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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흙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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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yurk
작품등록일 :
2017.02.20 21:26
최근연재일 :
2017.06.18 22:1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1,818
추천수 :
153
글자수 :
179,188

작성
17.03.10 22:45
조회
402
추천
1
글자
6쪽

022

.




DUMMY

‘교회 고등부에서 알려 드립니다. 슬픔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충격적인 소식입니다. 우리의 자매 김지혜 양이 피살된 채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오늘 교회에서 특별 추도예배를 가질 예정이니 고등부 회원들께서는 바쁘시더라도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주 황당한 단체 문자가 호영에게 전달되었다. 호영은 그 순간 고등부 회장이 장난친 거라고 생각했다.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호영과 같은 생각으로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는지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아니, 지금 장난칠 내용이 따로 있지. 만우절도 아니고 이런 허무맹랑한 장난질은 뭐야?”


호영은 허공을 향해 크게 소리 한번 지르고 단숨에 교회로 달려갔다. 교회에서는 침통한 표정으로 담임목사님께서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목사님.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랍니까?”


목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건강하게 살아있던 애가 살해라니요?”


“나도 내용은 잘 모르겠구나. 내가 들은 거라곤 살해된 채로 관악산에 버려져 있었다는 것 밖에는 모르겠구나.”


호영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동안 부정했던 모든 내용이 사실이었다. 호영은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슬픈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동안 지혜를 보면서 억눌려 왔던 사랑의 감정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차마 지혜와 함께 하기엔 너무나도 못났다고 생각된 자기 자신 때문에 마음 표현도 못하고 언저리만 돌던 호영이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떳떳한 모습으로 지혜 앞에 설 수 있었는데......”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지혜였는데 도대체 누가 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무참히 짓밟아 버렸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질 않았다. 호영의 감정이 점점 격해지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긴 호영이 누구보다 신성하게 생각하고 있는 교회였다. 함부로 자신의 감정을 발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만약 지혜가 옆에 있었더라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멍청하게 앉아 있었다. 오늘따라 시간은 빛과 같은 속도로 흘러갔다. 그동안 호영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목사님과 다른 교회 간부들이 식사를 권하였지만 호영은 한사코 거절하였다. 그렇게 저녁 추모예배 시간이 다가왔다.


교회에서 지혜의 인기는 상당했다.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도 엄청났기 때문에 교회에서 지혜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한 명 한 명 자리를 채워 가는데 전부 호영만큼이나 침통한 표정들이었다. 그만큼 지혜의 죽음은 교회 사람들에게는 충격이었다. 고등부 회원들은 전원 참석하였고 다른 성도들도 일반 일요일 예배나 다름없을 정도로 대부분 참석을 하였다.


예배를 주관하시는 목사님, 추도사를 낭독하는 고등부 회장, 이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추도사를 낭독하다가 말을 잊지 못하고 울부짖던 회장의 슬픈 목소리에 순식간에 교회가 울음바다로 변하였다.


예배가 끝나고도 호영은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예배시간 동안 목사님, 회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들리지도 않았고 기억나지도 않았다. 호영에게 말을 걸어온 고등부 친구들의 인사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였다. 그렇게 밤이 흘러갔고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호영아. 이제 집으로 가야지. 아무리 슬퍼도 몸은 추슬러야 할 거 아니냐?”


“목사님. 그냥 저 여기서 이렇게라도 있으면 안 될까요? 밖에 나가기 너무나도 무섭습니다. 그냥 저 상관 마시고 교회 불 끄셔도 돼요."


“그럼 그렇게 하려무나. 그래도 잠은 편하게 자야 하니 교회 초등부 예배실이라도 정리해서 이부자리라도 마련하마.”


“그러시지 마세요. 괜히 목사님 불편하게 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여기서 쉬다가 갈게요.”


“이 녀석아. 그러다가 너 몸 상해. 그래도 일단은 니가 원하는 대로 하렴. 내가 식사하고 이불 옆에 두고 갈 테니깐 생각 바뀌면 식사하고 장의자에 누워서 잠깐이라도 눈 좀 붙이거라.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자싱의 몸을 망치는 일은 하나님께서 원하시지 않는 일이란다. 이 세상 모든 성도들은 하나님의 사명을 안고 태어난단다. 너도 그렇고. 이 말을 명심했으면 좋겠구나.”


호영은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남들이 하는 말 중에서 호영의 가슴에 와 닫는 말들이 하나도 없었다.



다음날 동이 틀 무렵 호영은 조용히 교회를 빠져나갔다. 목사님이 마련해 주신 식사는 그대로 둔 채였다. 그냥 그대로 집으로 갔다. 집에서도 바닥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하늘만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호영은 잠깐 잠이 들었었다. 그 사이 아르바이트하는 주유소로부터 10통이 넘는 전화가 와 있었다. 그리고 3통의 문자가 추가로 와 있었다. 주유소 사장은 호영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였고 무단결근의 결과로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고 계좌로 송금했다는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격한 어조로 욕설이 담긴 문자였지만 호영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또 한 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정호영 학생 휴대폰인가요? 이번에 발생한 김지혜 양 피살 사건을 맡고 있는 노량진 경찰서 소속 강정규 형사입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김지혜 양 주변 사람들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정호영 학생이 저희 서에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문자를 보는 순간 호영은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 순간 문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얼마 전 지혜를 미행했던 문수의 행동이 너무나도 미심쩍었다. 어쩌면 그의 행동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호영은 씻지도 않은 채 노량진 경찰서로 단걸음에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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