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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467,136
추천수 :
15,647
글자수 :
948,632

작성
21.12.23 00:25
조회
1,891
추천
79
글자
8쪽

95. 알렉산드리아 (2)

DUMMY

95.


이튿날. 이니시움 아카데미 근처 패스트푸드점.


나와 창가 자리에 나란히 앉은 한겨울이,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너 내일부터 행성 알렉산드리아에 가 있어야 한다는 거지? 그것도 2주일 동안?”


어제 2차 시험 오리엔테이션 진행자가 마이크 잡고 1시간 반 동안 했던 말을, 콜라 마시며 6초 만에 요약하는 한겨울. 나도 감자튀김을 하나 입에 넣으며 대답했다.


“어.”


“그럼 니 출석은 어떡하려고? 2주나 더 빠지면 너 진급 못 하지 않아?”


“헌터 시험 관리본부에서 다 알아서 한대.”


“... 아니. 2차 시험 내용이 대체 뭐길래 또 2주나 갔다 오냐?”


“나도 몰라.”


“... 응? 왜?”


“문제를 미리 말해주는 시험이 어딨냐. 내일 알렉산드리아에서 말해 준대. ”


“... 그렇긴 하네... 하아...”


나의 말에 한겨울이 빨대 끝을 잘근잘근 씹다가, 한 번 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곤 테이블에 팔을 쭉 뻗으며 퍼진다.


"또 왜."


“아니. 너 세르부스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알렉산드리아로 간다니까 그러지. 그것도 2주나.”


“... 어쩔 수 없지. 시험 일정이 그렇게 잡혔는데.”


“그렇긴 한데...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그냥 올해 시험 치를걸...”


기운 없이 중얼거리던 한겨울이, 엎어진 채로 고개만 돌려 나를 불렀다.


“야. 권민성.”


“뭐.”


“우리 이제 2주간 못 보잖아.”


“그치.”


“그러니까 너, 오늘만큼은 나랑 놀자.”


“... 지금 너랑 놀고 있잖아.”


“아니. 이렇게 말고... 됐고. 일단 따라와 봐.”


---


[ 당신의 점수는~ 58점! ]

[ 연습이 더 필요하겠어요. 내일부터 맹연습! ]


“...”


“푸하하하하!”


한겨울이 날 이끌고 간 곳은 근처의 작은 코인노래방이었다. 나한테 거의 반 강제로 노래를 시킨 한겨울은, 내가 부르는 한 소절 한 소절마다 숨도 못 쉴 정도로 웃어댔다.


“아. 웃겨서 눈물 나... 야. 넌 뭐 몸 쓰는 건 다 잘 하면서 노래는 왜 이리 못 부르냐? 푸하하!”


“... 지도 고작 62점인 주제에.”


“야. 4점 차이는 극복 불가능한 수준이거든?”


“...”


“자. 누나가 노래하는 거 잘 봐둬라.”


3분 후.


[ 당신의 점수는~ 53점! ]

[ 연습이 더 필요하겠어요. 내일부터 맹연습! ]


“흐음. 야. 진지하게 여기 기계 고장났나봐.”


“... 니 양심은 확실히 고장났네.”


“아니. 근데 나 방금 좀 잘 부르지 않았나?”


“...”


[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이제는 헤어질 시간! ]


한편 점수창이 꺼지기가 무섭게, 돈을 재촉하는 노래방기기. 마주보고 있던 한겨울이, 마이크를 건네며 물었다.


“야. 너 노래 더 할래?”


“... 퍽이나 하겠다. 너 하던가.”


“그래? 그럼...”


띠릿-!


[ 1000 코인이 결제되었습니다. ]

[ 남은 노래 : 3곡 ]


한겨울은 마나블렛을 기계에 태그하고는, 리모컨으로 시끌벅적한 노래를 한 곡 틀었다. 거기다가 두 곡을 연달아서 예약하더니 마주앉은 자리에서, 내 옆으로 옮겨 앉는다.


“노래 안 부르고 틀어만 놔도 내쫓진 않거든. 히히.”


“... 너 뭔가 되게 익숙해 보인다.”


“응? 아~ 난 리틀 아카데미 들어가기 전에 언니들이랑 가끔 왔었어. 거의 구경만 했지만.”


“그러냐...”


“야. 근데 말이야.”


그리 말한 한겨울이 꼼지락꼼지락 조금씩 다가오더니, 딱 달라붙어 내 어깨에 기대었다. 좁은 방이, 샴푸 향기로 가득 찼다.


“... 뭐.”


“솔직히 내 노래 어땠어? 최고였지?”


“... 아니. 최악이던데.”


“그래? 휴우. 그럼 다행이고.”


“... 뭐가 다행인데.”


그리고는 은근슬쩍 내 허벅지 위에다가, 손바닥이 보이도록 자기 오른손을 올려놓는다.


“나쁜 기억은 오래 간다니까, 못해도 2주 동안은 내 노래 생각날 거 아냐.”


“...”


“... 시험 잘 보구 와. 나도 열심히 하고 있을게.”


내 어깨에 기대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한겨울. 나는 그런 한겨울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꽈악-


녀석이 내게 올린 손을 깍지 끼며 잡는다. 그러자 한겨울이 지 혼자 놀라 내 어깨에서 머리를 떼곤 동그래진 눈으로 날 쳐다본다.


물론.


“오올~”


그런 한겨울의 모습이 그닥 오래 가진 않는다.


“... 올은 무슨 올이야.”


“아니. 그냥 이젠 좀 눈치가 생겼구나 싶어서. 히히.”


녀석이 작게 웃는다.


눈. 코. 입.


쿵- 쿵- 쿵-


젠장. 젠장. 젠장...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저 바라만 보게 되는 가운데, 한겨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야. 그나저나 오늘 날이 춥긴 진짜 춥나봐.”


“... 갑자기 왜.”


“응? 권민성 너 얼굴 엄청 빨개서. 푸훕.”


“... 니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 나도야?”


내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한겨울은 남은 왼손으로 내 오른손을 쥐곤 자기 뺨에 갖다 댄다.


“진짠가 보네...”


손바닥에 불이 난 것처럼 뜨겁다.


“근데 차가워서 좋다...”


녀석이 눈을 감고 희미하게 웃는다.


좁고 어두운 밀실 속에서, 우린 계속 그러고 있었다.


노래가 꺼질 때까지.


---


또 하루가 지났을 땐, 나는 이니시움이 아니라 행성 알렉산드리아에 있었다.


1차 시험 합격자 150명 전부가 모인 대회의실 안의 공기엔 긴장감만이 가득했다.


“... 시험 볼 거면 바로 보지, 괜히 이틀 쉬는 동안 잠만 설쳤네.”


“그러니까...”


회의실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심호흡을 하고,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가운데.


“후훗. 너랑 겨울이, 어제 둘이 나갔었지?”


어떤 빌어먹을 여자는, 능글맞은 웃음을 띤 채 내게 시비를 걸고 있었다.


“듣자하니 되게 늦게 들어왔다던데... 밖에 나가서, 둘이 뭐 했니?”


“...”


물론 대꾸하지 않는다. 여기서 쓸데없이 대꾸해 봐야, 소문 수집가인 정예원만 즐거워할 뿐-


“말이 없는 걸 보면 혹시... 어제 진도 많이 뺐니?”


“... 지랄하지 마라.”


“어머. 발끈하는 거 보니까... 후훗.”


... 젠장.


“어디까지 나갔니? 손은 이미 잡았을 거고. 뽀뽀? 키스? 아니면... 그 이상?”


“... 아니.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이 여자가-”


- 1차 시험 합격자 전원이 모인 관계로, 즉시 2차 시험에 대한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순간 회의실 중앙의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나와 정예원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한데 모였다.


- 응시자 여러분들께서는 이 시간부로, 특정 인물들을 ‘경호’하는 과제를 부여 받게 될 것입니다.


“경호? 4대 임무는 암살, 청소, 구출, 회수잖아. 근데 경호라고?”


“... 망했다.”


익숙하지 않은 과제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왔지만, 회의실 중앙서 들려오는 음성은 멈추지 않았다.


- 우선 응시자 여러분들의 원활한 과제 수행을 돕기 위해, 현재 상황부터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홀로그램 영사기가 빛을 발하자, 하나의 문장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 이번 알렉산드리아 학회에서, 인간이 이루어낸 모든 것을 가져가겠다. ]


- 현재 응시자 여러분이 보고 계신 문장은 저번 주, 알렉산드리아 행성관리본부의 메인 컴퓨터 화면에 떠오른 문장입니다. 원인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밝혀졌으며, 해당 바이러스를 만들어낸 건 자신들을 [NULL]이라 칭하는 정체불명의 집단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NULL]?”


“뭐 하는 놈들이지? 혹시 알아?”


“아... 아니. 나도 처음 듣는데...”


대회의실 안의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부터 내뱉고 있었다.


“... 에휴. 그럼 그렇지. 내 불운이 어디 갈 리 없지.”


웬일로 일이 잘 풀리나 했더니, 빌어처먹을 깡통로봇들이 벌써부터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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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97. 알렉산드리아 (4) +5 21.12.27 1,739 83 10쪽
100 96. 알렉산드리아 (3) +3 21.12.25 1,832 77 12쪽
» 95. 알렉산드리아 (2) +6 21.12.23 1,892 7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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