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연재수 :
88 회
조회수 :
19,516
추천수 :
627
글자수 :
465,472

작성
21.06.08 06:00
조회
30
추천
0
글자
12쪽

아델라이데의 것(2)

DUMMY

"좋아, 이걸로 준비는 완벽해. 호객용 대사는 전부 외워두었겠지?"

"물론입니다. 이제 우리가 돈을 쓸어담는 것만 남았군요."

"흐흐흐.. 우리가 그동안 당했던 걸 돌려줄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 이제 남부는 어느정도 본 모습을 되찾았다, 전란 전으로 돌아가기는 아직 멀었지만, 이제 거리에 천막이 사라질 정도는 되었던 것이다. 의식주가 해결되면 사치에 관심을 두는 것은 인간의 본성. 고급스러운 아델라이데의 도자기야말로 그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발칸 공방에서 만든 술병의 수는 정확히 100개, 그것도 전부 비단으로 만든 방석 위에 조심스럽게 놓여져 있고, 상자의 윗면을 덮고 있는 유리또한 금박을 입혀 최대한 고급지게 만들었다.


거기에다 화룡정점을 찍는 것은 술병의 바닥에 찍힌 왕실의 인장, 즉 이 물건은 아델라이데의 왕실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거기에 더해 고급스러운 독피지(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에 보라색 염료로 쓰여진 품질 보증서까지. 아무리 후려쳐도 금화 100장 정도는 너끈히 받을 물건이었다.


이것으로 지금까지 겨우 흑자선을 맞출 수 있었던 대 시트러스 무역의 무게추를 끼얹는다고 생각하니, 상행에 나가는 상인들의 입에는 저절로 미소가 걸렸다.


"자! 이제 출발하자! 돈 벌러 가야지!"

"""예!"""


이제 완연하게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욕망에 지배당한 그들은, 어느덧 훌륭한 상인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


끔뻑끔뻑.


시트러스의 남부에 서식하는 상인들은 일제히 눈을 댕그랗게 떴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저 고급스러운 도자기에 시선이 꽃혔기 때문이다.


"저..저건 뭐요?"

"뭐긴 뭐겠소? 도자기요. 근데.... 조금 비싼 도자기지."


조금 비싸다는 것이 상인들의 세계에서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상인들은 도자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척 봐도 오질라게 비싸보이는 저 도자기, 저걸 비싼 값에 사더라도 더 비싼 값에 되팔면 오히려 이득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들의 뇌를 지배한 탓이다.


"정확하게 얼마요? 값을 알려주시오."

"아 거 참, 알만한 분들이 왜 이러실까? 당신들이 먼저 말해보시오. 저게 얼마나 할 것 같은지."


꼴깍!


그 말에 상인들이 침을 삼켰다. 그 말인즉슨 얼마나 정확한 값을 부르냐에 따라 손익분기점이 나뉜다는 것. 수분 간의 침묵 끝에, 한 상인이 말했다.


"금화 10장?"

"하!"


어림도 없는 소리에 아델라이데의 상인이 콧방귀를 뀌었다. '최소' 금화 100장이다. 솔직히 말해 도자기의 원자재값이나 품삯을 높게 잡아보았자 금화 10장 안팎에서 왔다리갔다리 하는 수준이지만, 브랜드의 가치란 그런 것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님을 이미 전부 알고 있지 않은가?


"거 농담이 심하시군. 최소로 잡아도 100장이오, 100장!"

"그..그건 너무 비싸지 않소! 무슨 도자기가 금화 100장씩이나 한단 말이오?"

"거 포장된거 보면 모르시나? 게다가 이 보증서 안 보여? 무려 '왕실'이 쓰는 최상급 도자기에 보증서까지 더한 다음에 도자기를 감싸고 있는 최고급 비단값과 흑단나무 상자값, 거기에다 금박유리를 합하면 얼추 견적이 나올텐데?"


수렴진화(다른 생물들이 비슷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라고, 시트러스에게 호되게 당한 아델라이데의 상인들의 입담도 어느새 걸걸한 그것으로 발전하여, 이제 역으로 입을 놀려 가격을 올리는 경지에 다다랐다.


게다가 시트러스의 상인들이 보기에도 확실히 외국의 왕이 쓰는 물건이라는 이름값과 확실히 포장의 부속품도 장난 아니게 고급졌던 탓에, '이 정도면 금화 100장 값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서. 사시겠소?"


아델라이데의 상인이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마치 자신들이 예전에 지었던 표정처럼 인위적이었지만, 도저히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 웃음이었다.


"사.. 사겠소! 금화 100장을 지금 드리리다!"

"예! 감사합니다 손님! 도자기 하나 팔았고, 이제 아흔 아홉개의 도자기가 남았습니다! 사실 분들은 서둘러 금화 100장을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잠깐만 기다리시오! 내 잠깐 은행 좀 갔다오리다!"

"나..나도..아니! 여기 금화 10장 받으시오! 일단 10장을 주고 조금 있다가 100장을 더 가져다 줄테니 다른 이에게 팔지 마시구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상인들은 수천명인데 비해 도자기는 딱 백 개.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 금화 100장이라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눈이 돌아가는 액수임과 동시에 천금을 쓰다듬는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개혜잔데?'를 외치게 만드는 절묘한 가격 선정까지. 여러모로 아델라이데의 절치부심이 제대로 먹혀들은 것이다.


"으하하! 감사합니다 손님! 여기 보증서도 잊지 마세요!"

"줄을 서세요 줄을! 줄은 여기가 끝입니다!"

"이번 물량은 동이 났으니 도자기를 사고 싶으신 분들은 2달 후를 기약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상행에서 얻은 이득은 도자기만 팔아 얻은 수익만 해도 금화 1000장 이상, 다른 판매 수량까지 합치면 금화 3000장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흑자는 물론이고 국왕의 앞에서 '저희가 이만큼이나 벌었습니다!'라고 자랑할 수 있는 수준. 그렇게 아델라이데의 상인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제때 줄을 서지 못해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는 시트러스의 상인들을 뒤로 하고 떠나갔다.


*


한편, 궁성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국왕의 마음은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도자기가 지금은 큰 수익을 낼 수 있어도, 북왕국들이 복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 뭔가 아델라이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산물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다. 애초에 아델라이데가 1년만에 이 정도 품질을 낼 수 있다면 북왕국에서도 충분히 1년안에 아델라이데의 수준을 따라잡는 것도 가능할 터, 애초에 도자기 기술부터가 북왕국들에게서 온 것이니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지구에서도 도자기 종주국인 중국을 추월해 유럽에서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 도자기의 역사였으니 국왕의 우려도 마냥 틀린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폐하, 무엇을 그리 고민하십니까?"

"재상인가, 우리가 만드는 도자기가 북부의 복제품으로 인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네."

"아하, 외람되오나 폐하, 그 건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쓰시지 않아도 될 줄 아뢰옵니다."

"음? 그대는 무언가 방책이 있는 것인가?"

"폐하, 생각해 보시옵소서, 현재 시트러스와 아국이 1개월마다 번갈아가며 교역을 하고, 각국의 물산들이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은 바로 '외국'이 생산한 물품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솔직하게 말하여 저희가 생산하는 것들은 모두 북에서도 생산이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아국의 물품들이 저들에게 귀히 여겨져 비싸게 팔리는 이유는 바로 외국이라는 외지에서 생산되었다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자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도자기를 비롯한 사치품일수록 더욱 그럴 것입니다. 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도자기의 아름다움이나 질이 아니라, 얼마나 '고급지게' 만들어졌는가, 어느 누가 만들었느냐, 어느 누가 사용했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아국이 만드는 도자기는 전부 국내의 최고급 전문가들이 공을 들여 만들어낸 것이고, 다름아닌 폐하를 비롯한 왕실이 사용하는 것이니 시트러스의 상인들이 선뜻 금화 100장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설령 북부에서 비슷한 물건들이 만들어지더라고, 그것은 저희 아델라이데가 만든 도자기들을 살 여유가 없는 중산층들이 상류층들의 사치를 누리고 싶어 싼 가격에 사들일 것이니, 수요층이 겹칠 염려도 없겠지요."


재상의 말을 들어보니, 국왕은 문득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지구에서도 국산 담배는 싸고 외국산 담배는 일제니 뭐니 하면서 비싼 값에 사서 피우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다.


이 세계라고 해서 그러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닐 터이니, 도자기의 질이 떨어지지만 않게 주의한다면 아델라이데의 도자기는 항상 수출에서 일정량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재상의 말이 참으로 옳다. 짐이 괜한 걱정을 하였구나. 참으로 그대의 같은 자들이 있어 왕국의 미래가 밝도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우와... 엄청 예쁘다.."


올해로 11살이 된 레나시아 공주는 왕실에 진상된 화려한 도자기들을 보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동안 왕족이라고 해보았자 맨날 공부만 하니까 일반인들과 무엇이 다른지 잘 알지 못했는데, 이런 사치품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쟁여놓을 수 있다는 것이 왕족의 힘이란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공주님. 도자기들을 보고 계셨습니까?"

"테이렌! 너도 이런 걸 만들 수 있어?"


그녀의 말에 테이렌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열된 도자기들을 살펴보았다, 누가 보아도 잘 만들었다고 칭찬할만한, 상등품(上等品)에 속하는 도자기들이었다.


"음? 그야... 만들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마력도 많이 들테고, 무엇보다 도공들이 만든 것보다는 훨씬 하등품(下等品)이 나올 겁니다. 저는 도자기를 만들어본 적이 없기에 겉모습만 겨우 따라할 수 있거든요."


검사는 검을 쓰지만 검에 무슨 쇠가 어떤 비율로 합금되었는지는 알지 못하고, 병사는 자신의 방패가 무슨 나무로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마법사도 다를 것은 없었다. 어떠한 사물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겨우 조악한 모조품을 일시적으로 투영해 만들어내는 것이 고작이다.


"그치만 테이렌은 대마법사잖아?"

"허허허... 공주님. 대마법사라 해도 배우지 못하고, 깨우치지 못한 것들은 셀 수 없이 많답니다. 공주님처럼 말이지요. 정 도자기가 마음에 드시면 제가 아랫것들에게 일러 도공들에게 공주님만을 위한 도자기를 바치라 명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레나시아가 눈을 빛냈다. 자신을 위해 누군가가 무언가를 바친다는 것, 왕족으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익이자 권리이자 특권 아닌가? 지금까지 그런 것을 경험하지 못했던 그녀에게 대마법사의 말은 너무나도 고마운 것이었다.


"정말? 내가 그래도 돼? 그... 폐하께 허락같은 걸 받아야 되지 않아?"

"이런 사소한 일은 딱히 허락맡지 않아도 됩니다. 공주님께서는 왕족이십니다. 왕족이란 무릇 왕국의 모든 것의 위에 있는 존재, 그렇기에 왕족이라는 고귀한 이름을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공주님께서는 그 점을 유의해주시길."


사실, 레나시아는 자신이 얼마나 큰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지 잘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그녀가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표현을 하기에도 쉽지 않을 뿐더러, 아무래도 자기의 왕국이 아닌 남의 왕국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녀가 가진 혈통의 권위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시트러스의 국왕과 공작의 아이였고, 그 말은 곧 한미한 촌부들 따위는 감히 거들떠도 볼 수 없을만큼 높은 존재란 뜻이었다.


물론, 아직 그녀는 여왕이 아니었기에 뭔가를 하려 한다면 켈러의 허가를 받아야 하겠지만, 도공을 불러 작품을 진상케 하는 것 '따위'는 허가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었던 것이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가 연중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흔한 방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1.07.08 38 0 -
공지 본 작품은 무료연재입니다. 앞으로도 유료화 계획은 없습니다. +1 21.06.25 41 0 -
공지 표지가 나왔습니다. 21.01.25 88 0 -
88 기쁜 일(3) 21.06.30 19 0 12쪽
87 기쁜 일(2) 21.06.29 15 0 12쪽
86 기쁜 일(1) 21.06.28 15 0 12쪽
85 내우외환(2) 21.06.22 14 0 12쪽
84 내우외환(1) 21.06.21 18 0 12쪽
» 아델라이데의 것(2) 21.06.08 31 0 12쪽
82 아델라이데의 것(1) 21.06.07 26 0 12쪽
81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6) 21.06.01 26 0 12쪽
80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5) 21.05.31 28 0 12쪽
79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4) 21.05.25 35 0 12쪽
78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3) 21.05.24 27 0 12쪽
77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2) 21.05.11 36 0 12쪽
76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1) 21.05.10 36 0 12쪽
75 다시 남쪽으로(1) 21.05.04 41 0 12쪽
74 금의환향(3) 21.05.03 38 0 12쪽
73 금의환향(2) 21.04.20 42 1 12쪽
72 금의환향(1) 21.04.19 95 1 12쪽
71 옛 계약(2) 21.04.13 41 1 12쪽
70 옛 계약(1) 21.04.12 74 1 12쪽
69 혈육(2) 21.04.06 88 1 12쪽
68 혈육(1) 21.04.05 50 1 12쪽
67 남에서 온 손님(1) 21.03.23 52 1 14쪽
66 북에서 온 손님(1) 21.03.22 44 1 12쪽
65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4) 21.03.16 55 1 12쪽
64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3) 21.03.15 67 1 12쪽
63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2) 21.03.09 63 2 12쪽
62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1) 21.03.08 54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