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19,503
추천수 :
627
글자수 :
465,472

작성
21.05.10 06:00
조회
35
추천
0
글자
12쪽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1)

DUMMY

콰앙!


쿵!


후둑! 후두두둑!


"어떻습니까?"

"엄청나군."

"그렇게 말하실 줄 알았습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대포의 위력은 국왕이 미소를 짓게 만들 정도로 훌륭하였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바위를 산산조각 내버렸으니 오죽할까.


"다만 너무 무겁고 길군. 보병들이 직접 가지고 이동하기는 어렵겠어."

"그러실 줄 알고 위력을 희생해서 무게를 크게 절감시킨 모델도 준비했습니다. 방금 보여드린 대포보다 3배나 가볍지요."

"호오. 그렇다면 보병들에게도 큰 화력을 부여할 수 있겠군. 한 번 보여줄 수 있겠는가?"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것을 가져오너라!"

"예!"


흡족해하는 국왕을 완전히 매료시키려면 몇 가지 양념이 필요했고. 그 양념이란 바로 대포들의 다양한 바리에이션이었다. 중포가 대포의 전부가 아니듯. 보병이 휴대하며 즉각적인 사격이 가능한 경포가 방열되자 국왕은 눈을 반짝였다.


"장전 완료했습니다!"

"전방의 능선을 향해 발포하라!"

"발포하라!"


쾅!


여전히 묵직했지만 저번의 그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든 포성과 포연, 그리고 위력이 시연되었다. 국왕은 흡족한 표정으로 대포를 제작한 장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것들을 부대들에게 보급할 수 있겠는가?"

"전방의 부대에 보급하는 것만을 목표로 한다면 3년 안에, 전군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신다면 7년 안에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그리하라. 자원과 인력은 짐이 아낌없이 지원해줄 터이니. 여봐라!"

"예! 폐하! 하명하소서!"

"이 장인들을 조병창에 들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 화포는 장차 아국의 군대의 주축이 될 것이니.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모두 들어주어 최대한 많은 화포를 생산토록 하거라."

"예, 폐하!"


이세계에 떨어졌어도 역시 한민족의 피는 속이지 못하는지. 켈러 왕은 대포의 위력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가히 기관총이 나오기 전에 보병들을 일격에 쓸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무기여서 그런지, 국왕은 아낌없이 지원을 퍼부어 대포를 양산하라 지시했다.


*


한편, 1달에 1번씩 서로 상단을 보내 무역을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인 시트러스 왕국의 남부에서는 부족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십시일반으로 팔만한 것들을 모아 상단의 적재함을 꾸역꾸역 채워넣고 있었다.


비록 남부 전란으로 인해 오랜 기간에 걸쳐 복구해야 하는 과수원이나 농경지에서 나는 물자들은 채워넣지 못했지만. 남부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었던 포도주는 그나마 개인이 보관하고 있던 것이 꽤나 많은 수량이 남아있던지라 졸지에 이번 상행은 귀족들도 웃돈을 주고 사야 하는 남부산 고급 포도주들이 싸구려 맥주를 싣는 것마냥 그득그득 실리게 되었다.


사실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 아델라이데와 시트러스가 정기적인 상행을 통해 교역을 하기로 한 것은 반쯤 죽어 식물인간 상태나 진배없는 남부의 경제를 살려내기 위한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였기 때문이다.


이번 당장 사막의 오아시스에 수많은 도시 국가들이 세워지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오아시스라는 매력적인 자원이 있기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그리고 무역만큼 물자가 모이기 쉬운 것도 없으니. 섭정을 필두로 한 궁성의 높으신 분들은 남부를 거대한 무역기지로 바꾸어 다시 경제를 부흥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 간절한 노력이 닿았는지. 아니면 그냥 시간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첫번째 상행이 마침내 출발하였고. 수십대의 마차를 거느린 캐러밴은 머나먼 남쪽을 향해 떠나가기 시작했다.


*


"어..어떻습니까?"

"이게 그 포도주라는 것인가... 확실히 맛은 좋지만.. 이걸 정기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까?"

"그건.. 아무래도 어렵겠습니다. 이 포도주는 저희쪽에서 상당한 품을 들여야 만들 수 있는 것이라.."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품질이라면 매수할 가치가 있겠군요. 저희가 전부 사도록 하겠습니다."

"후우... 감사합니다."


민간이 주축이 된 시트러스와는 다르게, 아델라이데는 관이 주축이 되어 무역을 통제하려 했다. 갑자기 경제에 외국산 물품이 들어오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한창 성장중인 아델라이데의 산업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시관님. 비단은 어떻게 할까요?"

"비단? 이 비단은 어디서 온 겁니까?"

"주로 서부에서 온 겁니다. 아마 북부 것도 몇 개 섞여있을텐데.. 딱히 품질에 차이는 없습니다."

"흠... 이것도 매수하도록 하죠."


전체적인 양상은 이랬다. 일단 정부에서 나온 감시관들이 캐러밴에 담긴 물품들을 샅샅히 수색한 뒤, 현재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들이 있으면 제 값을 주고 사들인 뒤. 나머지 물품들은 민간에 풀어 자유롭게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감시는 다 끝났습니까?"

"예,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살 물품들을 적어놨으니 여기 적힌대로만 물품을 건네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살펴 가십시오."


이제 정부의 차례가 끝났으니 민간의 차례가 올 시간이었다. 시트러스에서 온 상행들은 서둘러 관에서 사기로 한 물품들을 내려놓아 지정된 장소에 내려놓았고. 캐러밴을 돌려 민간 상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민간 상인들과 접촉하자 시트러스의 상인들은 미리 아델라이데 측에서 파견한 통역관들을 앞세워 물건들을 팔기 시작했다. 속사포같이 쏟아지는 이국의 말에 시트러스 상인들의 뇌가 거의 녹아버릴 듯 했지만. 통역관들이 적절하게 통역해준 덕에 간신히 물건들을 전부 팔 수 있었다.


"후우! 통역관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군. 만약 없었다면 바디랭귀지로 진땀을 빼야 할 뻔 했어."

"그러게나 말입니다. 금이나 은으로 바꾸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일단 남부에 숨통을 틔워줄 물자들을 얻었으니 만족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금이나 은 대신 남부를 재건하는 데에 필요한 건축 자재들이나 식량, 의약품들을 그득그득 실은 캐러밴을 바라보는 상인들은 만족한 듯이 웃었다.


역시 사람들은 다른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인지. 양심에 찔리기는 하지만 북부에서 팔리는 것보다 한 두세배는 비싸게 불렀는데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니 앞으로 캐러밴의 수익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폐하, 북에서 벌인 거래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잘된 일이군. 준비해놓은 금전은 즉시 보충하도록."

"아... 그것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대금은 자재로 받아갔거든요. 의약품이나 식량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흐흠. 그렇단 말이지. 알겠네. 앞으로는 물물교환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겠군. 그나저나 우리쪽에서 보낼 상단은 어떤가?"

"아직 준비중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순조롭습니다. 마부도 징발이 끝났고. 실을 물건들도 적재를 대기중입니다."

"좋아. 재상이 그렇다면야 그런 것이겠지."


솔직히 말해서 켈러 국왕은 교역이나 무역따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무역이란 결국엔 상호간의 이득으로 종결되는 것이고. 쉽게 말하자면 윈-윈으로 끝나는 관계이다. 그리고 켈러 국왕은 상대방까지 이득을 얻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당장 지금 아델라이데의 경제가 취약하다는 점을 노린 매그놀리아의 왕태자를 본다면 켈러 국왕의 우려가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재상마저 시트러스를 필두로 한 북부 3왕국의 우위를 인정하면서도 경제에 대해서만큼은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염초밭은 어떤가?"

"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아직 노하우가 부족한 탓인지 극적으로 생산량이 폭증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전 세계에서 화약을 대규모로 운영하는 것은 우리 아델라이데가 처음이지 않나. 너무 닦달하지 말고 차근차근 진행하게. 너무 몰아세우다 화약이라도 빼돌려진다면 큰일이야."

"각골명심하겠습니다."


아델라이데는 화약병기의 대규모 운용을 위해 천일전쟁이 끝난 후 거의 집착에 가깝게 염초밭을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지구에서 조선이 화약의 수급 문제로 500년 역사 내내 골머리를 앓았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처사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나 급격하게 확장된 염초밭에서 나는 염초들과 염초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관리자들의 노하우 부족과 관리 미숙이 걸쳐 화약들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오히려 전쟁때보다 화약의 질이 낮아지는 불상사를 초래했고, 그 결과 대대적으로 관리자들을 재교육하고 염초밭의 확장을 멈추고 현재 만들어져 있는 염초밭의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교시를 내리고서야 겨우 화약의 질을 군납의 기준에 맞출 수 있었다.


"헌데, 염초들은 그렇다치고 납탄의 제조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예에, 그것들은 말 그대로 아무 문제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하지만 이제 곧 포탄의 생산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니, 재상인 그대가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하라."

"예, 폐하.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재상은 그리 대답을 한 뒤 궁성을 나와 곧바로 하늘성의 조합장을 불렀다. 무슨 일인가 하고 머리를 긁적이며(긁적일 머리는 별로 남아있지 않았지만) 조합장이 들어오자. 재상은 국왕과 함께 나눈 대화를 말해주며 조합장을 대포 양산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하였다.


"그대가 책임을 지고 이 대업을 맡아야 하겠네, 폐하께서 거는 기대가 참으로 크시니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할 것이야."

"국왕 폐하의 기대를 어찌 저버리겠습니까? 일전에 이르셨던 장인들을 차출하여 이미 대포만을 전담하는 공방을 따로 짓고 있고 다른 장인들에게도 교육하고 있으니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자 재상의 마음이 풀렸는지, 재상은 조합장에게 인장이 찍힌 문서들을 건네주고는 말했다.


"좋아, 확실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니 마음이 놓이는군. 하지만 하늘산에서만 대포가 만들어져서는 안 돼, 그러다가는 만드는 시간보다 부대에 옮기는 시간이 더 걸릴 것 아닌가."

"그렇게 말씀하심은..."


한 마디로 이제 좀 지방에도 조병창을 만들라는 지시였다. 아델라이데 대평원이 워낙 넓으니 중앙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에는 여러 무리가 따랐고,(무리가 따른다기보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결국 여러 거점들을 산업화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교육을 받은 장인들을 일정 수 차출하여 지방으로 보내 공방을 지어 대포를 생산토록 하게. 내가 폐하께 주청을 올려볼 터이니. 그대는 아무런 걱정 말고 생산량만 신경쓰면 될 일이야."


주청을 올린다고는 했지만. 군사력 강화 이외에는 딱히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금상의 성격을 감안했을 때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것을 뜻했다.


"아, 알겠습니다. 일단 교육이 끝나는대로 지방에 여건이 되는 곳을 물색해보겠습니다."


문서를 받아 읽어본 조합장이 새삼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재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래. 자네의 책임이 막중함을 잊지 말도록 하게. 이건 아델라이데를 위한 일이고, 반드시 성공적으로 끝나야 하네. 만약 폐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자네는 무사하지 못할 걸세."


반쯤 협박이나 다름없는 재상에 말에, 재상은 공포에 질리면서도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거...걱정 마십시오. 제가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래. 자네만 믿고 있겠네."


그렇게 재상은 떠나갔고, 혼자 남은 조합장은 드디어 흥건한 땀을 씻어낼 수 있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가 연중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흔한 방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1.07.08 38 0 -
공지 본 작품은 무료연재입니다. 앞으로도 유료화 계획은 없습니다. +1 21.06.25 41 0 -
공지 표지가 나왔습니다. 21.01.25 87 0 -
88 기쁜 일(3) 21.06.30 19 0 12쪽
87 기쁜 일(2) 21.06.29 15 0 12쪽
86 기쁜 일(1) 21.06.28 15 0 12쪽
85 내우외환(2) 21.06.22 14 0 12쪽
84 내우외환(1) 21.06.21 18 0 12쪽
83 아델라이데의 것(2) 21.06.08 30 0 12쪽
82 아델라이데의 것(1) 21.06.07 26 0 12쪽
81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6) 21.06.01 25 0 12쪽
80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5) 21.05.31 28 0 12쪽
79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4) 21.05.25 35 0 12쪽
78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3) 21.05.24 26 0 12쪽
77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2) 21.05.11 36 0 12쪽
»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1) 21.05.10 36 0 12쪽
75 다시 남쪽으로(1) 21.05.04 40 0 12쪽
74 금의환향(3) 21.05.03 37 0 12쪽
73 금의환향(2) 21.04.20 41 1 12쪽
72 금의환향(1) 21.04.19 95 1 12쪽
71 옛 계약(2) 21.04.13 40 1 12쪽
70 옛 계약(1) 21.04.12 73 1 12쪽
69 혈육(2) 21.04.06 88 1 12쪽
68 혈육(1) 21.04.05 50 1 12쪽
67 남에서 온 손님(1) 21.03.23 51 1 14쪽
66 북에서 온 손님(1) 21.03.22 44 1 12쪽
65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4) 21.03.16 55 1 12쪽
64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3) 21.03.15 66 1 12쪽
63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2) 21.03.09 63 2 12쪽
62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1) 21.03.08 54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