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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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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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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 중간평가 (1)

DUMMY

22.


수여식이라. 이런 사건이 있었-


아니. 이게 어떤 사건이고 저쪽 세계에 있었고 없었고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지. 당초에 이런 큰 행사를 당일 아침에 알려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일단 메일부터 차근차근 읽고 생각해 본다.


[ 행사 시작 시간은 우주 절대시 기준으로 우주력 886 : 05 : 12 : 13 : 00이며... ]


간단하게 4시간 뒤란 말이다. 그 다음은...


[ ... 무장 테러리스트 단체로부터 이니시움 리틀 아카데미 생도들을 구출한 이니시움 아카데미 생도에게 표창과 상금이 수여될 것으로... ]


[ ... 수여식에서는 우주연합 안보부 마윤재 부장님이 참석하실 것이며... ]


사실상 이거 두 문장이 본질인 것 같다.


첫 번째는 뭐 돈을 준다니까 땡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아. 하나 더 있긴 하다. 우주연합 녀석들이 세르부스가 배후라는 걸 알면서도 숨기고 있다는 것.


“문제는 두 번째인데...”


마윤재.


‘저쪽 세계’에서는 그리 좋지 않은 사이로 끝난 친구다. 화끈하게 간 녀석이기도 하고.


근데 잘 생각해 보면, 난 이쪽 세계에선 [공통사건]에 엮일 것도 없이 놀다가 편히 죽을 건데 얘한테 악감정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돈도 준다잖아?


일단 보류. 좋다. 이것으로 순간 발생한 변수를 처리했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은... 중간평가를 즐기는 것 정도다.


나는 옷을 챙겨 입고 기숙사 밖으로 나선다.


“문어빵 드세요!”


“이번에 저희 동아리에서 영상 상연회 하는데 오실래요?”


아카데미는 온통 들뜬 분위기다. [중간평가]는 사실상 ‘진리의 마나’를 타고난 연구원들에게나 바쁜 행사일 뿐, ‘싸우는 자’에게는 준비할 필요 없이 즐기는 시간이다.


여기저기 펼쳐진 노점과 외부 푸드트럭들이 아카데미를 가득 채운다. 동아리들은 축제의 흥을 돋구기 위해 준비한 컨텐츠들을 홍보하고, 체육관에는 스포츠 경기는 물론 공연 일정까지 잡혀 있으니 아무리 봐도 이건 평가가 아니라 축제다.


문제는 이게 다 거짓된 분위기라는 거다. 


정규 아카데미 생도나 교수 입장에선 ‘권민성’이 막아낼 정도의 테러리스트들이니까 겁먹지 않겠지만, 외부에서 장사하러 온 사람들이나 리틀 아카데미 애들은 좀 다르다. 미루어 보건데 수여식이란 것도 [중간평가]의 분위기와 우주연합의 세르부스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사건일 확률이 높다.


뭐 내 알 바 아닌 일이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타꼬야끼 맛있어 보이네. 오꼬노미야끼도 괜찮아 보이는데...


“감사합니다!”


나는 양손에 포장음식들을 들고 아카데미를 가로질러 간다. 여기저기서 불안감에 떠는 외부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호... 혹시 아카데미까지 테러당하는 건 아니겠지?”


“우주연합이 그걸 놔두겠어? 근데 대체 배후가 누구지? 어떤 사람들은 날아다니는 잡채 교의 짓이라고도 하던데...”


“그거 다 가짜뉴스라고. 우주연합이 아직 테러범의 정체를 모른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쯧쯧. 부질없는 고민들. 어차피 해결할 수 없는 것을 고뇌하는 것보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법은 없다. 저런 머저리들에 비해 나의 고민은 훨씬 생산적이다. 나는 왼손의 타꼬야끼와 오른손의 오꼬노미야끼를 번갈아 바라본다.


“혼자 다 먹기엔 많은데...”


이건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다.


---


나는 마나과학동 G-411 앞에 섰다. 이곳은 무려 황영수 교수 세미나 소속 ‘김석봉’의 개인연구실이다. [세기를 앞선 공학자] 황영수 세미나의 일원이라 이건가.


삐빗-


연구실 내부는 생각보다 더 개판이다. 컴퓨터로만 작업하는 녀석들이 뭐 어떻게 주위를 어지럽힐 수 있는 모르겠지만, 반쯤 쓰레기장에 가깝다. 쓰레기의 블랙홀 사이에는 번아웃된듯 고통스러워하는 김석봉과 정명훈이 있다.


“안녕들 하냐?”


“민성쿤 왔냐능...”


“오. 민성 군인가! 소식은 들었다! 놀이동산에서 테러리스트로부터 아이들을 구했다고! 대단하다!”


“대단할 건 없지. 돈 받아서 한 일이니까.”


“그게 대단한 점이다! 보통은...”


“됐고. 이거나 드시면서 하셔.”


정명훈도 좋은 녀석이지만, 말이 너무 많다. 나는 양손에 든 음식을 내려놓는다. 한창 프로젝트를 준비했을 때보다 더 피곤에 쩔은 김석봉의 얼굴에 조금 화색이 돌았다.


나와 김석봉이가 엉망진창이던 연구실 책상을 치우고, 정명훈이 주스를 꺼내 오자 조촐하게나마 연회가 벌어졌다. 나는 타꼬야끼 하나를 입에 넣으며 물었다.


“그래서, 진전은 좀 있냐?”


“[레벌레이터 프로젝트]말인가? 일단 프로토타입 자체는 완성했다!”


“벌써?”


솔직히 놀랐다. 프로젝트 시작한지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레벌레이터 프로젝트]는 2학기로 넘어가지 못한 정명훈이 혼자서 2년 만에 완성한 프로젝트긴 하다만, 그래도 고작 열흘인데 벌써 초기 모델을 만들어낸다니. 문득 눈앞의 두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천재들인지를 실감한다.


“그렇다! 이게 다 천재 석봉 군의 아이디어 때문이지!”


“큰 줄기는 명훈쿤이 다 만들었다능...”


“하지만 중요한 건 디테일이다! 석봉 군의 마나과학적 아이디어는 정말 항상 신선한 충격을 주더군! 지금 이것만으로도 논문 10개, 아니 20개는 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음. 난 들어도 모를 전문적인 이야기니, 귀에 자체 검열망을 친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건 참 우주연합이나 할 짓이지만...


“아무튼, 프로토타입까지 완성해 놓고, 왜 돈이 2000만 코인이나 더 필요하다는 거냐?”


“실용성을 갖기에... 연산량이랑 연산 속도가 너무 부족하다!”


“늘리면 되잖아. 속도도 빠르게 하면 되고.”


“그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라능... 연산량이 올라가면 발열 문제까지 생긴다능...”


“그래?”


흠. 쉽게 하면 되는 걸 굳이 어렵게 하다니, 공돌이들의 세계는 너무 심오하다. 어떤 의미로는 김석봉과 정명훈. 이 둘이 존경스럽다.


“그래서 초기 모델은 성능이 어느 정도인데?”


“딱 하루 뒤의 주가를 예상할 수 있다! 정확도는 85%정도!”


“그래? 그럼 여러 번 연속으로 돌리면 되잖아. 한 20번 돌리면 거의 100% 예측 가능한 거 아냐?”


“하지만 결과를 얻기 해선 20시간을 돌려야 한다능...”


미친.


결국 4시간 뒤의 주가를 예측하는 거다. 정확도 85%로. 상한가 하한가가 15%니까... 모르겠다. 이쪽 방면은 내 전문이 아니다. 아니 근데, 4시간 뒤의 주가는 나도 85% 확률로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비치자, 정명훈은 자신의 마나블렛을 내게 들이밀며 말했다.


“마침 민성 군이 오기 20시간 5분 전에 한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 봤지! 이게 그 결과를 정리한 파일이네!”


화면 속 리스트에는 수없이 많은 회사들의 이름들이 나와 있다. 나는 대충 아무거나 하나를 터치해 본다. 곧바로 홀로그램창이 튀어나온다.


[ IFOYY 배달대행업체 예상주가 931,000 ↑18,000 ( +1.97% ) ]


이게 4시간. 아니, 약 3시간 반 이후의 주가.


애석하게도 [레벌레이터 프로젝트]는 주가라는 결과물만 산출해 낼 뿐 그 이유는 알려주지 않는다. 김석봉 말로는 딥러닝이 원래 그런 거라는데 난 딥러닝이 뭔지도 모른다. 그냥 그러려니 하며 한참을 리스트를 정독했다.


“오오! 민성 군은 주식에도 능통한 건가!”


“역시 민성쿠운!”


음. 기대해 주는 건 좋지만 내가 주식을 알 리가 없다. 9살 때 전쟁터 대신 증권가를 다녔으면 통달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건 IF일 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식’은 모르는데, ‘주가’는 안다.


‘[빅 데이터]. IFFOY, 헤르메스, 이니에스 3시간 뒤 주가 검색해 줘.’


아마 별 일 없다면, 3시간 뒤의 ‘이쪽 세계’ 주가와 ‘저쪽 세계’ 주가가 크게 차이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한 300개 정도의 회사 주가를 비교해 보고, 마나블렛을 음식 부스러기 가득한 탁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명훈아. 석봉아.”


“무... 무슨 일이지! 뭔가 알아냈는가!”


“왜... 왜 부르냐능...”


“5%로 하향조정해야겠다. 정확도.”


---


실망하는 김석봉과 정명훈을 달래고 나는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왜 나갔다가 다시 어슬렁어슬렁 돌아오냐는 사감의 시선을 무시하고, 방으로 향했다.


철퍽-


“하... 이제 마윤재 만나러 가야지.”


뭐 표창장 수여식인지 뭔지 하는 행사가 3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침대에 누워 마나를 짜냈다. 바로 ‘허상의 마나’를.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는 스멀스멀 인간의 형태를 갖춘다. 정신을 좀 더 집중하고, 의지를 좀 더 불어넣자 완전히 나와 닮은 사람이 어느새 방 안에 있다.


그 정체는 바로 ‘허상의 마나’로 만든 분신이다.


“흐음... 이 정도면 못 알아보겠지?”


링링의 [페르소나]처럼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분신으로서의 가치는 한다. 무엇보다 자아가 없기 때문에, 돌발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만들어낸 분신은 내가 마나를 컨트롤 하는 것에 따라 움직인다.


“자. 이제 조종해 볼까?”


약간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의지대로 잘 움직이는 분신이다. 팔다리도 잘 움직이고, 싸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팔딱이는 흉내는 낼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끼이익-


나의 분신은 방문을 열고 기숙사 밖으로 향한다. 기숙사 밖에선 이제 수여식이 진행될 대운동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음. 이제 좀 조작이 익숙해져 간다. 그런데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냐면,


“마윤재의 눈깔에도 [빅 데이터]가 장비되어 있을 거니까.”


애초에 [빅 데이터]는 ‘저쪽 세계’의 [세기를 앞선 공학자] 황영수가 우주연합 안보부 부장 마윤재에게 선물한 아이템이다.


마윤재가 뒤진 이후 박준 사부가 사용했고, 사부가 죽고 인류가 멸망하기 직전 내가 들고 ‘이쪽 세계’로 온 거고.


아무튼 중요한 것은 내가 [빅 데이터]의 마나 스캔 기능을 이용했듯, [연합의 광견] 마윤재도 내 마나를 스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빅 데이터]의 마나 스캔 기능은 나에게 D판정을 선사한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구식 마력 측정기와는 성능이 차원이 다르다.


내가 심연을 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는 간단한 이치. 그런데 지금 내 마나가 어떠한가?


[ 마나량 : 1532 (-23602) ]

[ 마나의 속성 : 모순 ]


이걸 보면 우주연합 안보부 부장이 나를 좋게 봐 주겠어? 아니면 존나 수상하다고 느끼겠어? 당연히 수상하다 느끼겠지. 그러니 나는 분신을 만들어서,


[ 마나량 : 1199 ]

[ 마나의 속성 : 허상 ]


이렇게 보기 좋게 바꿔 준 거다. 번거롭지만 원래 사자든 가젤이든 잠에서 깨어나면 달려야 한다고, 오래 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그나저나 이제 식까지 남은 시간이... 10분. 나는 침대에 누워 있고, 분신은 어느새 식장에 가 있다.


휴. 준비는 완벽하다. 이제 마윤재의 호감만 사면 마나를 더 되찾을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던 찰나.


파즈즈즈-


갑자기 내 방 한가운데의 공간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온몸에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아간다. 차원의 틈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온 것은,


“오. 민성이 기숙사에 있었구나?”


이런 걸 누가 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박준 사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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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87 니르바슈
    작성일
    22.04.28 14:37
    No. 1

    조작을 잘할 것 같은 안보부부장이로군.
    근데 시작가에서 종가까지 주식 예측률 1퍼 올리겠다고 헤지펀드나 월가 금융사들이 수천억씩 퍼가며 프로그램개발하고 수학자 모시고 있는데 85퍼면 개쩌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매스미디어
    작성일
    22.11.16 05:13
    No. 2

    주작이여 냘아오르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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