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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흙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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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yurk
작품등록일 :
2017.02.20 21:26
최근연재일 :
2017.06.18 22:1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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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글자수 :
179,188

작성
17.06.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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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64

.




DUMMY

호영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자기가 보는 모든 것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보였다.


'여기가 저승이란 곳인가?'


하지만 이내 모든 것들이 정상으로 보였고 머리가 아픈 이유는 급하게 들이킨 소주 때문이었다. 속도 매우 쓰라렸다. 숙취로 인한 고통이었다. 속이 매스껍다는 느낌이 들더니 구토를 하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영은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하였다. 구토를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자 바닥에는 긴 노끈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큰 못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호영이 목을 매고 취해서 의식이 흐려졌을 때 못은 호영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빠져버렸던 것이었다.


'씨발.'


자살에 실패하고 안 죽고 살아났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안 죽고 살아있다고 한들 호영에게 다가올 미래는 감옥에서 청춘을 날리는 일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돈을 벌어봐야 민사소송이라도 당하면 평생 동안 돈을 벌어서 투자자들에게 변제를 해야 할 판이었다. 말 그대로 호영의 인생은 살아도 산 인생이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호영은 너무나 우울했다. 그렇다고 다시 목을 매는 것을 시도하자니 그 공포가 너무나도 컸다.


호영은 밖으로 나와서 구포대교로 이동했다. 목을 매지 못하면 뛰어내려 버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물이니깐 길바닥에 떨어지는 것보다는 덜 아플 거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리에 올라가자마자 호영은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호영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곳에 오랫동안 있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두어 시간을 다리에 서 있었지만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다리를 떠났다. 호영은 결국 죽는 것을 단념하였다.


그나저나 계속 여관이나 모텔을 전전하기에는 호영이 가지고 있는 돈이 많지는 않았다. 이런 속도로 돈을 쓰다가는 추운 겨울이 오기도 전에 길바닥에 나앉아야 할 판이었다. 호영은 부산에 있는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고시원을 알아보았다. 호영은 시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조건 가격이 싼 곳을 찾았다. 그리고 고시원 총무가 어떤 사람인지도 꼼꼼하게 살폈다. 공부에 정신이 팔려서 고시원 내의 기본적인 업무 외에는 무관심한 사람이 있는 곳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고시원 총무가 고시원 입주자들에게 관심을 잘 두는 사람은 곤란하였다. 조만간 수배자 명단에 자신이 포함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호영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호영은 자신의 처지에 딱 맞는 이상적인 고시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방안은 창문이 없었고 곰팡이 냄새도 조금씩 올라왔다. 방에는 책상과 침대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오로지 잠만을 자기 위한 그런 곳이었다. 며칠 동안 생활해 보니 입주자들 상당수가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학생들은 이 고시원에 등록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호영은 최대한 자신을 숨기기 위해 밤에만 깨서 활동을 하였다. 그런데 방안은 불을 켜지 않는 이상 어두웠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날짜와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게 되었다. 잠드는 시간과 깨어나는 시간이 매일매일 달라졌다. 손목시계라도 있으면 그 시계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의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호영은 깨어있는 순간에도 방에 불을 켜지 않았다. 불을 켜봐야 할 것이 없었다. 그저 괴로운 현실만 계속 머리에 떠오를 뿐이었다. 지금의 현실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본들 아무런 해답이 없었다. 지금으로서 유일한 해결책은 그저 시간이 광속으로 흘러서 지금 벌어진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형사처분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숨어 산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고시원에서 버틸 수 있는 것도 내년 5월까지였다. 그 이후의 시간부터는 노숙자 대열에 합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호영은 모든 것이 후회가 되었다. 군 입대를 했을 때 무혁과 민수의 제안을 무시하고 군 생활에만 충실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아니, '애초에 주식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가출을 하지 말고 형처럼 착실하게 공부를 해야 했었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다. 그리고는 '애초에 아버지가 횡령으로 감옥에 가지 않았다면 자신이 가출을 했을 일이 없었다.'라고 생각하면서 아버지를 한없이 원망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허물어버린 무혁과 민수를 한없이 원망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무혁을 만나지 않았다면 민수도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도 호영은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은 없었다. 피해자들 중에 대출까지 해서 호영에게 투자한 사람도 있었지만 호영은 절대로 자기 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자신들이 판단해서 한 행동이니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저 자신들의 욕심이 자신들을 파멸로 이끌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보다 처지는 낫잖아. 적어도 감옥은 안 가잖아. 나는 감옥에서 썩어야 할 판인데. 그리고 포대장은 아쉬울 거 없잖아. 비리 저질러서 모은 돈 날린 것뿐인데. 그럼 손해 보는 것도 없잖아. 솔직히 내가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 아닌가?'


그야말로 자기 합리화의 결정판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고시원 공동주방에는 12월 달력이 걸려 있었다. 호영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 있었다. 호영은 바깥세상의 정보가 궁금했다. 주방의 시계를 보니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호영은 밖으로 나가 PC방으로 향했다. 그동안 보고 듣지 못했던 세상 소식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사람이 고립되면 고통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정보의 부재라고 한다. 베트남전에서 미군 포로들이 고통스러웠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깥소식을 전혀 접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호영도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없는 환경에서 시간조차 알 수 없는 환경에 있다 보니 정보의 부재 속에 고통스러운 환경에 있었던 것이다.


호영은 얇은 후드티를 입은 상태로 옷에 달린 모자를 쓰고 좌우를 계속 살피면서 걸어갔다.


'설마 지명수배자로 벌써 전국에 내 얼굴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


호영은 밖에 노출된 자신의 상태를 상당히 불안해하며 한 PC방으로 들어갔다. 컴퓨터를 켜고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자 바로 투자 사기에 관한 뉴스 기사가 있었다. 거기에는 호영과 무혁, 민수의 얼굴과 이름이 모두 공개되었다. 다만 민수는 홍콩 여권에 적힌 이름인 제임스 진이란 이름으로 기사에 나와 있었다. 호영은 사색이 되었고 바로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도 아무도 그를 알아보는 이가 없는듯했다. 호영은 계속해서 기사들을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호영이 연루된 투자 사기에 관해서 한 방송국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이미 취재를 한 상태였다. 호영은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였다. 거기에는 호영 일행이 투자금을 끌어들였던 방법과 호영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투자를 끌어들인 방법, 그리고 카페를 차리기 전에 작전주로 대박을 쳤던 일까지 모든 것을 상세히 방송하였다. 다만, 호영 입장에서는 억울하였던 것이 방송국에서는 호영이 강 사장으로부터몰래 얻어낸 정보를 가지고 작전 물타기를 한 시점부터 이미 호영과 민수가 한통속이 되어 일을 꾸민 것이라고 방송을 했다.


'개새끼들아, 그건 아니라고. 왜곡된 허위 방송 보내지 말라고.'


호영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굉장히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사람들 시선 때문에 소리치지는 못했다. 호영은 빨리 고시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PC방을 빠져나왔다. 호영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호영은 재빨리 고시원으로 돌아왔다. 호영은 지금 있는 고시원도 불안하였다. 혹시나 고시원 총무가 자신이 수배자라는 사실을 알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호영은 더더욱 방에서 나오지 않으며 15일을 고시원에서 숨어 지내고 있었다. 심지어는 쓰레기통에 있는 페트병까지 주워 와서 소변은 페트병으로 해결하는 짓까지 했다. 그런데 경찰이 호영의 고시원에 방문을 하였다. 호영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마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니야. 별일 아닐 수도 있어. 나를 잡으려면 경찰이 아니고 헌병대가 왔겠지. 침착하자 정호영.'


호영은 재빨리 가방을 싸며 만약 경찰이 자신의 방을 덮친다면 재빨리 도망갈 준비를 하였다. 경찰과 고시원 총무는 한참을 얘기하더니 그냥 돌아갔다. 경찰이 무슨 일로 방문했는지는 몰라도 다행히도 호영을 추적하기 위한 일은 아니었듯 하다. 하지만 호영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한 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결국에 추적당하고 말거라는 생각에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호영은 결국 고시원 총무 몰래 고시원을 빠져나왔고 부산의 다른 고시원으로 옮겼다. 이런 식으로 창원, 울산에도 숨어 지내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사이 시간은 흘러흘러 2007년 6월이 되었다. 드디어 호영이 우려했던 도피자금이 바닥나 버렸다. 별 수 없이 고시원을 나와야 했다. 돈 한 푼 없이 고시원을 나온 호영은 막막하였다. 이제부터는 길바닥에서 노숙을 해야 할 판이었다. 호영은 어쩔 수 없이 부산역으로 갔다. 돈 한 푼 없는 상황에서 밥을 굶지 않기 위해서는 노숙자 대열에 합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막 여름이 시작하던 상황이라 밤에도 추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호영이 도주생활을 한 이래로 한 번도 이발을 하지 않아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릴 정도까지 길어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도주생활 중에 샀던 싸구려 선글라스를 끼면 호영의 얼굴을 쉽게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노숙자들의 지나친 관심이었다.


"젊은 놈이 무슨 사연으로 여기까지 와서 노숙생활하고 있노?"

"거지 새끼가 무슨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너 인마, 범죄 저지르고 도망 다니고 있냐?"

"여기 신입으로 왔으면 신고식을 해야 할 거 아이가?"


부산역 모든 거지들이 호영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말은 체포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말이었다. 호영은 주목을 받는 이런 환경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이 상황을 피해야 했다. 호영은 며칠간 고민을 했다.


"어쩌면 이 방법이 정답일지도 몰라."


호영은 부산역을 뜨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해운대를 거쳐 기장으로 향했다. 무작정 걸어서 북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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