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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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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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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사건 (1)

DUMMY

18.


“허허... 그럼 난 들어가 보겠네.”


“예. 얼렁 들어가십쇼.”


나는 라인하르트의 뒷모습에다가 건성으로 인사했다.


금요일 오전에는 왠지 모르게 라인하르트와 산책하는 게 일과처럼 되어 있다. 쓸모없는 시간이다. 라인하르트는 항상 제 할 얘기만 하고, 나는 그걸 내시 호구마냥 계속 예예거리며 들을 뿐이다.


[ 마나를 되찾았습니다. ]

[ 마나량 : 1207(-23922) -> 1227(-23902) ]


마나만 안 엮여 있었어도 이런 쓸데없는 시간을 보낼 이유는 없는데 말이야.


아무튼, 이젠 할 게 없다. 그건 뭐다? 놀기 좋은 때라는 것이다.


‘이쪽 세계’에 와서 느낀 건데, 혼자 노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육체놀이’같이 흥미로운 놀이들도 있지만, 끝나고 나면 공허해진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그런데... 같이 놀 사람이 없다.


[ 그룹 채팅방( 김석봉, 정명훈, 권민성 3인 ) ]

[ 안 읽은 메시지 : 377 건 ]


석봉이와 정명훈은 [레벌레이터 프로젝트]에 심취했는지 밤새 아이디어와 기획을 세우고 있다. 메시지야 뭐, 어차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대화가 아니니 읽을 필요도 없다.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개인 메시지로 보내겠지.


또 박준 사부는 행성 세르부스에 가서 일하는 중이고, 정예원은 엮이고 싶지 않다. 링링은...


아니. 라인하르트 교장, 당신 왜 돌아와?


“아. 민성 군. 혹시 어떤 일 좀 해 볼 생각 없나?”


예상외의 일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빨리 기숙사로 돌아가는 건데.


“전혀 없네요.”


“그런가? 허허. 괜찮은 자리가 났는데 말이지. 마나량도 이젠 A판정 이상인 것 같은데... 힘 좀 써보고 싶지 않나? 일당도 30만 코인이나 하네.”


능글맞은 늙은이. 남의 마나량을 왜 은근슬쩍 들여다보는지.


아무튼 별 생각 없다.


기껏해야 돈도 조금 줄 텐데 일을 왜 하지? 어차피 힘만 되찾아서 헌터만 되면 그깟 푼돈은 필요 없다.


“저는 전혀...”


띠링!


[ 메시지가 왔습니다. ]

[ 김석봉 -> 권민성 : 민성쿤 ]

[ 김석봉 -> 권민성 : 명훈쿤이랑 얘기해봤는데 ]

[ 김석봉 -> 권민성 : 3000만 코인은 부족할 것 같다능 ]

[ 김석봉 -> 권민성 : 최소 1억은 있어야 ]


---


“젠장. 금토일을 이렇게 날리네.”


결국 나는 라인하르트가 제안한 일거리를 받아야만 했다. 젠장. 괜히 [레벌레이터 프로젝트]에 편승해 보려다가 금 같은 주말을 날렸다. 에이. 차라리 그 돈으로 과자나 사 먹을걸. 호감도를 쌓는 도중이라 발을 빼지도 못한다.


아무튼 일당 30만 코인을 받는 대신 해야 하게 될 일은, 바로 [이니시움 리틀 아카데미] 5학년 학생들 소풍 부인솔자다.


그것도 놀이동산 도우미. 최악이다.


이니시움 리틀 아카데미의 경우 교수가 아니라 고용된 선생들이 담당을 맡기 때문에, 어떤 대외 행사의 인솔자들의 마나량이나 실력이 정규 아카데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결국 돌발상황을 위해선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리틀 아카데미 애들이 보통 집안 자제들이 아니거든.


아무튼 이 때 정규 아카데미 생도들이 [호위]나 [구출]의 연장선으로 리틀 아카데미의 경호를 맡기도 하는데, 마침 한 자리가 빵꾸가 난 모양이다.


“안녕하세요... 정규 아카데미 분이시죠...? 오늘 함께 5학년 [의무]반을 인솔하게 될 담당교사 이미연이라고 합니다...”


피로해 보이는 담당교사. [빅 데이터]로 스캔해 본 결과 마나량은 300 언저리에 이명 없음. 이 여자는 3년 뒤에 전쟁이 터진다는 걸 알면 어떻게 행동할까. 지금처럼 계속 꼬맹이들 뒷바라지나 하고 있을까.


게다가 이니시움 리틀 아카데미 애들이 보통 꼬맹이던가. 이니시움의 정규 아카데미는 온 우주의 ‘인재’들만 키우기에도 정원이 부족하지만, 리틀 아카데미는 그렇지 않다. 우주에서 좀 사는 집안 사람들이라면 어떻게 해서라도 리틀 아카데미에 넣는다. 이미연은 그런 애들을 봐 주고 있는 담당교사다.


물론 내 알 바 아니지만 말이다.


“오늘 보시다시피 소풍 장소는 놀이동산이구요... 권민성 생도분이랑 또 다른 생도분 한 명이서 5명씩 맡아주시면 될 것 같아요...”


“다른 생도도 옵니까?”


“예. 한 분 더 오신다고 했... 아. 저 분이신가 봐요.”


이미연의 손가락 끝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어디서 한 번 본듯한 녀석이 창을 든 채 걸어오고 있었다. 이름이 기억날랑말랑한데...


모르면 물어보지, 뭐. 궁금증은 참지 않는 편이다.


“야. 너 이름이 뭐였지?”


“궈... 권민성! 네... 네 가 왜 여기에?”


“어디 보자. 이름이... 성민석 생도님이시군요. 이쪽은 권민성 생도님이세요.”


성민석? 나랑 이름이 비슷하네... 아. 기억났다.


걔구나. 전에 자유대련실에서 뜬금없이 기절한 애. 유아라와의 소중한 커넥션이다. 나는 녀석에게 악수를 청한다.


“아. 맞다. 기억났다. 야. 반갑다. 잘 지냈냐?”


“무... 물론이지.”


녀석은 흔쾌히 내 악수를 받았다. 조금 겁에 질린 표정이긴 한데, 이해는 한다. 그 날 경험이 꽤나 충격적이었을 테니까. 근데 반대로, ‘저쪽 세계’에서 내 머리 때렸다면 손가락 몇 개 부러지는 것만으로 안 끝났다. 목뼈라면 모를까.


한편 순간 긴장하던 이미연은 안도감 넘치는 표정으로 낯빛을 바꾸고는,


“하하... 두 분 아는 사이신가 보네요... 다행이야... 일단 애들 권민성 생도님이 여기 10명, 성민석 생도님이 여기 10명씩 인솔해 주시면 돼요. 저는 이만 나머지 애들 인솔해야 해서...”


재빨리 명단이랑 애새끼들만 남기고 도망쳤다.


“젠장.”


내가 맡아야 할 아이들이 이열 종대로 쭉 섰다. 2, 4, 6, 8, 10. 다섯 줄. 탈주한 녀석은 없다. 사실 지금 문제는 나다.


나는 10명의 애를 다루는 방법을 안다. 일단 아무나 한 명 정해서 두들겨 패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아홉 명은 말을 잘 듣고, 한 명은 말을 더 잘 듣는다. ‘저쪽 세계’였다면 당장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쪽 세계’에서는 그렇게 못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내가 맡아야 할 열 명중 한 놈이 손을 들고 묻는다.


“일일 도우미 선생님. 질문이 있습니다!”


“뭐?”


“언제 놀이기구 타나요?”


“...”


다행이라면 애들이 부잣집 애들이고 리틀 아카데미에서 여러모로 배운 애들이라 그런지 미친놈처럼 발광하는 놈은 없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예의바르다. 이 나이의 애들이 사람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말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게 예절이라는 것인가? 아카데미 내 평판을 위해서는 좀 공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튼, 지금은 일을 해야 할 때다.


“야. 성민석.”


“뭐... 뭐.”


“너 애들 잘 돌보냐?”


---


성민석은 생각보다 애들을 더 잘 통솔했다. 주먹질과 발길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게 가능하다니, 놀라웠다.


“야. 너 애들 관리 잘 한다.”


“당연하지. 나는 동생처럼 업어 키운 놈들이 스물이 넘는다고.”


이 녀석 이젠 말을 절지 않는군. 자신감을 되찾았구나. 잘 됐다. 어차피 너는 유아라와의 호감도 교두보로서 많은 일을 해야 하거든.


롤러코스터라던가, 3D 영화 상영관이라던가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고, 또 바이킹인가 뭔가 하는 놀이기구에 애들을 태우는 동안, 나와 성민석은 한 벤치에 앉서 아이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던 때였다.


“아. 권민성. 사실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갑자기 조심스레 말을 거는 성민석.


“뭔데?”


“고... 고맙다.”


“뭐가?”


“저번에 대련했을 때... 우진이랑 진우가 말해줬는데 너가 창을 써 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며.”


그랬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 그랬다. 그나저나 그 엑스트라 둘 이름이 우진이와 진우였구나.


“그래서?”


“그 때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 나의 길이 무투가가 맞는가 하는... 아무튼 넌 나보다 고수잖아? 그래서 창을 한 번 써 봤어.”


성민석이 자신의 창을 슥 쓰다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게 고개를 숙였다.



“무투가로서 진전이 너무 더뎌서, 2학기엔 아카데미에 남기 힘들 것 같았는데 덕분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고맙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한겨울이라는 어떤 멍청한 여자는 백날 말해줘도 들어쳐먹지를 못하는데, 사람 말을 들을 수 있는 존재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이더냐. 나는 [빅 데이터]로 성민석의 몸을 스캔한다.


[ 마나량 : 806 ]


어디 보자... 마나량이 800이 좀 넘는구나. 이전에 네 마나량이 몇이었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발전했겠지. 마나는 곧 의지이기 때문에, 자기 몸에 맞는 무기나 마법을 써야 더 빨리 양이 늘어난다.


“그 때 말 못했지만, 전에 네가 왜 아라 님한테 왜 님 자 붙이냐고 물었지?”


그랬던... 것 같기도.


“유아라 님은 내가 다니던 고아원에 매주 봉사를 오시던 고마우신 분이야. [슈마허 인더스트리] 의 재력으로 고아원에 많은 지원을 해 주시기도 하셨지.”


“그러냐?”


“나는 아라 님께 은혜를 갚겠다고 결심했거든. 그래서 없는 재능이지만, 죽어라 노력해서 결국 아카데미에 들어오게 된 거야.”


흠. 그게 노력만으로 되는 거라면, 아마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정원은 한 1억명쯤 해야 하지 않을까?


이니시움 정규 아카데미 1학년 입학생 400명에 뽑힐 수 있었다는 것, 그것도 고아원 출신 노베이스가 가능하다는 것은 엄청난 재능충이라는 걸 의미한다.


단지 괴물만 만나다 보니 자신이 괴물이라는 자각이 희미해진 거겠지.


“나보다 더 재능 있는 애들도 고아원에 몇 있었지만... 아라 님이 [슈마허 인더스트리] 분들을 동원해 다 양부모 되실 분들과 연결시켜 줬어.”


아하. 그런 사정이.


“걔들도... 뭐 언젠가는 아카데미에서 볼 수 있겠지.”


미안하지만 그 애들은 이미 다 죽었을 거다. [슈마허 인더스트리]에서 극비로 진행하고 있는 [F.E.E. 프로젝트]의 제물이 되었겠지. 사실 링링도 그런 이유로 양녀로 들인 케이스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아 살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부탁하고 싶은 게...”


“야. 쟤 자빠져서 운다.”


“...”


“뭐 해? 가서 돌봐줘.”


“... 그래.”


뭐 성민석은 길게 말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알 바 아니라는 거다.


제발 나를 [공통사건]들에 엮지 마라. 나는 헌터가 되어도 우주연합이 주는 이점들만 쏙쏙 빼먹고 다닐 거지, 절대로 이 세상의 흥망에 엮일 생각 없다. 귀찮단 말이다. 즐기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그 때였다.


콰과광!


순간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들려오며 놀이기구가 하나, 둘 박살난다.


“이 무슨...”


“멍청아. 얼타지 마.”


성민석이 당황하는 동안 나는 재빨리 움직였다. 움직이는 방향은 뻔하다. 바이킹이 무너지고 있는데 멍청하게 얼어붙은 애새끼들이다. 울기나 할 줄 알지, 움직일 줄은 모르는 녀석들.


“빼애애애액!”


딱!


나는 시끄럽게 울부짖는 녀석의 머리에, 강력한 딱밤을 날렸다. 우는 아이에겐 이게 직빵이다.


"어? 어?"









“죽고 싶지 않으면 닥치고 절로 뛰어.”


평화의 시대에선 성민석처럼 애들을 다뤄야 할 지 몰라도, 이럴 때는 내 방식이 맞다. 두들겨 패는 것만큼 편리한 방법도 없다.


결국 나는 내 조와 성민석 조, 스무 명 모두 위험지대에서 피신시켰다. 개중 몇 명의 이마에 혹이 나긴 했지만 자업자득이다. 진작 말을 들었어야지.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런 사건이 있었나?”


기억에 없는 사건이기에 혹시 내가 놓친게 있나 [빅 데이터]를 뒤져보려던 찰나였다.


“세르부스는 자치령이다!”


“우주연합은 물러가라!”


“세르부스의 자치권을 인정하라!”


놀이공원 [포에버 랜드] 여기저기서 복면을 쓴 괴한들이 나타나 소리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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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사건 (4) +5 21.09.13 4,777 13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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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사건 (1) +5 21.09.12 5,055 132 12쪽
17 17. 계시자 +4 21.09.12 5,111 14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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