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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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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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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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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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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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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7. 의뢰 (2)

DUMMY

27.


날 따라 고개를 돌린 한겨울은 유아라를 놀란 듯 쳐다본다.


“유아라잖아?”


“예. 그쪽은 한겨울 씨 맞죠오?”


두 사람 다 6년간 리틀 아카데미를 다녔고, 정규 아카데미를 1년 넘도록 다녔으니 서로를 아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맞는데.”


“권민성 씨랑 대화가 좀 하고 싶은데요오. 잠시 빌려가도 될까요오?”


“싫은데? 얘 내 마나 봐주기로 했어.”


환하게 웃는 유아라. 한겨울은 얘가 왜 웃지 하는 표정을 짓는다. 유아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선 항상 정반대 표정을 짓는다는 걸 한겨울이 알 리 없으니까. 뭐.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야. 한겨울. 나 유아라랑 얘기 좀 할게.”


“어어? 권민성 너 유아라랑 선약이라도 있었냐?”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내가 먼저 불렀잖아! 내 마나부터 봐줘야지!”


한겨울이 오른팔의 깁스를 덜렁거리며 성낸다. 뭐, 안 봐줄 것은 아니다. 너는 내 훌륭한 체스말이니자 마나의 근원이니까. 그래도 지금은 유아라가 더 급하다.


“조금 있다 봐 줄 테니까 기다려.”


“와. 음료수까지 받아먹고 이러기야? 배신감 쩐다.”


“야. 가만히 좀 있으면 안 되냐?”


“... 얘기 끝나면 그대로 돌아와! 올 때까지 한 발짝도 안 움직일 거니까.”


한겨울은 그렇게 말하며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벤치에 앉는다. 그러던가 말던가. 아무튼 나는 유아라와 단 둘이 은밀한 시간을 가지러, 공원 한쪽으로 걸어간다. 유아라가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내가 먼저 묻는다.


“뒷조사는 좀 많이 했어?”


아마 링링 멘토링 하지 말라고 제안한 3000만 코인을 거절했을 때부터, 유아라는 나란 존재에 대해서 뒷조사를 열심히 했을 것이다. 아마 그 돈을 받아들였다면 난 유아라에게 그저 그런 가난뱅이였겠지만, 거절함으로서 좀 다르게 보기 시작한 거겠지.


“뒷조사요오?”


“발뺌할 필요 없는데. 다 알아.”


“후후. 뒷조사랄 것도 없어요오. 공식적으로 유포된 영상에서도 재미있는 게 있어서요오.”


그렇게 말한 유아라는 자신의 마나블렛을 들이민다. 홀로그램을 띄우지 않고, 화면 속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은 표창 수여식 때의 것인데, 나와 마윤재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아마 소형 드론으로 촬영한 거겠지.


문제는 그 영상에는.


‘배짱도 두둑하고... 그런데 제군은... 우주연합 국민이 아니군?’


‘뭐. 그렇습니다.’


‘행성 패러독스 출신인가?’


‘그러하죠.’


자막이 달려 있다. 정확하게 마윤재와 내가 나눈 대화가 말이다.


“저희 [슈마허 인더스트리]의 AI를 이용하면 얼굴근육의 움직임만으로 뭘 말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답니다아? 후후...”


“응. 알아.”


“...”


“그래서 어쩌라고?”


---


유아라는 눈앞의 권민성이라는 남자의 되물음에, 그녀답지 않게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유아라가 권민성을 불러낸 이유는 단순했다.


아카데미 생도들에게 기업이 의뢰를 맡기는 것은 흔한 일이고, 권민성이라는 남자에게 한 가지 의뢰를 맡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전에 약점을 좀 잡아서 단가를 후려치고 잘 되면 성민석 같은 충견(忠犬)으로 만드는 단계를 밟아 보려고 했는데, 첫 스텝부터 꼬여버렸다.


‘우주연합 국민도 아닌 게 왜 이리 당당해?’


기본적으로 우주연합은 ‘국가’가 아니라 ‘국가형 기업’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회원일 필요는 없지만, 우주에 퍼져 있는 400억 인구의 99%는 우주연합의 회원이다. 이는 곧 연합의 회원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상 우주의 난민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우주 곳곳에 뻗쳐 있는 연합의 인프라 혜택을 받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 인프라엔 [법률]과 [치안]도 포함된다.


연합의 비회원은 사실상 회원이 ‘저 사람이 때렸어요!’ 라고 막무가내로 우기기만 해도 [푸가토리움]에 수감되는 게 일상이다. 물론 그것도 운이 좋은 경우고, 대부분은 즉결처형이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는, 자신이 비회원이라는 걸 들켰음에도 너무 담담하다.


‘하긴 마윤재 부장의 눈에 들 정도니... 당연한 건가?’


유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의 남자는 우주 최고 엘리트 집단 우주연합 안보부의 부장 마윤재의 눈에 든 남자다. 물론 이건 의뢰를 맡기려는 입장에선 오히려 좋은 점이다. 아직 헌터도 아니라 몸값도 싼데, 헌터 수준의 실력을 가졌다는 반증이니까.


“뭐어...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할게요오. 이제 곧 행성 에브게니아에서 일을 좀 해야 하는데요오. 생도 유아라가 아니라 기업 [슈마허 인더스트리]의 입장에서어. 민성 씨에게 의뢰를 하고 싶어서요오.”


[슈마허 인더스트리]는 로봇회사 기업이다. 마나블렛 제조 독점기업인 [쓰리스타벅스]와 더불어, 이 우주에서 마나 컴퓨터에 쓰이는 ‘진리의 마나석’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그러니까 [전쟁 선포] 이후 세르부스에서 나오는 진리의 마나석 공급이 팍 끊겨버렸다. 시장 전체의 80%가 소멸된 것이다. [슈마허 인더스트리]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에브게니아’라는 행성에서 비정상적인 마나 파장 분포를 발견해냈다는 것이다.


연합이 관리하는 [마나석 광산 사업]에 한 번도 손 뻗어본 적 없는 [슈마허 인더스트리]입장에서 그 마나 파동이 마나석 광산이라고 확신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뭔가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는 없는 노릇.


그러나 드론으로 관측해 본 결과 해당 지역엔 [누예티네]나 [아이스 리자드]같은 잡스러운 뮤턴트들이 가득해, [슈마허 인더스트리]는 뮤턴트를 처리해 줄 누군가를 고용해하야 하는 상황이었다.


헌터들을 고용하자니 비싸고, 그렇다고 3학년의 누군가를 고용하자니 [쓰리스타벅스]의 후계자 정예원의 커넥션을 피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당장 유아라의 눈앞에 있는 권민성이라는 남자는, 경쟁사와 관련도 없고 싼 값에 후려치기도 좋다.


무엇보다 연합의 회원이 아니니 마나석 광산을 발견하더라도 한동안은 연합에게 시달릴 일이 없다. 세르부스가 지금 마나석 광산 때문에 이 사단을 겪고 있는 걸 생각하면, 매우 중요한 포인트였다.


‘더러운 남자 주제에 링링에게 찝적거리는 건 조금 열 받지만...’


유아라는 순간 일이 끝나갈 무렵 이 권민성이라는 남자가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죽어버리는 상상을 하며, 싱긋 웃었다. 물론 그것도 고용한 후의 일일 뿐, 유아라는 웃음기 가시지 않은 얼굴 제안했다.


“닷새만 일해 주시면 되고요오. 보수는...”


“싫어.”


유아라는 순간적으로 상황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직 보수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다가 기업 의뢰를 거부하는 생도는 거의 없다. 부정적인 감정에 있어서는 무조건 반대 표정을 짓는 그녀가 짐짓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


“왜죠? 보수는 아직 부르지도오...”


“됐고. 거긴 너무 추워.”


춥다고? 노동의 가치가 떡락한 현대 시대에는 무료 인턴으로라도 [슈마허 인더스트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줄을 섰다. 그런데 고작 추워서 안 하겠다고?


유아라의 표정이 짐짓 무표정에 가까워졌다.


“조건을 마저 들어보세요오. 거기 있는 뮤턴트들 [청소]만 해 주시면 되고 일당은 500만 코인...”


“싫다니까. 어우. 생각만 해도 춥네. 거긴 사시사철 한겨울 날씨... 아. 유아라. 나 그만 가 볼게. 누가 기다려서.”


권민성이라는 남자는 왔던 길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자... 잠깐만요오.”


“너도 얼렁 들어가 봐. 나중에 보자.”


권민성은 그대로 뒤돌아 사라졌다. 너무 황당해서 달려가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하던 유아라는, 남자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자신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지금 그녀의 표정은 아카데미 내의 그 누구도 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


나는 한겨울이 있는 벤치로 돌아와서 묻는다. 한겨울은 영혼 빠진 얼굴로 별만 보고 있다.


한 발짝도 안 움직이겠다고 선언한 한겨울의 옆에는 음료수 캔이 4개나 놓여져 있다. 콜라, 커피, 콜라, 콜라. 음료수는 뭐 마법으로 날아왔나? 아. 얘 전류계로 전향했지.


아무튼, 난 한겨울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야. 오래 기다렸냐?”


“오래 기다렸지. 니 나한테 맨날 뒤진다, 뒤진다 하더니, 늙어 뒤지게 하려는 거였냐?”


“됐고. 마법진이나 한 번 해 봐. 제대로 봐 줄 테니까.”


나는 한겨울의 왼팔을 잡았다. 정밀한 마나 흐름을 봐 주려면 신체 접촉은 불가피하다.


“유아라랑 뭔 얘기 했어?”


“넌 알 거 없는 얘기.”


“...”


“연습한 거나 해 봐.”


한겨울은 체 소리를 내며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뭐, 지금은 나도 한겨울에게 투자하는 것이 그나마 이득이다. 어차피 시간의 문제일 뿐, 유아라는 어떻게든 다시 연락을 취할 거니까.


“적임자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응? 뭐가?”


“아냐. 그보다 집중해, 집중. 마나 다 흐트러진다.”


“어어어어? 아아!”


펑!


지금 실질적으로 ‘저쪽 세계’에 없었던 사건인 [전쟁 선포]는 그저 슬로건만 건 것과 다를 바 없다. 왜냐면 [세르부스 독립결사]인지 뭔지 하는 무장 테러리스트 단체가 숨어버렸으니까. 아마 테러리스트들도 한동안 시국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주의 동향은 ‘저쪽 세계’의 [세르부스 폭동]만 있던 때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럼 그렇지, 세계의 운명이니 뭐니 하는 게 그리 쉽게 바뀔 리가 없다.


물론 마나석 가격이 이 정도로 폭등할지는 몰랐고, 우주 용팔이 새끼들 때문에 마나석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건 예상외지만...


아무튼 결국, ‘저쪽 세계’에서도 지금 이 시기 즈음에 [슈마허 인더스트리]는 에브게니아에서 새 마나석 광산을 개척하려 했다. 난 그걸 노린 거다.


우주연합의 따까리들인 헌터나, 정예원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게 미치는 3학년, 그리고 아카데미 졸업생들의 동향을 생각하면 적임자는 나뿐이다. 뭐, 중간에 있던 우여곡절들 때문에 시기가 약간 당겨졌지만, 그래도 큰 그림은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


띠링-!


[ 유아라 -> 권민성 : 아까 했던 얘기 마저 해요오 ]

[ 유아라 -> 권민성 : 보수는 협상이 가능해요오 ]


거 봐라. 유아라가 훨씬 급하지. 예상보다 더 빨리 왔다.


“누구야?”


한 번 폭발한 이후 마법진을 그리던 한겨울이 내 마나블렛에 모가지를 쑥 뻗어 발신인을 확인하려 하지만, 내가 더 빠르다.


“아는 여자. 니는 마법진이나 마저 그려.”


“체.”


나는 한 손으로는 한겨울의 팔뚝에서 흘러가는 마나들을 느끼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마나블렛에 메시지를 입력한다.


[ 권민성 -> 유아라 : 돈 말고 돌로 줘 ]

[ 유아라 -> 권민성 : 돌이요오? ]

[ 권민성 -> 유아라 : 에브게니아에서 채굴한 마나석 ]

[ 권민성 -> 유아라 : 10%를 넘기면 생각해 볼게 ]


답신은 한참동안 오지 않는다. 아마 내일까진 오지 않을 것이다. 유아라는 이제부터, 마나석 광산 관련 정보가 어디서 샜나 확인하느라 밤을 새야할 테니까. 난 그동안.


펑!


“아... 또 터졌다...”


이 멍청이를 사람 만드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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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눈의 행성 (1) +5 21.09.16 4,602 129 15쪽
» 27. 의뢰 (2) +3 21.09.15 4,500 137 12쪽
26 26. 의뢰 (1) +4 21.09.15 4,765 13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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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계시자 +4 21.09.12 5,111 14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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