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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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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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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8,632

작성
21.12.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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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글자
11쪽

94. 알렉산드리아 (1)

DUMMY

94.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시험이라 일컬어지는 헌터 시험은 [서류전형], [1차 시험], [2차 시험]. 이렇게 총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어중이떠중이들을 걸러내는 것은 역시 [서류전형].


서류통과만 하면 절반은 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연합 산하 아카데미 출신이 아닌 응시자들은 서류 통과를 위한 스펙 준비하는 데만 최소 5년, 보통 7년에서 10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 과정인 [1차 시험]은 바로, 서류로 걸러진 우주 상위 1% 정도의 각성자들을 모의 던전에 밀어 넣고 ‘기초 문제해결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인데-


- 크아아아아!


“이... 인비저블 살라맨더다!”


“... 으악! 제기랄! 도망쳐!”


상위 1%라는 놈들의 수준을 보니까, 역시 인류가 망할 때가 되긴 된 것 같다.


“당황하지 말고 맞서 싸웁시다!”


“보여야 싸우지!”


“다들 진정해! 과제는 물건 회수야! 굳이 위험한 뮤턴트와 싸울 필요는-”


콰직-!


뭐. 말할 필요도 없이, 나는 지금 [1차 시험]을 치르는 중이다. 한 50명 정도 되는 응시자들과 함께, 연구소 배경의 모의 던전에 와 있고, 과제는 건물 안에 있다는 ‘백신 샘플’의 회수다.


물론 샘플은, 한 개 뿐이다.


“이번이 10수 째야! 또 떨어질 순 없-”


콰직-!


고작 한 마리의 투명 도마뱀 때문에, 여기저기서 육전이 되어 가는 응시자들.


아무리 모의 던전이라지만, 뮤턴트가 온순한 버전이라던가 하는 건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한겨울이 모의 던전 돌다가 팔 부러지는 일도 없었겠지.


다만 모의 응시자들의 손목에는 언제든지 헌터 시험 관리본부로 돌아갈 수 있는 [워프 키트]가 착용되어 있었기에.


“아니! 하필이면 왜 이렇게 빡센 과제에 걸린 건데?”


“내년을 기약한다...”


슈우우우-


자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응시자들은 깔끔하게 포기하며, 그대로 빛무리에 감싸인 채 사라진다.


- 크아아아아!


슈우우우-


인비저블 살라맨더가 울부짖기가 무섭게, 다시 한 번 모의 던전 여기저기가 번쩍인다.


어느덧 50명 넘게 들어왔던 모의 던전에, 남은 사람은 날 포함해 고작 11명. 사람이었던 것이 6개다.


남은 응시자들끼리 서로를 한 번 둘러보는 가운데.


“이제야 좀 제대로 된 놈들만 남은 건가?”


개중 나이깨나 먹은듯한 남자가, 주무기로 보이는 커다란 해머를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내 이름은... 아. 통성명할 시간은 없을 것 같군. 그보다 저 인비저블 살라맨더... 분명 버거운 녀석이지만 여기 있는 열한 명이 모두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잡고도 남아.”


다들 수긍하는 가운데, 흑색 도복을 입은 장발의 남성이 한 마디 했다.


“...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과제로 주어진 샘플은 하나뿐이야.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경쟁자라는 거지. 협력할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그렇긴 하지.”


“얘기 끝났군. 난-”


“하지만 일단 살아서 1차를 통과해야 경쟁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 않겠어?”


“저도 동의하는 바에요. 일단 눈앞의 적부터 쓰러뜨리고, 누가 합격하냐는 다음에 결정하도록 해요.”


“임시 동맹이라 이건가... 지금은 별 수가 없어 보이긴 하군. 훗. 나도 함께하지.”


검은 도복의 사내, 망치 든 사내, 또 총 든 여자 셋의 대화에, 다른 응시자들도 한 데 뭉쳤다.


“... 아주 지랄들을 하세요.”


나만 빼고.


- 크아아아아!


한편 사람들의 일을 짐승이 모르듯, 이곳의 원래 주민이 그들이 결탁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리는 없었다. 괴랄한 울음소리와 함께, 보이지 않는 일격이 총 든 여자 쪽을 향했고.


쿵-!


“... 거 참 성질 급한 뮤턴트로구만.”


망치 든 사내가 그 일격을 막아내며,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좋아! 내가 앞장설 테니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보자고!”


“그래! 한 번 싸워 보자!”


“내가 뒤로 돌아 녀석의 주의를 돌리도록 하지.”


“괜찮겠나?”


“... 속도에는 자신 있거든.”


검은 도복을 입은 사내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애매한 속도로 달려나가는 것으로, 10명의 헌터 시험 응시자들과 투명 도마뱀간의 치열한 사투가 시작됐다.


화륵! 캉! 캉!


마법이 난무하고, 비늘과 냉병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 그래. 고생들 해라...”


나는 1차 시험 과제 내용대로, ‘하나뿐인 백신 샘플’을 회수하러 연구소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인류가 망할 때가 되긴 됐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


- 카아아아아악!


건물 안에 들어가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예의바른 도마뱀이 손님맞이를 해 왔다. 건물 밖에선 잠잠하던 [빅 데이터]가 이번에는 대상을 인식했는지, 창을 하나 띄웠다.


 띠링-!


[ 인비저블 살라맨더 ( 4급 ) ]

[ 신체가 투명한 파충류형 뮤턴트. 시각과 청각이 없는 대신 피부 전체로 열을 감지할 수 있다. 심해생명체 연구소에서 우연히 발생했다고 전해지며, 소형 트럭만한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다. ]

[ 마나량 : 2400 ~ 3000 ]


뭐. 지금 눈앞의 인비저블 살라맨더가 만만한 뮤턴트는 아닌 건 맞다.


[빅 데이터]에는 우연히 발생했다고 적혀 있지만, 사실 인비저블 살라맨더는 매지시아랑 한통속인 뮤턴트 관련 기업 [H.N.H. 코퍼레이션]에서 의도적으로 만든 ‘병사’니까.


제작 의도는 역시 ‘조용하고’ ‘투명한’ 특성 그대로, 주요인물 암살. 실제로 종족전쟁 당시엔, 이 유해조수 때문에 밤잠 설친 나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 카아아아악!


아무튼, 이 녀석이 꽤 센 뮤턴트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 카아아-


“... 조용히 좀 해라. 사람 생각하고 있는데.”


서걱-! 쿵!


헌터 시험에 합격하려면, 이 시끄러운 도마뱀 정도는 혼자 잡을 줄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말이다.


주르르르륵-


물 같은 체액이 바닥에 흘러내리며, 확 퍼지는 비린내.


꽤 익숙한 냄새를 맡자,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 그 놈들이 황영수 교수님 연구실을 습격했습니다... 다행히 교수님께선 빠져나오셨지만...


“...”


그래. 내 기억이 맞다면 이것들, 분명 울음소리 같은 건 내지 않았었다. 암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병사가 여기저기서 울어대면 이상하지.


이 암살용 도마뱀의 제작사인 [H.N.H 코퍼레이션]이 모의 던전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어쩌면 헌터 시험 자체가 ‘개량 작업’일지도.


“이니시움에 있는 모의 던전도 그렇고, 연합이랑 H.N.H랑 뭐가 있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녀석이 피를 흘리기 시작했어요!”


“하하하! 이거나 먹어라!”


- 크아아아아아아!


바깥에선 계속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


1시간 후, 헌터 시험 관리본부의 대형 강당.


[ 제 511기 헌터 시험의 1차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 합격자 분들은 지정된 좌석에 앉아, 2차 시험 관련 오리엔테이션을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


정면에는 밋밋한 문장을 담은 홀로그램이 둥실거리는 가운데, 속속들이 들어차 있는 좌석들에선 불평불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올해 1차... 좀 어렵지 않았어?”


“아니. 좀 어렵다가 아니라 역대급이던데.”


“그치? 아니. 왜 이렇게 어려워졌지? 1차는 그래도 할 만 했던 것 같은데?”


“찌라시긴 한데.. 올해 헌터들이 다수 죽는 바람에, 시험 난이도를 확 올렸다는 소문이 있어.”


“... 헌터들이 죽었다고? 왜? 왜 갑자기?”


“나야 모르지. 아무튼 우리만 피 보는 셈이지. 에휴.”


한두 명이 아니라 강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징징거리는 소리를 내는 가운데.


“... 괜히 준비했네.”


나는 그냥 자리에 앉아,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릴 뿐이었다.


[ I-31 시험장 합격자 : 권민성 ( 수험번호 003231 ) ]


사실 안보부 이창혁 대리가 왔다간 이후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마나량이 2500 언저리였을 때도 붙을 자신은 있었지만, 내 ‘불운’이 만만치가 않으니까.


내 불운이 어떤 것이던가. 학기말평가 보다가 우주적 잡초 [위그드라실]과 조우하질 않나, 사회봉사 가서는 깡통로봇 [서큐버스]를 만나질 않나, 콘서트 보러 가서 [엔젤]을 체험하질 않나...


“... 갑자기 열받네.”


아무튼 이번 시험은 달랐다. 모의 던전 안엔 아무것도 없었다. 깡통로봇도, 신인류의 부산물도, 규격 외 뮤턴트도 전혀 없었다.


기껏해야 투명한 도마뱀 예닐곱 마리 있는 게 전부. 일견 정상적이지만, 내게는 정상적인 게 비정상적-


띠링-!


[ 한겨울 -> 권민성 : 끝났냐아아아아 ]


... 마나블렛이 울리면, 이제 거이 7할은 얘라고 보면 됐다.


[ 권민성 -> 한겨울 : 끝남 ]


[ 한겨울 -> 권민성 : 오옹 ]

[ 한겨울 -> 권민성 : 어땠어? ]


[ 권민성 -> 한겨울 : 좋았음 ]


[ 한겨울 -> 권민성 : ㅡㅡ ]

[ 한겨울 -> 권민성 : 붙기야 뭐 당연히 붙었을 거고 ]

[ 한겨울 -> 권민성 : 후기나 읊어봥ㅋㅋ ]


“얜 뭐 맡겨 놨나...”


입으로는 궁시렁대면서도 머리로는 이해가 갔다. 한겨울도 결국 이니시움 생도. 이전엔 졸업만을 바라고 있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헌터를 노려볼 만한 실력을 챙겼으니 시험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고 싶겠지.


그리고 뭐... 얜 내 얘기는 늘 궁금해하기도 하는 만큼.


[ 작성 중인 메시지 : 모의 던전 하나에 들어가는 인원은 약 50명정도. 시험 시간은 미션따라 다른데... ]


토도도독-


나는 적당적당히 메시지 입력란에 기억나는 것들을 적어갔다.


“도마뱀이 몇 마리였지. 여섯이었나, 일곱이었-”


“어머.”


메시지 작성하는데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


“...”


한동안 졸업 논문 쓴다고 안 봐서 좋았던 여자가, 멀뚱멀뚱 날 바라보고 있다.


“... 뭘 봐?”


“... 오호라...”


뭘 보냐는 말에 이상한 대답을 하는 정예원.


그제야 난 녀석의 시선이 내가 아니라, 내 마나블렛 화면을 향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황급히 마나블렛을 덮는다.


“으음...”


뭔가를 곱씹는 듯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는 정예원.


순간 떠올라 버리고 말았다.


- 아니! 왜 남의 마나블렛을 관음하고 지랄인데?

- 그야... 재밌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니?


‘저쪽 세계’의 정예원이 했던 짓거리들과.


[ 한겨울 -> 권민성 : 잘자랑 ]

[ 권민성 -> 한겨울 : 알겠음 ]

[ 한겨울 -> 권민성 : ㅡㅡ ]


메시지 화면 가장 위에 있던 대화 내용이 무엇인지가 말이다.


물론 별 거 없는 대화내용이었지만, 그것을 곱씹던 정예원은 이내 세상에서 제일 악독하고 음흉한 미소와 함께 눈을 뜨더니.


“니네 둘이 사귀는구나?”


... 들켰다.


우주에서 가장 입 싼 여자한테.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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