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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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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47
글자수 :
948,632

작성
21.12.2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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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8
추천
83
글자
10쪽

97. 알렉산드리아 (4)

DUMMY

97.


“뭐야. 인사 안 받아줘?”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내게 인사를 강요하는 눈앞의 쪼그마한 여자는 처음 보는 년이다.


[ 레이첼 안 ( 25세 ) ]

[ 마나량 : 831 ]

[ 미래의 이명 : 없음 ]

[ 마나의 속성 : 허상 ]


[빅 데이터]가 띄워준 창을 봐도 마찬가지. 나는 주머니 있는 마나 사브르를 은밀하게 쥔 채, 녀석에게 묻는다.


“... 너가 누군데.”


“뭐야. 나 기억 안 나? 졸라 섭섭하네. 나 팔수야.”


“...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하... 그게. 뭐 그러니까...”


녀석은 뭔가 부끄럽다는 듯 주위 시선을 살피다가, 손으로 입을 가리곤 작게 말했다.


“너 예전에 도와줬던 헌터시험8수째라고... 씨바알...”


아. 떠올랐다. [헌터시험8수째].


“쓰블... 스름 쯕플리게 이런데서 갤럭시넷 아이디 말하게 하지 말라그...”


유우키 텐카 대자보 사건 때, 공짜로 [딥페이크] 영상을 복원해 준 녀석이었다.


“... 넌 나 어떻게 알아봤냐?”


“어떻게 알긴. 석봉이가 너도 헌터 시험 1차 붙었다고 얘기해줘서 알았지. 넌 갤럭시넷 아바타랑 실물이랑 똑같이 생겨서 바로 알아봤다. 씨발.”


걸걸한 말투로 중얼거리는 [헌터시험8수째]. 그제야 나는 의심을 풀고, 주머니 속의 마나 사브르를 놓았다.


“... 못 알아봐서 미안. 오랜만이다.”


“그럴 수 있지... 아니. 야 근데, 씨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 그럼 뭐가 중요한데.”


“아니. 이거 이런 데서 말하긴 좀 그런데...”


나의 말에 [헌터시험8수째]는 주위를 슬쩍 살피다가, 귓속말하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내가 [NULL]인가 뭔가 하는 놈들의 흔적을 찾은 것 같거든.”


흠칫 물러나 녀석의 얼굴색을 확인했지만,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다시 작게 물었다.


“... [NULL]의 흔적을? 어떻게?”


“아니. 찾은 방법은 내 영업 비밀이라 여기서 말할 순 없고, 그보다 석봉이가 그러는데 니가 이거 좀 친다며?”


순간 권투하듯 허공에다 주먹을 날리는 [헌터시험8수째]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한다.


“... 어.”


“오오. 씨바 자신감 넘쳐서 좋네.”


“...”


뭐. 부정할 생각은 없다.


[ 마나량 : 13757 (-11499) ]


아마 순수 마나량만 따진다면 내가 이번 1차 시험 합격자중에는 제일 높을 테니까. 그나저나 저번에 코인노래방에서 또 500이나... 아니. 별로 중요하지 않지.


“... 얘기나 계속 해 봐.”


“아니. 이게 흔적은 찾았는데, 사실 내가 전투능력은 개 버러지거든. 혼자 추적하긴 무섭단 말이지? 그렇다고 이런 중요한 정보를 그 존 존인지 좆 좆인지 일면식도 없는 새끼들한테 얘기해주기는 좀 그렇고.”


“...”


“그러니까, 우리 같이 수색하자. ‘친구’끼리.”


---


헌터시험8수-


“야. 씨바 밖에서 8수니 헌터시험8수째니 하지 말고, 내 본명은 레이첼 안이거든? 그러니까 그냥 레이첼이라 불러. 레이첼.”


... 째가 아니라 레이첼은 나를 데리고, 학회장을 빠져나가 참가자들이 머무르는 숙소로 데려갔다. 링링과 유아라의 경호는 잠시 정예원에게 맡겼다. 그 여자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


한편 숙소 밖 어딘가로 나를 인도하던 레이첼이, 안도의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후우. 야. 솔직히 니가 배은망덕한 새끼라 거절하면 어쩌나 약간 떨렸다? 나 진짜 싸우는 데는 젬병이거든.”


“... 전투능력 없이 용케 1차 합격했네.”


“아니. 사실은 있잖아. 솔직히 씨발 내 과제는 개꿀이었거든? 근데 주변에서 다 헬이었다, 헬이었다 하니까 아가리 닥치고 있었지.”


“...”


“크크크. 역시 인생은 존나 운이라니깐.”


레이첼은 음흉하게 웃으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몇 분 뒤.


“야. 아무튼 다 왔다. 여기야.”


나와 녀석은 숙소 뒤편의, 쓰레기봉투 모아 놓은 곳에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정갈하게 쌓인 쓰레기봉투들 뿐. 특별한 건 보이지 않았다.


“수상한 흔적 같은 건 안 보이는데.”


“아하하하! 당연히 너 혼자선 못 보지.”


순간 크게 웃은 레이첼은 내게 다가와.


“나를 통해서 봐야지.”


난데없이 내 팔을 붙잡고 팔짱을 꼈다. 녀석의 수상한 움직임에 나는 재빨리 반댓손으로 주머니의 마나 사브르를 움켜쥐었다.


“... 지금 뭐 하냐?”


“아. 씨발 이상한 짓 안 할 테니까 좀 가만히 있어 봐. 재밌는 거 보여 줄 테니까.”


“... 재밌는 거?”


우우웅-


레이첼이 마나를 끌어올리기가 무섭게, 주변의 공간이 마치 박리(剝離)된 것처럼 변한다.


그리곤 나와 레이첼을 제외하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홀로그램처럼 흐릿해지더니.


“#!%#!!%$”


“$%!@#”


이내 VR 영상을 역재생하는 것처럼, 박리된 공간의 시간이 거꾸로 돌아간다.


“어때? 내 마나, 존나 신기하지?”


나와 팔짱을 끼고 있는 레이첼이, 의기양양하게 물어온다.


지금 녀석이 하고 있는 건, ‘실제’ 시간을 뒤로 돌리는 [타임 워프]는 아니다. 그건 이미 불가능함이 증명됐으니까.


이건 시간을 뒤로 돌리는 게 아니라, 잔류마나를 통해 과거를 ‘재현’하는 능력.


“[사이코메트리]...”


“오. 씨바. 알고 있네?”


[사이코메트리]는 희귀 능력이다. 아니. 희귀 능력을 넘어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능력이다.


심지어 ‘저쪽 세계’ 기준으로 [사이코메트리] 능력자는 그 존재 자체도 드러난 적이 없으니까. 눈앞의 욕쟁이를 보는 시선이 약간 달라진 가운데, 레이첼이 지 혼자 중얼거린다.


“[딥페이크] 복원도 이걸로 하는 거야. 영상 그냥 일일이 뒤로 돌려서 말이지. 존나 오래 걸리지만.”


“... 좋은 능력이네.”


“좋긴 개뿔. 나 이거 때문에 학창시절 내내 기분 나쁘다고 왕따당하고 욕만 존나 먹었는데. 씨발.”


“...”


“그렇다고 헌터 시험을 붙여 주는 것도 아니고. 존나 좆같은 능력이지.”


... 하긴 뭐. 남의 과거를 관음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꺼려지긴 하겠지.


한편 나와 레이첼이 얘기하는 동안, 주변 공간의 시간은 계속 역류하더니.


“12#!@$”


어느덧 담배를 피우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레이첼의 모습을 비춘다.


“... 저건 뭐냐.”


“아. 이 때 식후땡 한 방 조지다가, 심심해서 능력 썼었거든. 그 ‘수상한 거’를 이 때 봤지. 크크.”


“... 왜 쓰레기장 과거를 보고 있어.”


“내맴이지. 씨발. 아무튼 지금부턴 좀 빨리 넘긴다.”


순간 주변 시간이 역재생되는 속도가 수십 배로 빨라졌다가, 몇 초 지나지 않아 딱 멈춘다.


“좋아. 지금 이게... 내가 담배피기 한 2시간 전 상황이란 말이지? 여기부터 한 번 봐봐.”


멈춘 시간 속에서 쓰레기 더미를 가리키는 레이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과거’가 재현되기 시작한다.


그러자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속. 쌓여 있는 쓰레기봉투 더미 사이에서.


스으으으으-


허여멀건한 ‘연기’ 같은 것이 흘러나오더니 커다란 인간 비스무레한 형태를 갖춘다.


스으으으-


마치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해 보기도 하는 ‘연기’의 모습에, 레이첼이 호들갑떨며 물어온다.


“야야야야. 내가 말한 게 저거야. 솔직히 저게 [NULL]인지 마법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잘 모르겠거든? 근데 딱 봐도 존나 수상해 보이지 않냐?”


“... 그런 것 같네.”


띠링-!


[ 미스트 ( 분류 : F.E.E ) ]

[ ‘코어’라는 송신기의 지배하에 움직이는, 슈마허 인더스트리가 개발한 초소형 로봇 군체. 전투능력은 뛰어나나 자체적인 지능이 없어, 코어가 파괴될 경우 즉시 기능이 정지된다. ]


초소형 로봇 군체 [미스트]는 사실... ‘저쪽 세계’에서는 별로 활약한 존재가 아니다.


왜냐면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그러니까 종족전쟁 초반에.


- 어머. 여긴 왜 이리 날파리가 많지?


어떤 막돼먹은 여자가 ‘코어’를 부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전자기장을 쫙 펼쳐 로봇 군체를 싹 짜부라뜨려버렸기 때문.


[미스트]는 결국 전쟁 초반에 리타이어했었던 만큼, ‘아. 그냥 그런 게 있었었지.’ 하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는 존재다.


허나.


“근데 저거 크긴 존나 크다. 대체 뭘까? 뮤턴트는 확실히 아닌 것 같은데.”


“...”


‘저쪽 세계’의 [미스트]는 고작 성인 남성에 비견될 사이즈였지만, 지금 내 눈앞의 것은 형태만 인간이지 크기만 따지면 당시의 2배는 된다. 단순 부피비만 계산해도 대충 8배. 저런 '군집형' 개체라면 마나량도 어느 정도는 크기를 따라가겠지.


반면 저걸 족쳐야할 정예원의 마나량은 현재, 당시의 절반조차 되지 않는다.


스으으으으-


한편 레이첼이 만든 ‘허상’속 [미스트]는, 자기 몸을 다 살펴본 이후 바람에 흩날리며 사라진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너무 빠른데...”


“응? 저게 빠른 거냐?”


젠장. 4번째 공통사건 [1차 기업대전] 이후로 활동해야 할 깡통로봇은, 2번째 공통사건 [클래시피케이션]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NULL]이라는 집단을 이루고, ‘저쪽 세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약쟁이 헌터 리스트’를 내가 가지면서, [F.E.E.]들의 먹이가 될 우량의 마나 공급원들을 컷했는데도 말이다!


물론 2년 일찍 놈들이 출사표를 낸 만큼 녀석들에게도 무언가 ‘약점’들이 더 붙었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단 하나.


이곳 알렉산드리아에, 내 일상을 이루는 사람이 셋이나 있는 만큼.


“야. 그나저나 씨바 저거 잡으면, 우리 이번 시험 무조건 붙겠지?”


헌터 시험이고 자시고, 저게 더 커지기 전에 막아내야 한다.


작가의말

허브 -> 코어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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