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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흙탕

웹소설 > 자유연재 > 일반소설, 드라마

완결

Hyurk
작품등록일 :
2017.02.20 21:26
최근연재일 :
2017.06.18 22:10
연재수 :
69 회
조회수 :
31,826
추천수 :
153
글자수 :
179,188

작성
17.03.10 22:38
조회
420
추천
1
글자
6쪽

020

.




DUMMY

시간은 흘러 어느덧 찬바람이 뺨을 할퀴는 11월 말이 되었다. 이미 2001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진 시점이었다. 수능 치겠다고 여기저기서 공부한다고 설치고 다녔던 호영에게 더 이상 수능이란 것이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이제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험 앞에 호영은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형. 어떡해? 나 이래서 서울권 대학 갈 수 있을까?”


“자식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 수 있는 거지. 나는 뭐 고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서울대 갈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 줄 아냐?”


“무슨 소리야? 항상 전교 1등만 했잖아.”


“내가 너 정도 시점일 때 친 모의고사 결과는 서울대는커녕 연세대도 못 갈 성적 떴었다. 그러니깐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쫄지 말라고, 새끼야.”


“진짜? 그랬는데 서울대 전액 장학금 받고 들어갔다고? 니가 인간이냐?”


“죽는다. 하하.”




“지혜야, 긴장돼서 죽겠다. 어떡하냐?"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니가 열심히 한 만큼 점수 나오는 거지.”


“그런 당연한 말 좀 하지 말라고. 나 서울에서 학교 다니고 싶단 말이야!”


“왜 그렇게 자신 없어? 난 호영이가 그렇게 머리 나쁘다고 생각 안 하는데?”


무작정 불러낸 지혜 앞에서 호영은 어리광 피우듯이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물론 학교 착실히 다니면서 공부에만 몰두했고 앞으로도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런 걱정 안 하겠지. 그런데 검정고시는 어찌어찌해서 통과했지만 수능이 검정고시하고 같냐? 그리고 형이 지금부터 아르바이트 다 관두고 공부에만 몰두하라고 하긴 했지만 모르겠어. 형도 지금 자기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나 공부하라고 뒷바라지까지 해준다. 그게 맞는 일일까? 형 나 때문에 돈 번다고 군대도 1년 미루겠단다. 과연 내가 그렇게까지 해서 형 등골을 빼 먹는 게 맞을까? 만약 그렇게 했는데 나 시험 망하면?”


“야!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그렇게 걱정이 많아서 어떡하냐? 사내 녀석이 그렇게 간이 작아서 무슨 일을 하겠다고. 쫄보는 매력이 없어요, 이 사람아!”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호영을 향해 지혜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형한테 도움 받는 게 부담스러운 심정은 알겠다만 만약 그렇게 기회를 발로 찼다가는 나중에 너 엄청 후회할걸. 너 평생을 그때 무리를 해서라도 지원 제대로 받고 제대로 공부해볼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올 거야. 지금 도움 받은 거는 시험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나중에 너 성공해서 형한테 갚으면 될 거 아니야?”


하긴 지혜의 말이 백번 옳았다.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내년에 제대로 된 대학교에 입학을 못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았다. 그 말은 지혜와의 연결고리 중 일부가 끊어진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영이, 의외로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네? 요즘 같은 시대에 너무 학벌에 신경 쓰는 거 아니야? 요즘에 너만 잘나면 세상 잘만 살아가는 시대에 그런 허울에 너무 연연하는 거 같네.”


“아직 그래도 나같이 가진 거 아무것도 없고 미래에 대한 대책하나 없는 사람한테 그만한 무기가 있을까?”


“세상 살아봐야 아는 거지. 호영이 의외로 겁쟁이구나? 사내자식이 그런 허울에 너무 연연해서 어디에 써먹니? 상남자인 줄 알았는데 순 겁쟁이구나?”


지혜는 놀림당하는 호영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그렇게나 웃긴지 웃음을 멈추지 못 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웃던 지혜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정색하고 호영에게 말을 걸었다.


“호영아 다른게 아니고 전에 봤던 니 친구들 말이야. 혹시 그 애들하고 여전히 만나고 다니니?”


“아니. 걔네들 그때 이후로 못 봤는데?”


“그럼 다행이네. 다른게 아니고 그때 있었던 남자가 요즘 들어 자주 노량진에서 보여서 말이야. 혹시나 너 만나러 온 게 아닌가 싶어서 물어봤어.”


호영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문수 이 자식이 무슨 꿍꿍이로 노량진에 나타난단 말이야? 유흥하고는 일절 관계가 없는 재수생과 공무원 응시생들로 바글바글한 노량진에 무슨 일이야?’


호영은 그냥 문수란 그 이름을 듣는 자체만으로도 소름 끼치고 재수가 없었다. 그저 문수, 그리고 시현이 자신의 일상에 더 이상 끼어드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사실 기독교인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기 그렇지만 호영이의 앞길을 막는 사람들을 되도록 멀리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난 니 친구들을 몇 번 보지 못 해서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호영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하나님의 품속에 안기도록 하여 지난날의 잘못된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 아무튼 호영이가 나쁜 사람들하고 어울려서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았으면 해.”


“걱정 마. 나 그렇게 생각 없는 사람 아니야. 지혜 말 명심해서 앞으로 정말 올바른 사람으로 계속 살아갈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언제나 호영에게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는 지혜였다. 호영은 가끔씩 지혜가 자기보다 몇십 년은 더 산 큰 어른처럼 보였다. 같은 또래였지만 그녀의 생각 하나하나가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항상 자기를 걱정해주는 그녀의 마음이 항상 고마울 따름이었다. 아마도 어릴 때부터 항상 질책과 잔소리부터 먼저 듣고 커 왔던 호영에게 이런 따뜻한 손길이 너무나도 절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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