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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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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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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 모의 던전 (1)

DUMMY

5.


[이니시움 아카데미]에서 가장 비싼 건물이 어디냐... 하면 단언컨대 ‘수행관’이라 불리는 마나 수련 시설이다.


최신 설비로 중무장한 체력단련실과 책으로 치면 수억 권이 넘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 열람기능은 물론이고, 아. 물론 도서관은 따로 있다.


시나리오 하나당 억 단위의 제작비가 동원되는 모의 던전 시뮬레이터까지, 돈이 가치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다면 수행관은 아마 우주 최고의 건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런 투자를 아끼지 않고 하는 이유는, 헌터를 양성해낸다는 우주연합의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창립목표 때문이다.


내가 한겨울의 뒤를 따라 수행관의 입구까지 가자, 거기에는 익숙한 듯 안 익숙한 두 명의 남녀가 나와 한겨울을 기다리고 있었다.


[ 오윤서 (15세) ]

[ 미래의 이명 : 없음 ]

[ 마나량 : 311 ]

[ 마나의 속성 : 질서 ]


[ 김명훈 (15세) ]

[ 미래의 이명 : 없음 ]

[ 마나량 : 348 ]

[ 마나의 속성 : 질서 ]


둘 다 별 거 아닌 겉절이들이다. 지금의 나보다 마나량이 높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오윤서는 활을 매고 있으니 아무래도 마력의 화살을 쏘는 마궁수(魔弓手)인 것 같고...


김명운은 딱히 무기랄 것 없이 주먹 곳곳에 굳은살이 박혀 있는 걸 보면 신체를 강화해서 싸우는 무투가류인듯 같다.


질서의 마나는 기본적으로 물질에 깃들어 그 성능을 높이거나, 아니면 물질 그 자체가 되는 마나이니 둘 다 물리계 전투요원이라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권민성 데려왔어.”


“와. 한겨울 대단한데? 진짜 권민성 데려올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오... 한겨우울~ 어떻게 데려온 거야? 뭔가...”


“야. 오윤서. 지랄하지 마. 아무튼, 권민성 너도 내일 실기 할 거 합 맞춰봐야 하니까, 시간 좀 내.”


“응.”


“오. 쟤 멀쩡하게 대답하는 거 처음 봐.”


“헛소리 말고, 들어가자. 모의 던전 예약해 놨어.”


... 사족은 왜 다는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이 셋에게 협조적으로 나갈 생각이다.


사실 실기 훈련에 별 가치를 두진 않는다.


이 아카데미의 성적은 내게 별 가치가 없으니까.


어차피 난 여기서 주는 꽁짜 의식주나 받아먹다가, 힘만 되찾으면 당장이라도 여길 떠날 거니.


그런데 그 힘을 되찾는 과정이 문제다.


얼마 전 우주연합 행성관리본부 ‘세르부스’ 지부장의 딸 유우키 텐카에게 말 걸었을 땐,


“너 같은 열등종자랑 말 섞고 싶지 않은데.”


열등종자 취급을 받았고. 3학년 [감전된 명사수] 정승수는,


“수업도 제대로 안 나오는 학년 수석...? 간혹 그런 경우가 있지. 일생의 운을 쓸데없는 별거 아닌 시험에 몰아 쓰는 사람이.”


날 그저 운 좋은 사람 취급했다. ‘저쪽 세계’에서는 나와 내 동료들에게 빌빌거리던 놈들 주제에!


아무튼, 아카데미 내에서 나에 대한 평판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저쪽 세계’의 유명인들에게 말을 걸 때 가끔 퇴짜를 맞기도 한다는 게 지금 문제였다.


마나를 되찾기 위해선 ‘관계’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이상 평판을 깎아먹을 이유는 없다.


그나저나 내일부턴 나도 [수행관]에서 수련할까. 체단실이 생각보다 더 좋아 보인다.


“근데 겨울아. 내일 실기 주제가 뭐야?”


“[회수].”


“[회수]? 하아. 망했다.”


오윤서가 긴 탄식을 내뱉었다. 김명훈도 뭐, 비슷한 반응이다.


[청소], [회수], [구출], [암살]. 4가지 유형 중 [회수]는 말 그대로 던전에 있는 물품을 회수하는 작업이다.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렵다.


회수할 물품의 위치가 항상 주어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광역 마법을 쓸 때에도 제약이 걸린다.


물론 지금의 나를 포함해 여기 네 사람의 마나량으로 광역 마법은 논할 가치도 없는 먼 미래의 일일 뿐이고, 물품의 위치는 [탐지] 마법만 쓸 줄 알면 쉽게 알 수 있으니...




“오윤서.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다른 조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야.”


“하... 하지만 무엇보다 우린 탐지가 가능한 사람이 없잖아. 시간 점수에서 불리하다구.”


...


듣기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탐지를 맡아줘야 하는 건 보통 원거리 지원을 도맡아서 해야 하는 건 마궁수인 오윤서 본인다.


이런 애들이 우주 최고라는 이니시움 아카데미 2학년에 헌터 지망이라니, 어차피 ‘이쪽 세계’도 [인류의 멸망]을 막기는 글러 보인다. 뭐. 난 이미 포기했으니까 상관없지만.


“... 그렇긴 하지만 어쩌겠어. 해야지.”


“내가 어느 정도는 봐 줄 수 있는데.”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나로 향한다.


어른들의 시선을 받는 것보다 내 또래 시선 받는 게 몇 배는 부담스럽다. 익숙하지가 않으니까.


몇 번이고 말하지만, ‘저쪽 세계’의 내 또래 애들은 내가 열 살 때 이미 다 죽었다.


“너가?”


“응.”


한겨울이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D판정 주제에?”


“뭐... D판정이라 해서 아주 쓸모없지는 않을 수도 있잖아? 마력량이 항상 모든 걸 대변해주지는 않으니까.”


“맞아. 마력량이 적다고 해서 모두 쓰레기는 아니지. 다만 모든 쓰레기는 마력량이 낮다는 게 문제지. 애초에 [탐지]는 마력량 C 이상이 써야 제대로 발동돼.”


“겨울아. 굳이 그렇게까지 심하게 말하지 않아도...”


“오윤서, 가만히 있어. 야. 권민성. 잘 들어. 넌 그냥 우리 실기조에 붙은 핸디캡이야. 그러니까 너가 실기를 캐리할 생각을 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너가 우리 조에서 0.9인분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고. 이 쓰레기 자식아.”


쓰레기라니, 말이 심하네.


사실 한겨울이 말한 것도 일리는 있다.


[이니시움 아카데미]는 학기말평가 때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가차 없이 쫓아내 버린다.


2학년 1학기에서 2학기로 넘어가기 위한 커트라인은 판정 B의 상위권이다.


B 판정은 마력량 500 ~ 1000이니, 대략 마력량 800정도.


그 기준에 다다르지 못한 학생들도 2학기로 넘어갈 수 있기야 하지만, 그러려면 필기, 출석, 실기 수시평가 점수가 남들에 비해 월등해야만 한다.


그런데 나는 마력량도 D판정이고, 출석 개판, 실기는 여태 있는지도 몰랐고 필기점수야 좋긴 하지만 비중이 낮다.


그러니까 한겨울은 지금 날, 어차피 다음 학기부턴 볼 일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는 거다.


뭐... 지금으로선 틀렸다고 할 수만은 없다.


다만 지금 이리 말하는 한겨울의 마나량도 448.


아무리 이 시기의 소년 소녀들의 마나량이 하루가 멀다하고 급격히 성장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다음 학기로 넘어가기엔 간당간당하다는게 문제라면 문제다.


“어차피 한겨울 너도 기껏해야 C 아냐?”


“기껏해야 C라니. 말조심해. 한 단계만 올리면 아카데미에 남을 수 있는 것과, 두 단계를 올려야 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사실 지금 나의 마력량은 298. C 판정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마력량을 수치화해서 알려주지 않으니 증명할 방도가 없다는 게 문제.


299로 D인 사람과 301로 C는 아무 차이가 없는 수준이지만,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


원래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게 인간이라지만 애들부터 이 모양이니 공통사건으로 [클래시피케이션]이 일어났지.


아. 신학기 마력량 측정때는 내가 117이었나? 뭐, 알 게 뭔가. 중요한건 현재인데.


아무튼 한겨울이 그리 말하니, 더 개기진 않겠다.


더 이상 평판을 깎아먹었다간 나도 힘을 되찾는 데 차질이 생기니까.


나는 고분고분히 그녀의 말에 수긍하기로 했다.


“그럼 뭐. 분부대로 0.9인분만 해 볼게.”


“... 쓰레기 자식.”


---


마법사들의 로망이라 불리는 뮤턴트 처리업체 [매지시아 컴퍼니] 한하늘 회장의 막내딸, 한겨울.


고작 열다섯 꽃다운 나이의 한겨울은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한겨울! 마력량 C!”


그것은 바로 신학기마다 있는 전교생 마력 측정에서, C 판정을 받은 것.


신분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매지시아 컴퍼니]의 막내딸로서,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


‘이... 이대로라면...’


그녀의 두 언니 한봄과 한여름은 비록 헌터는 되지 못했지만, 이니시움 아카데미를 꽤나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매지시아 컴퍼니]에서 한자리 하고 있는 엘리트들이다.


오빠인 한가을은 한술 더 떠서, 전 우주에 3000명이 안 된다는 헌터 자격증을 얻어내고 회사를 회사를 이끌어 나갈 인재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본인은?


2학년 1학기, 퇴교조치 직전.


아무리 금이야 옥이야 자란 막내딸이라지만, 퇴교당한다면 자신이 집안에서 어떤 취급을 받게 될지 알고 있었다.


길게 말할 것 없이 만일 아카데미에서 쫓겨난다면, 그녀가 [매지시아 컴퍼니]의 막내딸이라는 신분은 온 우주에서 말소되고 말 것이다.


[매지시아 컴퍼니]의 마법사들은 혈통을 중시한다. 애초부터 마나는 곧 혈통이라는 순혈주의자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자신이 그 혈통의 순수성을 부정하는 반례가 된다는 것은, 곧 집안 전체의 기반을 흔들어버리는 것과 같다.


이것은 가족간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복잡한 문제였고, 한겨울은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아니.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이미 그녀와 관련된 기록은 말소된 상태고, 졸업했을 때 비로소 [매지시아 컴퍼니]의 직계혈통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징표 하나만을 가진 상태였으니까.


그런 그녀가 자신의 삶을 되찾는 방법은 단 하나.


‘어떻게든... 아카데미를 졸업해야 해!’


이로서 한겨울은 2학년 2학기로 넘어가려면, 출석점수, 필기점수, 실기점수 다 최대한 끌어모아야만 했다.


학기말 평가 때 마력량 미달 판정이 났을 경우를 대비해야 하니까.


다행히도 학기 전에 본 학생예비평가에서 그녀는 12등을 했다.


필기는 자신 있으니까.


그리고 출석 역시, 꾸준히 학교에 나가기만 하면 된다. 성실함 역시 자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실기였다.


한 학기 내내 함께해야 하는 실기조 배정이 끝났을 때, 그녀는 다시 한 번 좌절해야 했다.


‘실기조가 왜 이 모양이야?’


말 그대로 개판이었다.


탐지 못 하는 활잡이 오윤서.


전투만 들어가면 멍텅구리가 돼서 자기 역할 까먹는 무투가 김명훈.


그리고 무엇보다.


‘이니시움 아카데미 역사상 최악의 꼴통 권민성!’


신학기부터 수업도 제대로 안 나오는 바람에 벌써부터 담당교수에게 찍힌 데다가, 마력량은 고작 D 판정받은 쓰레기.


성격은 ‘찐’에 중2병.


입소학고 한동안은 강의가 끝나면 자기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더니, 요즘은 무슨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무한테나 말을 건다고 알려진 상또라이!


이미 교수를 비롯한 아카데미 내 대부분은 민성이 학년 수석이 된 것이 실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아카데미의 시험은 컨닝이 불가능하기에, 그의 학년 수석은 인생에 있는 모든 운을 몰빵했다는 것이 학교의 정설.


자 그럼, 이 때 한겨울이 원망할 사람은 누구일까?


실기조를 개같이 짜 준 핸슨 최 교수?


신학기 마력 측정 때 C 판정을 받은 자기 자신?


앞라인 못 잡아주는 무투가 김명훈?


탐지 못 쓰는 마궁수 오윤서?


그것도 아니면 너무 잘나가는 언니 오빠들? 아니면 고압적인 집안?


모두 틀렸다.


‘권민성 이 쓰레기 자식!’


그녀는 9급 뮤턴트 [좀비]가 우글거리는 모의 던전 시뮬레이터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마음 속 깊숙이 민성을 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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