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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467,308
추천수 :
15,647
글자수 :
948,632

작성
22.03.15 22:30
조회
1,243
추천
55
글자
11쪽

117. 만남 (1)

DUMMY

117.


아침 댓바람부터, 수업도 다 빼먹고 오피스텔로 찾아온 한겨울.


“오. 겨울 양이 웬일로 아침부터 왔-”


“명훈아. 나 권민성이랑 둘이 얘기 좀 하고 싶은데.”


“...지만 왠지 녹차라떼가 마시고 싶어 밖에 나가야겠군! 흠흠...”


정명훈이 은근슬쩍 집 밖으로 빠져나가는 가운데, 한겨울이 유아라와 나의 기사가 떠 있는 마나블렛을 들이밀며 물었다.


“이 기사 뭐야?”


“... 가짜뉴스.”


“... 테라미시 가서 뭐 했어?”


“... 일.”


“일만 했어?”


“어.”


“...”


“...”


“유아라랑 딴짓한 거 아니지?”


“응. 전혀.”


“... 나 보고 말해. 진짜?”


“... 진짜.”


“진짜지? 믿어도 되지?”


“... 응.”


한참 동안이나 나와 눈을 마주치던 한겨울은 이내 마나블렛 화면을 덮어버더니, 내 쪽으로 살짝 땡겨 앉았다.


“그럼 됐어. 뭐. 이런 일도 있는 거지.”


“...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괜찮다니까. 나 너 믿어. 그러니까, 나 그냥 안아줘.”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한겨울 쪽에서 자기가 먼저 나를 껴안아 왔다. 나도 주춤대며 녀석의 허리를 감쌌다.


“쎄게.”


“어? 응...”


꾸욱-


“너무 쎄겐 말고...”


“... 응.”


그렇게 몇 분이나 껴안고 있었을까. 한겨울이 내 가슴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딱 들더니,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야. 권민성.”


“... 왜.”


“왜는 무슨. 어디 가서 바람피면 뒤진다고.”


“... 어디 가서 바람필만큼 인기 있지도 않다.”


“하긴 너 같은 남자 좋아하는 여자는 우주에서 나 하나밖에 없을걸? 푸히히.”


“... 너 같은 여자 좋아하는 남자도 비슷한 숫자이지 않을까.”


“그럼 됐네. 서로 짝 찾았으면 됐지 뭐.”


한겨울이 다시 안겼다. 나도 그런 한겨울을 안았다. 쎄게, 하지만 너무 쎄진 않게. 여러 생각이 솟구쳤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한겨울이 내 가슴팍에 머리를 비비며 말했다.


“... 야.”


“... 어.”


“너 저번 주말은 일했으니까, 이번 주말엔 나랑 놀아.”


“... 그건 상황 봐서-”


“응. 안 돼. 반박 안 받아. 이번 주부터 행성 볼텍스에서 [유니온픽] 시작하는 거 알지?”


전혀 몰랐다... 올해가 [유니온픽] 하는 해였구나.


[ 유니온픽 ]

[ 우주연합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우주 단위 스포츠 대회. 4년에 한 번씩 개최되며, 각 행성별 대표가 참석하며,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 있고 권위 있는 국제 스포츠 행사이다. ]


[유니온픽]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각성자는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수는 물론이고 감독, 코치마저도 각성자일 수 없는 순수한 일반인들만의 축제.


물론 연합 회원 중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인들의 민심을 컨트롤하기 위함이지만, 그거에 또 좋다고 속아 넘어가는 게 연합 회원들-


“야. 권민성. 너 또 딴생각 하지.”


“... 아니.”


“... 아무튼! 너 주말 내내 나랑 [유니온픽] 봐야 해. 알겠지?”


“... 알았어.”


“... 히히.”


대답을 듣자마자 한겨울이, 나를 좀 더 세게 안았다. 뭐. 얘가 이리 좋아하는데 주말 정도는 느긋하게 같이 보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건 조금 섣부른 판단이었다.


- 미래를 보았다. [NULL]의 다음 동선은 [유니온픽]이 개최되는, 행성 볼텍스로군. 이번 주 토요일에 놈들이 습격해 올 것이다.


“...”


[미스트]가 예측한 깡통로봇들도.


[ 라가놈 -> 권민성 : 허허. 자네가 날 만나고 싶다니 감개무량하구먼. ]

[ 라가놈 -> 권민성 : 그런데 요즘 많이 바쁘다네. 아무래도 주말에 행성 볼텍스에서 있는 유니온픽 참관하는 때를 제외하면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때 그리로 오겠나? ]


“...”


[이데아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라인하르트도.


[ ‘Li4U’ 알림 - ‘자연의 친구 채명훈 TV’에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됐습니다. ]

[ 제목 : 무슨 약 하셨길래 이런 생각 하셨어요? ]


“...”


하물며 도재명마저도, ‘도핑용 약물’ 팔아야 한다면서 나를 행성 볼텍스로 부르고 있었다.


---


주말.


수많은 고뇌 끝에, 결국은 볼텍스에 와 버렸다.


“우와. 타행성 나들이 진짜 오랜만이다.”


“...”


한겨울을 데리고 말이다. 사실 행성 볼텍스도 바람이 좀 많이 부는 걸 제외하면 이니시움이랑 별반 다를 바 없는 행성이지만, 한겨울 꽤나 들뜬 듯한 기색이었다.


“아. 너무 좋다. 바람도 시원하고.”


“... 그리 좋냐.”


“당연히 좋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랑 왔는데.”


“...”


그리 말하며 손깍지 끼는 한겨울. 얘는 진짜... 아니다.


“그나저나 행성간 순간이동 되게 비싼데, 남자친구 하나 잘 둬서 공짜로 오네. 나도 올해는 헌터 시험 봐야겠다.”


“... 그래라.”


“너가 많이 도와줘야지. 나 헌터 붙도록. 이히히.”


한겨울은 그리 말했지만, 사실 얘는 이미 내 도움이 필요없는 수준이긴 하다.


[ 한겨울 ( 16세 ) ]

[ 미래의 이명 : 없음 ]

[ 마나의 속성 : 자유로움 ]

[ 마나량 : 4411 ]


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한겨울은 1년 전의 정예원보다 강해져 있으니까. 얘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또 노력해 왔는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지만, 객관적으로 이건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경지다. 그게 가능했으면 개나소나 헌터 했겠지.


- 그거 아니? 여자는 사랑을 하면 강해지는 법이란다.


그러고 보니, ‘저쪽 세계’에서 어떤 아줌마가 이런 말을 했던 것도 같은데-


“어머. 겨울이랑 권민성 후배님 아니니?”


... 그 아줌마가 왜 지금 여기 있지. 갑자기 어디선가 박준 형이랑 팔짱 낀 채로 나타난 정예원. 한겨울이 재빨리 깍지도 풀고 한 발짝 떨어지더니, 반갑게 정예원 쪽으로 다가갔다.


“예원이 언니! 여긴 웬일이세요?”


“나야 당연히 준이랑 유니온픽 보러 왔지. 근데 계속 손잡고 있어도 되는데... 설마 둘이 사귀는 거 아직도 숨기니? 이젠 다들 아는 눈치던데.”


“... 아하하... 습관이 돼서... 그보다, 두 분은 졸업하고 잘 지내셨어요? 아카데미에서 나오고 난 이후로는 만날 기회도 많지 않으실 텐데...”


“응? 무슨 소리니? 당연히 매일 보지.”


“... 네?”


한겨울과 정예원이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던 찰나, 정예원이 깜빡했다는 듯 박수를 짝 치며 말했다.


“어머. 내가 우리 둘이 동거하는 걸 말을 안 했었구나. 미안. 겨울아.”


“도... 동거요?”


“응. 이니시움 졸업하고, 우리 계속 같이 살고 있지. 준이가 이래봬도 밤에는- 읍.”


얼굴이 벌게진 박준 형이 아줌마처럼 수다 떨던 정예원의 입을 틀어막더니, 마나를 끌어올려 공간의 균열을 만들어냈다.


“미안. 애들아. 이만 가볼게. 예원이가 더 이상한 말하기 전에...”


“아. 네... 안녕히 가세요...”


“겨울아~ 나중에 연락하면 자세히 얘기해 줄게~”


파즈즈즈즈-


박준 형의 손에 이끌려, 공간의 틈새로 사라지는 정예원. 한겨울은 두 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쳐다보다가, 입술을 낼름 혀로 적시며 중얼거렸다.


“야. 예원이 언니랑 박준 선배... 우리랑 한 살 차이나니까... 열일곱 살 맞지?”


“어.”


“... 근데 벌써 동거하시고... 두 분 다 어른이시네...”


... 동거 좀 하는 게 그리 호들갑 떨 일인가. 그냥 잠만 같이 자는 건데 하며, 나는 마나블렛을 켰다.


[ ‘권민성’ 님의 예약내역 ]

[ 볼텍스 그랜드파크 호텔 스위트룸 3107호 - 887/03/19 17시부터 입실 가능합니다 ]


---


와아아아아!


볼텍스 유니온픽의 개막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불꽃놀이, 픽토그램, 드론에 단체 안무까지. 뭐 그냥 어디서 본 것 같다 싶은 것들은 싹 다 하고 있다 보면 될 정도.


물론 그런 퍼포먼스를 보면서도 내 정신은 온통, [NULL]이 튀어나왔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쏠려 있었다.


- 다음은 행성 얀워의 선수단이 입장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 아무리 녀석들이라도 개막식에서 지랄을 하진 않겠지.”


“응? 선수단 중에 아는 사람 있어?”


“... 아냐.”


아무리 [NULL]이라 하더라도, 개막식이 치러지는 동안은 가만히 있을 것이다. [유니온픽]이 연합의 권위를 상징하는 스포츠 행사인 만큼, 개막식 내내 현 우주 최강자인 마윤재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진화의 리미터]가 해제되지 않은 깡통로봇로선 마윤재를 이길 수 없-


우우웅-!


[ 라가놈 -> 권민성 : 허허. 미안하게도 지금밖에 시간이 없구먼 ]

[ 라가놈 -> 권민성 : 입구 쪽으로 나와 주지 않겠나? ]


... 맞다. 이 노인네도 만나야 했지. 나는 마나블렛을 주머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어디가?”


“... 나 잠깐 누구 좀 만나고 올게.”


“누구?”


“라인하르트.”


“나도 같이 가도 돼?”


“... 아니. 좀 은밀한 얘기라.”


“... 응. 알았어. 그럼 나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바깥쪽으로 나갔다. 행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입구 쪽에 있는 사람들은 꽤 있었지만, 라인하르트를 찾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녀석은 이니시움에서 입던 마법사 코스프레 복장 그대로였으니까. 나는 나이에 맞지 않게 마나블렛에 열중하고 있는 라인하르트 쪽으로 다가갔다.


“... 부르셨습니까.”


“음? 아. 자네로구먼.”


“...”


“허허. 그래. 어떤 이유로 이 노인네를 만나고 싶다 한 겐가?”


“... [공통사건]에 대해, 당신이 아는 것을 듣고 싶습니다.”


“허허. 이 늙은이가 아는 게 뭐가 있겠나? 자네가 더 멀리 가 본 만큼, 더 많이 알겠지. 이 늙은이의 이야기를 들어 봐야, 아무 의미 없을 걸세.”


“... 말장난 할 시간 없-”


“그래서 자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한 명 소개해주려 하네.”


“... 도움이 될 만한 사람?”


“허허. 그렇다네. 나보다 더 잘, 많이, 깊게 아는 사람이지. 저기 때마침 오는구먼.”


라인하르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을 때, 난 내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그곳에 있는 건 다름이 아니라.


“오랜만입니다. 교수님.”


우주연합 안보부 부장. 마윤재였다.


작가의말

면접준비 빡세네요 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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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4. 의미 (4) +8 22.03.05 1,263 57 12쪽
118 113. 의미 (3) +8 22.02.26 1,340 63 11쪽
117 112. 의미 (2) +15 22.02.18 1,360 58 12쪽
116 111. 의미 (1) +10 22.02.15 1,402 60 10쪽
115 110. 신학기 (4) +8 22.02.11 1,405 6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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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107. 신학기 (1) +7 22.02.03 1,458 7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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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4. 히어로 (4) +7 22.01.21 1,478 73 10쪽
108 103. 히어로 (3) +16 22.01.20 1,463 73 11쪽
107 102. 히어로 (2) +7 22.01.15 1,531 7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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