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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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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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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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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9. 사건 (2)

DUMMY

19.


복면을 쓴 전형적인 테러리스트들을 보며, 나는 느긋하게 한 마디 했다.


“성민석. 준비해라.”


“뭐... 뭐?”


“병신아. 그만 얼타고 도망갈 준비 하라고. 실제상황이라고.”


“으... 응. 알았어.”


[ ‘포에버 랜드’ ‘테러’ 사건 검색 결과 244,500건 ]


젠장. 졸라 많네. 당장은 이 사건이 뭔지 알 방법이 없지만, 내가 모른다는 점에 기인하면 이 상황은 둘 중 하나다. ‘저쪽 세계’에서는 우주연합이 성공적으로 은폐한 사건이던가, 아니면 진짜 없던 사건이던가.


뭐. 내 알 바 아니다.


끼이이- 캉!


불에 타고 있던 구조물중 하나가 애들 머리 위로 추락하는 것을 마나 사브르로 쳐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이게 ‘저쪽 세계’에 있던 사건인지 아닌지가 아니다. 애새끼들을 무사히 탈출시키는 것이지. 애들 하나 죽었다간 일당 30만 코인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나는 조용히 마나 사브르를 꺼냈다.


리틀 아카데미 담당교사와 놀이공원 [포에버 랜드] 관리측도 분주하게 마나블렛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빨리 행성관리본부랑 안보부에 연락해!”


“헌터 지원 요청중이에요!”


놀이공원에 누가 테러를 하겠냐고 생각했는지, 이곳 보안요원들은 성민석보다 강한 녀석조차 없다. 담당교사 또한 마찬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기들이 뭘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래도 어른이라 이건가.


“세르부스의 마나석 광산은...”


“오로지 세르부스의 것이다!”


콰과과광!


한편 테러리스트들은 계속해서 이곳저곳에서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충 연기나 반경을 봤을 때, 암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NMN-711이다. 마나를 폭발시키는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싸구려 폭탄이다.


뭐, 내 역할은 테러리스트들을 생포하거나 죽이는 게 아니다. 난 성민석에게 다가가서 말한다.


“야. 성민석. 애들 비상구로 데려가.”


“알았어.”


“애새끼들아! 딱밤 맞기 싫으면 저 앞에 있는 창잽이 따라가!”


“으와아악!”


아이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성민석을 따라간다.


“줄서서 가!”


재빨리 2열 종대를 완성해서 발맞추어 따라간다. 리틀 아카데미 제식 훈련 수준 실화냐? 정말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무튼 이 정도면 대피는 완벽하다. 나도 적당히 따라가려던 찰나.


“세르부스의 마나는...”


순간 테러리스트 녀석들이 손가락 마디만한 마나석을 하나 꺼내더니.


“우주연합이 길들일 수 있는 게 아니다.”


마나석에 깃든 의지를 강제로 깨어내는 술식을 전개한다. 아니. 저 술식을 어떻게 세르부스 놈들이...



"이것이 세르부스의 의지다."


술식이 발하는 빛이 사그라들자, 마나석을 회전목마에 박아넣는 테러리스트들.


우우우웅-


그러자 마나석에서 나무뿌리처럼 가느다란 마나의 실이 퍼져나가 회전목마에 닿기 시작하고.


-우오오오!!!


씨발. 적당히 해야지. [골렘]이다. 회전목마의 스피커에서 괴성이 울려왔다.


순간 회전목마에 있던 모형 말들의 등줄기에서 검붉은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갑자기 살아있는 것마냥 날뛰기 시작했다. 말들의 몸들에는 미세하게 보이는 마나의 실이 퍼져 있다.


[ 골렘 ( 등급 : 마나석에 따라 다름 ) ]


[ 핵으로 삼는 마나석의 마나를 신경망으로 만들어내 움직이는 뮤턴트. 마나석의 속성에 따라 자아의 성격이 다르다고 전해지며... ]


“알림 OFF! 쓸데없는 정보 띄우지 말고 당장 골렘 마나량 스캔이나 해!”


[빅 데이터]는 이게 문제다. 당장 필요한 건 골렘이 어떤 뮤턴트냐가 아니라 지금 눈앞의 골렘이 얼만큼 강한 존재냐는 것이다.


[ 골렘 ]

[ 마나량 : 1033 ]


마나량 1033. 현재 내 마나량이 1200 언저리니까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물론 싸워 이기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내가 무사히 도망칠 수 있는 수준인지만 확인하면 되는 거니까.


-히히히히힝!


“어디서 생명도 없는 마나석 찌끄레기 주제에.”


나의 마나를 검신으로 하는 마나 사브르가 한 번 푸른 반원을 그리자, [골렘]의 일부인 말 하나가 반으로 갈라진다. 그와 동시에 말과 마나석을 이어주는 마나신경망이 끊어지고, 목마의 등줄기에 있던 검붉은 마나의 불길이 사그라들며 다시 플라스틱 모형으로 돌아온다.


“어차피 애새끼들만 지키면 되는 거잖아?”


나는 골렘이 누굴 얼마나 죽이든 상관없다. 내 일당만 받으면 되니까.


오로지 나는 내가 맡은 애들이 놀이공원을 빠져나가게만 하면 충분하다. 물론 나도 은근슬쩍 도망치면...


“골렘을 단칼에 베다니, 우주연합의 개냐?”


“헌터는 아닌듯 하고.”


“이니시움 정규 아카데미의 생도인가 보군.”


씨발. 테러리스트 세 놈의 관심이 내게 쏠렸는지 삼각편대로 나를 포위한다. 하나같이 마나량 1000 언저리의 녀석들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골렘]까지 나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니네 뭐 하는 놈들이냐?”


“우리는 우주연합으로부터 행성 세르부스의 마나석 광산 채굴권과 자치권을 되찾고자 하는 세르부스 독립결사단이다.”


테러리스트주제에 혓바닥이 길다. 나는 녀석들의 기척을 느끼며, 자세를 푼다.


“어차피 우주연합 헌터들이나 안보부 놈들 오면 너희들 금방 죽는데, 이거 무의미한 짓 같지 않냐? 그러니 나 좀 내보내 줘라.”


“우리들이 잡히는 건 상관없다. 죽는 것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메시지지.”


“이로서 우주연합은 우리의 소리를 들어줘야만 할 것이다.”


흐음. 뭐 지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뗑깡이나 다를 바 없는 테러를 하는 것 역시 내 알 바 아니다. 우주연합의 처신은 더더욱 내 알 바 아니다.


나는 과자를 사주지 않았다고 마트에서 드러눕는 애새끼한테도, 애가 과자를 조르는 이유를 자기 요리 실력이 형편없다는 데서 찾지 못하는 애엄마에게도 관심을 쓰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일만 할 뿐이다.


어차피 [골렘]의 말은 내가 맡은 아이들을 쫓지 않는 것 같으니, 나는 조심스레 마나 사브르의 검날을 거둔다.


“그래. 그럼 나 좀 지나가면 안 될까? 난 너희와 싸우고 싶지 않거든.”


“원래는 리틀 아카데미를 노렸지만, 정규 아카데미 생도도 메시지로서는 충분하지.”


“... 야. 우주연합 애들이랑 협상하려는 거 아냐? 그러면 협상의 여지를 좀 줘야...”


“우리는 협상하지 않는다.”


“우리는 쟁취한다.”


씨발 새끼들. 진짜 존나 꼴통이네.


피슈우웅-


나는 다시 마나 사브르에 마나를 불어넣는다. 이번엔 ‘질서의 마나’가 갖는 푸른빛이 아니다. ‘자유로움의 마나’, 그것도 [열에너지]의 붉은빛이다. 그리고는 손짓한다.


“그럼 빨리 덤벼. 씹새끼들아.”


타탓!


녀석들은 횡으로 스텝을 밟으며 내 시선을 교란했다. 이 새끼들, 3인이서 싸우는 법을 안다. 둘은 정면에서 좌와 우로 퍼져 사각(死角)을 노리고, 한 놈은 아예 대놓고 뒤를 잡는다. 괜히 어지러우니, 차라리 눈을 감는다. 마나만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타닷-


뒷놈이 먼저 접근한다. 놈의 기척을 지워주기라도 하려는 듯 앞의 두 녀석들이 요란하게 거리를 좁힌다. 말하지 않아도 알듯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운으로 ‘저쪽 세계’에서 7년간의 전쟁동안 살아남은 게 아니다.


스긍-


보이진 않지만 뒤에서 다가오는 놈의 무기는 클로(Claw)다. 내게 다가오는 마나가 다섯 개의 점에 담긴 채로 느껴진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거의 지척까지 다가왔을 때, 나는 땅을 박차고-


“아니-”


“아니 같은 소리 하네.”


슈우우우우-


마나 사브르가 물체를 통과하는 소리가 정적이다.


공중제비를 돌며, 녀석의 정수리와 배꼽을 잇는 직선으로 베어낸다. 아니, 태워낸다. 잘라낸 단면에서는 피비린내보다 타는 냄새가 심하다. 살인은 오랜만이지만, 뭐 하루 이틀 죽였나. ‘저쪽 세계’에서는 하루에 먹은 끼니수보다 죽인 사람 수가 배는 많다. 나는 시신 위에 발을 올리며, 눈을 감은 채 말한다.


“다음은 누구? 싸울 거면 얼렁 들어와. 눈은 뜨게 해야지.”


“...!”


두 녀석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살기를 숨기지도 않지만 딱히 내게 살기를 뿜어내지도 않는다.


“안 가면 내가...”


파팟!


녀석들은 다시금 움직이며 내 앞과 뒤를 동시에 잡았다. 이제야 싸울 생각이 들었나 보군.


아까까지만 해도 나는 그냥 도망칠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왜냐? 방금 녀석들이 날 건드렸잖아. 요즘 한겨울이니 핸슨 최니 자꾸 건드리는 놈들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참고만 있었더니, 화병에 걸리기 직전이거든. 가끔은 이렇게, 자유롭게, 원래 하던 대로 해 줘야 정신건강에 좋다.


마침 네놈들의 테러행위 덕에 ‘저쪽 세계’같은 생각도 나고, 더욱 좋다.


“티맥. 뒤를 잡아라.”


“알았다.”


녀석들이 기척을 죽이면서 내게 앞뒤로 다가온다. 움직임에서 의도가 읽혀 작게 읊조린다.


“도망치게?”


“...!”


움찔하네. 녀석들. 뻔하다.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중심과 방향이 너무 수상하다. 테러리스트라는 것과 엮어서 생각하면 정답은 하나뿐이다. 시체만 회수한 채 도망가려는 것이다. 죽는 건 두렵지 않네, 잡히는 건 두렵지 않네 말했지만 시체 하나라도 남겼다간 우주연합에게 덜미를 잡힐 테니까.


아무튼 움직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읽힐 뿐이다. 읽히면 죽어야지.


“.”


나는 정면으로 치고 나간다. 요란한 움직임은 필요하지 않다. 성민석이 하던 마나를 이용한 스텝을 두 번 반복했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정면에 있는 놈은 녀석은 반응하지 못하고-


“미친...”


푸슈슈숙-


목과 몸이 따로 논다. 음. 유언을 남겼으니 반응은 한 건가? 아무튼 그러하다. 이제 더 이상 눈을 감을 필요가 없으니, 나는 티맥이라 불린 테러리스트를 바라보며 말한다.


“직접 올래, 아님 내가 갈까?”


“... 젠장!”


순간 방법이 없다 생각했는지, 녀석은 품에서 [워프 키트]를 꺼냈다. 우주연합의 독점기술 [행성간 순간이동 키트]처럼 행성단위 이동은 불가능하지만 지금 이 아카데미가 있는 행성 어딘가로 순간이동 할 셈이다.


물론 그렇게 하게 놔 둘 리가 없다.


“크아아악!”


슈우우우-


[워프 키트]가 빛무리와 함께 사라졌다. 허나 테러리스트는 아직도 내 앞에 남아있다. 한 쪽 팔이 없는 채로 말이다. 나는 냉소를 보내며 말한다.


“어디로 가려 했는진 모르겠지만, 저쪽에선 팔만 도착해서 놀라겠네.”


“... 우리들을 죽이는 것만으로 세르부스의 의지가 꺾일 거라 생각했다면...”


“알았으니까 좀 닥쳐.”


푸슉-!


나는 두 번 말하는 건 싫어한다. 두 번 듣는 건 더 싫다. 더 이상 갖고 놀 필요 없이, 난 녀석의 목을 잘라낸다.


이제 남은 건 [골렘] 뿐인가.


-쿠어어어어!


마나량 1000쯤 하는 골렘이면, 당장 싸워 이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굳이 싸울 필요는 없다. 귀찮잖아.


“꺄아아악! 도와...”


콰직!


“우리 애! 우리 애가 아직 저기에...”


회전목마를 숙주로 한 골렘. 신경망으로 연결된 ‘목마’들 하나하나에 마나가 깃들어 불타는 갈기로 시민들을 불태운다. 물어뜯기도 한다. 인명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사... 살려...”


- 히이이이이잉!


물론 내 알 바 아니다. 어차피 몇 년 못 살고 전쟁의 시대에 죽을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문득, [골렘]의 핵을 이루는 마나석이 어떤 물건인지가 떠올라 버렸다.


“저 정도 마나석이면... 최소 10억 코인은 하겠지?”


마나석은 신비한 물질이다. 저장된 마나를 사용했을 때, 주위의 마나를 스스로 흡수하면서 자동으로 충전한다. 게다가 마나량 1000 언저리면 절대 작은 크기가 아니다. 아니. 엄청 큰 크기다. 중형에서 대형 사이로 분류되는 마나석. 십 억은 가볍게 호가한다.


“돈이 될 것 같으니, 움직여야겠네.”


물론 마나석을 내가 가질 순 없을 것이다. 우주연합이 아마 다시 회수하려 하겠지. 하지만-


“우주연합이 아무리 날강도 새끼들이라 하더라도 소정의 보상금 정도는 주지 않을까?”


1억 코인 정도만 받더라도 [레벌레이터 프로젝트]에 쓸 예산은 충분하다. 남은 건 과자값 하면 되고. 물론 마나석을 내가 가질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슈우우-


마나 사브르가, 좀 더 푸르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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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눈의 행성 (1) +5 21.09.16 4,604 12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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