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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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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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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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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13. 의미 (3)

DUMMY

113.



[ 한겨울 -> 권민성 : 오늘 무슨날인지 알지? ]

[ 한겨울 -> 권민성 : 안돌아오면 뒤진다 ㅋㅋ ]


“...”


3월 14일.


[NULL]이 행성 미라이를 침공하기로 예정된 날이자, 얄팍한 상술로 만들어진 가짜 기념일. 마나블렛 화면에는 한겨울이 보낸 살의 넘치는 메시지가 떠 있는 가운데.


“허억- 허억- 가... 같이 가요...”


나는 유아라와 단 둘이,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을 걷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유는 뭐... 결과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유아라의 탐욕 때문이다.


오늘 아침.


-그... 헌터님. 아가씨. 죄송한데 사막 지역은 조금... 안 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쪽엔 좀 큰 문제가 있어서...


- 문제요오? 무슨 문제요오?


- 이제 그... 사실 사막 전체가 미해결 뮤턴트 발생지역입니다. 사막 전역에 걸쳐서, [샌드 스파이더]라던가 [리버 웜] 등의 벌레형 뮤턴트가 득실득실합죠.


- ... 던전이라구요오? 그럼 왜 여태 청소하지 않으신 거죠오?


- 그게 이곳 행성 테라미시는 여러모로 사정이 좀 달라서, 굳이 공격해오지 않는 뮤턴트들을 토벌할 이유가 없다 보니까... 여튼 사막 쪽 수색은 책임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허가 내드리기 좀 그렇습니다. 하하...


이런 이유로 유아라는 허가증을 결국 받지 못했고, 숙소로 돌아와 저 혼자 씩씩거리다 말하길.


“마나석 광산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순 없죠. 우리, 몰래 사막으로 가요.”


“... 몰래 가자고?”


“네에. 어차피 사막 관광했다고 우기면 저쪽에서도 할 말 없을 테니까, 당신은 빨리 나갈 준비나 하세요.”


“... 언니. 저도 옷만 갈아입고-”


“아녜요. 링링은 여기 남아 있어요오.”


“네?”


“링링이 요즘 열심히 운동한 건 알지만, 이곳 테라미시의 사막은 링링에게는 너무 힘들 거에요오. 그러니 여기 남아요오. 알겠죠오?”


“... 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언니가 사랑하는 거 알죠오?”


대충 이렇게 돼서 유아라랑 나, 단 둘이 사막을 횡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아- 하아- 호... 혹시 물 좀 남았어요?”


한편 링링 앞에서는 그렇게 강한 척을 하더니, 사막일주 4시간 만에 힘들어 죽으려 하는 유아라. 나는 녀석에서 허리춤에 찬 수통을 건넸다.


벌컥- 벌컥-


“고... 고마워요... 이... 이렇게 힘들 줄은...”


“... 지금이라도 돌아가던가.”


“미... 미쳤어요?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그리고 이거 보세요. 마나석 광산으로 추정되는 곳이, 반경 2km안에 있다구요.”


이상한 원형 기계를 내 얼굴 앞까지 들이밀며 중얼거리는 유아라. 그러려니 하고 치우라 손짓하던 찰나, 새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야. 유아라 근데 너, 나한테는 이제 그거 아예 안 하는 것 같네.”


“뭐... 뭘요?”


“그 있잖아. 요오. 죠오. 하고 여유로운 척 말꼬리 늘이는 거.”


나의 말에 유아라가 순간 흠칫했다가, 내 수통을 돌려주며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그야 당신은 그거 가짜인 거 다 아니까... 가면 유지하는 거 생각보다 힘들다구요. 스트레스도 받고...”


“왜 굳이 고생을 사서 하는지.”


“... 진짜 말을 해도 꼭... 아.”


나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던 유아라가, 순간 뭔가 생각났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곤 눈치 보듯 물었다.


“그...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내가 뭐.”


“다... 당신이야말로 한겨울 씨 앞에서는 말투 달라지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커흑!”


예상치 못한 말에 순간 입 안에 있던 걸 다 뱉어내는 가운데, 유아라가 뭔가 한 방 먹였다는 듯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 여기서 한겨울 얘기가 왜 나와.”


“정예원 선배가 그러던데요. 당신이랑 한겨울 씨랑 조금 특별한 관계라고. 왜요. 당신 같은 사람도 자기 애인한테는 애교부리고 그러나요?”


“... 계속 가기나 하자.”


“흐. 반응이 꼭 정곡이라도 찔린 사람 같은- 가... 같이 가요!”


쓸데없는 대화에 정신이 팔릴 때가 아니다. 오늘은 [NULL]이 유아라를 잡으러 오는 날. 언제 어디서 뭐가 나타날지는 모르는 것이기에 방심해선 안 된다.


유아라는 자신이 마나석 광산을 찾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NULL]이 노리는 타깃이 되었을 뿐이고, 나는 녀석을 노리는 [NULL]을 노릴 뿐이다.


---


뚜-! 뚜-!


얼마나 걸었을까,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복판에서 유아라가 들고 있던 원형 기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뭔데.”


“여... 여기래요. 마나석 광산이.”


“... 여기라고?”


끄덕-


불가능한 소리였다. 마나석 광산은 실존하지 않는다. [NULL]이 유아라를 낚아먹기 위해 만든 헛소문에 불과하니까. 허나 유아라는 진짜 마나석 광산을 발견한 것처럼 들뜬 표정으로, 기대만발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거 기계 고장난 거 아냐?”


“... 아니거든요. 완전 멀쩡하거든요?”


“... 전에 에브게니아처럼, 다른 파장을 마나석으로 오인했을 확률은?”


“마... 말도 말아요! 그... 그 때 그 실수 때문에 제가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자했는지 알아요? 이건 그런 바보 같은 에러 안 내는, 확실한 물건이라구요.”


“...”


“신호의 크기로 보건데... 이 정도면 대박 중에서도 대박이에요. 이 모래 아래에 이렇게 많은 마나석이 묻혀 있다니! 당장 본사에다 연락해서-”


텅-!


유아라가 저 혼자 신나가지고 발을 구르던 그 때, 순간 모래바닥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 오해에요. 나 그렇게 살찌지 않았거든요...?”


“... 헛소리 말고 비켜 봐.”


녀석이 자리하던 곳의 모래를 발로 훔치자, 그곳에서는 행성 테라미시와 어울리지 않는 디지털 도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나 디지털 도어의 존재보다 더 거슬리는 것은, 거기에 적혀있는 글자와 마크였다.


[ H.N.H. Corporation ]


“... H.N.H? 왜 여기에 H.N.H.의 시설이 있는 거죠?”


“... 나야 모르지.”


“서... 설마 H.N.H가 이미 이곳에 매장된 마나석들을 채굴하고 있는 것은...”


“...”


나는 유아라의 망상을 무시하고 디지털 도어에다가 귀를 댔다.


위이잉-


- #@$@!#%###!


희미하게 사이렌 소리와 안내방송 같은 것이 나오고 있다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내 감각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정확한 내용까지 들리진 않았다.


“뭐... 뭔가 들려요?”


“희미한 사이렌 소리랑... 뭔가 안내방송 같은 게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안내방송이요? 무슨 내용인데요?”


“그건 이제 들어봐야지.”


“네? 어떻게-”


유아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오른손에다가 마나를 끌어 모아 디지털 도어를 내려쳤다.


쿵-!


문짝이 박살나며 마치 개미굴처럼, 모래밭 사이에 생겨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생긴 깊은 구멍. 내 행동을 지켜보던 유아라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소리쳤다.


“미... 미쳤어요? H.N.H.한테 소송 걸리면 당신이 책임 질 거예요?”


유아라가 식겁해서 뭐라뭐라 쏘아붙였지만, 그딴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안에서 들려오는 안내방송의 내용이, 이제는 확실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 현재 시설 내에 정체불명의 안드로이드가 침입해 무차별 살상행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구성원 여러분은 모두 매뉴얼대로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정체불명의 안드로이드라면... [NULL]? 녀석들이 노렸던 건 애초부터 유아라가 아니라, 이 지하의 시설이었던 건가?


- 다시 한 번 안내드립니다. 현재 시설 내에 정체불명의 안드로이드가-


젠장.


마나석. 생각보다 빠르게 공식석상에 등장한 [NULL]. H.N.H. 행성 미라이. 공통사건.


수많은 키워드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가지만, 각각의 키워드들을 연결해주는 결정적인 무언가가 없다.


- 모르면 맞아야 한다능...


이럴 때만 떠오르는 김석봉의 명언.


“... 알아야 돼.”


“뭐... 뭘 알- 꺄아아악!”


나는 유아라를 허리춤에 안고, 그대로 검은 구멍 속으로 뛰어내렸다.


---


웨에에에엥-!


사막 지하에 숨겨져 있던 것은 H.N.H의 비밀 연구소로 추정되는 시설이었다.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려대는 가운데, 나와 나란히 복도를 걷던 유아라가 툴툴거렸다.


“그... 그렇게 갑자기 뛰어내리면 어떡해요!”


“안 다쳤으면 됐지. 뭐가 문제래.”


“뭐... 뭐가 문제냐니요! H.N.H.가 불법 침입으로 소송 걸면 어쩌려구요? 지금도 방송 나오고 있는데!”


“이미 들어와 놓고 왜 자꾸 그런 걸 따져.”


“...”


“안 걸리면 그만이니까, 레이더나 잘 봐. 어차피 유아라 너도 H.N.H.가 마나석 채굴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거 아냐.”


“... 알았어요.”


유아라가 못마땅하다는 고개를 끄덕이기가 무섭게 정면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 셋이 나타났다.


- 어어어억...


아니. 사람은 아니었다. 이미 눈깔이 돌아가서 아무것도 못 보고 있었을 뿐더러, 걷는 방식조차 사람이라고 보기엔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 어어어억!


서걱-! 퍽!


달려드는 연구원을 내가 둘 베었고, 유아라가 주먹으로 한 명의 머리통을 날렸다. 순간 녀석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전투방식에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뭐. 그건 유아라 사정이지.


“이... 이건 뭐에요? 뮤턴트화 된 거예요?”


“내가 어떻게 알아.”


“다... 당신 마나현상분석학 교수잖아요!”


“교수 아니고 시간강사야.”


“... 정말-”


유아라가 쓸데없는 신경질을 부리려던 그 때.


- 치이이익!


죽은 시체들의 척추에서, 마치 연가시처럼 스멀스멀 나오는 기계 기생충.


“으... 이게 뭐야...”


마치 금속으로 만든 창자같이 생긴 기계 기생충을 보고 유아라가 오만상을 다 찡그리는 가운데, 한 가지 사실이 확실해졌다.


“... 헛다리 짚었었네.”


“... 네?”


바로 [NULL]이 테라미시에 온 이유는 애초부터 유아라가 아니라, 이 비밀 연구소였다는 것.


눈앞의 기계 기생충들은, 분명 [뱀파이어]가 다루는 것들이었으니까.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길을 잃었었어요 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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