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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같이 신촌에 놀러가자."
시현이 다짜고짜 찾아와서 호영을 졸랐다.
"야, 오빠 공부하잖아."
"장난쳐? 공부는 얼어 죽을. 공부하기 싫어서 가출한 거 아니었어? 그런데 무슨 검정고시야?"
"인마! 공부 안하면? 오빠 평생 주유소에서 총이나 쏘면서 평생 살까?"
"공부 하는건 좋은데 왜 하필 지금이냔 말이지. 무혁이 오빠가 말한 거 못 들었어? 고등학교 졸업 안하면 공익으로 군대 간다며? 오빠 바보냐? 왜 사서 군대를 가려고 한데?"
"오빠 직업군인 하려고 한다, 왜."
"그냥 오늘 하루 쉬어. 응? 요즘 오빠 이상해. 교회 간다고 그러고, 공부한다고 그러고."
"교회는 어릴 때부터 원래 다녔거든? 그래 가자. 너 땜에 공부도 안 되고 서울바닥 온 지 반년이나 됐는데 신촌바닥 제대로 구경도 못해보고. 가자가자."
"그래, 오빠 이참에 서울 구경 좀 하자. 서울 생활 선배인 이 몸께서 서울 가이드를 해 드리지."
시현은 호영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까분다, 진짜."
"에이, 속으론 좋으면서."
시현은 호영을 놀리면서 유쾌하게 웃었다.
1월 어느 날의 신촌 거리는 춥지만 쾌활하였다. 노량진과 같이 무표정한 고시생들로 가득 찬 우중충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신촌은 그야말로 살아 있었다. 대학생들로 북적이는 거리에서 호영이 그동안 서울에서 느끼지 못한 활기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게 진짜 서울인가 보네.’
호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빠, 무슨 촌놈 같아. 왜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냐?"
시현은 웃으면서 호영을 놀렸다.
"시끄러. 아니거든? 그냥 지리 익히려고 보는 것뿐이야."
호영은 민망한 감정을 숨긴 채 시현에게 쏘아붙였다 .
호영과 시현은 한참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신촌 일대를 즐기고 있었다.
"오빠, 저기 액세서리 보고가자."
"그래. 오빠가 예쁜 거 있나 골라봐 줄게."
"액세서리 볼 줄은 알고?"
"장난하냐? 너보다는 더 센스 있을 거다."
"그럼 어디한번 기대해 볼까? 하하."
호영과 시현은 액세서리 좌판에서 액세서리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서 익숙한 목소리가 둘려왔다.
"너 호영이 아니니?"
호영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뒤를 돌아보니 그의 형 희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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