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467,118
추천수 :
15,647
글자수 :
948,632

작성
21.09.17 13:00
조회
4,061
추천
116
글자
12쪽

32. 눈의 행성 (5)

DUMMY

32.


행성 에브게니아의 [플래닛 워프 셔틀] 안, 유아라는 한가로운 표정으로 드론을 조종하며 중얼거렸다.


“아니. 대체 이 남자는 일을 할 생각이 있는 걸까요오?”


[누예티네] 정도 하는 뮤턴트를 처리하는 것만으로 5000만 코인을 지급한다, 이것은 결코 적은 보수의 의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민성이라는 남자는 첫날은 첫날이라 쉬고, 이틀째에는 일 하러 갔다가 감감무소식이니 어지간해선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유아라도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이 남자 혹시 파업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겠죠? 역시 인간답네요오.”


“제가 볼 때는 민성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언제부터 김명민 실장님이 주제넘게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시대가 왔죠오?”


“... 죄송합니다.”


“김명민 실장니임. 당신을 대체할 로봇은 슈마허에 수천 대가 넘는다는 건 알고 계시나요오?”


“...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말이에요오. 적어도 로봇보다는 사람을 쓰는 만족도를 주지 못한다며언. 슈마허가 당신을 고용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오?”


“... 죄송합니다.”


“잘 좀 하세요오. 제바알.”


유아라가 아카데미에서는 절대로 드러내지 않는 면모를 보이며 김명민을 갈구는 동안, 그녀의 동생인 유링링은 권민성이란 남자에 대해서 언니와는 또 다른 감정을 가진 상태였다.


‘대체 어디까지 가신 거지...’


그 감정의 이름은 바로 걱정. 만의 하나 때문에 가방에 넣어놓은 분신, [페르소나]도 컨테이너를 본 이후로부터는 연결이 끊어졌다. 그녀가 유일하게 가진 정보라고는 오로지,


[ 권민성 -> 유링링 : 걱정 ㄴ 별일없음 ]


30분 전 단문으로 온 메시지 하나뿐이었다. 별 일 없다는 말 한 마디만으로 걱정하지 않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문제일 터. 그러나 당장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자신이 고민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링링이 걱정하고 있는 건 다른 연유였다. 자신의 분신을 통해 들은, 남자의 어떤 말 때문이었다.


“그러냐? 아무튼 전혀 무모한 일 아니라고 전해라. 절대 다칠 일 없다고. 참나. 링링도 내가 한겨울처럼 무모한 멍청이인줄 아네.”


한겨울. 자신의 멘토인 선배 입에서 다른 여자 이름이 나왔다. 6년간 리틀 아카데미를 다닌 링링은 당연히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과 묘한 감정이 엄습했다. 여자에게만 있는 여섯 번째 감각이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말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링링은 계속해서 김명민을 갈구는, 자신의 ‘양언니’에게 물었다.


“저... 아라 언니. 혹시 한겨울 선배... 아세요?”


---


세상은 항상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니, 계획은 항상 실패할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에브게니아 마약 작업장의 4번 대장 장쯔하오가 오늘 [마나건]을 챙겨 나갈 때만 하더라도, 그의 계획은 별 일 없이 누예티네 열다섯 마리를 사냥하고 캠프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아야 할 에브게니아 C-33구역에서 웬 꼬맹이가 눈에 파묻혀 있는 것을 발견한 순간부터,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사람을 쐈고, 할당량에 못 미치는 누예티네를 잡은 채 돌아왔으며, 채명훈이 배신했고, 타오링위는 자기가 그토록 원하던 여자로 한 걸음 다가갔다.


허나 이 모든 것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한 소년이었다. 아주 애라고는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다 컸다고도 말할 수 없는 외형의 소년은 작업장 내 별실에 앉아,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고 있다. 그것도 1년에 한 번 모습을 드러낼까 말까 한 자신의 보스, [약선] 도재명 앞에서 말이다.


한편 행성 간 이동 한 번, 행성 내 이동을 한 번 하고서야 에브게니아의 작업장에 도착한 도재명. 그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살폈다.


3초, 3초만에 그는 자신이 왔음에도 눈 하나 까딱 않고 자세 한 번 바꾸지 않는 소년이 모든 사태의 원흉임을 파악한 채 자리에 앉았다.


“자신을 고객이라 밝혔던데, 무슨 의미지?”


“고객이 고객이지 무슨 의미가 있나? 그냥 네가 파는 물건을 난 정당한 대가를 치루면서 가져가고 싶은 게 전부지.”


당돌한 소년이었다. 허나 도재명이 취급하는 물품은 [누예티네의 피]나 [아이스 리자드의 체액] 등의 마약. 도재명의 눈앞에 있는 소년이 취급하기엔 조금 이른 물건들이었다.


“벌써 약을 하나?”


“남이사 약을 하건 약을 팔건 무슨 상관이야. 장사 안 할 거야?”


배짱도 두둑하다. 도재명이 뒤로 고개를 돌렸다. 서경환, 패트릭 핸슨, 장쯔하오, 탄샤오. 자신을 호출한 4명의 대장이 열중 쉬어 자세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재명은 그 중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남자의 한자 이름을 불렀다.


“장재호.”


“예. 선생님.”


“왜 이런 녀석이 우리 작업장에 와 있는 거지? 그것도 산 채로?”


도재명이 싸늘하게 묻자, 장쯔하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는 사실대로 대답하기로 했다.


“[마나건]을 맞았는데, 죽지 않았습니다.”


“죽지 않아?”


“예. 설산에서 눈에 덮여 있기에 쐈고, 확인사살까지 했건만 죽지를 않았습니다.”


장쯔하오가 타오링위의 성기가 떨어질 때 그저 [마나건]을 겨누고만 있던 이유였다. 쏜다 해서 죽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으니, 그의 화를 돋우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총을 겨눈 것은 의식보단 본능에 가까운 행위였을 뿐이었다.


“그럼 말해 봐라. 장재호. 내가 이 녀석을 적으로 취급하는 게 이득일까, 아니면 이 분을 고객으로 모시는 게 이득일까?”


도재명이 장쯔하오를 신임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우유부단함 때문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장쯔하오지만, 반대로 신중하고 생각이 깊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고객으로 모시는 게... 득이 될 것입니다.”


“좋아. 그럼 고객으로 모시도록 하지. 좋아. 나는 도재명이라 한다. 손님의 이름은?”


“남의 이름 알아서 뭐 하게? 물건이나 내 놔.”


도재명이 은근슬쩍 ‘공개된 정보’로 ‘비공개된 정보’를 캐내려 했지만 허사였다. 꼬마 손님이 어린 나이임에도 어리숙하지 않다는 사실은 알아냈다.


“좋아. 그럼 뭘 원하지?”


“누예티네의 피. 가진 거 전부.”


“장쯔하오. 고객이 요구하는 물건을 우리가 지금 얼마나 갖고 있지?”


“5kg정도 갖고 있습니다.”


장쯔하오의 대답에 도재명이 잠시 고민하다 운을 뗐다.


“그 정도면 15억 코인쯤 하겠군. 좋아. 그럼 결제는 어떻게? 후원금이나 기부? 아니면 단순 의료비?”


가상화폐인 [코인]은 어떻게 쓰더라도 우주연합에게 그 송금 내역이 추적당한다. 우주연합 재경부에서 지폐라던가 동전이라던가 하는 현물 화폐를 인정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도재명은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약선]이라는 ‘의사’ 신분을 이용해 마약거래를 해 왔다. 후원이나 기부를 받을 수도 있으며, 기본적으로 ‘의료용 로봇’이 아닌 ‘의사’ 신분의 의료행위는 엄청나게 비싼 금액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로봇들에게 일자리를 뺏기기 시작한 의사들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마인드로 의료비를 천정부지까지 올리면서 스스로를 명품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고, 그게 또 통했기에 가능한 방식이었다.


허나 소년은 도재명이 생각치도 못한 방식의 거래를 제안했다.


“누가 돈 주고 산대? 정당한 대가를 치른다니까.”


“정당한 대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놈들을 우주연합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거지. 행성관리본부 놈들이 오면 마약은 압수,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원 [푸가토리움]행. 허나 그냥 마약만 넘기면, 너희들은 무사하지.”


도재명이 피식 웃었다. 꽤나 머리를 굴린 것 같았지만, 결국 애는 애일 뿐이라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신고? 하려면 하게.”


도재명은 에브게니아 말고도 [파나기니], [뉴 유토피아] 등 수많은 행성에 작업장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각 행성마다 경찰 행위를 하는 행성관리본부의 치안과에는 도재명의 손이 뻗쳐 있다. 특히 다양한 약의 원재료들이 있는 에브게니아 행성관리본부에는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을 들였으니, 치안과를 호출하면 당하는 건 이 당돌한 소년 쪽이었다.


“상관없겠어?”


“어린 고객님, 고작 신고 같은 게 두려웠으면 애초에 이 장사 못 합니다.”


“그렇대.”


“...”


허나 소년은 도재명이 아니라 도재명의 부하인 채명훈에게 되물었다. 도재명이 왜 저러나 싶다는 생각에서 의구심으로 넘어갈 때 즈음, 자신의 부하 중 하나였던 채명훈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마나블렛을 스윽 내밀었다. 그곳에는 이리 적혀 있었다.


[ 20분 뒤 영상 최초공개 ]


“뭐... 뭐지?”


“뭐긴 뭐야. [Li4U] 선공개지. 니 부하가 생각보다 유명하더라고. 만약 우리들이 대화한 게 공개되면 아마 네가 믿고 있는 행성관리본부 치안과 선에서는 안 끝날걸. 세르부스에 있는 안보부까지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인데.”


채명훈은 도재명 본인이 키운 [Li4U] 크리에이터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상을 통해서 부가수입도 누릴 수 있을 뿐더러, 영상 곳곳에 대규모 거래의 키워드를 숨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급하면 후원이라는 명목 하에 금전 거래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훌륭한 연락책으로 쓰이던 채명훈이 배신을 때리니 거꾸로 잡은 칼처럼 그에게 다가왔다.


도재명이 채명훈을 노려봤지만, 채명훈은 아무런 대답 없이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채명훈은 두려웠지만, 도재명도 감정의 크기만큼은 채명훈의 두려움 못지않게 당황했다.


“다... 다들 딥페이크라고 생각할 거다.”


“뭐 그러겠지. 하지만 채명훈의 인지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장사하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얘 구독자가 2만이라던데.”


도재명의 등골이 시려왔다. 가짜뉴스로 제기된 의혹을 벗어나는 것도 몇 년이나 걸리는 일인데, 진짜 뉴스를 가짜로 둔갑시키고 그 의혹까지 벗어나려면 얼마나 걸릴지 감도 오지 않았다.


‘만만히 볼 꼬마가 아니군.’


도재명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허나 그도, 약장수 생활을 허투루 한 것은 아니었다.


“장쯔하오.”


“...”


“누예티네의 피 다 꺼내와.”


도재명은 눈앞의 소년을 이길 수 없다고 짐작했다. 어차피 각성자도 아닌 자신과 자신의 부하들은, [마나건]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싸워서 승산은 없다. 허나 모든 게임 전체를 져 줄 생각은 없었다.


‘1패를 했으면, 다른 곳에서 1승을 땡겨 와야지.’


이이제이를 노리는 도재명은, 뼛속까지 장사꾼이었다.


---


장쯔하오가 전자저울과 정제된 [누예티네의 피]를 꺼내왔다. 붉은 가루들을 저울에 매달자 5.13kg가 나왔다. 도재명은 개 중 1kg 단위로 포장된 봉지 하나를 눈앞의 소년에게 내밀었다.


“자. 고객님께 이만큼 드리지. 이 정도면 3억은 하니까.”


“장난하냐? 다 내놓으라니까.”


“나는 장사꾼이다. 장사꾼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호구 잡히면 안 돼. 그게 원칙이다.”


“그래? 그럼 망해야지. 한 번 망해봐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


“아니, 판을 좀 키우고 싶다는 얘기다. 그 1kg는 일종의 선수금 같은 것이다.”


“선수금?”


“나도 밑지는 장사는 할 순 없지. 그쪽이 조금 특별한 약쟁이 하나 죽여준다면 나머지 4.13kg는 물론이고, 7월 말까지 10kg를 채워 주도록 하겠다.”


“조금 특별한 약쟁이?”


“그래. 헌터 약쟁이 말이야.”


... 이 늙은이가 미쳤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34. 눈의 행성 (7) +7 21.09.18 3,988 126 13쪽
33 33. 눈의 행성 (6) +1 21.09.17 4,008 117 12쪽
» 32. 눈의 행성 (5) +7 21.09.17 4,062 116 12쪽
31 31. 눈의 행성 (4) +1 21.09.17 4,150 121 13쪽
30 30. 눈의 행성 (3) +5 21.09.16 4,283 128 15쪽
29 29. 눈의 행성 (2) +1 21.09.16 4,407 121 14쪽
28 28. 눈의 행성 (1) +5 21.09.16 4,602 129 15쪽
27 27. 의뢰 (2) +3 21.09.15 4,499 137 12쪽
26 26. 의뢰 (1) +4 21.09.15 4,765 137 14쪽
25 25. 프롤로그 (2) +9 21.09.15 4,716 151 11쪽
24 24. 프롤로그 (1) +7 21.09.14 4,764 154 13쪽
23 23. 중간평가 (2) +4 21.09.14 4,758 154 14쪽
22 22. 중간평가 (1) +2 21.09.14 4,829 131 12쪽
21 21. 사건 (4) +5 21.09.13 4,776 139 14쪽
20 20. 사건 (3) +4 21.09.13 4,812 137 12쪽
19 19. 사건 (2) +4 21.09.13 4,939 135 13쪽
18 18. 사건 (1) +5 21.09.12 5,054 132 12쪽
17 17. 계시자 +4 21.09.12 5,111 142 14쪽
16 16. 유아라 (2) +3 21.09.12 5,064 143 12쪽
15 15. 유아라 (1) +3 21.09.11 5,159 139 12쪽
14 14. 호감도 +1 21.09.11 5,312 136 13쪽
13 13. 실기 (2) +6 21.09.11 5,354 151 12쪽
12 12. 실기 (1) +5 21.09.10 5,558 145 13쪽
11 11. 멘토링 +2 21.09.10 5,658 144 12쪽
10 10. 박준 (2) +7 21.09.10 6,145 144 13쪽
9 9. 박준 (1) +5 21.09.09 6,251 149 14쪽
8 8. 교장 +12 21.09.08 6,530 164 14쪽
7 7. 모의 던전 (3) +7 21.09.08 6,577 162 13쪽
6 6. 모의 던전 (2) +11 21.09.07 6,751 159 13쪽
5 5. 모의 던전 (1) +4 21.09.07 7,135 16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