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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흙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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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yurk
작품등록일 :
2017.02.20 21:26
최근연재일 :
2017.06.18 22:10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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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97
추천수 :
153
글자수 :
179,188

작성
17.06.1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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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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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065

.




DUMMY

국토 대장정을 하듯 호영은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울산, 포항, 영덕, 울진을 거쳐서 강원도로 갔다. 음식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되었다. 행락철이다 보니 동해안 곳곳에 나들이객들이 있었고 이들은 항상 음식을 다 먹지 않고 자리를 떴다. 해수욕장과 캠핑장, 낚시터로 유명한 장소 등 곳곳에 버려진 음식들이 많이 있었다. 호영은 버려진 가방을 주워서 남들이 먹다 남긴 음식들을 담아서 다녔다. 어떤 경우는 먹지도 않은 치킨을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린 경우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남들이 먹다 버린 치킨이나 과자들을 주워 담아서 끼니를 해결하면서 걸어 올라갔다.


'이거, 의외로 괜찮은데.'


어느덧 호영은 길거리에서 자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천천히 걸어가다가 피곤하면 마을마다 세워진 정자에서 잠을 청하였다. 정자가 없으면 버스 정류장에서 잠을 잤다. 여름이 다가오니 점점 열대야가 시작되어서 밖에서 자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단지 문제는 모기가 득실거린다는 것이 문제였다. 호영이 누우면 모기가 호영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호영은 지나가다 주운 수건을 얼굴에 덮어 보았다. 모깃소리가 꽤나 시끄럽게 귀에 맴돌았지만 물리지는 않았다.


'이것도 나름 생활의 지혜네.'


호영은 이런 작은 발견에 기뻐하며 지내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부산을 떠나 북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면서 호영은 이 생활을 꽤 재미있어 하기 시작했다. 현실 도피적인 생각을 계속하면서 약간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생활하면서 호영의 머리는 장발이 되었고 수염도 덥수룩해지면서 사람들은 호영을 거지 취급하며 옆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호영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수록 수배자인 자신의 신분이 발각될 확률이 크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호영에게 관심을 보이는 노인들이 있긴 하였는데 호영을 보며 혀를 차며 5천 원에서 만 원을 던져주고 가기도 하였다. 이런 관심은 호영에게 꽤나 고마운 관심이었다.


7월 중순에 삼척, 동해, 강릉, 양양을 거쳐 속초에 도착하였다. 7월과 8월의 속초는 행락객들로 넘쳐흐르는 도시였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젊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에 많이 붐볐다. 이들은 먹을거리를 사고는 다 먹지 못하고 해수욕장에 남기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다 보니 피서를 와서 알뜰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이런 환경은 호영에게 천국 같았다. 남들이 먹다 버린 음식을 배 터지게 먹고도 남기는 경우가 발생할 정도였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해수욕장 주변에 노숙자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다행인 점은 여기 노숙자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호영은 이곳의 환경에 적응하여 노숙 생활을 즐기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건 아니잖아. 내가 여기서 남들이 버린 음식 주워 먹으려고 여기까지 걸어서 왔나?'


호영은 문득 자신의 행동이 엄청나게 한심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먹을거리들을 모아 다시 북쪽으로 향해 올라갔다. 머지않아 동해안의 최북단 고성에 다다랐다.


밤이 되자 호영은 도로가에 만들어진 동네 정자에서 하룻밤 쉬어 가기로 했다. 그런데 정자에 신문 한 부가 떨어져 있었다. 노숙자 형편에 최신 뉴스를 접할 기회가 없던 호영에게 신문은 너무나도 반가운 존재였다. 호영은 모든 신문기사를 한자 한자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거기에 무혁에 관한 기사가 있었다.


'투자 사기단 3인방 중 한 명 체포.'


호영은 엄청 놀란 눈빛으로 기사를 천천히 읽어 나갔다.


'3인방 중 한 명인 김무혁은 노숙인 차림으로 중국 칭다오에서 발견되어 불법체류 혐의로 중국 공안에 구금되었다가 오늘 오전 한국으로 추방되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김무혁은 서울 중앙지검 관계자들에게 체포되어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이 체포되었다. 김무혁은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조직폭력배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고 가까스로 조직폭력배들을 따돌리고 노숙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영은 신문을 집어던지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씨발새끼. 배신하고 도망가더니 꼴좋다. 병신 새끼가 너도 금민수한테 뒤통수 처맞았네. 하하하."


호영은 실성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마침 지나가던 동네 주민이 호영을 보더니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 하였다.


"술은 먹으려면 곱게 먹어. 요즘은 이런 촌 동네에도 노숙자가 돌아다니네."


호영은 동네 주민의 말에 바로 정신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주목을 끌면 안 된다는 철칙을 너무 화가 난나머지 잊고 있었던 것이다. 호영은 바로 짐을 챙겨서 다시 북쪽으로 올라갔다. 밤을 새우며 고성의 중심지인 거진읍을 거쳐 동이 틀 무렵 김일성의 별장이었던 화진포의 성에 도착하였다. 휴전선이 가까워진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호영은 근처에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하였다. 태양이 작열하는 바깥과는 달리 숲 속은 태양빛이 파고들지 않고 바람도 솔솔 불어와 잠을 자기 안성맞춤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호영은 잠에서 깼다.


'오늘 밤 안으로 민통선에 당도하겠네. 긴장하자.'


호영은 빠른 걸음으로 북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동해안의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을 지나서 명파 해수욕장까지 왔다. 해수욕장 근처에는 경계근무를 스는 군인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리고 휴전선과 근접한 지역답게 해안선은 철조망이 촘촘히 쳐져 있었다. 호영은 군인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들키지 않도록 해수욕장 부근의 마을 왼쪽에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호영의 계획은 바로 월북을 하는 것이었다.


'씨발, 그런데 어떻게 민통선을 뚫고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을 뚫고 지나가지? 게다가 저 지역은 지뢰밭이잖아.'


막상 월북을 하려니 막막하였다. 철책을 들키지 않고 넘어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고 철책을 넘는다 하더라도 지뢰를 밟는 날에는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호영은 난감하였다. 일단은 민통선 주위를 돌며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있는지를 살폈다. 하지만 호영의 키에 비해 철책은 높았고 윗부분의 철조망을 무사히 지나치는 것도 문제였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호영은 몰래 철책선 주위를 돌아다니며 그나마 넘어가기 좋은 장소들을 물색하였다.


그러기를 3일째, 호영이 가지고 있던 식량이 바닥났다.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수밖에 없었다. 호영은 그날 밤 철책을 넘기로 굳게 마음을 먹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새벽 2시에 호영은 서쪽으로 이동해서 경계가 느슨할 것 같은 지역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철책을 넘었다. 그런데 철책을 넘자마자 초소에서 나오는 강력한 불빛이 호영을 비추기 시작했다. 호영은 북한으로 가기는커녕 그동안의 도피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될 판이었다. 호영을 향해 계속 불을 비추면서 경고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군인들의 무리가 호영을 향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죽으면 죽었지, 지금 와서 잡힐 수는 없어. 씨발.'


호영은 재빨리 뛰어서 숲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숲 깊숙이 움직일 수 없었다. 숲에는 지뢰 매설지역이라는 팻말이 있었다. 함부로 몸을 움직였다가는 지뢰에 다리가 날아갈 판이었다.


'좆됐네, 씨발.'


장도 부두에서 무혁과 민수에게 배신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보다 훨씬 더 긴장되었다. 숲 바깥에는 자신을 잡으려는 군인들이 수도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고 숲 안을 함부로 돌아다니다가는 지뢰에 신체의 일부가 날아갈 판이었다. 너무 긴장된 나머지 호영은 바지에 오줌을 지리기까지 했다.


'그래도 걸릴 수는 없어.'


호영은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군인들이 돌아다니는 소리와 경고방송, 그리고 초소 감시용 거대 플래시는 호영이 숨어 있는 지역 곳곳을 훑고 있었다. 그야말로 독안에 든 쥐였다.


그렇게 몸을 숨기길 몇 시간이 지났고 동이 트기 시작했다. 숲 안으로 햇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영은 자신의 위치와 상태가 파악이 되었고 숲 안쪽으로 소리 없이 더 들어가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긴장되는 상황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지뢰가 터져버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호영이 지뢰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운에 모든 것을 맡기며 몸을 움직였다.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이자 숲 깊은 곳으로 들어왔고 호영이 몸을 눕기에 충분한 공간이 나왔다. 호영은 조심스럽게 누웠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밖에서 나는 소리를 주시하였다. 군인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렸고 호영에게 자수할 것을 권유하는 방송도 나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방법이 없을 거 같았다. 이대로 굶어죽거나 군인들에게 잡혀서 징역을 살게 되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영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멈추려고 해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상황은 이틀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숲 속에서 직접적인 직사광선을 피하고 있다곤 하지만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더위와 과도한 긴장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려 탈수현상이 오고 있었다. 머리가 아파왔고 온몸에 힘이 없었다. 서서히 의식이 사라져 갔다. 아무것도 보고, 듣고, 느낄 수 없었다. 호영은 이대로 자신의 생명이 끝난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따위 시궁창 인생 여기서 끝내자.'


호영은 눈을 감았고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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