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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흙탕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드라마

완결

Hyurk
작품등록일 :
2017.02.20 21:26
최근연재일 :
2017.06.18 22:1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1,789
추천수 :
153
글자수 :
179,188

작성
17.04.15 13:48
조회
413
추천
3
글자
6쪽

036

.




DUMMY

"돈이란 게 참 무서워. 이게 없어서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다니. 하긴 외국만 하더라도 그런 사람들 모여사는 나라들이 한둘이겠냐. 그리고 돈이 벌리는 타이밍 못 맞춰도 사람의 운명이 이렇게 갈릴 수도 있구나."


고시원에 돌아온 호영은 맥주를 마시며 혼잣말을 하였다. 인부의 아내가 죽은 일은 호영에게 꽤나 큰 충격이었다. 그저 인생이 덧없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와 닿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하늘나라로 떠난 지혜가 문득 떠올랐다.


'지혜야.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니?'


지혜 생각에 그만 눈물이 눈물이 흘렀다. 울음을 참으려고 하는데도 계속 눈물이 흘렀다.


'나 이제 성공할 방법을 찾아냈어. 이제는 떳떳하게 니 앞에 당당하게 설 수가 있는데 넌 왜 하늘로 가버렸니.'


주식투자 성공으로 한창 기쁘고 들떠야 할 시점에 굉장한 우울감과 슬픔이 몰려왔다. 마치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처럼 말이다. 이 기쁨이 조금만 더 일찍 왔어도 기분이 이렇게 우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음날 호영은 뭔가 결심했다는 듯이 인터넷 구직구인 사이트를 찾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자의 길로 들어설 참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실력에 확신이 서지 않았던 터라 최소 생계비는 벌면서 주식에 대해서 연구를 해 볼 참이었다. 장이 열리는 9시부터 3시까지는 주식을 연구하거나 투자를 하고 그 이후 시간부터 밤까지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참이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일당이 많은 건설현장 막노동 일로 적은 돈을 보충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계획대로만 잘 굴러가면 부자 되는 건 순식간이겠어."


호영은 다시금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벌써 부자라도 된 양 기분이 들떠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2002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었다. 호영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자신의 계획을 잘 따라서 착실하게 살았다. 그리고 그 결실은 이루어졌다. 3200만 원이란 돈을 7500만 원까지 불린 것이다. 주가가 하락하고 요동쳐도 자신이 정한 법칙에 따라서 인내하고 속타는 감정을 잘 다스리며 성실히 주식투자를 이어나간 결과였다. 어쩌면 아직 주식을 완전히 모르는 호영에게 또 한 번의 행운이 따라준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하루에도 수십 번 주가가 변동하고 하락하고는 언제 다시 오를지 정확한 예측이 힘든 주식 판에서 400만 원이란 돈을 반년도 안 되는 시간에 이 정도로불릴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행운이란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수중에 돈이 생기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먼저 자신의 친형의 안부가 궁금했다. 호영을 위해 없는 여유와 돈을 쪼개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겠다던 형이었다. 그런 형에게 모진 말과 행동을 하고 아무도 찾지 못하게 숨어버렸다. 형에게 너무너무 미안했다. 이제 형을 찾아서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적어도 호영이 생각하기에는 자신의 모습이 남들에게 자신 있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바로 형의 자취방이 있는 신림동으로 향했다. 아마 일요일 아침이니 아침에도 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형의 자취방에 다다르자마자 바로 그의 형과 마주쳤다.


"인마! 살아있었냐? 자식이 살아 있으면 살아 있다고 연락이라도 하든가. 이기적인 새끼야. 넌 모든 게니 멋대로냐?"


"형. 미안해."


호영은 형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형이 짜증을 내면 아무리 호영이 잘못을 한 일이라도 바득바득 대들고 따졌을 것인데 오늘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그저 형에 대한 미안한 마음만 몰려왔다.


"새끼, 너 찾는다고 전국이잡듯이 뒤지고 경찰에 실종신고하고 별 짓을 다 했는데. 너 그렇게 나가고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냐? 그나저나 브랜드 정장 입고 살찐 거 보니 잘 먹고 잘 지냈나 보네. 거지꼴은 아니라서 다행이네. 그동안 뭐하고 지냈냐?"


생각보다 빨리 화가 누그러지는 형의 모습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동안 전국 떠돌면서 막노동하다가 최근에 괜찮은 거 하나 하고 있어."


"그게 뭔데?"


"전업 주식 투자자."


누그러졌던 표정은 다시 경직되었다.


"그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는 알고 있냐? 요즘 방송에서 주식으로 대박이니 미래가 어쩌고 하니 너도 거기 현혹됐구먼."


"형. 내가 어설퍼 보여도 400만 원으로 시작해서 반년도 안 돼서 7500만 원까지 만들었어. 내가 무슨 요행만으로 이거 하는 줄 알아?"


"무슨 니가 피터 린치보다 많이 번다고? 물론 요행으로 지금 성과가 나올 수는 있겠지. 그런데 그게 계속 유지가 되란 법이 있냐? 그리고 기업 재무제표는 볼 줄 알고? 그거 볼 줄 모르면 너 나중에 돈 다 잃어."


"어이구. 그런 식이니 먹물들이 주식시장에서 죽을 쑤는 거야. 주식을 복잡하게 생각하니 될 리가 있나. 그나저나 거의 2년 만에 만났는데 말싸움이나 하려고? 나 형하고 싸우러 온 거 아니야. 물론 그때 잠적한 거는 잘한 일이 아니지만 이제 나도 앞가림하고 살 줄 알고 앞으로 속 안 썩이고 살겠다는 뜻에서 형 찾아온 거야. 그런 식으로 철부지 취급 좀 하지 마라. 그런데 동생이라도 손님인데 계속 밖에 세워둘 거야?"


"그래, 일단 들어가자."


근 2년 만에 만난 형제는 이렇게 다툼으로 다시 관계를 회복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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