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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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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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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 유아라 (2)

DUMMY

16.


수요일 오후 2시 15분.


나는 현재 도서관 내에 있는 카페, [책이 있는 정원]의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런 나에게, 유아라가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다가온다.


“드세요오. 제가 사는 거예오오.”


유아라가 들고 온 커피를 자기 앞에 하나, 내 앞에 하나를 놓으며 말한다. 커피향이 코를 자극한다. 향 자체는 나쁘지 않다.


“호옥시 커피 싫어하세요오?”


정곡이다.


커피사탕은 좋아하지만 커피는 써서 싫다.


배도 안 부른 기호품 주제에 쓰기까지 한데, 비싸기까지 하다.


이걸 왜 돈 주고 먹는 건지 이해가 안 갈 정도.


갑자기 든 생각인데, 혹시 좋아하는 커피는 그 사람의 인간성이 투영된 게 아닐까?


정예원이 좋아하는 ‘카페지뉴’란 커피는, 진짜 엄청 쓰고 텁텁할 정도로 달고 화염계 마법처럼 뜨거웠다. 딱 정예원 답지 않나.


박준 사부는 커피를 안 마신다. 링링은 뭐, 아메리카노라고 그나마 깔끔한 거 마신다. 지금 내 앞에 놓인 거 말이다.


“커피 싫어하시며언 다른...”


“아니. 뭐. 먹을 줄은 아니까.”


지금은 호감도를 얻어야 하니, 일단 아주 조금만 마신다.


후룩-


쓰다, 씨발. 더는 못 먹겠네. 하지만 나는 커피를 먹으러 온 게 아니니,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서 불러세운 건데?”


“당신도 이전에 다짜고짜 저를 불러세우지 않으셨나요오?”


그랬나? 아. 그랬다.


그때는 뭐 그냥 적당히 [빅 데이터]찍어보고, 미래의 이명 항목에 뭐라도 적혀 있으면 말 걸던 때지.


“그렇긴 하지. 그래서 뭐, 내가 너 시간 뺏었으니 너도 내 시간 뺐겠다. 이런 말인가?”


“후후. 아니에요오. 1학년에 유링링이라고 아시죠오?”


“알지. 내가 걔 멘토인데.”


숨길 것도 없다.


유일하게 유아라랑만 대화할 것,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말할 것.


그게 유링링이 슈마허 인더스트리의 양녀로 들어가는 조건이었다. 최소한 ‘저쪽 세계’에서는 그랬다.


“걔가 제 동생이에요오.”


“응.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오. 링링 멘토링 하는 거 그만두세요오.”


유아라는 자애롭게 웃는다.


말할 땐 항상 속마음의 반대 표정을 짓는 것, 그녀를 대표하는 화법이다.


링링의 말대로라면, [슈마허 인더스트리]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그런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본능적으로 그리 행동하도록 말이다.


훈련 방법은 뭐... 곧 찾아올 전쟁의 시대를 기준으로는 그리 잔인한 편은 아니라고 본다.


뭐, 사실 유아라의 화법이 어떻던 간에 내가 할 말은 정해져 있다.


“멘토링 하지 말라고? 내가 왜?”


“어머어. 정말 모르시나요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링링의 언니에요오.”


흐음. 이리 말하니 예상이 간다.


“나 같은 놈이 동생한테 들러붙는 건 그림이 안 좋다 이건가?”


“저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는데요오.”


“얼추 맞나 보네.”


로봇회사 [슈마허 인더스트리]는 재계에서 Top 5 안에 드는 거대한 기업이다. 유링링은 그런 슈마허 인더스트리의 양녀.


뿐만 아니라 1학년 필기 수석이자 마나량도 벌써 A판정을 받은, 사실상 미래가 보장된 인재이다. 무엇보다 남의 자식을 혈육처럼 키우려면, 뭔가 있다는 걸 의미하지.


아무튼 그런 유링링에 비해 나는 마나량 D 판정에다가 평판도 좋지 않은 찐따다.


명목상으로는 2학년 수석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필기만 놓고 얘기했을 때의 이야기. 그렇다고 대단한 집안의 자제냐? 애초에 나는 이쪽 세계 사람이 아니라 아무 데이터도 없다.


간단하게, 나랑 엮여서 좋을 게 없다는 거다.


“어떻게 생각하셔도 좋아요오.”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도 좋겠네.”


“음. 저를 나쁘게 보지 말아주세요오. 저는 당신을 도와주려고 온 거에요오.”


“도와줘? 니가? 어떻게?”


“멘토링을 한다는 건 돈이 부족하다는 거겠죠오?”


유아라가 자신의 마나블렛을 들이민다.


[ ‘권민성’ 님께 30,000,000 코인을 송금하시겠습니까? ]


분명 말해 준 적도 없건만 내 마나블렛 코드는 어떻게 알았는지, 유아라는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재력을 과시하듯 보여준다.


유아라가 생긋 웃는다.


“이 정도면 충분한 성의 표현이 될까요오?”


“아니.”


순간 유아라가 환히 미소지었다.


그것도 순간이다. 다시 그녀는 적당히 온화한 표정으로 얼굴을 셋업하며 말했다.


“더 드릴까요오?”


“유아라. 마나량을 단번에 200정도 올려 주는 물건이 있다면, 그 물건의 가치는 얼마나 할까?”


나의 물음에 유아라가 잠시 천장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한 12억? 아니, 13억 코인쯤 하지 않을까요오?”


라 말한다. 독한 년. 방금 시장 가치를 일일이 계산한 거다. 그리고 거기다 심리전 조금 섞어서 낮게 불렀겠지.


[인베스터] 유아라에게 있어 그 정도 계산과 상황 판단 능력은 일도 아니다.


아무튼, 그렇게 책정된 가치가 13억이면 말 다 했네.


끼익-


“그럼 대화 끝났네. 커피 잘 마셨어.”


나는 의자를 뒤로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아라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어디 가세요오?”


“멘토링.”


나는 딱 한 입 마신 커피 잔을 카운터까지 들고가서 묻는다.


“이거 테이크아웃으로 돼죠?”


“가능합니다. 고객님. 잔 옮겨드릴까요?”


---


“안녕히가세요!”


딸랑-


도서관 안에 있는 카페, [책이 있는 정원]을 나온다.


나의 손에는 종이컵이 하나 들려있다. 컵 안에는 아직 따뜻한 커피가 담겨 있다.


카페를 나와 같은 도서관으로 분류되지만 엄연히 다른 건물인, [탐구동]으로 향한다. 자동문을 지나자, 카운터가 보인다.


졸고 있는 사서 위에는 홀로그램창이 띄워져 있다.


[음식물 반입 금지]


들키지 않으면 범죄가 아니다. 꼬우면 AI를 썼어야지.


나는 계속 올라간다.


[ 그룹학습실 B-301 ]


지금 시각은 2시 35분.


나는 마나블렛을 태그한다.


[ 열렸습니다. ]


문을 통과해 밀폐된 공간으로 들어선다.


호오. 호오. 숨소리가 작게 선명하다.


나는 테이블 앞까지 걸어간다.


그곳에서 나는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는다. 그러면 한 명의 여자아이가 보일 것이다. 그 때 웃으며 인사한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오.”


동생 쪽도 말끝을 늘이는 화법이지만, 언니 쪽과는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월요일에 말꼬를 터놓지 않았더라면, 링링은 아마 아직도 ‘으...’ ‘아...’같은 옹알이 소리나 내고 있을 것이다.


종이컵을 든 손을 그녀에게 뻗는다.


“커피 마실 줄 알아? 아메리카노라는데.”


음... 먹던 거를 주는 건 좀 그런가?


아니지. 안 들키면 범죄가 아니지. 어차피 버릴 콩 볶은 물이다. 호감도작에 도움이 된다면 못쓸건 또 뭐야.


“네에...”


다행히 링링이 자그마한 손으로 받아든다.


하긴, 저쪽 링링도 커피는 즐겨 마셨다. 물론 정예원만큼 광적이진 않았다.


커피를 받아든 링링은 잠시 안절부절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자그마한 입술로, 얇은 빨대를 물었다.


쭈욱-


나는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본다.


“으으...”


링링은 또 뭐가 문제인지 내 시선을 의식하며 옹알이를 한다.


아무튼, 유아라의 제안은 수지가 맞지 않다.


사실 3000만 코인이 적은 돈은 아니다.


학생할인이 적용된 햄버그 스테이크를 만 번 먹을 수 있는 돈이니, 과자나 음료수값 정도는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걸 받아서 뭐 하냐.


“링링과 함께하는 시간이 여러모로 더 가치가 높은데.”


“...”


마나를 되찾아서 헌터만 되면 이미 ‘만’이라는 단위가 붙은 숫자는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더 부르려면 더 부를 수 있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힘을 되찾기 위해선 유아라의 호감도도 신경써줘야 한다.


[ 마나를 되찾았습니다. ]

[ 마나량 : 990(-24137) -> 995(-24132) ]


보아라.


돈에 초연한 내 모습에, 유아라의 호감도가 올라간 것이 틀림없다.


고작 5뿐이긴 하지만 마나는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 마나는 곧 강함이고, 강강익선이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로서 유아라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줄 것이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나는 즐거움을 한껏 담아, 링링에게 묻는다.


“커피 맛 어때?”


나는 커피 맛은 잘 모른다. 그냥 쓴 물이란 것 정도. 하지만 저쪽 세계에서 링링은 커피를 마셨으니, 그 맛을 좀 알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뭘 잘못했나?


링링은 나로부터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고, 작게 말한다.


“다... 달아요.”


아메리카노가 달다니. 얘는 혀가 고장 난 거야, 아니면 뇌가 고장 난 거야.


[ 마나를 되찾았습니다. ]

[ 마나량 : 995(-24132) -> 1005(-24122) ]


---


권민성을 떠나보내고, 홀로 카페에 남은 유아라. 그녀의 표정을 본 1학년들은 여기저기서 수군댔다.


“저 선배가... 2학년인 유아라 선배 맞지?”


“응. 그런데 표정 봐. 되게 좋은 일 있으신가 봐.”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더라도,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녀는 그 어떤 때보다도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잔을 입에 댔다. 다행이다.


만일 [책이 있는 정원]의 커피가 고급 원두를 쓰지 않았다면, 그녀는 한층 더 온화한 표정을 지었을 테니까.


“행동 하나하나가 되게 기품 있으셔.”


“보고 배우고 싶다아...”


유아라는 사실 팬층이 형성되어 있을 정도로 아카데미 내의 유명인이다.


외모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인성으로 보나 가문으로 보나. 아주 당연한 현상이다.


이번에 웬 어중이떠중이에게 학년 수석을 빼앗기긴 했지만, 그녀는 리틀 아카데미 때부터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 그마저도 빼앗긴 것도 필기뿐, 어둠의 세대라고 불리는 지금의 2학년에서 신학기 마나량 측정 때 A판정을 받은 건 그녀가 유일하다.


인성 역시, 가짜뉴스라도 아카데미 내에서 그녀가 짜증내는 걸 봤다는 사람은 없다.


외모? 말할 것도 없다. ‘보통 사람’에는 관심 없는 김석봉도 유아라는 기억한다. 가문 또한 마찬가지다.


간혹 그녀의 팬을 넘어, 추종자에 가까운 경지에 다다른 학생들도 존재했다. 요즘 왠지 조용한 성민석이라는 남자가 그러했다.


당연히 그 추종자들이 그리 행동하는 유아라의 관심을 사 보기 위해서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 부질없는 일이다.


‘권민성...’


누군가는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녀의 모든 관심을 사로잡았으니까.


‘링링이 월요일날 방 밖으로 나간 건 확실해.’


유링링과 유아라는 호적상 자매이자 룸메이트다. 유링링이 아무리 [페르소나]로 자기 자신과 비슷한 분신을 만들어내도, 유아라는 구별해 낼 수 있다.


그리고 링링은 그 날 있던 일을 숨기고 있다.


이건 명백하게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탁.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유아라는, 온화한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이튿날, 그러니까 목요일 아침.


나는 마나블렛에 입력된 숫자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 잔액 : 30,500,000 코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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