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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흙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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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yurk
작품등록일 :
2017.02.20 21:26
최근연재일 :
2017.06.18 22:1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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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23
추천수 :
153
글자수 :
179,188

작성
17.06.1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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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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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67

.




DUMMY

하지만 아무리 자신을 변호해본들 이미 각본이 짜인 것처럼 재판은 호영에게 유리한 정황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그를 비난했고 없는 죄까지 만들어서 덮어씌우는 거 같았다. 호영은 이내 모든 희망을 포기했다. 현 상황에서 희망이란 것을 품어 봐야 호영 자신만 괴로워질 뿐이었다. 재판이 여러 차례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4번째 재판이 진행될 무렵,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하나 들려왔다. 포대장이 호영에 대한 불처벌 의사를 법정에 전해왔던 것이다. 아마도 호영이 추측했던 대로 부정축재된 재산이라서 호영의 처벌을 강행하기 부담스러워서 그랬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호영에게는 환영할 소식이었다. 포대장이 투자한 돈은 5억이었고 이 금액에 대해서 정상참작을 받게 되면 호영의 형량을 줄이는 데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재판은 해를 넘겨서 진행되었고 1월 중순에 1심 결과가 나왔다. 호영은 사기,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가담, 근무이탈, 군사제한구역 무단 침입 혐의가 모두 유죄로 판결되어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되었다. 호영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35살이나 되어야 세상 구경을 할 수 있게 된다. 호영은 애써 태연한 척 마음을 다스려 보려 했지만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렸다. 호영은 헌병들에 의해 다시 구치소로 호송되면서 방청석을 잠깐 둘러보았다. 호영의 어머니와 형 희영이 보였다. 어머니가 서럽게 우는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아무리 사이가 별로였다고는 하지만 이 모습을 본 호영은 가슴이 무너졌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그 와중에 조금 더 방청석을 둘러보니 시현의 모습도 눈에 보였다. 호영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하필 자신이 사회로부터 공식적인 쓰레기 취급받는 순간을 시현에게 보여줘 버렸다. 판결일에 방청을 온 가족들과 시현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이대로 감옥 안에서 10년씩이나 썩기에는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되든지 간에 항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바로 항소를 신청하였다.


다행히 항소 결과는 군사제한구역 무단 침입,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가담 부분에서 감형을 받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대법원에까지 상고를 신청했지만 기각이 되고 형은 확정되었다. 호영은 군 교도소에서 일반 교도소로 이감되어 일반인 재소자들과 같이 생활하기 시작했다.


호영은 교도소 내에서 유명인사였다. 24살의 나이에 100억대 사기에 가담한 나름 전설적인 인물로 통했다. 일반 교도소 이감 초반에는 어린놈 주제에 수십 명의 피해자를 낸 사기범이란 소리를 들으며 조롱과 가끔씩 구타도 당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사기 수법에 호기심을 보이며 그의 수법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또래에 비해서 잡지식이 많았던 호영은 '박사'라는 별명을 갖고 여러 사람들에게 지식적인 도움을 주기 시작하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또한 그의 특유의 친화력 때문에 금방 방장과 친해졌고 이감 한 달 뒤부터는 호영에 대한 구타와 조롱이 전면 금지되었다.


2008년 5월의 어느 날, 호영은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시간에 운동장으로 나와 기분전환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난데없이 호영에게 어깨동무를 하였다.


"오랜만이다. 투자 귀재씨."


호영은 고개를 돌려서 그의 얼굴을 보았다. 바로 강문수였다.


"씨발, 우리 몇 년 만이냐? 그때 김지혜 관련해서 거시기했어도 이렇게 보니 반갑네."

"그래 반갑다. 그때 일은 오해해서 정말 미안하다."

"됐다. 그게 몇 년 전 일인데.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근데 난 니가 이런 쪽으로 안 빠지고 나름 성실하게 살 줄 알았더니 어쩌다가 이 골이 됐냐?"

"개는 개고, 소는 소고, 벌레는 벌레고, 양아치는 양아치더라. 소가 노력한다고 개가 되지는 않더라. 그냥 이게 내 운명이다. 씨발, 그나저나 너는 왜 여기 있냐? 무면허 뺑소니로 살다 나왔단 소식 들었는데."

"씨발, 그거 시현이한테 들었구먼. 다행히 소년범으로 들어가서 2년 반 살다 나와서 냄비 장사 시작했지. 근데 이게 빽 없이 힘들더라. 계속 털리고 벌금 내고 구속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거 반복하다가 이번에는 실형 판결 때려 버리더라. 돈 욕심 때문에 조직에 안 들어가고 나 혼자서 이 짓 했는데 돈 벌라고 하면 단속에 걸리고 그렇더라. 씨발, 그래서 모아둔 돈도 없어. 하하하."

"씨발, 우리 둘 다 운명이 좆같아. 그지?"

"그런데 이런 말 하면 화나려나? 너 소문 들었는데 하필 시현이하고 동거하고 애까지 낳았냐?"

"씨발, 시현이가 너무 외로워 보였고 그리고 아직까지 시현이 모습에서 지혜가 보였던 거 같더라. 아마 시현이가 지혜하고 안 닮았으면 적당히 만나다가 헤어졌을 거야. 애도 가지지 않았겠지. 네가 봐도 나 병신이지? 하하하."

"다 운명인 갑다 새끼야. 하하하."


문수와 호영은 이렇게 다시 화해하고 길고 지루한 감옥살이의 동반자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무혁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그동안 자신이 중국에서 민수로부터 속고 배신당했던 정황들이 낱낱이 적혀 있어고 그의 호영에 대한 미안하고 괴로운 마음들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차라리 혼자만 이 사건에 가담하여 감옥에 왔었어야 하는데 호영을 꼬드겨 같이 가담하게 한 것에 대한 뼈아픈 후회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형, 미안해하지 마. 그냥 다 내 운명이야."


호영은 조용히 혼잣말을 하며 편지지에 눈물을 떨구었다.


시간이 흘러흘러 어느덧 12월이 되었다. 교도소의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하지만 재소자들에게 형벌을 주는 기관이다 보니 일반 사회처럼 빵빵한 난방시설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어떻게든 이 추위를 잘 버텨나가는 방법 외에는 대안은 없었다.


이 추운 어느 날 뜻밖의 면회객이 호영을 찾아왔다. 바로 시현이었다. 호영은 시현이 평생 그를 찾지 않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방문에 매우 당황스러웠다. 재소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가 매우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소식이 항상 궁금했고 언젠가는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어린 사내아이와 함께였다.


"추운데 감옥살이는 할만해?"

"뭐 할만하겠냐? 그냥 적응하면서 하는 거지.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 그리고 쟤가 수호야?"

"핏줄이 무섭긴 무섭네. 단번에 그렇게 알아맞히는구나. 수호야 아빠한테 인사해."

"안녕하세요."


어린 수호는 천진난만하게 인사를 했다.


"난생 처음 부자 상봉이네. 아들 처음 본 소감이 어떠냐?"

"장군감이네. 하하. 그냥 나처럼만 안 살면 좋겠다."

"나처럼 도 안 살았으면 좋겠어. 두고 봐. 내가 우리 수호는 정말 제대로 된 사람으로 키울 거야."

"그래. 꼭 그렇게 해라. 그런데 너 요즘 어떻게 지내냐?"

"실은 나 재혼했어. 정확히 말하면 어느 늙은 놈 첩으로 들어간 거지만. 어느 늙은 중국 갑부 첩실로 살고 있어. 덕분에 내가 꿈꾸던 10억도 벌써 모았다. 아니, 그것보다 훨씬 많이 모았지."

"결국 니 꿈 이뤘네. 축하한다. 그럼 수호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 영감쟁이 호적에 올라가는 거야?"

"그건 아니야. 걱정 마. 수호가 오빠 아들인데 내가 어떻게 함부로 해? 그리고 수호 그 영감쟁이 호적에 올린다는 말은 영감쟁이 죽었을 때 유산 뺏어오겠다는 말인데 그렇게까지 구차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

"그래. 너하고 수호 행복하면 됐지 뭐. 어쨌든 잘 사는 모습 보니 보기 좋다."

"그리고 아직 멀었지만 오빠 출소할 때 쓰라고 희영 오빠한테 2억 원 맡겨놨어. 그거 요긴하게 잘 써."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옛 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받아. 어차피 그만큼 줄 능력 있으니깐 주는 거고. 대신 그 돈으로 주식은 절대 하지 마라. 희영 오빠한테 감시 단단히 하라고 일러뒀으니. 몸 건강하게 잘 관리하고 열심히 살아.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니까."


면회를 마치고 나온 호영은 한숨을 쉬며 혼자 중얼거렸다.


"개는 개고, 소는 소고, 벌레는 벌레고, 양아치는 양아치 맞나 보네. 결국 자기 몸 굴려서 자기 목표 이뤘네. 그나저나 내가 지혜랑 결혼했어도 내 아들이 저런 외모로 태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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