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467,274
추천수 :
15,647
글자수 :
948,632

작성
22.01.15 20:32
조회
1,530
추천
73
글자
9쪽

102. 히어로 (2)

DUMMY

102.


교도소장은 일처리를 꽤 잘했다. 행성 루드비코에 도착한 것이 아침때인데, 점심을 먹기 전에 '멍청'이라는 가상의 신분으로 루드비코 소년교도소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까.


디테일하게 파고들어가자면, 나의 죄목은 묻지마 살인이고 분노 제어용 칩이 심어진 ‘곰인형’을 들고 다니지 않으면 돌아버린다는 설정. 물론 곰인형 안에 있는 건 분노 제어용 칩 따위가 아니라,


- 확실히 이곳은 내부에서의 공격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군. 미리 들어와 있는 선택이 옳았다.


[미스트]의 코어다. 이 녀석을 혼자 밖에 놔둘 순 없는 노릇이니까.


아무튼 포승줄에 묶인 채로 교도관을 기다리는 가운데, 나는 곰인형 속 [미스트]에다 대고 물었다.


“... 그래서, [NULL]이 습격해오는 날짜는 1월 13일이고 장소는 이곳인데, 뭐 더 추가적으로 아는 건 없어?”


- [NULL]의 계획엔 장소와 날짜, 파견 개체까지만 정해져 있을 뿐 공격 방식은 각자의 판단에 맡긴다. 내가 알기로 이곳에 파견되기로 했던 건, Type-07. 주변 전자기기들을 [골렘]화 시키는 개체로, 다대다 전투 능력은 [NULL]내 최강이다.


주변 전자기기들을 [골렘]화 시키는 개체라면... [피그말리온]인가. 확실히 녀석만큼 약한 놈들을 뭉탱이로 죽이는 데 특화된 개체도 없지. 대신 일대일 능력은 상당히 떨어지지만.


- 참고로 Type-07은 상당히 음흉한 개체다.


“... 로봇이 음흉한 건 또 뭔데.”


- 녀석은 의도적으로 ‘최선의 판단’을 하지 않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내게는 없는 기능이다.


“...”


벌써 그런 잡다한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니. 역시 ‘저쪽 세계’에 비해 진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런 상황에서 [진화의 리미터]마저 해제된다면-


“100226번.”


어느새 도착한 교도관. 녀석은 얼굴을 이죽대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루드비코의 소년교도소에 온 것을 환영한다. 듣자하니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며?”


“...”


“그 곰인형은 금방 쓸모없어질 거다. 살인, 방화, 강도, 강간... 여기 수감돼 있는 놈들은 다 우주에서 가장 악질 꼴통들만 모아 놓은 곳이거든. 네 분노조절장애라는 것도 며칠 얻어맞다 보면 자연스레 고쳐지겠지. 클클.”


“아. 예...”


“자. 바로 저기가 네 방이다. 안에서 잘 지내길 바란다.”


덜커덩-!


[ D - 301호 ]


내 방이라고 소개받은 곳엔 이미 다섯 명의 죄수들이 들어차 있었다. 종이 살 돈이 없었던 건지 하나같이 온몸에 문신이 그득그득한 녀석들로만 말이다.


“신참이냐?”


개중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녀석이 내게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내 뺨을 치려 했다. 죄수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기선제압 같은 의미의 행동이었다.


물론 맞아줄 이유는 하등 없었기에.


"어. 신참이다."


나는 다가오는 오른손을 가볍게 피하고, 역으로 녀석의 볼을 톡 쳤다.


짜악-! 쿵!


나름 살살 쳤는데, 단 한 방에 문 앞에서 방구석까지 날아가는 덩치. 아무래도 몸만 컸지 교도소 내에서의 먹이사슬에선, 최하층이나 다름없을-


"라... 라이언 형님!"


"형님!"


...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네.


뭐.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일단은 이 교도소를 접수하는 것이 나의 첫 번째 계획이었으니까.


- Type-07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유형의 개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잡혀 있지 않다면 녀석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다.


건물만 8개가 있고 수감인원도 몇 천 명이 넘는 루드비코 소년교도소에서, 언제 어디서 [피그말리온]이 튀어나오더라도 그 소식이 내게 들어오게 하려면 이 방법이 가장 쉽고 빨랐다.


"괘... 괜찮으십니까?"


"숨을 안 쉬셔!"


... 잠깐. 그보다 소장이 분명 다 괜찮으니까 죄수들 죽이지만 말라고 했었는데...


“형님! 숨 쉬십쇼! 형님!”


"교도관! 교도관 불러!"


저 새끼... 설마 죽는 건 아니겠지...?


---


이니시움 아카데미의 수행관.


텅텅 빈 열람실 한구석에서 혼자 마나블렛을 만지작대던 한겨울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 하아. 권민성 얜 이번엔 또 어디로 사라진 거야.”


[ 권민성 -> 한겨울 : 출장 다녀올게 ]

[ 권민성 -> 한겨울 : 당분간 연락안될거임 ]


그래도 세르부스나 알렉산드리아에 갔을 때는 연락이라도 됐는데, 이번에는 아예 연락조차도 안 될 거라니. 그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룹채팅방에서도 안 읽은 사람 1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가 않는다.


“적어도 어디 갔는지 정도는 말하고 가야 하는 거 아냐?”


뾰루퉁한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리던 한겨울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나블렛 화면을 두들겼다.


토도독-


[ 한겨울 -> 권민성 : 모해 ]


그리고는 마나블렛을 무음으로 세팅해 놓고 덮어 놓는다.


그리고는 해가 쨍쨍한 창 밖을 한 번 내다보다가.


스윽-


은근슬쩍 다시 화면을 켜 보지만, 당연하게도 답장은 없다.


하아.


한겨울은 한숨 한 번 쉬고 다시금 마나블렛을 덮어 놨다가.


스윽-


“흐히히...”


이번에는 품 안에서 전에 찍었던 스티커 사진 꺼내 보고, 배시시 웃다가 다시 한 번 화면을 킨다.


[ 읽지 않은 메시지 2건 ]


이번에는 뭔가 왔다. 한겨울은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손으로 가리고는, 아무도 없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메시지를 확인한다.


[ 마리아 선배님 -> 한겨울 : 다음달 초에 검사 받으러 오거라. ]

[ 마리아 선배님 -> 한겨울 : 그놈도 데리고 오고. ]


"..."


이걸 좋아해야 할지, 아쉬워해야 할지 모르겠는 한겨울이었다.


---


루드비코 소년교도소에 들어오고 어느덧 일주일.


- 지금은 외부 운동 시간입니다. 수감자 여러분들은 운동장으로 나가 주십시오.


쿵-!


“형님! 나오셨습니까!”


이미 나는 이곳에서 '큰형님' 대접을 받고 있었다.


“... 어. 일들 봐.”


“예! 형님!”


내 손짓에 모였다가, 다 흩어지는 죄수들. 사실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운도 조금 따랐다.


기존의 내 방에서 방장이었던 놈. 그러니까 한 대 맞고 나가떨어진 녀석이 바로 내가 오기 전에 이곳을 휘어잡고 있던 ‘형님’ 포지션의 존재였-


“형님! 녀석들 한 번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넌 또 왜.”


“아니! 인사하는 각도가 싸가지가 없지 않습니까! 저라면 허리 제대로 안 굽히는 새끼들은 싹 다 척추를 못 피게 만들어 버릴 겁니다!”


"... 됐어."


... 뭐. 이런 새끼였다. 물론 녀석이 이곳 루드비코 소년교도소에서 ‘형님’대접 받는다고 해 봐야, 봐야 범죄자들 사이에서나 인정받는 수준이지.


[ 라이언 융 ( 18세 ) ]

[ 마나량 : 704 ]

[ 이명 : 없음 ]

[ 마나의 속성 : 질서 ]


[ 비고 ]

- 특수강도 8건.


18살 먹었는데도, 이니시움 2학년 1학기를 뚫기조차 어려운 수준인데다가 내 10분의 1도 되지 않는 마나량. 확실히 이니시움 아카데미가 명문이긴 명문이다.


아무튼 교도소 생활은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식사나 잠자리야 물론 이니시움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뮤턴트 군락지보다는 백 배 천 배 나았고.


“형님! 일단 시키신 것들은 다 전달했습니다!”


"어. 수고했어. 쉬어라."


"예! 형님!"


힘의 차이를 한 번 보여준 것만으로도 애들이 나이랑 상관없이 굽실굽실 대며 말을 잘 듣는다는 점도 꽤나 마음에 들었다. 골목대장 놀이는 일곱 살 때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나 보다.


“... 그나저나 내일이 [NULL]의 습격 예정일인데, 아직까지 아무런 낌새가 없네."


- 나 역시 몸을 퍼뜨려 교도소 내부를 샅샅이 뒤졌지만, 다른 타입의 개체는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전날까지 아무 기미도 없다니. 미리 들어와 있던 것이 무색하게도, 내부에서부터의 습격은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피그말리온]이 어떤 방식으로 공격해올지는 모르는 일이었기에.


[ 887/01/12 현재 시각 - 23 : 59 : 58 ]

[ 887/01/12 현재 시각 - 23 : 59 : 59 ]

[ 887/01/13 현재 시각 - 00 : 00 : 00 ]


나는 자정부터 한껏 긴장한 채 녀석의 습격을 기다렸다.


“구체적인 시간은 정해진 게 없지?”


- 그렇다. 임무를 맡은 개체가 재량껏 판단해 계획을 실행한다.


... 오늘 잠은 다 잤네.


뭐. 그래도 [피그말리온]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해 놨다. 녀석의 ‘대처법’도 이미 알고 있고,  이곳 죄수들한테도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형님’으로서 말을 해 놓은 상황.


“... 이제 녀석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자고.”


스윽-


나는 곰인형 뒤의 지퍼를 열고, 마나 사브르를 꺼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4 119. 만남 (3) +5 22.03.20 1,184 57 11쪽
123 118. 만남 (2) +16 22.03.17 1,207 58 11쪽
122 117. 만남 (1) +3 22.03.15 1,241 55 11쪽
121 116. 의미 (6) +6 22.03.12 1,208 61 10쪽
120 115. 의미 (5) +4 22.03.10 1,231 58 11쪽
119 114. 의미 (4) +8 22.03.05 1,262 57 12쪽
118 113. 의미 (3) +8 22.02.26 1,339 63 11쪽
117 112. 의미 (2) +15 22.02.18 1,360 58 12쪽
116 111. 의미 (1) +10 22.02.15 1,402 60 10쪽
115 110. 신학기 (4) +8 22.02.11 1,405 65 11쪽
114 109. 신학기 (3) +8 22.02.09 1,368 66 11쪽
113 108. 신학기 (2) +13 22.02.05 1,428 74 11쪽
112 107. 신학기 (1) +7 22.02.03 1,458 72 11쪽
111 106. 히어로 (6) +5 22.01.27 1,603 67 11쪽
110 105. 히어로 (5) +4 22.01.25 1,446 66 10쪽
109 104. 히어로 (4) +7 22.01.21 1,478 73 10쪽
108 103. 히어로 (3) +16 22.01.20 1,462 73 11쪽
» 102. 히어로 (2) +7 22.01.15 1,531 73 9쪽
106 101. 히어로 (1) +7 22.01.12 1,586 76 11쪽
105 100.5. 메리 크리스마스 (2) +6 22.01.08 1,558 84 6쪽
104 100. 메리 크리스마스 (1) +19 22.01.05 1,647 83 11쪽
103 99. 알렉산드리아 (6) +4 22.01.03 1,633 77 11쪽
102 98. 알렉산드리아 (5) +8 21.12.31 1,705 88 13쪽
101 97. 알렉산드리아 (4) +5 21.12.27 1,740 83 10쪽
100 96. 알렉산드리아 (3) +3 21.12.25 1,833 77 12쪽
99 95. 알렉산드리아 (2) +6 21.12.23 1,893 79 8쪽
98 94. 알렉산드리아 (1) +8 21.12.20 2,000 97 11쪽
97 93. 소규모 전쟁 (5) +15 21.12.15 2,104 95 11쪽
96 92. 소규모 전쟁 (4) +6 21.12.13 2,014 96 10쪽
95 91. 소규모 전쟁 (3) +3 21.12.12 2,080 10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