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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흙탕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드라마

완결

Hyurk
작품등록일 :
2017.02.20 21:26
최근연재일 :
2017.06.18 22:1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1,816
추천수 :
153
글자수 :
179,188

작성
17.06.03 16:21
조회
311
추천
1
글자
6쪽

056

.




DUMMY

5월의 어느 날, 호영은 오랜만에 무혁이 있는 교도소로 갔다. 오랫동안 무혁을 찾지 않은 바람에 호영은 무혁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주식에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올 한 해 동안 한 번도 면회를 가지 못하였다. 이제 무혁의 형기는 채 일 년이 남지 않았다. 항상 호영이 어려울 때마다 정신적인 힘이 되어준 무혁이 출소를 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기쁜 일이 더 빨리 이뤄질 거 같았다.


"호영아, 나 가석방 심사 통과했어. 이번 광복절에 나 출소한다. 하하하하."


호영은 무혁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전에는 보지 못했다.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그만큼 간절하고 달콤한 것이 자유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당연하다고 느낀 것을 잃고 나서야 그 잃어버린 것을 갈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호영은 무혁이 기뻐하는 모습에 자신도 진심으로 기뻤다. 무혁이 출소하면 친형제처럼 지내면서 서로 의지하며 평생 헤어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가감 없이 무혁에게 다 말하였다.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호영은 항상 자기 자신을 보기 좋게 포장하여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형인 희영과 부모님을 만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무혁을 만날 때에는 항상 자신의 치부까지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었다. 그만큼 무혁보다 편한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늘도 호영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가감 없이 말하였다.


"이 새끼 완전 드라마 찍었네. 니 얘기 대본으로 만들어서 드라마 제작사에다가 팔아라. 그런데 역시 몸 함부로 굴리던 년하고는 같이 사는 게 아닌가 보다. 지 새끼 밴 몸으로 그러고 다녔다는 게 어이가 없네. 지 말로는 섹스 안 했다고 해도 유사 성행위로 돈 벌었을 거 아냐. 그냥 잊어라. 니 나이면 아직 만날 여자들이 줄을 섰다."

"시현이는 그렇다 쳐도 아기는 뭔 죄에요. 쟤 애 낳고 나면 그놈의 10억에 미쳐서 또 몸 팔고 다닌 건데요. 애새끼 망나니로 크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얼씨구. 지 딴엔 아빠라고 새끼 걱정은 되나 보네. 안되면 니가 데리고 와서 키우던가. 하하하. 그나저나 이제 뭐로 먹고살려고?"

"부사관 지원해 보려고요. 군대는 갔다 와야 되고 장기 부사관 되면 그것도 나름 공무원인데 적당히 먹고살지 않겠어요?"

"이 새끼 이거 왜 이렇게 소박해졌냐? 너 나 벤츠 태워주기로 한거 까먹었냐?"

"렌터카 정도면 식은 죽 먹기죠. 하하하. 그나저나 형은 출소하면 뭐 할 거예요?"

"모르겠다. 감옥에서 생각해 보니 범죄 저지르고 사는 건 아닌 거 같다. 막노동을 하든 공장을 가든 나도 너처럼 소박하게 살련다. 서로 열심히 살면서 이따금씩 소주에 삼겹살이나 먹자고."


호영은 친형 희영과 부모님에게도 가게를 그만둔 사실과 부사관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말하였다. 전업 투자를 하던 호영이 항상 우려스러웠던 희영은 호영의 계획에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적은 월급이라도 성실하게 벌어서 차곡차곡 모아 나가는 것이 정석이라고 생각하는 다소 보수적인 희영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었다. 물론 주식투자를 위해 사람들의 돈을 끌어썼고 그 결과 전 재산이 천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과 시현과의 관계가 틀어진 사실은 비밀로 했다.


호영은 공군 부사관을 지원했고 다시 고시원에 들어갔다. 그리고 시험이 있는 7월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시험공부에만 몰두하였다. 시간은 흘러흘러 호영은 시험에 응시했고 8월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10월 중순이면 호영은 입대를 해야 했다. 합격 통보를 받은 호영은 남은 시간 동안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쓰며 전국을 여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때마침 무혁이 가석방되었다. 호영은 무혁이 가석방되는 날, 두부를 사서 교도소로 갔다.


"형. 축하해요. 이거 맛좀 봐요."


호영은 두부를 무혁의 얼굴에 뭉개며 깔깔대며 웃었다.


"새끼가 많이 컸네. 하하하."


호영은 무혁에게 무작정 두 달 동안 여행할 것을 제안했고 무혁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호영은 시현과 전국을 다닐 때처럼 그저 내키는 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물론 그때처럼 고급 외제차를 렌트하고 호텔에서 자지는 못하였다. 그렇지만 그때보다 재미는 배로 있었다.


입대일이 다가오자 호영은 오랜만에 희영과 함께 대전 본가로 향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출한 이래 처음으로 돌아가는 집이었다. 집으로 돌아간 호영은 부모님과 같이 있는 것이 어색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을 숨기고 표정을 관리하려 애썼다.


"이놈 이거 사고만 쳐서 걱정 많이 했는데 다 자기 수저는 찾아 먹는구먼. 이놈이 카페 사장씩이나 될 줄은 누가 알았겠냐? 그리고 이제 공군 부사관 한다고? 우리 집안도 그 어렵다는 공무원 하나 생기는 거네. 하하하."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로부터 듣는 칭찬이었다. 상당히 어색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다는 섭섭함이 한 번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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