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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흙탕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드라마

완결

Hyurk
작품등록일 :
2017.02.20 21:26
최근연재일 :
2017.06.18 22:1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1,796
추천수 :
153
글자수 :
179,188

작성
17.04.20 17:39
조회
393
추천
2
글자
5쪽

038

.




DUMMY

다시 자신이 살던 일상으로 돌아온 호영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휴대폰이었다. 요즘은 휴대폰 없이는 인간관계 유지도 힘들었다. 휴대폰 없이 전국을 떠도는 순간 중고등학교 동창은 물론 가출하면서 알았던 사람들 모두와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중에 유일하게 기억하는 번호는 무혁의 번호였다. 호영은 휴대폰을 개통하자마자 무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없는 번호라는 안내 메시지가 들렸다.


'어라. 이렇게 쉽게 번호 바꿀 사람은 아닌데.'


무혁과 같이 생활하면서 알았던 사람들의 전화번호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애초에 기억한 적도 없으니 기억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무혁의 행방을 찾아야 했다. 무혁에게 많은 신세를 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잠수탔던 일이 너무 미안했다. 이제는 안정적으로 살면서 무혁에게 뭐든지 보답하고 싶었다.


일단 자신이 살았던 노량진의 자취방을 찾아가 보았다. 호영이 전혀 본 적이 없는 다른 세입자가 살고 있었다. 그 세입자는 무혁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집 주인의 연락처를 물어보아 집주인에게 연락해 보았다. 집 주인도 최근에 이 집을 구입한 사람이었다. 호영이 노량진을 떠난 이후로 집주인마저 바뀌었다.


'어떡하지.'


그때 무혁이 무작정 자신을 데려갔던 강남역 근처의 오피스텔이 떠올랐다. 호영은 단걸음에 그 오피스텔로 달려갔다. 1208호. 아직도 그때 들어갔던 그 호수를 기억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호영은 서너 번 연속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어이. 거기 뭐요?"


산만한 덩치의 사내가 위협적으로 호영에게 쏘듯이 말을 걸었다.


"저 혹시 여기 주인이오? 실례하지만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호영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2000년 3월경부터 9월경까지 일을 했던 무혁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의 행방에 대해 아는지를 물어보았다.


"아. 아마 최 마담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일하다가 조직으로 들어갔구먼. 그럼 그 친구 보령파 식구로 들어갔을 거요. 그런데 지금 보령파 해체나 마찬가지야. 조직 무리하게 확장한다고 무리하다가 경찰 표적수사 대상이 됐지. 해무파라고 상당한 라이벌 관계의 조직이 있었는데 둘이 전쟁하던 현장을 경찰이 덮치는 바람에 다 구속됐지. 운 좋게 탈출한 인간들도 전부 수배돼서 체포되거나 중국으로 밀항하는 방법밖에 없어서 한국에는 발도 못 들이는 처지요. 그 무혁이라는 사람 교도소에 있을 가능성이 큰데 나도 더 이상 그쪽 식구들 소식을 몰라서 도움 줄 만한 게 없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사내는 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다시 문이 열리더니 사내가 호영에 가 말을 했다.


"청송 교도소에 최달성이라고 있어. 그놈 징역 산지 4년 넘어가는 놈이긴 하지만 보령파에서 행동대장하던 놈이라 무혁이라는 사람 정보를 알려줄 수도 있어. 나중에 한 번 면회 가 봐요. 그런데 그놈 그거 모르는 사람 면회는 거절하는지라 만날 수 있을지는 몰라."


사내는 다시 문을 쾅 닫아 버렸다.


무혁의 행방을 찾아 노량진에서 강남역을 떠도는 사이 12월의 짧은 해는 벌써 저물어 버렸다. 아무 소득 없던 호영은 정처 없이 걷기 시작했다. 그저 걷고 또 걸어갔다. 어느새 논현동으로 와 버렸고 먹자골목을 정처 없이 거닐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마침 눈에 띄는 삼겹살집으로 들어갔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짱 좋게 음식을 시키고 걸신들린 듯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들 시선 따위에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혼자서 소맥까지 만들어 먹으며 군중 속의고독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어디서 꽤 많이 본듯한 여자가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소름 끼칠 정도로 지혜와 닮아있었다. 호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죽은 지혜가 다시 살아서 올리는 없었다. 일행과 함께 테이블에 앉는 그녀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지혜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맞았다. 시현이었다. 호영의 손과 발이 멈춰 버렸다.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리움, 미움, 측은함, 미안함 등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시현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졌다. 호영 때문에 누명을 쓰고 구속까지 당했었기에 호영에 대한 미움이 얼마나 많이 가슴속에 남아 있을지 몰랐다.


"그래. 어차피 다 지나간 추억들이지. 지금 와서 아는체해봐야 뭐 있나. 그냥 모르는척하자."


호영은 식사를 거의 다 끝내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서 걸어갔다. 그런데 화장실 가는 복도에서 어떤 여자와 부딪히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시현이었다.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마주치다니. 호영은 어색한 표정을 하며 멀뚱멀뚱 서 있었다.


"오랜만이네."


떨리는 목소리로 시현이 먼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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