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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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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7,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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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48,632

작성
22.01.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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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4
추천
66
글자
10쪽

105. 히어로 (5)

DUMMY

105.


침대 위에서 일어난 나는 일단 몸에 박힌 바늘부터 하나둘 떼어냈다.


툭. 투둑.


별로 조심하지 않은 만큼 기척이 꽤나 났다. 허나 의료진은 내가 일어난 걸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


위이이잉-!


녀석들의 정신은 온통 황 뭐시기 하는 [갤럭시넷] 부사장의 머리통을 절개하는 데에만 쏠려 있었다. 뭐. 내게 있어서는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었다. 어차피 [올 포 원]의 본체에 대해 추궁하려면 녀석들을 조용히 제압하는 게 베스트였으니까.


드르르륵-!


온통 드릴과 톱날 소리가 요란한 틈을 타, 침대에서 몰래 일어나려던 찰나.


덜커덩-


“음... 여기가 맞나?”


난데없이 수술실 문을 열고, 나보다도 어려 보이는 한 소년이 들어왔다.


“메스 줘 봐... 뭐... 뭐야? 넌 뭐야.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어라. 저건 왜 또 깨 있지...?”


“야! 야! 톱! 한눈팔지 말고 톱 똑바로 들어!”


위이이잉-! 피슈욱-!


“꺄아아아악!”


수술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의료진들이 난입한 소년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는 사이, 나도 조용히 침입자를 살폈다.


“좌표도 얼추 맞고... 여기가 퀘스트 장소 맞는 것 같은데...”


처음 보는 외형. [빅 데이터]도 당장은 아무 반응이 없다. 허나 풍기는 분위기나, 내뱉는 단어나 내 육감이나, 녀석이 어떤 존재인지 말하고 있었다.


“... 에이. 몰라. 다 죽여 보고 확인하면 되겠지.”


저것은 [올 포 원]의 아바타라고.


스으으...


소년의 손이 순간 사마귀의 앞발처럼, 거대한 낫의 형태로 변했다. 그리고는 섬광이 한 번 일었다.


푸쉬이익-!


그것만으로 수술대 근처에 있던 다섯 명 중 네 명의 목이 날아갔다. 수술을 받던 황 뭐시기의 사람의 심장과 내가 누워 있던 침대에도 구멍이 났다. 그 한 번의 섬광이 지나간 수술실 안에, 숨을 쉬는 것은 단 세 사람뿐이었다.


[올 포 원]의 아바타와 나. 그리고 나를 수술대에 올린 이름 모를 의사.


“어... 어버버...”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는 병신이 돼버린 의사. 물론 이 녀석이 스스로 [올 포 원]의 공격을 피한 게 아니라, 내가 구한 것이다. 이 녀석이 죽어버렸다간 [올 포 원]의 본체에 대한 정보는 영영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니까.


“뭐야. 이게 빗나간다고?”


[올 포 원]이 황당하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피했다’가 아니라 ‘빗나갔다.’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인 사고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당연했다.


몸을 빼앗기고 뇌만 남아서 가상현실을 살고 있는 ‘통 속의 뇌’ [올 포 원]은, 현실 세계를 역으로 ‘가상현실 게임’으로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게임 속 설정에서 녀석은 세계를 구하기 위한 히어로기에.


“어디. 이것도 피하나 보자.”


녀석은 자기가 하는 모든 행동이 ‘정의’라 믿고 있다. 뭐. 애초에 게임에서 정의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냐마는, 적어도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고 있지 않다는 게 본질이다.


슉. 슈슉. 슉. 슈슉. 슉.


쉴 새도 없이, 낫 같은 앞발이 수술실을 난자했다. 혼자라면 다 피할 만한 공격이었지만.


“으아아아!”


“... 조용히 좀 해.”


피슉-


쓸데없는 짐덩이까지 메고 있는 상태에서 다 피하는 것은 약간 무리, 이곳저곳 베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슈슉- 푹-!


“뭐야. 판정 완전 개 쓰레기네? 이건 또 왜 안 빠져?”


계속되던 공격이 멈춘 것은 [올 포 원]의 낫 같이 생긴 앞발이, 내가 누워 있던 침대에 박혔을 때의 일이었다. 나는 녀석이 낑낑대는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정보 제공원’이 돼 줄 의사를 들쳐 메고.


콰가각-!


수술실 한 쪽 벽을 부수며 옆방으로 도망쳤다.


“구...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웬 존댓말. 의사가 감사를 표했지만 딱히 대꾸하진 않았다. 그보단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 지 생각하는 게 우선이었다. 정면승부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 아바타 ( 올 포 원 ) ]

[ 마나량 : 17471 ]


[빅 데이터]가 띄운 마나 스캔 결과를 참고해, 일단 그 선택지는 잠시 보류. 게다가 확인할 것도 아직 좀 남아 있다.


“그... 근데... 환자님... 아니. 선생님?”


“... 뭐.”


“대체... 저 괴물은 뭡니까?”


슉- 슈슉-


“야! 그냥 빨리 죽어! 귀찮게 하지 말고! 나 바빠!”


어느새 박혔던 팔을 뽑은 건지, 성난 사마귀처럼 낫처럼 생긴 양 팔을 휘두르며 쫓아오는 [올 포 원]. 나는 계속 병원의 벽을 부수며 도망만 치고 있을 뿐이었다.


“... 너 저게 뭔지 진짜 몰라?”


“예? 예! 저... 정말 하늘에 맹세코, 저런 건 처음 봅니다! 알지도 못하고요!”


“... 그럼 [뇌 이식] 수술을 하며, 네가 적출했던 ‘뇌’들은 여태 어떻게 처리했지?”


“네? 뇌요? 그... 그건...”


“다 알고 있으니까 3초 안에 말해. 내 손에 죽고 싶지 않으면.”


우웅...


손가락에다가 작게 마나의 칼날을 형성하자, 뜸들이던 의사의 입에서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 그 뇌들은 죽지 않은 상태로 잘 보존해서 행성 에덴으로 보내고 있었습니다!”


“행성 에덴? 정확하게 에덴의 어디지?”


“그건 저도 잘... 저희는 보존만 해 놓으면 그쪽에서 가져가는 거라... 하지만 행성 에덴은 확실합니다! 저번 연말에 에덴 특산물이라면서 김 세트를 선물 받았어요!”


“...”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저쪽 세계’에서 [올 포 원]의 본체를 끝까지 못 찾았다는 것과, 이 의사가 ‘아주 작은 실마리’를 안다는 것을 연관 지어 생각한다면 경우의 수는 단 하나.


매지시아랑 H.N.H.가, 이 시설 전체를 묻어버릴 심산이 분명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까.


“아. 짜증나게들 하네. 진짜. 이 형태는 징그러워서 싫은데...”


한편 계속해서 쫓아오던 [올 포 원]은 이번엔 하반신을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바퀴벌레처럼 생긴 다리가 네 개 더 돋아나고, 녀석이 쫓아오는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업혀 있던 의사가 다급하게 물어왔다.


“히이이이익! 서... 선생님!”


“... 뭐.”


“저... 전 살려 주시는 거겠죠?”


“... 내가 죽였나. 왜 나한테 목숨을 구걸해.”


“저... 전 죽으면 안 됩니다. 제가 죽으면 처자식들은... 훌쩍...”


“...”


대꾸하기에 앞서 난 남자의 왼손부터 살폈다. 약지에 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 넌 내 뇌 떼 가려 했잖아. 그런데 살려달라고?”


“아... 아닙니다! 하늘에 맹세코 선생님은 새 몸을 찾아드리려고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그것도 더 잘생기고 좋은 몸으로-”


푸슉-!


[올 포 원]의 앞발에, 업혀 있던 남자의 모가지가 날아갔다. 물론 안 맞게 도와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래야 할 필요를 못 느꼈다. 녀석한테 캐낼 것은 다 캐냈으니까.


털썩-


이제는 쓸모없어진 몸뚱이를 내려놓자, [올 포 원]은 이미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녀석이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하아- 하아- 이제 이것만 죽이면 되나?”


“...”


“하아- 아. 진짜 에바잖아. D급 퀘스트면 좀 쉽게 깨져야지.”


퀘스트.


뭐. 저 녀석은 ‘저쪽 세계’에서도 저랬다. 가상 세계에 사는 [올 포 원]에겐 현실이 역으로 그저 가상현실 게임에 불과하니까.


“하아. 빨리 잡고, 다음 퀘스트 해야지.”


그리 말한 [올 포 원]은 이내 사마귀처럼 앞발을 날카롭게 세워 휘둘렀다.


부웅- 치익-! 치이익-!


낫 같은 앞발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벽이건 바닥이건 할 것 없이 깊게 패였다. 허나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17000이라는 거대한 마나량이 무색할 정도로 허무하고 단조로운 공격. 그렇다고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슉. 슈슉.


“... 아니. 왜 이리 안 맞아? 판정 진짜 개 씨발이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올 포 원]은 게임으로 치면 ‘초보’ 단계나 다름없다. 마나만 많았지 자기 테크닉? 그런 건 단 하나도 모르는 상태. 그저 힘 센 어린애가 주먹을 붕붕 휘두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웅-! 픽-!


“아. 까비... 맞춘 줄 알았는데.”


그러나 [올 포 원]은 믿기지 않을 속도로, 일반인의 약 4만 배 정도 되는 속도로 이 ‘게임’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녀석이 ‘고인물’이 되는 건 시간문제. 녀석이 아직 ‘초보’인 지금, 녀석에게 몇 번을 죽더라도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기억을 심어 줘야만 했다.


하지만 내가 공격할 생각 없이 피하고만 있는 이유는, ‘확인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캉-! 타앗-!


내 정수리를 향해 쇄도하는 [올 포 원]의 앞발이 땅에 박혔다. 그 틈을 타 거리를 벌린 나는, 볼에서 흐르는 피를 슥 닦으며 입을 열었다.


“... 보고 있는 거 다 아는데, 뭘 망설이고 있냐.”


“... 이거 왜 안 빠... 응? 망설이긴 뭘 망설여. 뭐야. 혹시 연계 퀘스트인가?”


낑낑대며 앞발을 빼던 [올 포 원]이 반응했지만, 내가 말을 건넨 건 그 쪽이 아니었다.


“분명 네가 스스로 기회를 달라고 했지?”


“내가 언제?”


“신뢰를 되찾을 기회를 계속 주고 있는데도 이렇게 나온다면... 서로 재미없는 사이가 되는 수밖에 없는데.”


내가 딱 말을 맺은 그 때였다.


슈우우우...


아무것도 없던 실내에서, 난데없이 먼지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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