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ㅠㅠ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466,867
추천수 :
15,646
글자수 :
948,632

작성
22.02.05 18:44
조회
1,425
추천
74
글자
11쪽

108. 신학기 (2)

DUMMY

108.


나의 첫 수업은 무난무난하게 끝이 났다. 수강생 대부분이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몇몇은 슬쩍슬쩍 딴 짓을 하는,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수업으로 말이다.


띠링-!


[ 한겨울 -> 권민성 : ㅋㅋㅋㅋㅋ ]

[ 한겨울 -> 권민성 : 마나파동... 윽. 은... ]

[ 한겨울 -> 권민성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비록 그 몇 안 되는 딴짓쟁이 중 하나가 눈 마주칠 때마다 가슴팍에서 손을 작게 흔든다거나 허공에 글씨를 쓴다던지 하는 것으로 수업 진행을 방해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첫 강의였다.


강의를 마치고서는 곧바로 아카데미 밖으로 빠져나와, 교도소장 아들내미, 이한울을 데리고 사람 없는 카페로 향했다. 레몬 아이스티와 플레인 요거트를 시키고 적당히 구석진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사족 달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버지한테 얘기 들었지?”


“... 예? 아. 예. 잘 이끌어 주실 테니 말씀하시는 거 잘 들으라고...”


“... 들은 건 그게 전부고?”


“그... 학점 잘 주실 테니 마나현상분석학 꼭 들으시라는 얘기도 하셨습니다...”


... 그 양반 아들내미한테 할 얘긴 다 했군. 뭐. 약속한 내용 그대로긴 하지만.


“... 그래. 근데 너도 강의계획서에서 봤듯이 내 과목은 기말 100%인 과목이다. 채점이 전산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네 점수를 내가 올려치기 해줄 순 없어. 하지만...”


내가 말꼬리를 늘이자, 녀석이 내 눈치를 슬슬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결국 시험문제 출제는 내가 하지. 강의 방향성도 내가 정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기 강의는, 최대한 네게 맞춰 주려고 한다.”


“그... 그래도 되는 건가요?”


“당연히 안 되지. 들키면 바로 모가지일걸.”


“...”


“하지만 나도 네게 거는 기대가 크니까,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하는 거다. 그러니까 어디 가서 쓸데없는 소리하고 다니지 마라.”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 조용히 해.”


안 그래도 초롱초롱한 눈을, 한층 더 똘망똘망하게 뜨는 이한울. 나는 의자에 깊게 앉으며 녀석의 얼굴을 응시했다.


띠링-!


[ 이한울 ( 14세 ) ]

[ 마나량 : 881 ]

[ 이명 : 없음 ]

[ 마나의 속성 : 허상 ]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준수했다.


내 주변의 괴물들과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이 정도면 1학년에서는 거의 최상위권이다. 게다가 마나의 속성 또한 상당히 드문 허상의 마나. 이 녀석은 자기만의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 그럼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하자. 너 위주로 커리큘럼을 짜 주려 하는데... 네 특기는 뭐지?”


특기를 묻는 난의 질문에 순간 당황한 듯한 이한울.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가만히 두자, 몇 초 지나지 않아 녀석은 창피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 그게. [텔레파시] 비슷한 건데요...”


“... [텔레파시]?”


특기가 [텔레파시]라니, 순간 어지러워졌다. [텔레파시]는 영화에서처럼 생각을 직접 쏘는 게 아니라, 전용 수신기에 번역기까지 필요한 최하위 통신 마법이었으니까.


한편 내 표정이 굳는 걸 보자마자, 이한울은 양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텔레파시]가 아니고요... 좀 달라요. 교수님. 잠깐 저 자리에 앉은 손님들 보시겠어요?”


다른 좌석에 있는 한 쌍의 커플을 가리키는 이한울. 녀석은 마나를 끌어모아, 흩뿌리듯 날렸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커피를 마시던 여자가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오빠. 오늘 커피에서 이상한 맛 나는 거 같지 않아?”


“이상한 맛?”


“응. 음... 치약 맛 같은 거?”


“그러니까 양치하고 잘 헹구라니까.”


“... 우리 헤어지자.”


“그래. 바라던 바야.”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남자와 여자. 두 남녀가 카페를 빠져나가는 광경을 지켜보던, 이한울이 말했다.


“보... 보셨죠? 교수님이라면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저는 마나를 이용해서 대상이 특정한 감각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어요. 방금은 저 여자한테 민트초코 향과 맛이 나도록 한 거고요.”


“...”


이 녀석의 능력. [텔레파시]라 해서 내가 아는 통신 마법 [텔레파시]를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진짜 영화 속의 ‘텔레파시’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이 타인의 감각을 조종하는 이 마나의 운용. 이건 내가 아는 한 ‘저쪽 세계’에서는 단 하나뿐인 존재만이 가능했다.


“그... 근데 저 때문에 커플 하나가 깨진 건 아닌지...”


“... 내가 볼 땐 어차피 깨질 커플이었어. 그보다 네 능력, 범위는 어디까지 가능하지?”


“예? 범위요? 음... 보통 반경 몇 미터 정도... 컨디션 따라 달라요.”


“만들어낼 수 있는 감각은 향과 맛만 가능한가?”


“아뇨. 소리나 환각도 가능해요.”


“나한테도 쓸 수 있나?”


“가능은 한데... 거의 못 느끼실 거예요. 일반인한테는 거의 절대적이지만, 교... 교수님처럼 저보다 압도적으로 마나량 차이가 나는 사람들한테는 거의 효과가 없거든요...”


“그래? 그럼 나한테 한 번 써 봐.”


“네?”


“괜찮으니까 나한테 해 보라고. 너가 너 말로 말했잖아. 별 효과 없다고.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 그래.”


“그... 그러시다면... 일단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로...”


우우웅-


다시 보는 거지만 상당히 노골적인 마나의 흐름이다. 이 정도 수준으로는 고수에게 영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애초부터 닿지 조차 않겠지. 하지만 나는 일단 맞아 주었다. 말 그대로 확인해야 할 것 때문에.


스으으...


그리고 녀석의 마나가 내 몸에 스미는 순간.


- 천사를 찾아...


정말 온 정신을 집중해야 들릴 정도로 아주 작게,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근데 유우키 텐카 목소리 아닌가?


아무튼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 능력은 분명 ‘저쪽 세계’에서는 유일한 능력이기에, 이 눈앞의 이한울이라는 녀석은.


“[인플루언서]...”


“... 네?”


신인류의 생체병기 중 하나인 [인플루언서]와 관련이 있다.


[ 인플루언서 ( 분류 : 생체병기 ) ]

[ ‘엔젤’을 촉진하는 매지시아 컴퍼니의 인간형 생체병기. 마나를 방출해 일정 반경 내의 생명체에게, 같은 감각을 공유시킨다. ]


처음 등장했을 땐 뮤턴트로 분류됐으나, 나중에 제작자가 실토하면서 생체병기로 분류가 바뀐 [인플루언서]. 그리고 그 제작자의 이름은... 바로 한가을.


한겨울 오빠다.


- 졸업만 하면 돼. 나 졸업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으히히...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오가는 가운데, 나는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녀석에게 물었다.


“너 한겨... 아니. 한가을이라고 알지? 매지시아의.”


“예? 아. 예. 제가 롤 모델로 삼았던 분이세요.”


“한가을이 롤 모델이라고?”


갈수록 태산이라 생각하려던 찰나, 녀석이 한 마디 덧붙였다.


“예. 지금은 교수님으로 바뀌었지만...”


“... 나?”


“네.”


“... 왜?”


“그게...”


뜸들이던 이한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그냥 한 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녀석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전에 내가 놀이동산 [포에버 랜드]에서 테러리스트를 진압했을 때, 당시의 리틀 아카데미 인솔교사가 바로 녀석의 고모였고.


근데 그 고모라는 작자가 사직서를 내고 나를 주인공으로 게임을 만들었다가 대차게 말아먹고, 이한울네 집에서 얹혀살기 시작.


그 날 이후로 고모가 하는 술주정을 받아주다가, 여러모로 나에 대해 찾아보고 뉴스 기사같은 거 보다 보니 자연스레 롤모델이 바뀌었다는.


그런 개연성 말아먹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으니까.


“... 그런 나보고 믿으라고?”


“저도 안 믿기지만 사실인지라...”


멋쩍게 웃는 이한울을 보며, 나는 머리를 긁었다. 이 녀석과 알고 지내게 된 게 행운이라 봐야 할 지, 아니면 짐덩이를 하나 더 업고 가는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띠링-!


[ 마나블렛 코드 : AG188E3G ]


“... 이거 내 연락처다. 편하게 생각하고, 그냥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나는 어쩔 수 없는 결론을 내렸다. 하필이면 이 녀석 롤모델이 다른 놈도 아니고 한가을이라니. 아니. 한가을이라 ‘저쪽 세계’에선 그렇게 된 건가.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뭐... 밖에서는 편하게 대해도 돼.”


“예? 아...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교수님께 감히...”


“됐으니까, 편하게 대해. 원래 그런 거 잘 안 따져.”


“저... 정말 그래도 돼요?”


“어. 그러라니까.”


그 때였다.


스윽-


말이 끝나고 입이 다 다물어지기도 전에, 녀석의 다소곳하게 일자였던 다리는 어느새인가 왼다리가 오른 무릎 위에 올라가 있었다.


“어우. 살 것 같다... 헤헤. 사실 여태 너무 긴장했어서...”


“... 다행이네.”


“저... 근데 있잖아요.”


“... 뭐.”


“그럼... 밖에선 앞으로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편하게.”


“... 그게 편하다면야...”


“형.”


좀 마다하는 척이라도 하지, 바로 말해버리는 이한울.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녀석의 부름에 대답했다.


“... 왜.”


“근데 있잖아요...”


“있는데 뭐.”


“저... 배고파서 그러는데, 케이크도 하나 시켜도 돼요?”


... 뭐지. 이 미친 새끼는?


---


띠리릿-


“진 빠지네. 진짜...”


집으로 돌아온 건 저녁때가 다 됐을 무렵이었다. 웬 ‘미친 새끼’ 때문이었다. 녀석은 조각케이크만 시켜서 두 판을 먹고, 요거트로 목장 하나를 처먹을 동안 쉬지 않고 ‘내 얘기’를 했으니까.


“... 어떻게 듣기만 한 내 목이 아플 정도로 떠드냐...”


드르렁-


정명훈은 아직 자는 모양이었기에, 조심스레 정수기로 다가가던 그 순간, 식탁 위에 놓여진 무언가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이건...”


분명 마나 컴퓨터 전용 휴대용 기억장치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정명훈 특유의 조잡한 글씨로, 자그마한 메모가 하나 적혀 있었다.


[ 완성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뭐야 내 힘 돌려줘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4 119. 만남 (3) +5 22.03.20 1,181 57 11쪽
123 118. 만남 (2) +16 22.03.17 1,203 58 11쪽
122 117. 만남 (1) +3 22.03.15 1,238 55 11쪽
121 116. 의미 (6) +6 22.03.12 1,206 61 10쪽
120 115. 의미 (5) +4 22.03.10 1,229 58 11쪽
119 114. 의미 (4) +8 22.03.05 1,260 57 12쪽
118 113. 의미 (3) +8 22.02.26 1,336 63 11쪽
117 112. 의미 (2) +15 22.02.18 1,357 58 12쪽
116 111. 의미 (1) +10 22.02.15 1,400 60 10쪽
115 110. 신학기 (4) +8 22.02.11 1,403 65 11쪽
114 109. 신학기 (3) +8 22.02.09 1,366 66 11쪽
» 108. 신학기 (2) +13 22.02.05 1,426 74 11쪽
112 107. 신학기 (1) +7 22.02.03 1,455 72 11쪽
111 106. 히어로 (6) +5 22.01.27 1,600 67 11쪽
110 105. 히어로 (5) +4 22.01.25 1,442 66 10쪽
109 104. 히어로 (4) +7 22.01.21 1,475 73 10쪽
108 103. 히어로 (3) +16 22.01.20 1,458 73 11쪽
107 102. 히어로 (2) +7 22.01.15 1,527 73 9쪽
106 101. 히어로 (1) +7 22.01.12 1,582 76 11쪽
105 100.5. 메리 크리스마스 (2) +6 22.01.08 1,554 84 6쪽
104 100. 메리 크리스마스 (1) +19 22.01.05 1,643 83 11쪽
103 99. 알렉산드리아 (6) +4 22.01.03 1,628 77 11쪽
102 98. 알렉산드리아 (5) +8 21.12.31 1,702 88 13쪽
101 97. 알렉산드리아 (4) +5 21.12.27 1,737 83 10쪽
100 96. 알렉산드리아 (3) +3 21.12.25 1,831 77 12쪽
99 95. 알렉산드리아 (2) +6 21.12.23 1,890 79 8쪽
98 94. 알렉산드리아 (1) +8 21.12.20 1,996 97 11쪽
97 93. 소규모 전쟁 (5) +15 21.12.15 2,100 95 11쪽
96 92. 소규모 전쟁 (4) +6 21.12.13 2,011 96 10쪽
95 91. 소규모 전쟁 (3) +3 21.12.12 2,078 105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