


3.

아델라이데의 군주는 매그놀리아의 군주에게 지난 번의 무례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는 편지를 보낸다.


4.

아델라이데와 매그놀리아의 수도에 대사관을 설치하여 외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5.

만약 아델라이데의 백성이 매그놀리아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매그놀리아의 법에 의해 평결하며, 이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6.

민간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에 대해 양국의 정부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일절 개입하지 아니한다.(특수한 상황이란 범죄 등을 뜻한다.)


7.

양국은 앞으로도 이 조약을 주기적으로 갱신해 나아간다.


-


얼핏 본다면 협박치고는 상당히 신사적인 조약이었으나, 애초에 국교를 맺을 생각도 없었고, 상업을 국가가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볼 때 아델라이데의 입장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조약문이었다.


켈러 왕은 조약문을 대담하게도 박박 찢어 바닥에 내팽겨치면서 대신들에게 물었다.


"지금 이게 무엇을 뜻하는 걸로 보이나?"


이에 폴 공작이 답하였다.


"아국에 대한 중대한 도발로서, 마땅히 군을 이끌고 격퇴해야 함이 지당하옵니다!"

"맞습니다 폐하! 아국의 군사는 정예하고 그 군기가 드높으니, 북국의 군대가 제아무리 강하다 한들 이 대평원에서 적을 맞아 싸우면 결코 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들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하자, 이내 국왕의 찌푸려졌던 인중이 작게나마 퍼졌다.


"짐의 생각도 경들과 같다. 아무래도 오만방자한 북국의 오랑캐들에게 전쟁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할 것 같구나."


왕이 전쟁을 외치자. 신하들은 일제히 부복했다.


"""폐하! 성단을 내리소서!"""


모두가 무릎을 꿇은 뒤. 일어서 있는 것은 재상과 국왕뿐이다. 국왕이 재상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숙였다.


"이 나라는 당신의 나라입니다. 뜻대로 하소서."


재상이 그리 말하자. 국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들은 짐의 말을 들을지어다. 우리 왕국이 개창한 지 수년을 지나 그 위명을 널리 떨치니 북녘의 오랑캐들이 아국의 기세가 무서워 지레 겁을 먹고 억지 오명을 만들어내 왕국의 기치를 더럽히니 이를 징치하고 벌하는 것이 문명국의 참된 자세일진저.


그대들은 짐의 깃발을 들고 군사들을 모아 조련하고 기동시키어 전장으로 내몰게 할지니, 모든 것은 아델라이데의 1대 국왕인 나 라이투스 폰 켈러가 그대들에게 명하는 것일지라.


오늘. 아델라이데력 8년 2월 11일, 아델라이데 왕국 국왕 라이투스 폰 켈러가 왕국의 모든 백성들에게 알린다.


건국 이후 우리들은 힘찬 도약을 이룩하기 위해 스스로 뜨거운 노력을 하고 있었으나 왕국의 적들은 우리들의 위대한 업적의 달성을 방해하고 있다.


모든 잠재적이고 비밀스러운 적대 세력들은 현재까지 우리의 의무와 힘의 의식속에 건재하며 지금 그들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려 한다.


적들이 사악한 침략을 위해 스스로를 무장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굴종을 고대하고 있나니, 강대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싸울 우리들은 아국의 이익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자세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고 전쟁으로 하여금 왕국의 적들에게 굴욕과 함께 힘과 명예를 잃도록 할 것이다.


따라서 백성들이여! 일어나 무장하라! 왕국의 백성으로서 짊어진 신성한 의무를 주저하고 마다하는 모든 이들은 조국의 배신자일 뿐이다!


주신과 함께 우리는 전쟁터로 전진하리라, 주신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지니."


그렇게 다시 한 번, 아델라이데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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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금의환향(1) 21.04.19 95 1 12쪽
71 옛 계약(2) 21.04.13 41 1 12쪽
70 옛 계약(1) 21.04.12 74 1 12쪽
69 혈육(2) 21.04.06 89 1 12쪽
68 혈육(1) 21.04.05 50 1 12쪽
67 남에서 온 손님(1) 21.03.23 52 1 14쪽
66 북에서 온 손님(1) 21.03.22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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