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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흙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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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yurk
작품등록일 :
2017.02.20 21:26
최근연재일 :
2017.06.18 22:1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1,799
추천수 :
153
글자수 :
179,188

작성
17.06.08 13:10
조회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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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060

.




DUMMY

이날 이후 보급 반장은 사사건건 호영에게 퉁명스럽게 대했다. 게다가 업무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반장님. 제가 무슨 업무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간부라는 새끼가 알아서 찾아서 해야지. 그걸 일일이 나한테 물어봐? 개념이 없는 놈이네."


반장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항상 호영을 궁지로 몰아서 자신이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물론 호영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보급반 병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씨발, 왜 장부에는 양념장이 10개라고 되어 있는데 창고에는 9개밖에 없어. 엎어져 새끼야."


흡사 보급반의 분위기는 훈련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21세기의 군대에서 병사끼리가 아닌 군 생활 19년 차 간부가 주도하는 구타라니, 호영은 도저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신임 하사 주제에 대놓고 반기를 들 수도 없었다. 한동안은 그저 맞으라면 맞고, 욕먹으라면 먹고, 엎어지라면 엎어지는 그런 생활을 반복했다.


자대에 전입을 온 지 1주일 후에 포대장 이 취임식이 열렸다. 여단장까지 직접 포대로 방문하는 큰 행사였다. 아직 뭐가 뭔지 어리둥절한 호영은 그저 시키는 대로 행사에 참여하였다. 행사 참여를 위해 운영계로 모인 호영은 간부들의 불만 섞인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미친, 군납비리로 감옥 갈뻔한 놈을 포대장으로 들인다고? 그건 그렇다 치고 원래 특기가 보급이었잖아. 그런데 방공포로 특기를 바꾼다는 게 말이 되냐? 비리를 저질렀으면 감옥을 가든, 옷을 벗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특기 변경된 지 이제 2년이라죠? 작전운용에 대해서 말단 중위보다 더 알겠습니까? 우리 포대 어떡합니까? 아랫사람들만 죽어나가게 생겼네."

"그런데 얼마나 빽이 대단하면 군대 돈 떼먹고도 전역은커녕 특기 바꿔서 계속 군 생활이 가능합니까? 보통 놈들 같으면 전역은 물론이고 감방살이 몇 년은 할 건인데 말입니다."

"저 인간 집안이 군인 집안에 법조인 집안이잖아. 청와대에도 실세들이 포진해 있고. 그러니 군 검찰하고 국방부 구워삶아 먹는 건 껌이지. 아무튼 말세다 말세."


호영은 기가 찼다. 21세기 군대라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조직이 썩어나갔으면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론에서만 접하던 이런 비리들을 실제로 접하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포대장 이 취임식 후에 포대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중사 이상의 간부들은 포대장을 무시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포대장은 자기 권위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하급자들을 마구 갈구기 시작했다. 부서장 회의가 있는 날이면 항상 포대장과 원사, 준위들 간에 언쟁이 일어났다.


"씨발. 군 생활 더러워서 못 해먹겠네. 이번에 새로 창설하는 강주 포대라도 가야지 원."


보통 새로 창설되는 부대는 부대의 체계를 잡기 전까지 일이 많아서 간부들이 가기 꺼려하는 곳이다. 하지만 날마다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차라리 창설부대로 가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생각했는지 새로 생기는 강주 포대로 전출 신청을 내는 간부들이 여럿 있었다. 심지어는 강원도에 있는 해발 1400m 오지에 있는 포대로 전출 신청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호영과 보급반 소속 병사들은 싸이코 보급 반장 밑에서 훈련소 같은 군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자대에 전입 온 지 한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을 무렵, 호영의 첫 외박이 허가가 되었다. 호영은 무혁을 사안으로 불렀고 버스터미널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무혁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나, 고수님 여기서 뵙네요."


20대 초반의 예쁜 여자 한 명이 호영을 보고 상당히 반가운 척을 했다. 얼굴을 보니 호영이 카페를 운영하던 시절에 투자를 받았던 스킨 미라클 소속 여자 중에 한 명이었다. 세상은 좁다더니 이런 식으로 만날 줄은 호영도 상상하지 못했다. 호영도 칙칙한 남자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여자를 만나서 반가웠는지 매우 친한 척을 했다.


"오랜만이에요. 이런 시골까지는 어쩐 일이세요?"

"실은 여기에 제 막냇삼촌이 계시거든요. 여기 사안 포대 포대장으로 계세요. 제가 고수님한테 투자한 이후로 저도 고수님처럼 멋있게 전업투자자로 살고 싶어서 주식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 삼촌도 주식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어서 저희 둘이 종종 만나서 같이 공부하고 있어요. 그런데 잘 안되네요. 이런 말하기 부끄럽지만 고수님이 만들어 주신 돈 많이 날려먹었어요. 역시 이런 거 아무나 못하나 봐요. 그나저나 고수님이야말로 여기엔 웬일이세요?"

"저는 여기 주민입니다. 실은 말씀하신 사안 포대에서 부사관으로 복무하고 있어요."


이 말을 들은 여자는 정색하며 호영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어머나. 웬일이에요. 사람 인연 어떻게 될지 모른다더니. 제가 고수님 얼마나 그리웠는데요. 잘 됐네요. 혹시 저 주식 좀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제 삼촌도 같이요. 아니, 기왕 하는 거 제 돈도 전처럼 불려 주시면서 주식 가르쳐 주시는 거 가능할까요?"

"주식 가르쳐 드리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투자를 받기에는 곤란하네요. 보시다시피 군인 신분이라 낮에는 일을 해야 해서요."

"아, 맞다. 지금 군 복무 중이시죠. 그럼 전역은 언제 하세요?"

"아직 3년 하고도 한참 남았습니다."

"네? 부사관 복무 기간이 그렇게 길어요?"


이때, 호영의 전화의 벨이 울렸다. 무혁이 사안에 도착을 하였다. 전화를 끊은 호영은 여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혁을 만나로 갔다.


"군바리. 짬밥 먹을만하냐? 하하 하하."

"좆같아요. 감옥이나 군대나 그게 그거에요. 하하."

"씨발. 니가 감옥을 알아? 하하하."


둘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치하게 서로에게 장난을 치며 터미널을 나왔다.


둘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먼저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서로의 근황 얘기를 하다 무혁이 뜻밖의 얘기를 하였다.


"나 며칠 전에 금민수 만났다. 자식이 전에 작전으로 꿀꺽 삼킨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나 봐. 씨발놈이 국적세탁은 어떻게 했는지 홍콩 여권 가지고 다니던데. 중국 말도 좆나 잘해. 모르는 놈이 보면 그냥 홍콩 갑부야. 중국에서도 작전 몇 번 더 해서 돈 정말 쓸어 담은 거 같던데."


잊고 지냈던 이름이었다. 강 사장과 금민수와 연결고리만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더라면 지금 이런 시골 바닥에서 사이코 반장 밑에서 고생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새끼가 나보고 같이 일하자고 하던데. 한국에 투자자문회사를 세울 거라나 뭐라나. 그 새끼는 좆도 머리에 든 거 없는 나 같은 새끼한테 왜 그런 걸 제안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금민수 강 사장하고 아직도 같이 일해요?"

"그 인간은 베트남에서 담금질 당했단다. 그 새끼 욕심이 많아서 한국서 돈 들고 튄 주제에 조용히 살아야지, 베트남서 조직 만든다고 설치다가 기존 세력들한테 당했다더구먼."


그동안 궁금했던 강동수와 금민수의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속이 후련하였다. 이와 동시에 이 두 사람의 얘기를 들으나 다시 주식이 생각나서 호영의 마음은 들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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