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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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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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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 멘토링

DUMMY

11.


“내일 보자능.”


“잘 해라.”


오후 수업도 끝났다. 석봉이를 마나과학동 세미나까지 바래다주니, 이제 일정이 붕 뜬다.


일단 기숙사로 가면서, 마나블렛을 체크한다.


“멘티 신청 온 거 있나?”


멘토 활동으로 지원금을 얼마나 받을지 모르지만, 많이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많지 않더라도 벌어 놓는 게 이득이다.


기업의 의뢰를 받지 못한다면 돈을 벌 수단은 전무하니까.


언제 지급될지도 모를 H.N.H. 코퍼레이션의 보상금을 기대하자니, 미역국이 나오는 날에는 스테이크를 먹어야 한다는 걸 이미 학습해 버렸다.


[ 멘토 - 멘티 연결 완료! ]

[ 당신의 멘티는 1학년 질서반 ‘유링링’입니다. ]


유링링.


이 특이한 이름이 둘이나 있지는 않겠지? 하물며 이 좁은 아카데미 안에?


띠링!


[ 메시지가 왔습니다. ]

[ 유링링 -> 권민성 : 안녕하세오 ]

[ 유링링 -> 권민성 : 멘티 신청한 유링링이에오 ]

[ 유링링 -> 권민성 : 3시까지 도서관 탐구동 그룹학습실 B-301로 와주세오 ]

[ 유링링 -> 권민성 : 기다릴게오 ]


---


수만 권의 고서(古書)를 비롯한 수십만 권의 책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제일 오래되고 거대한 건물이긴 하지만, 솔직히 아카데미 안의 [도서관] 이용 가치는 사실상 거의 없다.


이미 마나컴퓨터의 발달로, 모근보다도 작은 칩 하나면 도서관에 있는 10배가 넘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여기저기 보수를 하고, 신축 시설들을 추가하고, 그것도 안 돼서 새로운 [탐구동]이라고 새로운 동(棟)을 지어 보기도 하지만, 사실상 도서관과 탐구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수행관]에서 다 할 수 있다.


결국 아카데미의 도서관은.


“책은 무조건 팔랑팔랑 넘기면서 읽어야 집중이 잘 되지!”


“나무의 영혼이 담긴 종이가 고작 데이터 쪼가리들과 비교가 될 리가!”


같은 마인드의 변태 같은 친구들이 항시 상주하는 공간이자, 정말 필기가 다급한 친구들이나 과제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룹학습실 이용하는 게 전부가 되어버렸다.


도서관 내에 마나가 깃든 고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평가야 바뀌겠지만, 뭐 그건 [공통사건]에서 일어날 일이고 내 알 바 아니다.


나는 돈이나 벌러, 3층으로 올라간다.


[ 그룹학습실 B-301 ]


마나블렛을 태그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홀로그램 영사기에 테이블 하나 덩그러니 있는, 4인용짜리 작은 그룹학습실이다.


그리고 테이블에는 한 소녀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


“아! 안녕하세요!”


일어섰음에도 커 보이지 않는, 나보다도 더 작은 체구. 트윈테일. 힘 있는 움직임. 입소식날 나와 함께 단상 위에 섰던 그 아이다.


그녀는 몸놀림에 기품보다는 강단을 담아, 성큼성큼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권민성 선배!”


“...”


“저는 1학년 유링링이고요! 권민성 선배한테 배우고 싶은게 많아서 멘티 신청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좋은 자기소개였다,


다만 한 가지 잘못된 점이 있다.


“유링링.”


“네! 선배님!”


“예의가 없네.”


“네? 꺄악!”


퍽!


나는 소녀의 배를 발로 걷어찬다. 의문의 일격을 맞은 소녀가 비명과 함께 자리에 쓰러진다.


그 순간, 범인(凡人)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어... 어떻게...?”


“인사할 때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면서 해야지. 수요일에는 직접 나와.”


슈우우-


싹싹하던 소녀가 사라져간다.


아니, 정확히는 소녀의 모습을 한 마나 덩어리가 연기처럼 흩어진다. 마치 없어야 했던 것처럼.


‘허상의 마나’다.


형태를 잃은 ‘허상’은 다시금 마나로 환원되어, 주인에게 슬금슬금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


그 흐름을 읽고, 마나가 돌아가려 하는 방향을 확인한다. 마나들의 최종 목적지는, 예상대로 기숙사다.


---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기숙사는 바다와 같다고들 한다.


뭐 그 넓이나 깊이에 대한 비유가 아니고, 보통 조회 시작 전에 썰물처럼 빠져나간 학생들이 종례 후에 밀물처럼 들어오기 때문에 붙은 비유다.


그러나 밀물이던 썰물이던, 그 침대 밖으로 절대 나오지 않는 여자아이가 하나 있다.


그녀의 이름은 유링링. 현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1학년 수석이자, 로봇기업 [슈마허 인더스트리]를 경영하는 유씨 가문의 ‘양녀’.


스르륵-


유링링은 이미 코끝까지 올라와있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안 거조...”


유링링은 침대 위에서 발을 실컷 굴렀다.


수업 듣고, 실기에 참여하는 ‘유링링’이 ‘분신’이란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아카데미 내에서 원래 단 둘뿐이었다.


하나는 [슈마허 인더스트리]의 ‘외동딸’이자 이론상으로나 호적상으로는 ‘언니’이며 자신의 룸메이트인 유아라.


나머지 하나는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교장, 유피스텔 라인하르트.


그런데 이제 한 사람 늘었다. 마나블렛을 만지작거리자 홀로그램창이 푱 하고 튀어나온다.


[ 멘토 : 권민성 ]


“입소식...”


사실 학년 수석인 그녀가 멘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이미 [헌터]자격증을 취득한 박준과 사실상 자격증이 확정시되는 정예원같은 괴물이 포진되어있는 3학년과 달리, 현 2학년은 거의 어둠의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인재들이 없었기에 더더욱 멘토는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입소식 이후로 매일같이 멘토링 시스템에 누군가의 이름이 올라오는지를 확인했다.


리틀 아카데미에서 아카데미로 올라오던 날이자 입소식이 있던 날.


그 날부터 무언가가 꼬이기 시작했다.


“우우...”


유링링은 양 팔을 교차하여 눈을 가렸다.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다.


“호명하는 학생은 단상위로 올라오세요. 입학생 대표이자 1학년 수석, 유링링.”


학년 1등은 늘 하던 거다. 리틀 아카데미 때부터 그래왔다. 단상에 나서서 소감문을 읊는다는 것이 괴롭기는 하지만, 어차피 ‘분신’이 대신 해 줄 것이다.


그리고 2학년 수석인-


“2학년 편입생이자 수석, 권민성.”


유링링의 심리에 반응하여, 분신이 순간 흐릿해졌지만 이내 진정되었다.


그러나 유링링의 마음까지 진정된 것은 아니었다.


‘누... 누구에오...’


원래 2학년 수석은, 자신의 언니인 유아라여야 할 터였다.


그러나 웬 낯선 남자가 단상 위로 올라오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편입생이었다.


허나 유링링은 당황하지 않는다.


‘계... 계획에 없던 일이지만... 대... 대본만 잘 읽으면 될거에오...’


당황하지 않는다.


"일단 수석이라는 분에 넘치는 영광을 안게 되어 감사합니다."


분신은 유링링의 의지대로, ‘언니’가 써준 대본을 강단 있는 말투로 읊는다. 훌륭하다. 연습한 대로다.


"... 감사합니다."


발표한 것은 분신이지만, 얼굴이 새빨개진 건 그녀의 본체 쪽이었다.

“휴...”


무사히 발표를 마친 분신이 마이크를 교장에게 건넴에 따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제 내 몫은 끝났다. 다만 바라는 것은 이 식이 빨리 끝나길-


"정말 자유롭게 말해도 되나요?"


"물론이네. 이니시움의 학생으로서 그 말을 책임질 수 있다면 말이지."


이런 자리에서 자유롭게 말하겠다니. 언니 대신 수석을 차지한 남자는, 좀 이상한 사람인듯...


아니다.


“아아. 1,2,3. 들리시나요?”


이건 계획이다.


저렇게 말하는 것도 다 쇼다.


인간은 어차피 단백질로 이루어진 기계일 뿐이다. 생각하는 방향은 거의 비슷하다. 단지 어느 가치에 중점을 둘 뿐이다.


이제 분명히 그는, 파격적인 멘트를 읊을 것이다.


“짧게 얘기하겠습니다. 노력하지 마세요. 노세요.”


혹시나가 역시나다. 뻔하다.


과격한 첫문장으로 시작해서 그걸 후속 멘트로 뒤집으며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연설의 기초다.


아무래도 권민성이라는 남자는 편입생으로의 첫인상을 임팩트 있는 연설로 만들 예정인 듯하다. 아무래도 학생회장 자리를 노리려는-


“어차피 여러분들 꼬라지 보아하니, 10년 뒤에 세상은 망합니다. 그냥 10년동안 놀다 죽으세요. 이상입니다.”


“어... 어째서?”


그녀가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다행히 분신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침대 위에 있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분신은 아직도 ‘당당한 유링링’을 연기하고 있다.


권민성이라는 남자는 마이크를 교장에게 건넨다.


권민성은 그녀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남자였다.


연설을 마친 그가, 다시 2학년 수석으로서 자기 옆으로 돌아온다.


“아...”


유링링이 ‘분신’과 공유하는 감각은 시각과 청각과 후각뿐이다. ‘촉각’을 공유한다면 ‘통각’까지 공유하게 될 거고, 그녀에겐 고통을 감내할 깜냥도 없을 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후각도 공유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 같았다.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말하고 돌아온 권민성이란 남자. 그가 옆에 서자 갑자기 말 못할 향기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그것은 커피처럼, 심장을 뛰게 하는 향기다.


다만 악마처럼 검지 않고, 지옥처럼 뜨겁지도 않으며, 천사처럼 순수하지도 않다.


그에게선 달콤한 향기가 났다.


---


“정말 좋은 발표였어요! 특히 우주연합 초대 회장의 업적을...”


또, 또 헛소리. 또.


최희연 교수의 [우주 개척 역사와 이해]. 이젠 드랍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세미나 때문에 석봉이가 결석해서 그런지,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예!”


이로서 목요일 수업... 끝. 이제부턴 진짜 공강이다. 일단 기숙사나 갈 요량으로, 셔틀 줄로 향한다.


그나저나 벌써 목요일이라니, 요즘 느끼는 건데 시간이라는 게 진짜 너무 빨리 간다.


전쟁터의 시계는 멈춰 있다.


1시간은 싸운 것 같아도 실제로는 10분도 싸우지 않은 것 같은 경우도 허다하고, 심하면 1분이 하루 같은 날도 있다.


적이라고 해서 항상 외부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배고픔, 수면욕, 고통은 실재하는 적보다도 더 무서운 놈들이다. 그것들은 항상 시간을 느리게 한다.


아무튼 ‘이쪽 세계’의 시간은 ‘저쪽 세계’에 비해 너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말은 곧, H.N.H. 코퍼레이션이 보상금을 보내주는 걸 기다리는 것.


그리고 수요일에도 또 분신을 보낸 유링링이 직접 행차하시는 날을 기다리는 것은, 내게 절대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힘을 되찾는 계획은 이미 1년이 넘는 대계획-


“야! 권민성!”


“...”


“권민성 이 쓰레기야!”


인격수양 하고 있는 와중인데, 뒤에서 거지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익숙해서 더 짜증난다.


고개를 돌리자, 역시 익숙하게 싸가지 없는 여자애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한겨울이다.


“뭔데?”


“너 왜 자꾸 내 메시지 씹어?”


“니가 메시지를 언제 보냈...”


아.


생각해 보니 한겨울로부터 오는 메시지는 알림을 꺼놨었다.


나는 설렁설렁 마나블렛을 들고 수신 메시지함을 확인한다.


[ ‘한겨울’로부터 온 안 읽은 메시지 : 66건 ]

[ 한겨울 -> 권민성 : 야 ]

[ 한겨울 -> 권민성 : 야 ]

[ 한겨울 -> 권민성 : 야 ]

[ 한겨울 -> 권민성 : 야 ]

[ 한겨울 -> 권민성 : 야 ]

[ 한겨울 -> 권민성 : 야 그만 씹어라 ]


온통 야 투성이의 메시지다.


별 내용도 없구만 뭐.


아무튼, 한겨울이 날 찾아온 이유는 뻔하다.


“오늘이 목요일이니까... 내일 실기 때문에 온 거지?”


“야. 왜 내 메시지 쌩깠냐고. 그거부터 대답해.”


“... 모의 던전 돌 거냐? 빨리 수행관이나...”


“왜 쌩깠냐니까!”


어우 놀래라. 길거리에서 왜 큰소리야.


그리고 이유가 있으면 벌써 얘기 했겠지.


문자를 씹은 건 의도가 아니다. 다만 현상일 뿐. 내 잘못은 없다.


“아, 됐고. 오윤서랑 김명훈은 어디 있냐? 이미 수행관 가 있나?”


“걔네 둘, 전학 갔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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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 호감도 +1 21.09.11 5,312 1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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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멘토링 +2 21.09.10 5,659 1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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