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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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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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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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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3)

DUMMY

두근! 두근!


올해로 딱 22세가 되는 젊은 귀족. 라우란스 백작은 자신의 심음을 들으며 흥분을 자제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직 한참 후계자 교육을 받아야 할 나이에도 불구하고 백작 작위를 받은 것은 그의 아버지가 남부 전란에 휩쓸려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후우.. 진정하자.. 진정해.."


그는 진정하기 위해 물 따위를 마시거나. 다리와 팔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들 생각하는 것처럼.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편의 아버지가 피가 이어지지 않았다고는 해도 일국의 왕이라니! 외국의 귀족이라면야 어떻게든 몸을 비틀 수 있는 여지가 있겠다만 왕이라니? 몸을 비틀기는 커녕 눈썹만 움직여도 짓밟힐 판이었다.


"백작님. 약혼녀께서 오셨습니다."

"..들여보내도록."


끼익.


문이 열리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그의 눈에서 보았을 때) 10대 중반의 소녀가 나타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백작 작위를 계승했음을 축하하는 조촐한 연회가 열렸을 때 그녀의 어머니와 같이 나타난 것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로렐라이, 내가 기다리라고 말하지 않았소."

"너...너무 떨려서..."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손은 과연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20대에 접어든 백작도 손에 땀이 날 나고 이빨이 맞부딫칠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는데. 여자인데다 아직 10대 중반밖에 되지 않은 그녀는 오죽하겠는가.


그녀는 드레스 자락을 손으로 쥔 다음 라우란스 백작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자 라우란스 백작은 오른쪽 팔로 그녀를 자신쪽으로 끌어당긴 다음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걱정하지 말아라, 다 잘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당신만 믿고 있을게요..."


그러자 로렐라이는 안심한 듯 백작의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 뺨에 가져다대었다. 그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는지, 백작은 잠시나마 근심을 잊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한 10분 쯤이 지났을까, 문 바깥에서 달리는 것보다는 느리지만 걷는 것보다는 빠른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문의 지척으로 다가온 발소리는. 잠시 멈추더니. 이내 문을 열었다.


"백작 각하. 아델라이데의 국왕 폐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


마침내, 아델라이데의 국왕은 시트러시 프라임에 도착하여 의전을 받기 시작했다.


독립국의 군주에게 차리는 격식을 갖추어 진행된 행사는 시트러스와 아델라이데의 사정상 짤막하게 끝났지만, 수도의 백성들에게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남부 전란으로 인해 사방에서 음울한 소문이나 사실만이 들려오던 가운데 치뤄진 큰 행사이기도 했고. 방문 목적이 하찮다면 하찮고 중대하다면 중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의전 행사가 끝나고 켈러 국왕이 궁성 안으로 들어가자 수도에는 차츰차츰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설마 결혼이 파토나지는 않겠지?"

"설마.. 그래도 뭔가 조건을 덧붙이기야 하겠지! 충성의 맹세를 하라던가.. 아델라이데 대평원에서 살아야 한다던가."

"그럼 사실상 귀족으로서 끝장 아닌감?"


다양한 예상들과 그 예상들을 뒤엎는 새로운 예상들. 만신창이가 된 나라 꼴을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신생국의 군주가 신박한 이유로 자국에 방문했다는 것을 축하하고 있었다.


"아 그래서 결혼이 되냐고 안 되냐고!"

"되겠냐!"

"안 되겠냐!"

"하나만 해!"


*


"Adelaide's Kratos zu Knie nieder."

"....."


난생 처음 들어보는 언어에 백작이 눈을 끔뻑거렸다.


"아델라이데의 국왕 폐하께 무릎을 꿇으십시오."


다행히도 그의 옆에서 동석한 아델라이데의 재상이 재빠르게 통역을 해주어 백작은 국왕 앞에서 멀뚱멀뚱 서있는 무례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제 말을 따라 하십시오. 'grosartig kratos majestaet dem treffen'"

"그..그로사티크 크라토스 마제스테트 뎀 트레펜."


솔직히 무슨 말을 하는지 백작 스스로는 모르고 있겠지만. 이 말은 대평원의 언어로 풀이하자면 '위대하신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라는 말이었다.


백작이 아델라이데의 말을 하며 무릎을 꿇자. 켈러 왕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대는 아델라이데의 말을 아는가?"


물론, 시트러스의 언어로 말이다.


백작은 새삼 켈러 국왕이 본래 시트러스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요, 잘 모릅니다. 방금 전의 말은 옆의 재상께서 알려주신 겁니다."

"허나 그렇다고는 하나 발음까지 정확히 따라하다니. 분명 그대는 평소에도 아델라이데에 관해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렇지 않나?"


그렇지 않나?라는 말이 순간 백작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국왕은 그에게 보너스 점수를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백작은 그것을 걷어찰만큼 이해력이 없는 머저리가 아니었다.


"폐하의 통찰이 대단하십니다. 평소 저는 아델라이데의 풍속에 대해 관심이 많아, 평소에도 아델라이데에서 만든 물품들을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습니다."

"과연. 그렇다면 짐의 의붓딸을 선택한 것도 이해가 가는구나."


로렐라이와 아델라이데가 무슨 상관이냐 한다면..(사실 아무런 상관은 없지만) 그야 당연히 그의 의붓아버지가 되는 켈러 왕이 아델라이데의 군주이기 때문이었다.


즉, 일종의 소급 적용이었던 셈이다. 등줄기가 축축하게 젖은 백작을 바라보며. 왕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는 로렐라이와 언제 만났는가?"

"제 아버지께서 남부 전란에 휘말려 사망하시고 난 뒤, 작위 계승을 축하하는 축하연 자리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저런. 아버지의 죽음에 심심한 위로를 표하는 바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백작의 말에 켈러는 턱을 쓰다듬었다.


-과연, 반쯤은 나 때문이라고 해도 같이 아버지를 잃은 아픔을 공유했다는 것인가?-


"헌데 지금 로렐라이의 나이가 얼마인가 분명 짐이 떠나오기 전에는 9살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정확하십니다. 지금은 15세가 되었지요."

"시간이 벌써 6년이나 흘렀군.."


켈러의 나이는 올해로 정확히 20세였다. 22세인 백작과 또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자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대는 정녕 나의 딸과 결혼하고 싶은가?"

"그렇습니다."


이번만큼은, 백작은 고민하지 않았다. 거의 무조건반사라 해도 믿을만큼의 사랑의 깊이. 그 깊고도 굳건한 사랑에 켈러 왕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지체없이 대답하는 것이 마음에 드는구나. 로렐라이가 정말로 좋은 사내를 만났어. 하지만 그대여, 그대는 맹세할 수 있는가? 로렐라이가 늙어 얼굴에는 주름이 지고. 가슴과 엉덩이는 처지며, 더 이상 순진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해도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지 않겠다고 신에게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위대하신 폐하와 전능하신 주신께 맹세코, 제 인생에 있어 저의 배필은 오직 하늘 아래 하나밖에 없는 라이투스 폰 로렐라이뿐입니다."


왕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백작도 옅은 미소를 지었다. 대중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상견례는 짧고도 간결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확실하게 매듭지어졌다.


"로렐라이의 아버지이자 아델라이데의 국왕으로서 두 사람의 혼인을 윤허하노라."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간절하게 원했던 한 마디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


"친히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폐하. 나라 꼴이 말이 아닌지라 융숭한 대접을 해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당치도 않습니다 각하. 제 고향에서 이렇게나 많고 맛있는 요리들이 있는 줄 저는 오늘에서야 알았답니다. 더구나 큰 전란을 겪었는데 사치를 원할수야 없지요."


상견례와 만찬이 끝나고. 국왕과 섭정은 서로 독대할 시간을 가졌다. 국가 원수와 국가 원수 대리가 단 둘이서만 은밀한 대화를 한다는 것. 참으로 많은 것이 이루어지는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상견례는 어떠셨습니까?"

"그것을 상견례라 표현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라우란스 백작...이라 했던가? 눈이 총명하고 기운이 맑은 것이 장차 큰 인물이 될 것 같더군요. 중용하신다면 후회하지 않을 자인 건 확실합니다."

"오호라?"

"게다가.. 하하하.. 제 딸을 아주 열렬히 사랑하고 있더군요.. 제가 낳은 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비의 마음으로서 바라보면 아주 기특한 청년 아닙니까?"

"그 말대로 입니다 폐하. 그럼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본론이라, 이미 이 지점까지 온 이상 그 '본론'이란 것이 무엇인지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만약 유추할 수 없다 생각한다면 두 사람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이리라.


국왕은 싱긋 웃으며 품에서 펜을 꺼냈고. 섭정 또한 싱긋 웃으며 종이를 꺼냈다. 고급스러운 독피지(송아지의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에 적혀져 있는 내용은 이것이었다..


현 시간부로 시트러스 왕국과 아델라이데 왕국은 서로를 완전한 자주독립국으로서 상호 인정하고 각국의 수도에 대사관을 설치하며, 민관이 활발히 교류하며 앞으로도 우호를 다져나가자는. 상투적이고도 먹히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사각.사각.


유려한 필체로 문서에 서명한 켈러 왕과 엘베레스 섭정은 서로 손을 맞잡았다. 이제 이것으로서 양국은 서로를 동일한 국체로서 인정하고. 나아가 우호국으로서의 기틀을 닦은 것이다.


"고생많았네 재상. 이젠 고향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시트러스에서의 시간은 어땠나?"

"무어라 딱 잘라 말하긴 어렵군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 아델라이데가 범접할 수 없는 강대국이라는 것만은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 슬픈 사실이지."


켈러는 자신의 왕국이 약하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인구가 1000만명대로 줄어든 시트러스의 인구가 1800만 가량이고, 매그놀리아가 한 3천만명. 단델라이언 왕국이 2600만명 정도 될 것이다.


그런데 아델라이데는 겨우 700만의 인민들을 거느리고 있을 뿐이다. 영토는 가장 넓은 주제에 인구는 가장 적다니, 아이러니라 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국가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아델라이데는 북부 3왕국보다 현저한 열세에 있었다. 소설 속에서나 군주를 잘 둔 신생국이 기존의 강대국들을 털어먹지, 현실에서는 강대국들이 수백년의 풍파를 견디어내며 만들어낸 시민의식과 국정 운영 노하우는 신생국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무지개다리나 마찬가지였다.


기나긴 시간을 들이고 수많은 위기를 견디어내야만 아델라이데도 북부의 왕국들과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때는 켈러 왕의 시대로부터 머나먼 시기일 것이다.


"참. 소개가 늦었군. 이제 시트러스 왕국과 아델라이데 왕국 사이에 정식으로 대사관을 설치하기로 했네. 이 자는 짐이 직접 공천한 외교관일세."

"아돌프 프리드리히라고 합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갑네 프리드리히. 앞으로 아델라이데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길 바라겠네."


재상과 외교관은 서로 악수했다. 지위가 꽤나 차이가 났고. 한쪽은 외정. 한쪽은 내정을 담당하는 자였지만 그들은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럼.. 이제 같이 돌아가세나, 재상."

"따르겠습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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