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467,361
추천수 :
15,647
글자수 :
948,632

작성
21.09.13 13:00
조회
4,813
추천
137
글자
12쪽

20. 사건 (3)

DUMMY

20.


-우오오오오! 나를 놓아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인간의 언어. 허나 그 화자가 인간은 아니다. 마나석에 깃든 마나 그 자체가 하는 말이지.


마나는 곧 의지, 의지는 곧 마나. [골렘]을 만들기 위해 마나석에 깃든 마나들의 의지를 강제로 해방시켰으니, 그 자아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증오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놓아 주러 가는데...”


-히히히힝!


-히히힝!


회전목마의 플라스틱 말들이 자아라도 가진 것마냥 다가온다. 잘 보면 회전목마의 중심과 마나의 실로 연결되어 있다. 정확히는 마나 신경망이지만.


서걱-! 서걱!


아무튼 나는 그냥 잘라낸다. 끊어낸다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마나 사브르로 목마와 마나석의 커넥션을 잘라내자, 마치 지옥의 종마처럼 뛰어오던 말들은 다시 플라스틱 모형으로 돌아간다.


나는 어느새 모든 목마들을 베어내고 [골렘] 앞에 섰다.


-나를 여기서 꺼내줘!!


“그러려 한다니까. 그만 좀 돌아라.”


피이이이잉!


회전목마가 마치 입자가속기라도 된 것처럼 초고속으로 회전하며 내가 핵(核)에 다다르지 못하게 방어한다. 꺼내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골렘] 이 자식, 스탠스를 하나만 했으면 좋겠네.


아무튼,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발바닥과 종아리에 마나를 모아-


탓!


공중으로 날아간다. 목적지는 돌아가는 회전목마의 상부. 어떤 회전체든 변형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모든 지점에서 각속도는 일정하다. 그렇다는 것은 속력 그 자체는 원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빠르고.


“가까울수록 느리지.”


탁-


어우, 중심부근인데도 어지럽다. 그래도 버틸 만 하다. 나는 마나 사브르를 높이 치켜들고-


“하아압!”


콰직!


회전목마의 천장을 박살낸다. 물론 이런다고 해서 회전목마가 멈추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부순 천장의 틈으로 회전목마 내부로 들어가, 마나의 실처럼 보이는 신경망들을 헤집는다.


- 으아아아악!


마나 사브르로 신경망을 하나하나 잘라낼 때마다 [골렘]이 비명을 질러댄다. 생물체도 아닌 게 고통을 느끼는 척 하다니, 건방진 녀석. 이게 인간이 주는 신경치료의 맛이다. 아무튼 [골렘]의 회전은 점점 느려진다.


피이잉...


접근하는 모든 것을 튕겨낼 기세로 돌고 있던 회전목마는 이제 진짜 회전목마 수준의 속도밖에 유지하지 못한다. 신경망도 충분히 끊었겠다. 지금이 때다. 나는 [골렘]의 핵, 그러니까 마나석에 손을 뻗는다. 그러자 안내방송용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 나를 구해...


“닥쳐. 좀.”


까드드드득!


마치 나무뿌리를 뽑아내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회전목마를 [골렘]으로 만드는 신경망들이 뜯겨져나간다. 핵을 잃으니 [골렘]이었던 회전목마는 그저 다시 평범한 놀이기구로 돌아갈 뿐이다. 다만 플라스틱 목마는 다 뜯겨져 나갔다. 회전목마에 목마가 없으면... 뭘까?


[ 마나를 되찾았습니다. ]

[ 마나량 : 1231(-23902) -> 1531(-23602) ]


나... 또 누군가의 호감을 사 버렸나 보다. 아무튼 나는 놀이공원 중심에 섰다. 폭탄을 맞은 놀이기구와 건물 여기저기서 연기가 흩어져 나오고, 사람들은 꽤 많이 죽었다. 그 중에는 테러리스트 세 놈도 포함되어 있다.


그 중심이 되는 회전목마 위에서, 난 마나석을 움켜쥔 채, 중얼거렸다.


“10억짜리 마나석... 우주연합이 얼마나 주려나?”


그냥 마나석 통으로 주면 놀고먹기 좋을 텐데, 우주연합 녀석들 본질이 강도새끼들이니 그럴 일은 없겠지. 씨발.


---


이니시움 리틀 아카데미의 교사 이미연, 그녀는 [포에버랜드]의 밖으로 나와 자기 반 아이들들을 확인했다.


“아이들은 다 무사해요!”


“다행이다...”


탈출 과중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조금 까지거나 다친 아이들은 있어도 다행히 그녀의 반 32명 모두 무사했다. 이니시움 정규 아카데미 생도들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할 신속한 대피였다.


“성민석 생도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대피도, 애들 구한 것도, 권민성이 다 했어요.”


“그 사람은...”


“... 안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랑.”


“세상에...”


이미연의 젖은 눈망울이 크게 떠졌다.


비록 우주의 인재이자 우주연합의 미래라 불리는 이니시움 정규 아카데미 생도라고는 하지만 고작 열다섯 살 소년이다. 그런 소년이 자기보다 더 어린 소년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고작 자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콰과과광!


갑작스런 굉음에, 안절부절하는 성민석이 더 안절부절하는 이미연에게 물었다.


“우주연합 사람들은 아직도 안 오고 있나요?”


“안보부는 대부분 세르부스 본토에서 싸우고 있고 너무 돌발상황이라 헌터들에게 대한 보상금 책정이 늦어지나 봐요... 행성관리본부는...”


“씨발. 걔 죽으면 어떡할 거에요!”


그걸 왜 나한테 그러냐 소리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다. 이 성민석이라는 아카데미 생도가 학생들을 이끌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반은 절반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제발... 신께서 굽어 살피소서...’


이미연은 그저 신만을 찾을 뿐이다. [포에버 랜드] 안에 있는 인간이 들었다면 거품을 물 일이었다.


피이이잉- 콰과과광!


안에서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굉음들이 들려온다. 이미연도 성민석도 희망의 불씨는 이미 꺼졌다고 생각했다. 이내, 소리가 잠잠해진다.


성민석도 이미연도, 아무것도 모르는 리틀 아카데미 학생들도 숨소리를 죽인다.


저벅- 저벅-.


누군가가 태연히 걸어나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주연합 안보부나 헌터들은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만일 저게 테러리스트라면, 여기 있는 모두가 다시 한 번 도망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걸어나오는 것은-


“씨발. 진짜 존나 걸리적거리는 새끼들이었네.”


열다섯 소년이다.


키는 그리 크지 않고 어른스러운 면모조차 없지만, 그는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위대한 영웅이었다. 이미연은 왠지 울컥해 입을 가리며 말한다.


“생도님...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살아 계셨다니...”


솔직히 이 권민성이란 아이에게 처음부터 엄청난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이런 테러 상황이 일어날거라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다만 그 긴박한 상황에서 누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아이들을 구출하려 하겠는가. 그러나 눈앞의 권민성이라는 소년은 그리했다.


그는 그것만으로도, 영웅이었다. 이미연은 그가 존경스러워졌다.


그 영웅은. 자신이 구해낸 아이들을 한번 슥 훑고 말한다.


“아니, 씨발. 우주연합 이 개새끼들 아직도 안 왔어요?”


---


밤이 되었다. 마피아가 고개를 들어줄 필요는 없다. 내가 기숙사에서 고개를 들고 있으니까.


“헌터라는 새끼들이 늦어서 뭔 고생이야, 이게?”


결국 헌터도 우주연합 안보부도 늦었다. 이 개새끼들 지들 배때지나 쳐 불릴 줄 알았지 돈 받고 일 못하는 새끼들이다.


결국 여섯 시간에 걸친 사정청취 이후, 우주연합은 내게 합당한 보상을 주기로 약조했다. 하지만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어이가 없네. 10억짜리를 뺏어가고 하는 말이 고작 적절한 보상을 주겠다? 씨발.”


욕을 안 할 수가 없다. 마나석이나 그냥 주지, 그걸 굳이 뺏어가고 보상을 주겠다? 예상한 결과지만 등쳐먹겠단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 10억 코인 안 줄 거면 지랄이나 하지 말지.


아무튼 이번 테러는 조금 의미가 크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에서, 서로 다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저쪽 세계’에서의 이야기부터 하자면... 음. [빅 데이터]가 설명해 줄 것이다.


[ ‘이미연’ ‘이니시움 리틀 아카데미’ ‘교사’ 검색결과 8건 ]


목록에 뜬 8명의 사람들 중, 내가 아는 이미연은 단 하나뿐이다. 그녀의 옆에는 (사망) 이라 적혀져 있다. 그리고 사망일은 바로 어제. 사인(死因)은 자살이다.


“성민석도 검색해 줘. 같은 조건으로.”


[ ‘성민석’ ‘이니시움 아카데미’ 검색결과 7건 ]


역시 어제 죽은 걸로 나와 있다. 사인은 역시 자살.


분명하다. 어제 있었던 테러행위는 ‘저쪽 세계’에서도 있던 일이다.


결론은 단 하나다.


“없는 사건이 아니었어. 우주연합이 은폐한 거다.”


[빅 데이터]는 만능이 아니다.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등록된 사건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반대로 말하면 우주연합이 사람을 풀어 정보통제, 언론조작을 행하면 [세기를 앞선 공학자]나 나 자신이나 사건의 존재 유무를 알 길이 없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수많은 더미 자료들을 풀어, 어떤 게 사실이고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건을 은폐했다.


그에 반해 ‘이쪽 세계’에서는, 우주연합은 테러 자체는 인정했다.


[ 속보 : 포에버랜드에 테러리스트 출몰. 무려 2시간이나 지나고서야 행성관리본부 사건장소에 모습 보여... 안보부는 나타나지도 않아 ]


[ 속보 : 테러리스트 진압은 이니시움 아카데미 생도가 한 것으로 파악돼 ]


[ 속보 : 사망자 17명에 부상자 229명... 배후는 아직 파악되지 않아 ]


그러나 테러의 주체를 숨겼다. 여러 사람들이 세르부스 독립결사라는 진실을 댓글로 달았지만, 육식주의자의 소행이니 마약중독자의 소행이니 하는 어그로 분란글들로 인해 다 묻혔다. 볼 것도 없이, 우주연합 댓글부대의 일이다.


하지만 그럼 또 다른 의문이 하나 생성된다.


“우주연합은 이 사건을 숨기려 하는 거고, 그리고 왜 ‘저쪽 세계’와 달리 이번엔 주체만 숨긴 거지?”


음. 몇 가지 가설들이 떠오르긴 한다.


마나석으로 [골렘]을 만드는 것은 뮤턴트 연구 및 제약 전문 회사 [H.N.H. 코퍼레이션]의 독점 기술이다. 그것도 평범한 마나석으로 되는 게 아니라, 자아가 있는 마나석으로만 가능하다.


그런데 아까의 마나석은 자아가 없는 마나석이었다. 그래서 테러리스트들은 자아가 없는 마나석의 의식을 해방하는 술식을 사용했는데, 그건 또 마법사들의 꿈이라 불리는 뮤턴트 처리 회사 [매지시아 컴퍼니]의 연구성과이다.


아마 ‘저쪽 세계’에서는 이 테러리스트 녀석들을 아예 못 잡은 게 분명하다. 하긴 헌터가 이렇게 늦었는데 어떻게 체포해.


아무튼 중요한 것은, 열심히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 모든 일들이 내 알 바 아니-


“내 알 바가 아닐 수가 없지!”


씨발!


씨발씨발!


씨발x3!


나의 행동범위 내에서 벌써부터 [공통사건]의 전조가 일어났다. 이게 어떻게 내 알 바가 아냐? 놀지도 못하고 뒤지기 직전인데. 존나 심란하다.


“혹시 라인하르트가 뭘 아는 게 아닐까?”


순간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다. 어제 이 일을 급히 맡게 된 것도 라인하르트 때문이다. 순간 그 능글머리 컨셉충 교장이 이 일을 내게 맡겼다는 사실 자체가 수상해졌다.


나는 존나 놀다 죽고 싶단 말이다.


아무래도 라인하르트랑 내일 한 번 대화를-


[ 메시지가 왔습니다. ]

[ 한겨울 -> 권민성 : 야 권민성 ]

[ 한겨울 -> 권민성 : 얘기 가능해? ]


아. 얘는 또 왜 지랄이야!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단 하나다. 바로 힘을 되찾는 것.


[공통사건]과 전쟁이 아무리 가혹한 방향으로 다가오더라도 힘만 있으면 종장(終章)까지 살아남아서 놀 수 있다. 그리고 한겨울은 내게 마나 200+80(아마 좀비 킹 덕인 것 같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한겨울로 분류중인 마나 80이다)짜리 인연.


힘이 더 중요해진 까닭에, 한겨울이 아무리 좆같아도 얘를 거부할 순 없는 처지. 나는 옷을 챙겨입었다.


“씨발.”


진짜, 욕을 안 할 수가 없는 날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34. 눈의 행성 (7) +7 21.09.18 3,990 126 13쪽
33 33. 눈의 행성 (6) +1 21.09.17 4,010 117 12쪽
32 32. 눈의 행성 (5) +7 21.09.17 4,063 116 12쪽
31 31. 눈의 행성 (4) +1 21.09.17 4,151 121 13쪽
30 30. 눈의 행성 (3) +5 21.09.16 4,285 128 15쪽
29 29. 눈의 행성 (2) +1 21.09.16 4,408 121 14쪽
28 28. 눈의 행성 (1) +5 21.09.16 4,604 129 15쪽
27 27. 의뢰 (2) +3 21.09.15 4,501 137 12쪽
26 26. 의뢰 (1) +4 21.09.15 4,767 137 14쪽
25 25. 프롤로그 (2) +9 21.09.15 4,717 151 11쪽
24 24. 프롤로그 (1) +7 21.09.14 4,765 154 13쪽
23 23. 중간평가 (2) +4 21.09.14 4,760 154 14쪽
22 22. 중간평가 (1) +2 21.09.14 4,831 131 12쪽
21 21. 사건 (4) +5 21.09.13 4,778 139 14쪽
» 20. 사건 (3) +4 21.09.13 4,814 137 12쪽
19 19. 사건 (2) +4 21.09.13 4,941 135 13쪽
18 18. 사건 (1) +5 21.09.12 5,056 132 12쪽
17 17. 계시자 +4 21.09.12 5,112 142 14쪽
16 16. 유아라 (2) +3 21.09.12 5,065 143 12쪽
15 15. 유아라 (1) +3 21.09.11 5,161 139 12쪽
14 14. 호감도 +1 21.09.11 5,313 136 13쪽
13 13. 실기 (2) +6 21.09.11 5,355 151 12쪽
12 12. 실기 (1) +5 21.09.10 5,560 145 13쪽
11 11. 멘토링 +2 21.09.10 5,660 144 12쪽
10 10. 박준 (2) +7 21.09.10 6,147 144 13쪽
9 9. 박준 (1) +5 21.09.09 6,252 149 14쪽
8 8. 교장 +12 21.09.08 6,531 164 14쪽
7 7. 모의 던전 (3) +7 21.09.08 6,579 162 13쪽
6 6. 모의 던전 (2) +11 21.09.07 6,753 159 13쪽
5 5. 모의 던전 (1) +4 21.09.07 7,137 16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