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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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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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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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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03. 히어로 (3)

DUMMY

103.


... 우려하던 상황이 발생했다. 노쇼.


[ 1월 16일 - 10 : 09 : 11 ]


[피그말리온]이 이곳 루드비코 소년교도소를 습격하기로 예정된 것이 분명 1월 13일이었는데, 그보다 사흘이나 더 지나가는 동안 교도소 내에는 그 어떠한 습격의 기미조차 비치지 않았다.


당연히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내가 해 왔던 모든 사전작업들이 다 무의미해져가는 가운데.


- Type-07이 이곳을 원래 계획대로 습격할 가능성을 다시 계산해 본 결과, 0.003% 이하로 도출되었다.


습격을 예고했던 [미스트]는 사흘이 지나서 자기가 했던 말을 번복하고 있었다. 나는 곰인형 속에 있는 녀석의 코어를 꽉 쥐었다.


“... 장난하냐? 죽을래?”


- 나...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일단 코어는 좀 놓는 게...


“죽고 싶지 않은 놈이 허위 사실을 제보해?”


- 허... 허위 사실이라니! 내게는 거짓 명제를 만들어내는 기능이 없다. 분명 Type-07은 1월 13일에 이곳 루드비코 소년교도소를 습격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럼 왜 여태 아무 일도 없는 건데?”


- 그... 그건 아무래도...


“아무래도 뭐.”


- 아... 아무래도 [NULL]이 나의 배신을 눈치 채고, 기존의 계획을 약간 수정한 것 같다.


“...”


그럴듯한 소리였지만, 이제 와서 말을 이렇게 바꿔버리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 나는 코어를 꾹 쥐며 말했다.


“이러면 니가 진짜 항복한 게 맞는지가 살짝 의심스러워지는데.”


- 나...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내 결백을 증명할 기회를 다오.


“그런 기회는 네가 스스로 찾아야지.”


- ... 알겠다.


“저... 형님.”


[미스트]와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라이언 융. 그러니까 내가 오기 전에 교도소에서 ‘형님’ 노릇 하던 녀석이었다.


“... 넌 또 뭐.”


“저... 곰인형과 대화하시는 중에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꼭 알려드려야 할 사실이 하나 있어서 말입니다.”


“... 뭔데.”


“오늘이 바로... 야마다라는 놈이 돌아오는 날입니다.”


“... 야마다?”


“예. 야마다, 야마다 노리히코. 이전에 저와 이곳의 패권을 놓고 싸우던 녀석인데, 만만히 볼 녀석이 아닙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저는 그 새끼한테 약간 밀렸으니까요.”


녀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빅 데이터]가 창을 하나 띄웠다.


띠링-!


[ 야마다 노리히코 ( 18세 ) ]

[ 마나량 : 744 ]

[ 미래의 이명 : 없음 ]

[ 마나의 속성 : 자유로움 ]


[ 비고 ]

- 강도살인 4건


“야마다 노리히코... 아주 무시무시한 놈입니다.”


“...”


무시해도 되는 이야기였다.


---


이니시움 아카데미 여자기숙사, B-420.


피가 섞이지 않은 두 자매가 사는 방 안에서, 한 여자가 침대 위에서 이불을 꽁꽁 뒤집어 싸맨 채 마나블렛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동생 쪽이었지만, 오늘은 웬일로 언니 쪽이었다.


[ IFOYY 쇼핑몰 - ‘마나프루프 백팩’ 검색 결과 7300 건 ]


“...”


유아라는 사실 며칠 전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고 있었다. 어딜 가더라도 매일같이 촌스러운 빨간색 가방 메고 다니는, 패션 센스라고는 그냥 쥐꼬리만큼도 없는 남자한테 선물할 가방을 고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선물 고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 로피탈 백팩 블랙 YD-300 : 550,000 코인 ]


좀 괜찮아 보인다 싶은 건 선물하기에 너무 비싼 것 같기도 하고.


[ 남녀공용 캐주얼 백팩 S-1332 : 45,000 코인 ]


싼 건 또 너무 비주얼적으로 별로인 것 같기도 하고, 성의가 없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열심히 고르고 고르다가, 가격도 적당하고, 디자인 괜찮고, 잘 어울릴 만한 걸 발견했을 때 즈음엔.


‘아니. 그 남자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선물할 걸 고르고 있지? 그냥 아무 거나 선물하면 되잖아!’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에 머리카락을 헝클이며, 마나블렛을 덮어버리기 일쑤였으니까. 유아라가 머리를 빙글빙글 꼬며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남자는 왜 갑자기 한겨울 씨랑 눈이 맞아가지고...”


머리로는 탓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고마운 사람이었다.


행성 패러독스에서 목숨을 빚진 것도 있고, 지켜달라는 비밀도 잘 지켜주고 있다. 그렇다고 뭔가를 요구해 오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보답의 의미로 선물 하나 하는 것도, 비즈니스적인 관계로 봤을 태도 좋은 일일 터.


마침 출장 간다면서 타행성으로 사라져 있는 지금, 지금이 딱 선물을 고르기엔 제일 좋은 타이밍이었다. 돌아왔을 때 선물을 주면 그 효과가 배가 될 테니까.


유아라는 다시금 마나블렛 화면을 키며 자기 머릿속으로 되뇌였다.


‘그래. 이건 그냥 단순한, 정말 순수한 의도의 선물이야. 그 남자가 뭐 여자친구가 있고 말고는 내가 선물하는 거랑은 아무 상관이 없지. 나는 진짜 아무런 사심 없이, 어디까지나 슈마허에 필요한 인재와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선물하려는 것뿐이니까.’


그리 다짐하며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수많은 후보들 중 가장 비싼 것을 골라 구매하기를 누르려던 순간.


“언니. 주무세요?”


갑자기 들려오는 동생의 목소리에, 유아라는 화들짝 놀라 이불 속에서 마나블렛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


- 지금은 외부 운동 시간입니다. 수감자 여러분들은 운동장으로 나가 주십시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점심이 지날 때까지도 [피그말리온]은 나타나지 않았다. 방송에 따라 바깥으로 나가며, 나는 마지막 확인 겸, [미스트]에게 물었다.


“이제 와서 [NULL]이 습격해올 가능성은 얼마나 나오지?”


- 0%에 가깝다. 아무리 [NULL]이 임무 수행을 각 개체의 재량에 맡긴다 하더라도, 진행을 이렇게까지 미룰 순 없다.


“그 말... 이번엔 장담할 수 있냐?”


- ... 난 이미 목숨과도 같은 코어를 네게 맡긴 상태다. 그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뭐. [미스트]가 이렇게 나온다면 더 추궁할 방법도, 이유도 없다. 한 번 더 녀석의 말이 거짓이라고 밝혀지면 그저 ‘코어’를 부숴버리면 그만일 뿐.


“... 그나저나 이러면 완전 헛걸음이네.”


아무튼 [피그말리온]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이곳 루드비코 소년교도소에 더 머무를 이유는 단 1도 없다. 이제 슬슬 교도소장과 만나 이니시움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와중에, 내 곁을 맴돌던 라이언이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형님. 저기 저 놈 보이십니까? 저 새끼가 바로 야마다입니다.”


이제 떠날 건데 야마다란 놈이 무슨 상관이냐 하면서도, 뭐 하는 녀석인지 얼굴이나 보고 가자는 마인드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꽤나 날카롭게 생긴 양아치 새끼가, 노인네마냥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운동하고 있었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빅 데이터]가 하나의 창을-


[ ERROR CODE - 1101 ]


“... 응?”


“예? 형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이건 뭔가 하는 와중에, [빅 데이터]는 추가적으로 창을 몇 개 더 띄웠다.


[ 대상으로부터 중복된 검색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

[ 검색된 결과들을 모두 열람하시겠습니까? ]


긍정의 의미로 눈을 깜빡이자, 서로 다른 두 인물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 ‘골격’ 검색 결과 ]

[ 야마다 노리히코 ( 18세 ) ]

[ 마나량 : 744 ]

[ 미래의 이명 : 없음 ]

[ 마나의 속성 : 자유로움 ]


[ 비고 ]

- 강도살인 4건


[ ‘마나 스캔’ 결과 ]

[ 다나카 마사오 ( 63세 ) ]

[ 마나량 : 6 ]

[ 미래의 이명 : 없음 ]

[ 마나의 속성 : 자유로움 ]


[ 비고 ]

- 요식업 독점기업 [쿄쿠미]의 前 전무이사.


의외였다. 중복된 인물이 검색됐대서 쌍둥이 형제라도 있나 했건만, 나이, 마나량, 살아온 세월까지 차이가 많이 나는 두 사람이 검색되다니. [빅 데이터] 이거 늘 쓸모없더니 이제는 완전히 고장났나 싶던 찰나, 저쪽 세계에서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 ... 쓰레기 자식.

- 내가? 아니지. 쓰레기는 이 몸의 원래 주인이었던 녀석이지.


나는 [빅 데이터]가 띄운 창을 다시 한 번 읽었다. 분명 ‘골격 검색’으로 나온 사람과 ‘마나 스캔’ 으로 나온 사람이 다르다고 적혀 있었다.


골격과 마나가 다른 사람이란 것은 곧, 몸과 정신이, 안과 밖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


“설마...”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어어. 형님께선 바로 야마다 새끼와 전쟁을 벌이시려는 겁니까?”


뒤에서 라이언이 개소리를 지껄였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였다.


“어? 어?”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정체불명의 남자는 놀란 것처럼, 오지 말라는 듯 양 손을 내밀었다. 날카로운 외형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물론 나는 개의치 않고 남자의 코앞까지 다가가, 녀석의 앞머리를 들추었다.


스윽-


이마와 머리카락의 경계쯤에 희미하게 남은 수술자국이 있었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 ‘야마다’의 몸 안에는.


“... 뭐... 뭡니까?”


‘다나카’라는 노인네의 뇌가 들어 있다. 이 흉터는 분명 연합이 금지하는 기술 중 하나인, [뇌 이식]의 흔적이었으니까. 나는 도로 녀석의 앞머리를 내리며 말했다.


“아니. 그냥 아는 사람인가 했는데, 아니었네.”


“... 무... 무례한 녀석!”


역정을 내는 젊은 노인네를 뒤로한 채, 나는 라이언 쪽으로 돌아갔다. 녀석이 흥분한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벌써 녀석을 제압하신 겁니까? 역시 형님이십니다!”


“... 됐고, 그보다 저 야마다라는 놈, 어디 갔다 온 거지?”


“예? 아마... [외부 갱생 시설]에서 약물치료 받다 왔을 겁니다.”


“[외부 갱생 시설]?”


“예. 정신병 있는 수감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가끔 끌려가는 곳이죠. 그나저나 저 야마다 새끼, 원래 떨어지는 낙엽에도 시비 걸던 미친놈이었는데... 역시 형님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하는군요! 우하하하!”


저 혼자 신나서 지껄이는 라이언의 말은 이미 들리지 않았다. 허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곳 루드비코 소년교도소에서 엄청난 것을 찾아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 ‘엄청난 것’이란 ‘저쪽 세계’에서는 온 우주를 뒤져 가면서 찾으려고 했는데도, 결국 끝까지 찾아내지 못했던 것.


‘저쪽 세계’뿐만 아니라 수많은 평행세계에서 이니시움 아카데미를 박살냈으며, 라인하르트 피셜 자신을 1000번 넘게 죽인 존재.


자기를 ‘히어로’라 생각하는 신인류의 생체병기, [올 포 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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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04. 히어로 (4) +7 22.01.21 1,478 7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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