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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지옥불 난이도의 이세계 생존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20.07.30 01:13
최근연재일 :
2021.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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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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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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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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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일(1)

DUMMY

"후우... 돌겠군.."


시트러스의 섭정 엘베레스 공작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피로를 달랬다. 도대체 어떻게 일이 진행되면 아델라이데와 매그놀리아와 전쟁 상태에 돌입한단 말인가.


"아델라이데의 입장은 아직도 변함이 없는가?"

"예, 섭정 각하."

"매그놀리아 쪽도?"

"예. 조금은 당황한 눈치였습니다만. 아예 이 참에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할 생각인지 오히려 좋다더군요."

"그렇단 말이지."


상황은 최악이었다. 아델라이데 쪽은 현재 내전이 종식된후 군사력의 절정기를 달리고 있었고, 매그놀리아는 불안한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왕태자에게 군권을 맡긴 상황. 미적지근하게 끝나지는 않을 전쟁이다.


게다가 아델라이데가 매그놀리아에 보낸 패기 넘치는 선전포고문에 매그놀리아의 3000만 국민은 격분, 아예 저 건방진 야만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면서 애국 채권이 성황리에 팔리고, 거상들도 국내 분위기에 휩쓸려 군대에 거금의 기부를 하는 등 완전한 전시 태세에 들어섰다.


그리고 현재 확인된 바로는 아델라이데 측도 군대를 매그놀리아 쪽으로 동원, 숫자만으로도 4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이었다.


"매그놀리아 쪽에서 터널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되면 일이 복잡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니, 그쪽으로서도 더 이상 일을 벌이는 것은 피하려는 모양입니다."


터널은 아델라이데와 시트러스의 국토 내에 있다. 매그놀리아의 군대가 터널을 통과하려면 필시 무언가 대가를 주어야 할 터, 현재 전시 상태를 활성화한 것만으로도 한계에 이른 매그놀리아의 정부로서는 까다로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델라이데를 공격할 방법은 세유라벤 산맥을 넘는 것밖에는 없는데, 그렇게 된다면 방어 측인 아델라이데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은 당연지사, 어줍잖은 병력으로 들이밀었다간 전멸을 피할 수 없으니 최대한 많은 병력을 일시에 기동시킬 것이다.


"하아.. 대관절 전쟁이라니..."


섭정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한 편을 들기가 참으로 애매했다. 시작은 분명 아델라이데가 무례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매그놀리아와의 국교를 거절한 것이고, 그에 따라 최소한의 사과와 성의 표시를 원하는 매그놀리아 측의 요구마저 거절한 아델라이데가 전쟁의 도화선을 놓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매그놀리아 또한 자신들과 교류하기 싫다는 작자들에게 억지로 끼어들어 왜 저 놈은 되고 나는 안 되냐면서 외교적 행패를 부린 전적이 있기에 면죄부를 받기는 어렵다.


게다가 국민적 감정에서도 양국은 물러날 수 없다. 아델라이데는 자신들을 야만인들이 세운 신생국이라며 무시하는 매그놀리아의 콧대를 꺾기를 원하고, 매그놀리아는 자신들이 잘하는 것은 애 낳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다른 나라들에게 과시하기를 원했다.


게다가 매그놀리아의 왕위 계승 문제까지 합한다면 사실상 언젠가 일어날 북과 남의 전쟁이 시트러스에서 일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지경.


"우선 우리 시트러스는 이 전쟁에서 중립을 표한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터널은 봉쇄, 무역또한 중지하도록 하겠다. 아델라이데 쪽에서도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겠지."

"그리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각하."

"그리고 우리 병력도 터널 쪽과 매그놀리아쪽의 국경으로 재배치하도록.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골치가 아팠다. 전쟁은 애들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장난이 아니기에 전쟁은 일어나는 법. 과연 이 전쟁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엘베레스 공작은 고민과 생각을 거듭했다.


*


군사력은 경제에 비례한다는 속설이 있다. 아델라이데의 장수 열이 물장수 하나를 못 이긴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격언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기 마련, 매그놀리아는 자신들이 싸울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조차 하짐 못하고 있었다.


인구 대국이라는 타이틀과 경제 대국이라는 두 타이틀을 거머쥔 채 100년이 넘게 희희낙락하던 매그놀리아는 제아무리 아델라이데가 날고 긴다고 한들 소모전으로 나간다면 필승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일반적인 경우에는 그게 사실이었다.


700만 대 3000만. 이미 자릿수부터가 월등히 차이가 나는 불리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다른 동맹국도 없고, 갓 내전을 끝내 어수선한 국가의 수도로 쳐들어가는 것에 대해 매그놀리아의 군부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산맥을 넘을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왕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크흠! 우선 세유라벤 산맥을 거닐던 산악병단을 위주로 경무장을 한 단병들과 공병대를 보내 적진에 전초기지를 설치할 것입니다."

"전초기지가 지어지고 나면 더 많은 병력을 불러올 수 있겠고, 기병들도 데려올 수 있겠군. 아델라이데군은 지금 어떻게 행동하고 있지?"

"세유라벤 산맥이 워낙 험해서 알아보기가 힘듭니다만,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확인된 것만 해도 적어도 2만, 많으면 5만명 정도의 적군이 산맥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2만에서 5만인가. 확실히 만만치 않은 수군."


왕태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아델라이데의 동원력에 기함을 하고야 말았다. 2만명 정도라고 해도 산악병들과 경보병들이 뚫기에는 어렵고, 5만명 정도라면 어렵다는 것을 넘어 역으로 포위되어 전멸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게다가 보고에 따르면 행군 대열이 흐트러지지 않고 기세가 흉흉하다고 하니, 상당한 정예 병력으로 보입니다."

"그렇겠지. 몇 년 전에 내전이 끝났으니 아직도 창칼이 날카로울 터. 우리 군의 상태는 어떤가?"

"사기야 왕성하지만, 군기는 흐트러져 있습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훈련 상태도 좋지 못합니다."

"흐음..."


왕태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래도 단기접전으로 아델라이데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상대는 정예 병력을 수만명이나 동원했고, 이쪽은 산맥을 넘어야 한다는 페널티와 오합지졸의 대병력을 지휘해야 하니, 일단 산맥을 넘는 것이 최대 고비일 듯 했다.


"산악병단의 지휘관은 누구인가?"

"셰리츠 드 팔랭스 백작입니다."

"그를 불러오게,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


한편, 산맥 넘어 아델라이데군은 군영을 설치한 후 병사들의 식사를 추진하고 있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도로망 구축 사업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작전 지역에 도착했고, 보급품들도 딱딱 시간에 맞춰 배달되어 군영을 설치하는 데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다.


현재 이곳에 모인 군사는 총 4만명 정도였고. 영주군까지 합친다면 5만명이 넘는 대규모 군대였다.


"적들의 동태는 어떠한가?"

"가끔씩 산맥에서 내려와 정찰을 하고 있습니다. 척후병들을 풀어 잡으려 했지만, 산악전에서는 저들이 한 수 위인지라, 척후병만 여럿 잃고 말았습니다."

"쯧. 아까운 자들을 잃었군. 아무튼 수고했네, 군대는 집결시켰나?"

"예! 주변 영주들의 군대들은 이미 소집이 완료되었습니다. 현 시간부로 군단장 각하께 지휘권을 이양합니다."

"고맙게 받도록 하겠네. 군대의 수는?"

"총 1만 4천명 정도입니다. 개중에서 화포로 무장한 병력들은 약 2천명 정도입니다."

"잘 알겠네."


매그놀리아 부분의 산맥과 딱 달라붙어 있는 아델라이데의 국토 부분에는 3개의 남작령이 있었다. 선전포고와 함께 남작들은 자신들의 영지에 있는 군대를 모아 총 1만 4천명의 군대를 결성했고, 뒤이어 온 중앙군에게 자신들의 지휘권을 양도했다


북왕국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을만큼 지휘권이 일원화될 수 있던 원인은. 바로 국왕이 가진 막강한 권력과 권위였다. 아델라이데를 통일한 국왕의 명에 의해 영주로 임명된 자들이 어떻게 국왕의 칙명에 거스를 수 있겠는가.


순조롭게 지휘권을 이양받은 군단장은 영지군들을 잘게 잘게 찢어 정규군에 임시로 배속시켰고, 화포를 든 부대들은 따로 포병과 총병으로 나누어 포구를 만드는 작업에 투입시켰다.


"화약은 얼마나 있지?"

"한 번의 전투당 개인당 15발을. 포당 20발을 쏜다고 생각하면... 전투 3번까지는 견딜 수 있습니다."

"좋아. 화약고는 엄중하게 지켜져야만 하네. 만약 암구호를 외우지 못하는 자가 접근할 경우 반드시 사살하도록.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현재 이곳에 군영을 차린 군단은 일명 '아바레스트' 군단으로. 근접전보다는 원거리 화력전으로 전투를 이끌어나가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을 가진 군단이었다.


휘하에 배속되어 있는 사단은 총 3개였는데. 제14 보병사단은 총원이 2만명으로 군단의 주축을 이루는 사단이었고, 제7 포병사단은 약 7000명 수준으로 수는 가장 적지만 화력의 주축을 맡았고, 나머지 한 개 사단은 제43 지원사단으로, 의료,보급, 정비들을 전담하는 총원 3000명 정도의 소규모 사단이었다.


이외에도 지휘본부와 본부 직할연대까지 포함하여 4만명 정도의 인원을 이룬 아바레스트 군단은. 경애하는 국왕 폐하와 위대한 아델라이데 왕국을 위하여 분골쇄신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


한 나라의 궁성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행정의 중심이기도 하거니와, 나라의 중심인 국왕이 기거하는 곳이니만큼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전쟁에 돌입한 지금에서는 국왕을 호위하는 인력까지 합쳐져 더욱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 보통이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호위 인력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옥좌에 앉아 업무를 보아야 할 국왕이 침실에서 아내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그 둘뿐인가. 재상과 성주들. 도시 위원장들 또한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침실에 모여, 누가 본다면 왕후를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무엇인가를 바라는 눈길로 의원과 왕후를 하염없이 번갈아보고 있었다.


의원의 진단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이내 조급함을 참지 못한 국왕이 의원에게 물었다.


"어떠한가?"

"으음..."


왕후의 오른손은 늙은 의원의 손에 얹혀져 있어, 혈맥을 진단당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긴장한 듯 잔뜩 상기된 왕후의 얼굴. 한참동안이나 혈맥을 진단한 의원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경하드리옵나이다 폐하! 왕후께서 회임하셨습니다!"

"아..!"

"폐하! 경하드리옵니다!"

"실로 왕국의 홍복이옵나이다!"


임신. 후계자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보증되자 국왕의 대신들은 일제히 안도감을 터트렸다. 사실 개국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이가 들어서지 않아 아랫것들의 사이에서는 불경하기 그지없게 후궁을 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일. 적어도 오늘만큼은 전 국민이 국왕이 느끼는 안도감을 함께 느껴야 할 것이다.


"정말로, 정말로 확실한가?"


카나. 이제는 왕후가 된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금 물었다. 그런 그녀의 물음에, 어의는 환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확실하옵니다. 아마도 아기씨께서 들어선지는 한 달에서 두 달... 앞으로는 저희 어의들이 직접 먹으면 안 되는 음식과 먹어야 하는 음식들을 알려드릴 터이니 부디 왕후 폐하께서는 무리하지 마소서."

"알겠다. 이만 물러가도록 하라."


의원이 예를 갖추고 물러가자. 재상을 제외한 나머지 대신들은 눈치껏 침실을 나가주었다. 국왕과 왕후의 방에 오래 있는 것도 신하로서의 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재상."

"예, 폐하. 하명하소서."

"그대는 아델라이데의 온 백성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리거라. 또한 전국에 사면령을 내리고, 이번 년의 세금을 모두 면제하겠다!"

"폐하의 성은에 백성들이 갑읍할 것이옵니다. 허나, 세금을 면제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것이 아닐지요? 아국은 현재 전쟁 중이옵니다."

"상관없다! 이번 년의 지출은 모두 짐의 내탕금에서 부담토록 하겠으니! 이 기쁨을 백성들에게 희석시켜 전달할 수는 없지 않느냐!"


국왕은 보기 드물게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순수하게,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지을 수 있는 웃음을 본 재상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인 다음 침실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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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4) 21.05.25 35 0 12쪽
78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3) 21.05.24 27 0 12쪽
77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2) 21.05.11 36 0 12쪽
76 나약함에서 강대함으로(1) 21.05.10 36 0 12쪽
75 다시 남쪽으로(1) 21.05.04 41 0 12쪽
74 금의환향(3) 21.05.03 38 0 12쪽
73 금의환향(2) 21.04.20 42 1 12쪽
72 금의환향(1) 21.04.19 95 1 12쪽
71 옛 계약(2) 21.04.13 41 1 12쪽
70 옛 계약(1) 21.04.12 74 1 12쪽
69 혈육(2) 21.04.06 89 1 12쪽
68 혈육(1) 21.04.05 50 1 12쪽
67 남에서 온 손님(1) 21.03.23 52 1 14쪽
66 북에서 온 손님(1) 21.03.22 44 1 12쪽
65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4) 21.03.16 55 1 12쪽
64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3) 21.03.15 67 1 12쪽
63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2) 21.03.09 63 2 12쪽
62 하나의 깃발 아래에서(1) 21.03.08 5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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