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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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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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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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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0. 메리 크리스마스 (1)

DUMMY

100.


2주간의 헌터 시험을 끝마치고 이니시움으로 돌아오자마자, 이번엔 학기말평가였다.


뭐... 사실 별 의미는 없었다.


객관적으로 너무 쉬웠으니까.


학기말평가 때 생도들을 세르부스 내전에 보낼 생각뿐이던 교수들은, 내전이 사라진 이후 허겁지겁 시험 과제로 쓸 던전들을 찾기 시작했는지 이번 학기말평가는 그냥 변별력이 없다시피한 시험이었고.


“야야야야. 근데 있잖아 학기말평가... 뭔가 엄청 쉽지 않았어?”


“그치? 나만 그렇게 느낀 거 아니지?”


“응. 뭔가... 실기평가보다 쉬웠던 것 같아.”


결구 절반 이상의 생도들이 채 하루도 되지 않아 과제를 마치고 복귀해 버려, 이니시움 아카데미 근처의 시내는 외출 나온 생도들로 북적였다.


물론.


“... 이것들은 왜 안 나와.”


시내에 나와 있는 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마나과학동 G-411 다같이 만나기로 했건만, 약속시간 10분 전까지 나와 있는 건 오직 나뿐이었-


- [NULL]의 다음 계획까지 고작 21일밖에 남지 않았다.


“...”


순간 등 뒤의 가방 안에서 들려오는 [미스트]의 기계음. 젠장. 코어를 방 안에다가 놓고 나갈 수도 없고, 골칫덩이가 따로 없다.


- 21일 내에 행성 루드비코로 향해야 한다.


“알겠다고.


- [NULL]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쉿. 애들 왔다. 이제부턴 조용히 해. 죽고 싶지 않으면.


- ... 알겠다.


조용히 찌그러지는 [미스트]. 그래도 말은 잘 들어서 다행이다.


“저... 선배.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무튼 가장 먼저 약속장소에 나온 것은 역시 링링. 허나 웬 혹을 하나 달고 왔다.


“뭐... 뭘 봐요?”


“... 넌 왜 왔는데?”


“리... 링링이 같이 가자고 부탁했거든요? 어... 언니가 동생 부탁 들어주는 게 그리 이상한가요?”


“제... 제가 같이 오자고 했어요... 언니도 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거... 거 봐요. 뭐. 다들 불편할 것 같으면 그냥 갈게요.”


“... 왔는데 뭘 가.”


“그렇죠?”


“...”


왜 당당한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당당한 유아라. 녀석이 순간 [미스트]의 코어가 담긴 가방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나저나 그 촌스런 가방은 뭔가요?”


“... 패션.”


“정말 센스하고는...”


“남의 일에 신경 끄세요. 유아라 선생님.”


“... 아니. 뭐. 이런저런 답례로 제가 좋은 걸로 하나 선물해드릴 수도 있는-”


“야아! 우리 왔어!”


순간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서 한겨울이 김석봉, 정명훈과 걸어오고 있었다.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말이다.


“어. 유아라도 왔네?”


“안녕하세요오.”


“... 응. 안녕.”


한겨울은 뭔가 유아라를 지그시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근데 예원이 언니는?”


“... 나도 몰라.”


결국 그 망할 여자는, 5분 늦었다.


---


다 같이 모여서 뭐 엄청 대단한 걸 한 건 아니다. 그냥 간단하게 햄버거로 점심 먹고는 노래방 갔다. 전에 한겨울이랑 갔던 작은 노래방 말고, 좀 큰. 일곱 명이 다 들어가는 큰 방 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번 노래방은.


[ ‘권민성’ 님의 점수는... ]

[ 45점! 오늘부터 맹연습! ]


“...”


“아하하하!”


“푸하하하하!”


“푸훕... 당신 노래는 영 아니네요오.”


내가 다시는 마이크를 잡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링링마저도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로, 그냥 개망신이 따로 없었다.


“민성 군! 노래는 영 아니군!”


“... 닥쳐. 정명훈 니가 해 보던가.”


[ ‘정명훈’ 님의 점수는... ]

[ 90점! 가수의 소질이 보이는군요? ]


“민성 군의 딱 2배군!”


“아핰핰핰핰!”


... 씨발.


[ ‘김석봉’ 님의 점수는... ]

[ 100점! 당신은 가수왕! ]


좀 의외였지만, 노래는 김석봉이 제일 잘 불렀다. 그것도 꽤나 압도적으로.


“와. 석봉이 뭔데?”


“후훗. 연구원의 덕력을 무시하면 곤란하다능.”


“꽤 잘 부르시네요오.”


“서... 선곡은 좀 마이너하시지만요...”


김석봉 말고의 노래 실력은 그냥 다 고만고만했지만, 방 안은 서로 지들끼리 마이크 잡겠다고 싸우느라 시끌벅적했다. 나만 빼고.


[ ‘정예원’ 님의 점수는... ]

[ 88점! 꽤 하시는데요? ]


“실력을 떠나서, 정예원 선배의 노래 취향은 40대를 방불케 하는 것 같군!”


“오옷! 역시 훈카콜라. 할 말은 한다능!”


“... 정명훈 후배님은 삶에 별 미련이 없나 보구나?”


[ ‘유아라’ 님의 점수는... ]

[ 71점! 조금만 더 노력해 봐요! ]


“... 뭔가 넘치기 직전의 물잔 같은 노래네.”


“와. 권민성 너 비유 은근 잘 한다. 삑이 날듯 말듯 안 나는 게, 딱 그 느낌이야.”


“다... 당신들한테 그런 소리 들을 입장은 아니거든요오?”


“링링도 탬버린만 치지 말고, 한 곡 해보는 건 어떠니?”


“저... 저는 괜찮아요...”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방 안에 들어오면서 샀던 음료수도 어느덧 동난 상황.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무섭게, 한겨울이 물어왔다.


“응? 너 어디 가?”


“아니. 음료수 사 올라고.”


“근데 가방은 왜 메?”


“... 내 맘이지. 야. 유아라.”


“... 네?”


“넌 뭐 마실 거야.”


“그... 그건 왜 물어보죠오?”


“왜긴. 여기서 너만 음료수 취향 모르니까 그렇지.”


“...”


“빨리 말 안하면 솔의-”


“캐... 캔커피요!”


“알았어.”


“...”


유아라의 말을 듣자마자, 방을 나섰다. 마이크 잡는 것보다는 차라리 심부름이 나았으니까.


---


[ 캔콜라 - 소 : 2500 코인 ]


“... 더럽게 비싸네.”


그래도 이 정도면 연합이 물가상승 방어를 잘 한 편이라고 봐야 한다. 채굴 가능한 마나석이 고갈됐는데, 식료품 가격은 고작 두 배 언저리로밖에 뛰지 않았으니까.


띠링-


[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


덜커덩-!


“어이. 권선생~”


한편 자판기에서 콜라가 나오기가 무섭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먹을 복은 있는 여자다.


“... 넌 왜 나왔냐.”


“응? 그냥. 목말라서.”


“... 자.”


“땡큐.”


치익-


띠링-


[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


꿀꺽. 푸하~


덜커덩-!


“음? 야. 밖에 봐봐. 눈 온다.”


“... 그러네.”


꿀꺽. 띠링- 덜커덩-!


“좋다.”


“뭐가.”


“그냥. 다 같이 놀러오는 것도 좋고, 너랑 이렇게 콜라 마시면서 있는 것도 좋고, 크리스마스에 첫눈 내리는 것도 좋고.”


“... 눈은 전에 한 번 왔다며.”


“으이구. 기억 안 나냐? 우리 눈 안 온 셈 치기로 했잖아.”


“... 예. 예.”


“하아~ 그나저나 계속 이렇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


띠링- 덜커덩-!


“... 야.”


“응? 응. 왜.”


“... 너는 1.13%면 어느 정도의 확률이라고 생각하냐.”


“확률? 갑자기? 되게 뜬금없네.”


“... 그냥 니 생각은 어떠냐고.”


“으음... 1.13%... 수치도 되게 애매하네.”


꼴깍.


“글쎄. 아마 너랑 나랑 처음 만나서, 이렇게 되기까지의 확률보다는 높지 않을까? 푸흐흐.”


“...”


“근데 왜? 갑자기.”


“... 그냥.”


“그냥은 무슨. 세상에 그냥이 어딨어.”


“여깄지.”


“... 이걸 내가 당하네...”


꿀꺽. 띠링- 덜커덩-!


“... 야. 한겨울. 근데 말이야...”


“응?”


“1.13%보단 높았을지도 몰라.”


“... 왜?”


“너 팔 부러져서 깁스했던 날 나랑 얘기했었잖아.”


“응. 그랬지.”


“나... 그 날... 너... 좀 예쁘다고 생각... 했었어...”


“... 진짜?”


“...”


고개가 어찌나 무거운지, 얼굴을 들기가 힘들다.


꼴깍...


나만 그런 건 아닌지, 녀석이 콜라 삼키는 소리에도 무언가가 담겨 있다.


“... 그런 건 저번에 둘이 나왔을 때 말했어야지... 바보야.”


“...”


띠링- 덜커덩-!


"푸흐흐..."


“... 왜 또.”


“아니. 생각해 보니까 나도 너 좀 멋있다고 생각한 때 있어서.”


“... 언젠데.”


“아까 안 올라가는 고음 내려고 악쓸 때. 푸하하하하!”


"..."


"야. 너 노래 지인짜 못 하더라. 푸흐흐..."


“... 지는.”


“응? 어디서 45점이 감히? 난 그래도 50점 넘거든?”


“55점이면 오십보백보지... 난 니 노래 듣고 어디서 닭 잡는 줄 알았다.”


“푸흐흐....”


“... 왜 또 웃는데.”


“아니. 그냥 우리 둘이 합쳐서 100점이다 싶어서.”


“...”


띠링-! 덜커덩-!


“야.”


“뭐.”


“너 헌터 시험 붙으면, 조졸 할 거야?”


“... 조졸?”


“조기졸업 말이야. 이니시움은 헌터 붙으면 사실상 졸업장 걍 주잖아. 넌 박준 선배처럼 1년 더 다닐 거야, 아니면 그냥 졸업할 거야?”


“... 넌 어쨌으면 좋겠는데.”


“난 니가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좋아.”


“... 내가 하고 싶은 거...”


“근데 조졸 할 거면 말이야. 기왕이면...”


“기왕이면 뭐.”


“기왕이면 이니시움 가까운 데서 자취했음 좋겠다 이거지. 주말마다 애들이랑 놀러가게.”


“...”


띠링- 덜커덩-!


“... 들어가자.”


“뭐야. 벌써 다 뽑았어?”


“어. 니껀 하나 더 뽑았다.”


“그래? 잠만. 이것만 다 마시고.”


꼴깍- 꼴깍- 푸하~ 깡-!


“... 야. 근데 있잖아.”


“뭐.”


“내년엔. 첫눈 꼭 같이 보자.”


“... 한겨울 니 하는 거 봐서.”


“... 죽는다?”


“... 죽여보던가.”


“진짜지? 그 말 후회하기 없기다?”


처음 만났을 때 처럼 내 앞길을 막고, 쌍심지를 켜고 노려보는 한겨울.


"푸흐흐... 애들 기다리겠다. 얼렁 들어가자."


녀석이 실없이 웃어버리는 바람에, 나도 그냥 웃어버렸다.


---


이튿날.


“... 으음...”


기숙사가 아니라 G-411에서 깼다. 뭐. 나만 그런 건 아니다. 밤늦게까지 놀다가 그만 기숙사 통금에 걸려버려, 모두들 기숙사 대신 G-411에서 잠들었으니까.


아직까지도 네 명의 여자는 연구실 소파에서 담요만 덮은 채 잠들어 있었고, 김석봉과 정명훈은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다.


이게 다 정예원 때문이었다.


- 그 때 준이가...


녀석이 밤새 야한 얘기와 무서운 얘기를 번갈아가며 푸는 거 듣는다고, 다들 해뜰 무렵에나 잠들어서였으니까.


콜록- 콜록-


연구실이 건조해서인지 기침하는 링링. 보일러를 조정하고 다시 좀 잘까 생각하던 그 때.


띠링-! 띠링-! 띠링-!


마나블렛이 울렸다.


[ 라가놈 -> 권민성 : 허허 ]

[ 라가놈 -> 권민성 : 크리스마스인데 ]

[ 라가놈 -> 권민성 : 별 일 없다면 선물 받으러 오지 않겠나? ]


... 이 노인네, 또 뭔 짓을 꾸미고 있는 거야.


작가의말

100화!

독자 여러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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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00.5. 메리 크리스마스 (2) +6 22.01.08 1,556 8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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