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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제부터 뭐 할 거냐?"
"지금 하던 거 계속해야지. 내가 딴 거 뭘 해?"
"장난하냐? 주식투자 그거 도박이야. 과연 니가 평생 동안 수익만 보면서 살 거 같냐? 너 인마, 제시 리버모어라고 알고 있어? 그 사람도 주식 판에서 떼돈 벌고 성공했지만 그 사람의 끝은 파산에 권총 자살이야."
"아. 재수 없게 무슨 그딴 얘기야!"
"끝까지 들어봐. 내 말은 지금 니가 주식으로 그 돈 벌었다는 게 잘못됐다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니야. 이유야 어떻게 됐든 그 돈이면 대학교 다닐 밑천은 될 거고 한국에서는 그저 대학교 나와서 좋은 직장 취직하는 게 최고야. 공부하기 싫으면 군대 갔다 와서 기술 배워서 사는 것도 방법이고. IMF 이후로 요즘 경기 어려워. 그냥 안정된 직장에 취직해서 월급 받아먹는 게 최고다. 이런 시국에는 욕심이 화를 부를 수밖에 없어. 아버지 봐. 그놈의 탐욕 덕분에 아버지 인생은 물론 우리 가족 인생까지 꼬였잖아. 그냥 욕심부리지 말고 평범하게 살자."
"글쎄다. 난 주식 판에서 내 가능성을 봤어. 그런 식으로 세상 겁만 먹어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리고 나 이것 때문에 하루에 채 2시간도 못 자고 연구하고 공부한 적도 있어. 내가 그렇게 허술한 놈인 줄 알아?"
"그럼 차라리 펀드매니저를 하지그래? 펀드매니저 되면 굳이 니 돈 투자하지 않고도 억대 연봉 받는 건 일도 아닌데. 그건 그렇고 너 빨리 신검받아야 돼. 이번 달 안에 못 받으면 경찰에 고발당해. 그리고 군 입대 문제도 있네. 전업투자 어쩌고 하기 전에 이런 문제부터 신경 써야 할걸. 군대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주식투자할래?"
그동안 가출한다고 이런 문제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제 호영은 20살 성인이었다. 이제 뭔가 풀리는가 했는데 군문제가 호영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렇게 자기 앞가림 잘하는 놈이 이런 중요한 일도 까먹고 집 나와서 생활하냐?"
"알았어. 그 문제들 빨리 해결할 테니 잔소리는 여기까지 합시다. 우리 2년 만에 만났어. 좋은 얘기만 하면서 삽시다."
"얼씨구. 지 듣기 좋은 소리만 듣고 싶은가 보네."
형 희영은 갑자기 호영에게 헤드록을 걸었다.
"아. 진짜 어린애도 아니고."
"자식아. 아우. 너 좀 맞아야 돼 인마."
그 말과 동시에 호영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아. 진짜 나이 22살 먹고 쪽팔리지도 않냐?"
"뭐 인마?"
희영은 몸싸움을 격하게 걸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서로 어색하고 경직된 분위기는 눈 녹듯이 사그라들었다.
다시 돌아온 고시원 골방에서 호영은 미래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대로라면 모든 걸 내려놓고 군대에 가야 할 판이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돌파구라고 생각했던 주식투자를 그만두어야 할 판이었다. 그렇다고 군대를 피하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대학교 공부를 하기는 싫었다. 방법을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때 발견한 것이 방송통신대학교였다. 특별한 경우에만 학교에 나가면 되었고 모든 수업을 인터넷으로 수강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능 성적이 없어도 학교 입학이 가능하고 군대 연기 또한 가능하다는 사실이 호영에게 최고의 장점이었다. 현재 호영에게 가장 이상적인 학교였다. 사실 호영의 속셈은 학교는 등록만 해놓고 자신의 하루 일과를 전부 주식 투자에 쏟아붓는 것이었다. 하지만 형 희영에게 호영의 모든 계획을 털어놓으면 당연히 심하게 반대할 것이다.
"그냥 형 만나지 말고 내 맘대로 살걸 그랬나. 그나저나 이 인간은 아직도 군대에 안 갔네. 언제 가려고 그러는 거지? 만약 내년 되자마자 바로 군대에 가면 내 세상인데. 다음에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다."
일탈을 멈추고 다시 돌아온 현실에서는 완전한 자유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냥 10억 정도 벌고 나서 사람들 앞에 나타날걸 그랬나. 7500 버니깐 무슨 요행으로 그렇게 번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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