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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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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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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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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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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2)

DUMMY

마치 개선장군처럼. 시트러스의 남부에 입성한 켈러 왕의 행렬은 남부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켈러 왕이 남부에서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남부인들은 켈러가 아직 시트러스의 인물이었을 때 남부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의 수호자이신 켈러 왕께 영광을!"

"남부는 그대를 환영하옵니다 왕이시여!"


척! 척! 척! 척!


난생 처음 보는 깃발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남부인들과. 그런 남부인들의 환영을 받아 기세가 오른 채 거위걸음으로 행진하는 근위대는 모르는 이가 본다면 마치 자국의 왕을 환영하는 행태였기에. 시트러스의 근위대는 나름 위기 의식을 지니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 외로 켈러 왕의 인기가 높다.. 아직까지 분리 독립을 외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열기는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파섹은 남 몰래 식은 땀을 훔치며 미리 예정되어 있던 코스대로 남부의 대성당에 켈러 왕을 인도했다. 과거 피의 신의 악마들과 빛나는 성전을 벌였던 저항의 상징. 켈러 왕이 왕으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으로 말이다.


"이 영광과 상처가 새겨진 곳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줄은 몰랐군. 들어가봐도 괜찮겠나? 이제 나는 부외자이지 않나."

"부외자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폐하와 당신의 기사들이 없었다면 지금쯤 남부는 완전히 이단들의 손에 떨어졌을지도 모르는데 어찌 폐하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너희들은 무장을 해제하고 짐을 따라오너라. 아. 물자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고."

"예, 폐하!"


아무리 무장을 허가받았다고 해도 대성당까지 무기를 들고 들어간다면 심히 불편한 일이 생길 수 있었기에. 근위대는 머스킷과 카츠발게르. 타지들을 내려놓고 부락민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물자들을 각자 등과 팔로 받치고 왕의 뒤를 따라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라이투스 폰 켈러 겨..아니.. 이제는 폐하라 불러야겠군요?"

"오랜만입니다 대신관. 제가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이 왕국에 오게 되었는데. 마침 가는 길에 대성당이 있어 들른 것입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나저나 저도 이제는 대신관이 아니랍니다."


그렇게 말하며 늙은 사제는 추기경의 상징을 꺼내보였다. 아마도 남부 전란에서 대성당에 결계를 치고 수많은 백성들을 보호한 공을 사 진급한 것이리라.


"호오.. 추기경이 되셨습니까? 그렇다면 저도 당신을 '전하'라고 불러야 하겠군요. 참으로 경하드립니다."

"직접 마수들과 싸운 폐하의 공에 비할바가 되겠습니까? 헌데.. 저 상자들은 다 무엇입니까?"

"아아.. 별 것 아닙니다. 제 고향이 입은 상처에 바를 연고라고나 할까요? 식량, 천. 과일. 목재. 장작 등등... 여러가지 준비해 왔으니 교회에서 이 물자들을 고달픈 자들에게 나누어주었으면 합니다."


켈러 왕이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추기경은 감동을 받았다는 듯이 눈물을 흘렸다. 아, 타국의 왕이 되었음에도 고향을 잊지 않고 큰 힘을 쏟아 지원하는 참된 왕에게 신의 축복 있으라!


"폐하의 성은에 어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남부의 백성들은 다시 한 번 폐하에게 큰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감사드리옵니다 폐하. 교회도 백성들도 모두 폐하께서 내린 자비에 감읍할 것입니다."


추기경은 눈물을 흘리면서 성호를 그었다. 성직자로서의 페르소나를 제쳐놓고 자유인으로서 생각해보아도. 켈러 왕이 남부에 큰 애정을 품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였다.


"오늘은 특별 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성가대들을 부르고. 은촛대에 불을 밝힐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부디 이 미사에 참석해주십시오. 그대에게 축복이 거할 것이니.."

"'자신의 동포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사랑을 나누는 이는 주께서 영원히 거하시니라.'"


성경 구절을 읊는 켈러 왕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동을 받은 추기경은 다시 성호를 그었다.


*


"너희들은 가서 켈러 왕께서 대성당의 특별 미사에 참가하고. 오늘 밤은 이곳에서 머무실 것이라고 전하거라."

"예!"

"다들 잘 들어라! 너희들도 이 남부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민간인들에게 폐를 끼치고 않고 친근하게 대하며, 그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을 써서는 아니된다! 알겠는가?"

"""예! 알겠습니다!"""

"동시에 폐하에 대한 경호도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야! 비록 그쪽도 근위대를 대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는 우리 시트러스의 땅이다. 아국의 땅에서 타국의 군주가 해를 당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두 알고 있겠지?"

"""예!"""

"좋아! 모두 해산!"


제4대대장 파섹은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느끼며 환하게 불이 밝혀진 대성당을 바라보았다. 본디 신전이었지만 개축을 통해 대성당으로 바뀐 건물의 외벽에는 남부 전란으로 인해 사망한 인물들의 인명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그가 직접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 켈러 왕과 그가 이끄는 기사들은 이 성당의 앞에서 대흑관이라 불리는 이단들의 총수와 생사를 건 혈전을 벌였고. 그 전투로 인해 이단들이 패배해 남부가 다시 왕국의 손에 돌아왔다고 한다.


-대흑관과 악마들... 대체 저 군주는 얼마나 강한거지..?-


아마도 칠신기를 전부 장착하고 능숙하게 휘두를 수 있는 지금 켈러가 보여줄 수 있는 전투력을 알 수 있다면 파섹은 기절할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평범한(?) 귀족이었을 때도 엄청나게 강했는데 하다못해 일국의 군주인 지금이야 오죽하겠는가.


무료 배식과 미사를 들으러 오는 수많은 군중들을 바라보며. 파섹은 새삼 자신의 무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무력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성당 안을 바라보자. 성당의 안에서는 마침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중이었다. 성복을 입은 수백명의 성직자들이 서로 손을 잡고 모여


"우리의 주께 아뢰옵나이다.... 고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의를 지킨 용맹함과..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굳건함과.. 악과 맞서 선을 지켜낸 강인함을 지닌 강대한 영혼을 축복하소서. 그의 이름은 라이투스 폰 켈러이며 그는 아델라이데의 군주이옵나이다."

"""하늘이 축복하는 이는 제 몸을 가꾸지 않고 남을 돌보는 이요, 자신의 어려움을 뒤로 하고 타인의 어려움을 돕는 이요, 굶주림을 뒤로 하고 남의 밥그릇을 채워주는 사람이오니. 주께서는 우리를 구원한 이에게 영원한 축복과 천국의 열쇠를 하사하소서."""


추기경과 사제들의 기도가 끝나자. 배식장에 모여든 이들에게 본격적으로 배식이 시작되었다. 남부와 가까운 곳에서 산지식송한 식재료로 만든 것이라 그런지 그릇에 잔반이 남아있는 자가 없었고. 맛이 없다 불평하는 자도 없었다(만약 그런 불경한 자가 있다면 군중들에게 몰매를 맞았겠지만)


모여든 군중들이 배불리 밥을 먹고 해산하자. 대성당의 주위는 사방에 천막이 깔린 것을 제외하면 다시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마치 모든 근심을 내려놓은 것 같이 말이다.


*


"생각보다 남부의 민심이 켈러 왕에게 호의적인 것 같군."

"호의적이라? 그렇게 온건한 단어로 표현할 줄은 몰랐소만."

"뭐어, 호전적인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적행위'같은 단어도 있겠지만. 지금 그런 사소한 일로 남부의 민심을 뒤흔드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네."


사르탈 후작과 포이젠 후작은 켈러 왕이 남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에 토의하고 있었다. 그들도 본질적으로는 나라를 위하는(저들 딴에는) 귀족들인지라, 자국 안에서 외국의 왕이 열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말에는 불편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켈러 그 망할 것은 왕국 내에 있을 때에는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군!"

"그러나 그 자를 비난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네, 실제로 그가 가져온 물자 덕에 우리가 지불할 지원금이나 물자도 덜었지 않나."

"그것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네. 돈이야 금방 쓰면 동날테고. 식량이나 장작도 마찬가지겠지. 천이나 목재는 옷이나 집으로 만들어서 쓰면 되겠지만. 그래봤자 대단한 양은 아니오."

"하지만 그 변변치 않은 양으로도 남부의 민심은 그에게 기울었네. 이러다가는 켈러 왕을 따라 남쪽으로 떠나는 자도 나올지 모르겠어."

"그런 끔찍한 소리를!"


사르탈 후작은 상상도 하기 싫다는 듯 몸서리를 쳤다. 당장 남부에 대한 지원 문제는 남부가 자력갱생하도록(그러니까 지원을 끊으면) 해결될 문제겠지만. 아직 남부에는 수백만에 달하는 백성들이 곤경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민심을 챙겨 최소한 반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유지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수백만명의 백성들이 폭동이나 반란을 일으켜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 살림을 거덜낼 것임은 남작 나부랭이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 어떻게든 남부라는 흔들리는 이빨을 꽉 깨물어 다시 잇몸 속으로 박아놓아야만 했다.


"기분은 좋지 않지만. 어쨌든 우리가 직접적으로 남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 않소. 켈러 그 놈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능력만큼은 확실한 자요. 무력으로만 따지자면 우리 둘이 거느린 사병들을 전부 털어넣어도 씹어먹을 놈이니..."

"그러니 이번 문제를 처리하고 민간 사이의 교류가 시작되면 우리가 힘을 써야 하겠지. 저들은 분명 강하지만 나라라는 것은 강함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야. 켈러 왕이 대평원을 통일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통일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을 터. 그 틈을 타 우리 시트러스의 경제력으로 아델라이데의 민간 경제를 휘어잡는다면 상황을 우리 쪽으로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겠지."


사르탈 후작은 포이젠 후작의 고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나름대로 교육을 받은 수재들이었기에. 나라의 경제가 어찌 돌아가느냐에 따라서 왕국의 흥망도 갈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제아무리 군대가 강하다 해도 그 군대를 지탱할 민간 경제가 시트러스의 손에 들어온다면 사실상 군대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


그 잘난 혈육이라는 자도. 아델라이데의 후견이 없다면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에 불과할 것이니. 억척스럽게 이빨을 갈아온 귀족들의 정치적 공세를 버텨낼 수는 없을 것이다.


"참, 그러고보니 그 용맹한 커플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아, 라우란스 백작과... 세베루스 영애 말인가?"


세베루스는 로렐라이의 어머니인 로자의 본가쪽 성이었다. 본래 계승의 법도에 따라 로렐라이 또한 켈러의 성인 라이투스를 써야 옳으나. 이미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였고. 라이투스라는 성이 타국의 국성(國姓)(임금이 쓰는 성을 이름)이 된지라 세베루스라는 친가의 성을 아직까지도 쓰고 있던 것이다.


"그들은 분에 넘치게도 궁성에 머물고 있다고 하네. 섭정 각하께서 직접 지시하셨다나? 아무튼 이번 일이 뭔가 잘못될 것이라는 예상은 들지 않아. 그 켈러 왕이 직접 궁성으로 올 것이니 말이야."

"나도 이번은 조용히 넘길 생각일세. 외국의 왕을 자극해봐야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은 없으니까."


사르탈 후작과 포이젠 후작이 그렇게 포도주를 넘기며 왕성을 바라보고 있을 때. 마침내 남부에는 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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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다시 남쪽으로(1) 21.05.04 41 0 12쪽
74 금의환향(3) 21.05.03 38 0 12쪽
» 금의환향(2) 21.04.20 42 1 12쪽
72 금의환향(1) 21.04.19 95 1 12쪽
71 옛 계약(2) 21.04.13 40 1 12쪽
70 옛 계약(1) 21.04.12 73 1 12쪽
69 혈육(2) 21.04.06 88 1 12쪽
68 혈육(1) 21.04.05 50 1 12쪽
67 남에서 온 손님(1) 21.03.23 51 1 14쪽
66 북에서 온 손님(1) 21.03.22 44 1 12쪽
65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4) 21.03.16 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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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2) 21.03.09 6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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