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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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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8,632

작성
22.01.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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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4
추천
76
글자
11쪽

101. 히어로 (1)

DUMMY

101.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인생 두 번째 887년을 맞이했다.


뭐. 사실 저쪽 세계에서의 887년에 대한 기억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당시의 나는 고작 6살이었고, 박준 사부나 정예원, 링링과도 만나지 못해 완전히 혼자였으니까. 아마 어디선가 도둑질이나 하며 질긴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겠지.


그래도 이쪽 세계에서, 16살이 되며 맞이하는 887년은 한결 낫다.


[ G-411 그룹채팅방 ( 7명 ) ]

[ 읽지 않은 메시지 251건 ]


“... 얘네들 진짜 잘 떠드네.”


적어도 혼자는 아니니까.


아무튼 해가 바뀌면서 이런저런 변화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큰 변화는.


[ 887년도 헌터 시험 합격자 ( 3인 ) ]

- 수험번호 000113 정예원

- 수험번호 001913 레이첼 안

- 수험번호 003231 권민성


예정돼있던 헌터 시험 합격이 확정으로 변하면서.


[ 제목 : 시간강사 신규 등록에 관한 건 ]

[ 보낸이 : 이니시움 아카데미 마나과학학부 학부사무실 ]


메일을 보내오는 곳이 학생처에서 마나과학학부 학부사무실로 바뀌었다는 것.


이제는 정말 '배우는 쪽'에서 '가르치는 쪽'이 돼 버렸다.


물론 학적이 바뀐 건 나뿐만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3학년이었던 정예원과 박준 사부 역시 정상적으로 졸업했으니까.


그리고 다른 녀석들도 정상적으로 진급해 3학년이 된 가운데.


“하하! 이렇게 돼 버렸군.”


정명훈 이 녀석은, 진급에 실패했다.


어쩌면 이 녀석이 진급 실패한 것 역시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이니시움 내에서 '사상범'으로 분류되는 정명훈은 원래 이전 학기에서 귀향해야 할 운명이었으니까.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려고?”


“모르겠다. 일단은 행성 얀워에 있는 아버지 회사로 돌아갈까 고민 중인데...”


“그럼 레벌레이터 프로젝트는? 완성 안 하고?”


“흐음... 아무래도 돌아가서 완성해야 할 것 같다. 행성 이니시움엔 이제 더 이상 머무를 곳도 없으니...”


그건 곤란하다.


정명훈이 만든 주가 예측 시뮬레이터 [레벌레이터 프로젝트]는 결국 깡통로봇들 손에 들어가, 놈들의 전략 수립 시뮬레이터로 탈바꿈하니까.


안 그래도 재앙인 놈들인데, 뭐만 하려 하면 다 미리 예측하고 대처하는 바람에 그냥 대재앙이 됐지. 애초에 [F.E.E.] 놈들이 [1차 기업대전] 이후에 행동을 시작한 것도, 다 혼란을 틈타 레벌레이터 프로젝트를 빼앗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이전에 [미스트]가 했던 말이 사실이라면, 행성 얀워는 이미 [NULL]의 손아귀에 들어간 곳. 녀석을 그리로 보낼 순 없다.


“...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하자.”


“응? 어떻게 말인가?”


“전에 말했다시피, 나 이제 이니시움에서 시간강사 하는 거 알지?”


“... 알고 있다. 후우.”


순간 한숨을 푹 내쉬는 정명훈. 나의 행보가 자기와 너무 대비된다고 생각하는 듯 했기에, 나는 녀석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한숨 쉬지 말고. 아무튼 나 그래서 연구실 겸 주거용으로 오피스텔 하나 구하려 하거든? 너도 거기 들어와서 같이 지내자. 그러면 굳이 이니시움 떠날 필요 없잖아.”


“... 그래도 되는가?”


“어. 다른 애들도 너 없으면 분명 서운해 할걸? 그러니까 이니시움에 계속 있어. 레벌레이터 프로젝트도 석봉이랑 같이 완성해야 할 거 아냐.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렇게 가면 아깝잖아.”


“...”


뭐. 내가 한 말은 결국 똥을 쌀 때 싸더라도 화장실에서 싸란 의미와 별반 다를 바 없었지만, 정명훈은 상당히 감격받은 듯 눈물을 그렁거리며 대답해 왔다.


“... 민성 군한테는 항상 도움만 받는 것 같군...”


“... 알면 잘 좀 해 보라고. 프로젝트 진행도 빠릿빠릿하게 하고.”


“알았다! 잠을 더 줄여서라도 빨리 완성하도록 노력하지! 고맙다!”


지금도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어떻게 더 줄이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원래 배랑 공돌이는 갈아먹히기 위해 태어난 생물들이니 지가 알아서 잘 하겠지. 열여섯 살이면 충분히 알아서 잘 할 나이니까.


---


1월 5일.


나는 [미스트]가 말했던 대로, [NULL]의 인류멸망계획 다음 단계가 진행될 행성 루드비코로 향했다.


슈우우-


헌터가 되면서 좋은 점 중 하나가 바로, [플래닛 워프 셔틀]을 따로 빌릴 필요 없이 갖고 있던 [순간이동 키트]로 움직이면 된다는 것. 물론 [행성간 순간이동 키트]를 따로 받긴 하지만 그건 생체 정보가 넘어가니까 그냥 고이 모셔둘 뿐이다.


“그나저나 [NULL]이 행성 루드비코에서 노릴 만한 것이라면... 역시 소년교도소인가?”


- 그렇다. 이곳 행성 루드비코의 소년교도소에는 마나량은 적지만 특이한 마나를 가진 각성자들이 다수 수감되어 있지. [NULL]은 1월 13일 그곳을 습격해, 수감자들을 먹고 진화할 예정이다.


“...”


녀석의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아파왔다. 내가 아는 한 ‘저쪽 세계’에서의 [F.E.E.]는 루드비코에 있는 소년교도소를 공격한 적이 없으니까. 물론 깡통로봇에 불과한 [미스트]를 100% 믿는 건 아니지만.


“개소리면 죽인다.”


- 나...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일단은 녀석의 목숨줄인 코어가 내 손에 있으니, 당장은 녀석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하며 소년교도소로 향했다.


---


행성 루드비코의 소년교도소에 도착해서, 헌터 자격증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소장과 독대할 수 있었다. 자기 사무실에 내가 들어오자마자, 교도소장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맞이했다.


“어이구. 헌터님, 아니.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교수님이 어찌 이런 누추한 행성에는 웬일로 오셨습니까?”


“... 교수는 아니고, 시간강사입니다.”


“어허허... 겸손하실 것 없습니다. 이니시움 아카데미에서 강의 하면 다 교수님 아닙니까? 그곳이 보통 아카데미도 아니고, 듣자하니 권민성 교수님께선 라인하르트 교장과 커넥션이 있어서 정교수 라인 타고 있다고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선 다 소문이... 어허허허...”


... 별 말 같지도 않은 소문에 내가 얼굴을 찌푸리자, 교도소장이 헛기침을 하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으흠흠... 아무튼간에,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교수님께선 이런 꼴통들 모아 놓는 곳엔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본론을 물어오는 교도소장. 쓸데없는 대화가 없어서 좋다고 느끼며, 나도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곳 루드비코 소년교도소의 수감자들을 통해 연구를 좀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연구? 어떤 연구입니까?”


“마나량과 가정 형편, 그리고 범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입니다.”


연구란 말은 물론 구라였고, 연구주제도 적당히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대로 지어낸 것이다. 하지만 [F.E.E.]라는 살인로봇들이 이곳을 곧 습격해 수감자들을 잡아먹고 진화할 예정이라, 제가 지키러 왔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이 편이 나았다.


“어허허. 저는 잘 모르겠지만 주제만 들어서는 상당히 좋은 연구 같군요. 그래서 제가 교수님께 협조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은...?”


“별 거 없습니다. 한 열흘에서 2주 정도 연구하게 되는 동안, 이 소년교도소에 저도 죄수인 척 이곳에 머무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 예? 교수님이, 죄수인 척 교도소 안에 들어가시겠다고요?”


교도소장이 순간 당황한 듯 되물었지만, 나는 단호하게 다시 한 번 나의 의사를 전했다.


“예. 그렇습니다.”


“저 꼴통들 사이에 들어가시겠다고요? 물론 헌터님이 저런 병신 꼴통들한테 변 볼 일은 없으시겠지만 굳이 그래야 할 이유는...”


“최대한 가까이에서, 그리고 그 사회 안에 들어가 있는 편이 연구결과가 정확해집니다.”


“...”


이렇게 들어가려는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이미 소년교도소 안에 [NULL]이 있을 가능성 때문. 바깥에서 백날 기다리다가 안에서 다 터져버리고 뒷북칠 바에는, 안에서 기다리는 편이 상식적으로나 [미스트]가 계산한 결과로나 훨씬 나았다.


한편 나의 말에 교도소장은 아주 잠깐 고민하더니.


“흐음... 알겠습니다! 다 위대한 연구를 위해서인데, 그 정도쯤은 당연히 들어 드려야지요. 어허허허.”


의외로 아주 순순히 승낙해 왔다. 나는 내친김에 한 마디 더 던졌다.


“아. 그리고 부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어허허허. 이번엔 또 뭡니까?”


“이런 위대한 연구를 하는데, 또 인권 같은 헛소리 나오면 피곤해지시는 거 아시죠?”


“어이구. 물론이죠. 꼭 할 짓 없는 녀석들이 그런 소리 내지 않습니까. 망할놈들. 그런 소리 내는 놈들이 저 꼴통들 일주일만 돌봐 보면 제정신 차릴 텐데.”


“... 아무튼, 제가 이런 데 왔다는 게 문서상으로 남으면 좀 피곤하거든요. 강사나 헌터나 올해가 초임이기도 하니까요.”


“아유. 여부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이런 건 기록해놓으면 안 되죠. 교수님은 이곳에 오신 적이 없습니다.”


너무 고분고분한 교도소장. 왠지 수상하다는 인식이 살짝 스쳤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들어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신다면...”


“저. 근데 교수님.”


교도소장이 갑자기 눈을 밝히며 물어왔다.


“... 뭡니까?”


“허허. 별 일은 아니고, 저희 아들내미가 지금 이니시움서 리틀 아카데미 다니고 있는데, 이제 3월이면 정규 아카데미 1학년으로 입학하지 말입니다. 어허허.”


“...”


멋쩍은 듯 웃는 교도소장.


“애가 젊 닮아서 머리도 좋고 재능도 넘치는데, 공부를 안 해서 학점이 좀 문제가 되지 말입니다. 어허허.”


“... 그렇군요.”


“예. 게다가 제 아들놈이 교수님의 열렬한 팬인데... 입학하면 어느 수업을 듣는 게 좋겠습니까? 어허허허...”


결국은 애 성적좀 잘 달라는 소리였다. 그럼 그렇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 저는 다음 학기에 마나현상분석학 강의합니다.”


“아들놈한테 꼭 그 수업 들으라고 말해 두겠습니다. 우리 한울이 좀 잘 부탁드립니다. 이한울! 어허허허!”


신이 많이 났는지, 호탕하게 웃은 교도소장은, 이내 큰소리치며 장담해 왔다.


“여기 일은 제게 전부 맡기십시오! 교수님 연구에 관한 건 그 어떤 기록도 남지 않을 겁니다! 안에서도 불편한 일 있으면 언제라도 절 호출하십시오! 어허허허!”


... 그래. 차라리 이렇게 나오는 편이 나았다. 기브 앤 테이크 없이 호의를 베푸는 시늉 하는 놈들치고, 배신 안 하는 새끼 없으니까.


그나저나 이니시움 시간강사 타이틀... 좋긴 좋네.


작가의말

안구건조증이 넘 심해져서 안과에 갔다 왔습니다.

눈을 감고 쓰는 걸 연습해야겠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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