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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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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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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 아카데미 입학

DUMMY

1.


내 이름은 권민성, 꽃다운 나이 15살.


인생이란 게 참... 기구하다.


알지 모르겠지만 평행세계라는 것이 있다.


서로 독립된 세계들인데 이게 어떤 거냐면... 됐다.


내가 [세기를 앞선 공학자]처럼 공돌이도 아니고, 안 믿어도 상관없으니 열심히 설명 안 하련다.


그냥 있으니 그러려니 해라.


그럼 독립된 세계인데 그 존재를 어떻게 아냐고?


그건 간단하다. 내가 건너왔으니까.


내가 있던 ‘저쪽 세계’와 지금 있는 ‘이쪽 세계’는 10년의 갭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이쪽 세계’에서 나는 10년 뒤의 일을 아는 셈이다.


그리고 10년 뒤, [인류의 멸망]과 함께 세계는 멸망한다.


F.E.E.라는 생체로봇이랑 전쟁하다가, 그 다음엔 또 뮤턴트(Mutant)들이랑 전쟁하다가, 마지막엔 또 인간들끼리 내전하고...


말하기도 귀찮다. 진저리나는 기억이다.


아무튼, 이쪽 세계도 3년 뒤부턴 전쟁의 연속이고, 10년 뒤엔 멸망한다.


이런 말을 하면 또 지랄할 사람들이 있다.


“서로 독립된 세계라면서 여기가 왜 멸망함? 저쪽 세계가 멸망했다고 이쪽 세계가 멸망할 이유가 뭐임? 잼민이 망상 오졌죠?”


... 내가 힘만 안 잃었으면 그대로 목 잘릴 놈들이다.


하지만 세상엔 이런 놈들이 많으니 이것에 대해서는 친절히 설명해주자면, 각각의 평행세계는 기본적으로 독립이지만 구성 요소는 같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사소한 디테일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이 있다는 것이다.


[세르부스 분리독립 내전], [클래시피케이션], [이데아 발견], [제 1차 기업대전]... 등등이 공통 사건이다.


그리고 마지막 공통사건이 바로 [인류의 멸망]이다.


간단히, 평행세계란 것은 공장에서 찍어낸 박스초콜릿을 떠올리면 된다.


개별 포장된 초콜릿들은 서로 별개의 존재이고 미세하게 다르지만, 결국 열두 조각 나 있는 것은 똑같다.


각각의 평행세계는 하나 박스초콜릿이고, 초콜릿들에 찍힌 문양이 바로 ‘공통사건’이다.


참고로 나는 ‘저쪽 세계’의 영웅들과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저쪽 세계'는 멸망해 버렸다.


그 과정 속에서 나만 겨우겨우 [세기를 앞선 공학자]가 만들어낸 [평행세계 이동기]로 혼자 탈출해서 ‘이쪽 세계’로 탈출했고, 나머지는 모두 죽었다.


그리고 내가 ‘이쪽 세계’에 도착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프리덤! 이제 놀 수 있다!”


자유를 외치는 것이었다.


“미친놈 아냐? 동료들이 다 죽었는데 혼자 이 지랄을 떤다고?”


또, 또 지랄병.


생각해 봐라.


나는 8살 때 처음 사람을 죽였고, 9살 때부터 전쟁터를 전전했다.


지금 내 나이는 고작 열다섯이다.


비록 그게 ‘이쪽 세계’는 아니지만, 한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7년을 굴렀다. 여덟 살 부터 말이야!


그런 내가 좀 놀겠다는데 불만 있는가?


있으면 와라. 죽여 줄 테니.


그리고 내가 뭘 해도 어차피 세계는 멸망한다.


[인류의 멸망]은 공통사건이니까.


이건 누가 봐도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뭔가 하기보다, 남은 삶을 즐겁게 사는 게 이득이잖아?


어차피 사람은 죽는다. 나의 경우는 그 시기가 [인류의 멸망]과 겹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저쪽 세계’에서 쌓은 힘으로, 이쪽 세계에서는 최대한 놀다가 죽을 예정이었다.


“일단 헌터 자격증부터 따고... 뭐 하며 놀지?”


그렇게 즐거운 ‘이쪽 세계’ 라이프를 즐겨러던 순간, 문제가 있었다.


[ 권민성 ( 15세 ) ]

[ 미래의 이명 : 모순 ]

[ 마나량 : 77(-24923) ]

[ 마나의 속성 : 모순 ]


“뭐... 뭐야?”


평행세계를 넘어오면서 입은 충격 때문인지, 힘을 잃었다.


잃은 것은 힘뿐만이 아니었다.


‘이쪽 세계’에서 쓰기 위해 [세기를 앞선 공학자]의 발명품을 싹다 긁어 왔건만 역시 넘어오는 와중에 대부분이 고장나 버렸다.


남은 것은 오로지 주무기인 [마나 사브르]와 몇천 광년씩 떨어져 있는 행성을 시간의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순간이동 키트].


그리고 ‘저쪽 세계’의 정보의 보고 [빅 데이터]뿐.


“별 거 없는 척 하는데 미래의 정보랑 주무기랑, 이동스킬 비슷한 거랑 다 있쥬? 엄살 오졌쥬? 평범한 먼치킨이쥬?”


...


사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다만 [마나 사브르]가 나의 마나를 칼날로 하는 무기이기에, 지금은 숟가락만도 못하다는 점.


[순간이동 키트]로 함부로 이동했다간 ‘우주연합’의 이목을 끌게 된다는 점.


가진 돈을 모두 도박으로 날리고 나서야 [빅 데이터]가 ‘저쪽 세계’의 정보라는 점을 깨닫기 전까진 말이다. 다행히 [마나 스캔]기능은 있었지만...


결국 모든 돈과 힘을 잃었고...


살 곳도 먹을 것도 없는 나는 우주연합의 개가 되기 위해, [이니시움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치렀다.


---


여느 해와 같이, 올해도 3월의 첫날엔 긴 방학이 끝나고 다시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입소식이 있다.


최고의 직업이자, 모두가 바라다 못해 갈망하는 직업, [헌터]로 가는 지름길이라 불리는 교육기관으로, 전 우주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나야 밥 공짜로 주고 재워 주니까 들어오고자 한 거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2학년 편입생이자 수석. 권민성."


나는... 왜인지 모르게 단상 위에 서 있었다.


분명 튀지 않으려고 [빅 데이터]를 쓰지 않고 시험을 쳤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


아무래도 '이쪽 세계'의 애들은 빡대가리가 분명한듯 하다.


"마지막으로 3학년 수석. 정예원. 올라오세요."


호명받은 장발 장신의 여자가 단상 위로 올라온다.


정예원이 올라오자 나는 그녀로부터 슬금슬금 한 발짝 물러난다.


'이쪽 세계'의 그녀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저쪽 세계’의 그녀를 안다.


별로 좋은 사이는 아니다. 적어도 내겐.


“단상 위에 올라온 학생들은 수석 소감 발표 이후, 교장 선생님에게 직접 표창장을 받고 내려가시면 됩니다.”


수석이라 해서 이렇게 귀찮은 일을 시키다니, 난 이딴 허례허식을 할 시간이 없다.


나는... 당장이라도 놀고 싶다.


공부는 나보다 더 잘할 놈들이 많다.


내 마음을 대변하듯, 단상 아래에서 누군가가 중얼거린다.


"야. 쟤네들 어차피 수석이라 해 봐야 실력이 아니라 필기 점수 아냐?"


"응?"


"이론만 빠삭하다고 헌터 시험에 합격하는 건 아니거든~ 혹시 모르지. 마나량은 형편없을지도."


비아냥대는 소리도 다 들린다. 임마.


정작 그리 말하는 녀석의 마나량은 고작 91. 학생들 평균이 111쯤 되니 정작 자기도 평균 이하이다.


눈치는 평균 이상인 것 같지만.


"다음 시험은 꼭..."


날 손톱을 깨무는 친구도 있다. 마나량 448.


마나량 자체도 준수하고 속성도 [자유로움].


얘는 좀 재능이 보이지만, 재능이 꽃피기엔 아쉬운 시기에 태어난 아이다. 10년 안에 죽을 거니까!


이곳저곳 단상 밑의 녀석들을 살피는 동안, 사회자는 진행을 계속한다.


"다음으로 학년별 대표 소감문 낭독이 있겠습니다. 1학년 수석, 유링링 양.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하도록 하십시오."


유링링.


양갈래 머리의 자그마한 소녀가, 앞으로 나선다.


"일단 수석이라는 분에 넘치는 영광을 안게 되어 감사합니다."


또래보다 작은 체구에도, 그녀의 목소리엔 강단이 있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린다는 걸.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아는 사람은 이 자리에 얼마 없다.


나는 '저쪽 세계'에서 넘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같이 있었기에, 진짜 모습 쪽이 더 익숙하지만 말이다.


“앞으로 우주연합의 무궁한 발전과, 사회 전반의 질서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며...”


문득 '이쪽 세계'에서 '10년 전'의 그녀는, 얼마나 강한지가 궁금해졌다.


눈에 힘을 팍 준다.


[ 유링링 ( 14세 ) ]

[ 미래의 이명: 체스마스터 ]

[ 마나량 : 10 ]

[ 마나의 속성 : 허상 ]


그렇다.


나는 이들의 강함이 '보인다.'


그 근원은 [빅 데이터]의 [마나 스캔]기능.


이거마저 없었으면... 끔찍한 생각은 하지 말자.


아무튼 이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구성원들을 하나하나 스캔해 본다.


[ 정예원 ( 16세 )]

[ 미래의 이명 : 이치를 깨달은 사수 ]

[ 마나량 : 2111 ]

[ 마나의 속성 : 변화 ]


학년별 수석이라는 이유로 단상에 나와 있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 이시다 코무로 ( 55세 ) ]

[ 미래의 이명 : 꼰대머리 ]

[ 마나량 : 4429 ]

[ 마나의 속성 : 진리 ]


[ 에반 로페즈 ( 35세 ) ]

[ 미래의 이명 : 없음 ]

[ 마나량 : 3358 ]

[ 마나의 속성 : 자유로움 ]


대강당의 앞열에 앉아있는 교수들까지 모두.


단상 위에서 둘러보면, 대충 이 [이니시움 아카데미]에 있는 모두의 실력이 보인다.


대충 살펴 본 결과, 어차피 '이쪽 세계'에서도 [인류의 멸망]을 막긴 그른 것 같다.


"... 감사합니다."


짝짝짝!


"이상 1학년 수석 유링링의 입학소감이었습니다. 다음은 권민성 학생. 편입생이자 2학년 수석으로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도 좋습니다."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백발의 할아버지가 내게 마이크를 건넸다.


[ 유피스텔 라인하르트 ( 66세 ) ]

[ 미래의 이명 : 이니시움의 마지막 교장 ]


[ 마나량 : 18816 ]

[ 마나의 속성 : 영원 ]


중세시대 마법사들이나 쓸법한 모자를 쓰고, 마법에는 필요도 없는 고목나무 지팡이를 휴대하다니. 컨셉충이 확실하다.


물론 교장답게, 강함 자체는 학생이나 여타 선생과는 비교도 안 된다. 한 명을 제외하면.


그러나 이 양반도 어차피, 대부분의 평행세계에서 [공통사건]의 절반조차 도달하지 못하고 죽을 운명이다.


사실 이 나이면 어떻게 죽어도 자연사다.


나는 그가 건넨 마이크를 받아들었다.


"정말 자유롭게 말해도 되나요?"


"물론이네. 이니시움의 학생으로서 그 말을 책임질 수 있다면 말이지."


책임이라.


아니다. 생각할 필요 없다.


'이쪽 세계'에선 즐기기로 마음먹었으니, 그냥 편하게 말하련다.


“아아. 1,2,3. 들리시나요? ”


몇몇 학생들이 킥킥대며 웃는다. 비웃는다는 게 더 어울릴 것이다. 그 녀석들의 마나량은 100 언저리다.


나는 마저 말을 잇는다.


“짧게 얘기하겠습니다. 노력하지 마세요. 노세요.”


학생들의 술렁임이 더욱 커진다.


교수들은 이제 오히려 다른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떻게 소감을 마무리할 거지?’


‘녀석. 학생회장 자리라도 노리나. 눈도장 확실히 찍고 가는군.’


파격적인 시작을 했으니, 마무리만 잘 하면 될 터.


교수들이 기대하는 것은 내가 수습하는 방식이다.


허나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수습할 생각 없으니까.


"어차피 여러분들 꼬라지 보아하니, 10년 뒤에 세상은 망합니다. 그냥 10년동안 놀다 죽으세요. 이상입니다.


어안이 벙벙해하는 교장에게 마이크를 도로 건넸다.


일말의 거짓도 없는 진실된 소감문이었다.


어차피 망할 세계니까.


그 때였다.


[ 잃어버린 마나를 되찾았습니다! ]

[ 마나량 : 77 (-24923) -> 117 (-24883) ]

[ 마나의 속성 : 모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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