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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흙탕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드라마

완결

Hyurk
작품등록일 :
2017.02.20 21:26
최근연재일 :
2017.06.18 22:1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1,792
추천수 :
153
글자수 :
179,188

작성
17.03.04 00:52
조회
503
추천
5
글자
6쪽

016

.




DUMMY

"야. 나 출세했어."


"갑자기 그게 뭔 소리야?"


"실은 우리 업소 관리해주는 형님이 나보고 조직생활해 볼 생각 없느냐고 물어보시더라. 나 여기서 일하는 거 보니 조직생활도 잘하게 보인다고."


"뭐? 그러니깐 조폭을 하겠다고?"


"요즘 같은 시대에 조폭은 무슨. 그냥 금융회사들 일하는 거 도와주고 유흥업소 일하는 거 도와주는 거지. 거기서 좀 굳은 일들 해 주는 거뿐이고."


"아니. 그게 조폭이지 뭐야? 형. 그거 하면 형은 진짜 선을 넘는 거야. 다시 한번 생각해봐."


"새끼가 전에도 말했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살아서 큰돈 못 번다니깐? 막노동, 택배 뛰어서 부자 될래? 정신 차려 인마. 그리고 감방 가는 게 대수냐? 결국에 나이 먹어서 대접받는 사람은 돈 있는 사람들이야."


호영은 더 이상 무혁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생각은 이미 확고해질 대로 확고해져 있는 거 같았다. 더 이상 말리려고 해 봐야 싸움만 날 거 같았다. 하긴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니고 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게 인생이다. 나이도 어린 호영이 무혁을 다 안다는 듯이 계속 훈수를 두는 것도 웃긴 일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나 조직생활 시작하면 합숙생활 해야 하거든? 그럼 이 집에서 나가야 할 거야. 이제 너 혼자 알아서 여기서 살아야 하니깐 그렇게 알고는 있어라. 그리고 같이 반반씩 내던 집세는 너 스물 될 때까지 반반씩 보태줄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 친형 같은 형이라고 떠들고 다니는데 그 정도는 해 줘야지."


"무슨. 그냥 내가 다 내면 되는데."


"씨발. 형이 낸다면 내는 거지. 그리고 형 앞으로 돈 쓸어 담을 거다. 형이 오피스텔 제대로 된 걸로 구하면 너 부를 테니깐 그때까지 잘 살고 있어. 그때까지 집에 여자나 많이 불러서 즐기고 살라고. 너 요새 시현이 이후로는 여자 소식이 없다?"


"남의 여자사정 걱정하지 말고 형이나 걱정해. 맨날 이상한 년들 건들면서 병 걱정이나 하지 말고."


"이 새끼가."


무혁은 화를 내는 척 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며칠 후 일요일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호영은 아르바이트 때문에 교회에서 주는 점심도 거르고 일자리로 향했다.


"야! 어디 가?"


지혜가 호영을 불러 세웠다.


"밥도 못 먹고 어떡하니? 이제는 일요일도 계속 일해?"


"아직은 잘 몰라. 그런데 요새 아르바이트하던 형이 그만두는 바람에 한동안은 내가 대타해줘야 해. 그런데 너도 짐 챙겨서 나왔네?"


"나도 오후에 새로 봉사활동하는 게 생겨서 한동안은 교회 오전 예배만 마치고 이렇게 가야 할거 같아. 생활보호 대상자로 있는 초등학생들, 중학생들 과외 봉사활동하기로 했거든."


"과외봉사라. 하는 것들 수준이 나하고는 완전히 다르네."


"과외라고 해봐야 별거 없어. 수준 높은 걸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밥 안 먹고 나와서 배고프다. 편의점에서 컵라면이라도 먹고 가자. 내가 살게."


"아냐, 내가 살게."


"됐거든요? 그냥 따라오세요."


호영은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지혜를 따라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혜와 단둘이 이렇게 있어본다는 사실이 너무 설레었다. 지혜 앞에만 가면 부끄러워 말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둘이 많이 친해지지도 못했고 단둘이 있어본 적도 몇 번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구입한 컵라면에 물을 붓고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호영은 자기도 모르게 말없이 지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것도 너무 빤히 쳐다보아서 지혜가 민망할 정도로 말이다.


"야.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그게. 얼굴에 볼펜 묻었어."


"뭐? 진짜? 어머! 어떡해."


얼굴이 빨개진 지혜는 급하게 거울을 꺼내 얼굴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볼펜 자국은커녕 잡티 하나 나오지 않았다.


"야! 뭐야? 항상 조용한 애라서 장난 못 치는 줄 알았는데. 하하하."


"사실 나 장난 잘 쳐. 그냥 교회에선 설정인데. 하하하."


"어머나. 진짜? 그런데 나한테 장난치다가 맞아죽은 애들이 한둘이 아닌데. 밤 몰래 한강물에 죽은 애들 시체 던지고 오는 게 내 전문인데. 이제 어떡하니 호영아. 하하."


맞아죽어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지혜와 더 친해지고 단둘이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다고 호영은 생각하였다.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호영의 가슴은 벅차고 행복함을 느끼고 있었다.


호영은 행복한 표정으로 지혜와 편의점을 나왔다. 그런데 호영의 시야에 굉장히 낯익은 남녀 두 명이 그들 앞을 지나고 있었다. 지혜와 판박이로 닮은 시현이었다. 그 오른쪽에는 문수가 나란히 있었다. 이 순간 호영은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호영은 이 둘이 자신을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치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그 바램을 놀리기라도 하듯 시현이 호영을 발견하자마자 큰 소리로 호영에게 아는 척을 했다.


"어머나. 오빠! 이게 얼마 만이야? 그동안 연락 한번 없고 말이야. 되게 섭섭하네. 우리가 보통 사이였던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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