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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96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05 21:25
조회
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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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7쪽

돈지랄을 상대하는 법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89화



나의 부상 사실이 알려지고, 촬영장이 한바탕 뒤집혀졌다.


드라마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조연이 전치 4주를 받아 왔으니까.


아. 원래는 36주를 받아 오려고 했는데 척추가 부러진 사람도 16주가 최대라고 하더라.


그래서 단골 의사 선생님께 부탁드려 4주를 끊어왔다.


덕분에 제작진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좆 됐다.”


내 부상 소식을 들은 감독이 내뱉은 첫 마디 말이었다.


눈에 안 띄는 부위면 몰라. 떡하니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다. 촬영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방영된 게 10화인데, 촬영과 편집을 끝마친 건 11화, 12화가 전부다.


2회분의 여유 밖에 없다는 뜻.


안 그래도 쪽대본으로 촬영할 정도로 일정이 촉박한데, 큰 걸림돌을 마주했으니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물론 방법이야 있다. 나를 빼고 촬영해서 4주를 방영하는 것. 비축분을 빼면 3주가 되겠지.


작가와 감독의 신들린 듯한 테크닉으로 어떻게든 스토리는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책 회의 과정에서 그런 의견이 나왔었다.


그런데 작가와 감독에 의해 단칼에 거절당했다.


“절대 안 돼.”

“시청률 나락갈 일 있냐?”


역시 한 분야의 책임자를 맡는 사람답

게 통찰력이 있었다.


그들의 말마따나 나 없이 촬영한 영상을 그대로 방영하면 시청률이 떨어질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안 그래도 인기가 상한가를 뚫고 상승하고 있는 이 몸.


내 비중이 적은 파트라 하더라도, 1화에 2~3번 씩은 얼굴을 비춰야 시청자들이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다.


감독이 타인에 의해 어머니 안부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면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내 배려가 그들에게 더욱 고마웠으리라.


“음. 실금이 갔다고는 하는데, 피멍 든 것만 빠지면 촬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 말에 감독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직업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건강은 민감한 문제다.


수백억을 챙기는 스포츠 스타도 심장 문제로 쓰러지면 그대로 은퇴를 해버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돈도 살아 있어야 쓸 수 있는 거니까.


그렇기에 제작진들은 나에게 강요도, 권유조차도 쉽게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머리에 문제라도 생기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는데, 그들은 책임져주지 못하니까.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선뜻 나서주니 어떻겠나. 제작진들에게는 내가 하늘에서 강림한 천사와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다만 내가 멀쩡하게 돌아다녔음을 기억하고 있던 김일신은 고개를 갸웃했으나, 주변에 이상한 말을 퍼트리지는 않았다.


내가 멀쩡하다고 해서 머리에 풀 스윙을 맞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으니.


거기에 늦장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일찍 복귀해 준다니 굳이 의심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제작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보통 피멍이 빠지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2주. 그 정도면 비축분을 사용하고, 1화 정도 감독이 똥꼬 쇼를 하면 얼추 맞출 수 있었다.


그렇게 급한 불을 끄고 나서야 다음 주제로 화두가 넘어갈 수 있었다.


어쩌다 그렇게 다쳤는가.


처음 제작진들이 다친 이유를 물었을 때, 나는 일부러 태양의 이야기를 쏙 빼고 들려주었다.


내가 다쳤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정신이 없었을 테니까. 누가 때렸는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어... 하하.”


계속되는 질문에 나는 어색한 웃음만을 흘렸고. 보다 못한 김일신이 튀어나와 모든 사실을 폭로했다.


“김태양 그 새끼가 그랬어요.”


원래는 그도 나설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어련히 말할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런데 내가 말하지 못하고 난처한 웃음만 흘리자, 참지 못하고 튀어나온 것이다.


메인 스폰서고 나발이고 그 따위 범죄 행위를 묵인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일부러 정의감이 넘치는 일신을 데려간 보람이 있었다. 덕분에 폭로의 모양새가 더 살아났다.


“에이. 일신이 너가 잘못 본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야구 방망이로 사람을...”


때렸다.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이 일신의 손에 들려 있었고.


그나마 중립을 지키며 억측을 삼가자고 주장하던 스태프도 하려던 말을 잊어버렸다.


겨우 잠잠해지던 촬영장이 다시 한 번 뒤집어엎어졌다. 그것도 아까보다 심각한 기세로.


“이 새끼 그냥 범죄자 아냐?”

“김태양! 김태양 이 미친 새끼 어디 있어!”


내가 다쳤다는 소식에 십년을 감수한 그들이다. 촬영이 중단되면 어떡하나 많이 놀랐을 터.


그 부정적 감정은 곧장 김태양에 대한 분노로 변모했다.


태평하게 차에 틀어박혀 랜덤 채팅을 즐기고 있던 태양이 바깥으로 끌려 나왔다.


“아! 뭐에요! 나 바쁜... 일이 있어요.”


평소처럼 짜증을 내려다가도, 사람들의 서슬 퍼런 기백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무슨 일 인데요?”

“너 어제 상혁이 때렸다며.”

“... 아니 내가 맞을 때는 가만히 있더니. 내가 때리니까.”

“미친 새끼야! 야구 방망이로 후리는 거랑은 이야기가 다르지! 씨발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엉겁결에 태양이 인정하자, 여기저기서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태양의 소속사 직원이 급하게 그를 보호했으나, 이미 태양은 크게 놀란 상태였다.


설마 이렇게까지 크게 욕을 들어 먹을 줄은 몰랐던 모양.


사람을 때리고도 혼날 거라고 생각을 못하는 게 이상하지만, 녀석은 오냐오냐 키운 부잣집 도련님이다.


애초에 녀석이 조금만 더 생각을 깊게 할 줄 알았더라면 어제와 같은 일은 벌이지 않았겠지.


아무리 녀석의 근처에 머리가 잘 굴러가는 놈들이 있더라도 결국 결정권자는 김태양이다.


초한지에 나오는 항우도 주변에 똑똑한 신하가 많았지만 다 쌩까고 지 좆대로 꼬라박지 않았던가.


이번 사건도 그런 케이스로 보인다.


태양의 성격이라면 말 안 듣는 부하는 떼어 버리고 독자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도 농후했고.


“씨발... 왜 나한테만 그래.”


저. 저 봐라. 저러니까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다.


아마 제 딴에는 내게 겁을 줬으니, 눈을 부라리면서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러나 세상일은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이번 일도 그럴 예정이고.


감독은 곧바로 태양의 소속사를 통해 정식으로 항의했다.


화가 난 와중에도 나름대로 격식을 차려 보냈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그 쪽 배우가 촬영을 망쳤다. 어쩔래?’


모든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촬영에 협조해야만 한다. 하지만 김태양은 오히려 큰 방해를 하고 말았다.


그러니 이에 대한 책임을 물라는 소리다.


물론 돈이 걸린 만큼 상대도 순순히 대가리를 박지는 않았다.


잠시 사정을 알아본다던 소속사는 쌍방과실이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럴 줄 알고 사진을 준비한 거지롱.”


그리고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하필이면 침을 뱉는 태양의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찍히는 바람에, 그 쪽 입장에서는 직원 중 하나가 멋대로 나섰다며 꼬리자르기를 시도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헛소리를 지껄이는 일은 없어졌지만, 이번에는 되려 말을 아끼며 공식 입장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내가 조급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팔짱을 끼고 과연 얼마나 달달한 보상을 들고 올까 기대를 하고 있을 뿐.


일부러 야구 방망이를 맞아 줬다. 슥 피하고 상대를 모두 도륙낼 수 있음에도.


그 대가는 작지 않아야 할 것이다. 돈, 많은 돈, 재테크에 때려박을 돈, 날 부자로 만들어 줄 돈!


그래도 부잣집 아들래미라는데 돈 좀 낭낭하게 챙겨주지 않을까.


합의금만 받으면 아역 배우 생활을 예정보다 줄여도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던 찰나. 태양 측에서 행동에 나섰다.


어느 날 촬영장에 도착하니 웬 푸드 트럭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와... 뷔페다 뷔페. 한식, 중식, 일식, 이게 다 뭐야? 거기에 커피랑 디저트도 있네?”


항상 배고픈 스태프들의 입에 함박미소가 걸린 건 당연했다.


하지만 트럭 앞에 있는 판넬을 보고 입꼬리가 다시 내려갔다.


그 판넬에는 다름 아닌 김태양의 이름이 적혀 있었으니.


“근래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부디 더위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 참나. 이러고 입 싹 닫으려고?”


태양 측 소속사의 의도는 명확하다. 머리는 숙이기 싫다. 하지만 상황은 수습하고 싶다.


그러니 ‘돈을 풀겠다. 너네 이거 좋아하잖아?’ 이거다.


더 없이 노골적인 태도에 몇 스태프들이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누구를 거지로 아는 건가?”

“그러게 말이야. 이런 거 준다고 바로 머리를 숙일 줄 아나봐.”


원래라면 이런 식의 성의로도 일을 무마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그저 그런 제작진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다.


방송국에서 지원도 잘 나오는 지금, 그들은 더 이상 배를 굶주리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자존심을 굽힐만한 상황은 아니다.


잔뜩 성이 난 감독은 온 스태프들을 불러 모아 놓고 엄포를 놓았다.


“저거 건드리는 사람은 쫓겨날 줄 알아라. 그게 누가 되었든!”


고름이 곪았으면 약을 발라야 하는데, 덧날 짓거리만 골라서 하고 있다.


그동안 김태양이 부린 횡포, 촬영을 망친 일, 이번 돈지랄까지.


결국 그동안 쌓여왔던 고름이 터지고 말았다.


스폰서도, 주인공도 모두 대안이 나온 상황에서 제작진이 굽힐 필요는 없었다.


“알겠어!! 그 날로 나랑 끝이야 끝!”


감독의 강경한 발언은 감히 반박을 허락하지 않았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스태프들 중 하나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저기...”

“뭐! 박재명! 너 저게 먹고 싶어? 그럼 당장 나가던지!”

“아뇨. 아뇨. 그게 아니구요. 이미 먹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재명이라 불린 스태프가 손가락을 들어 푸드 트럭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실력 있는 요리사들이 만든 진미들이 가득했고.


다시 말하지만, 감독의 강경한 발언은 감히 반박을 허락하지 않았다.


나만 빼고.


감독의 명령을 어기고 식사를 즐기던 꼬마. 그게 바로 나였다.


감독은 입을 뻐끔거릴 뿐, 뭐라고 하지 못했다. 대가리에 빠따를 맞은 건 그가 아닌 나였기 때문에 나서기 애매한 거겠지.


나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감독님! 되게 맛있어요! 드시고 하시죠!”


차마 테이블에 앉지는 못하고, 옆에 서 있던 한별 누나가 내 등짝을 찰싹 때렸다.


“얘 눈치 좀 챙겨!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나중에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 일어나자! 응?”


그녀의 독촉에도 나는 꿋꿋하게 식사를 계속했다.


밸런스 잡힌 식단이 건강한 육체를 만드는 법이다.


거기에 돈을 쏟아 부었는지 음식들이 호텔 요리 저리가라다. 이런 음식은 먹어두는 편이 좋다.


내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짓자, 중간에 낀 한별 누나만 다급해졌다.


“바보야! 일어나라니까? 얘가 오늘따라 왜 이러는 거야?”


결국 내 어깨를 붙들고 흔들기까지. 머리가 흔들려서 식사를 할 수 없었지만, 나에게는 치트키가 남아 있었다.


“누나. 나 머리 아파요.”

“헉! 미안. 많이 아파? 아니. 그런데 방금까지는 한 마디도 안 해놓고, 이런 상황에만 말하는 거 치사해.”


치사해도 어쩔 수 없다. 원래 어른의 방식은 치사한 법이니까.


아프냐고? 당연히 아프지 않다. 이 붕대는 데코, 그러니까 장식용으로 달아놓은 거다.


아프다기보다는 불편한 거에 가깝다. 엄마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매일 수동으로 붕대를 on/off하고 있었으니.


“그보다 누나 이거 한 입 먹어봐요. 진짜 맛있는데. 자 아~”

“뭔 아~야! 내가 누나인데. 내가 먹여줬으면 먹여줬지!”


한별과 만담을 떨고 있자니, 머쓱한 표정의 감독이 다가와 물었다.


“상혁아. 괜찮겠냐?”

“이 음식들 먹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같이 드시죠. 음식은 죄가 없잖아요.”


내가 음식을 먹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말 그대로 음식은 죄가 없기 때문이다.


발상을 전환시켜보자. 오히려 음식들을 먹어 치우는 거야말로 상대의 지갑을 거덜내는 일이 아닐까?


만약 이 음식들을 안 먹는다고 가정했을 경우 상대는 어떻게 나올까?


저래 뵈어도 대기업 사장 아들이다. 최고급 푸드 트럭을 삼시 세끼로 1년을 보낼 정도의 돈은 가지고 있을 터.


우리가 뜻을 굽힐 때까지 돈으로 회유하려 들 것이다.


그럼 흔들리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자존심과 돈 중 고민하며 괴로워하는 사람이 나올 테고, 몇 사람은 넘어가겠지.


그럼 오히려 이쪽의 꼴이 민망하게 된다.


돈지랄은 자존심으로 맞설 필요가 없다. 똑같이 돈지랄로 대처할 필요도 없다.


그냥 상대가 물 쓰듯 돈을 쓰면 ‘어, 고맙다.’ 하고 잘 얻어먹으면 되는 것이다.


감독도 내 의도를 알아차린 것 같다. 그러나 아직 걸리는 게 있는 모양.


“그럼 김태양을 용서하기로 한 거니?”

“... 아뇨?”

“그 쪽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었잖아.”

“저는 음식을 먹으면 사과를 받아준다고 한 적이 없는데요?”


감독이 벙 찐 표정을 지었다.


때론 초등학생의 시선이 더 명확할 때가 있다.


그는 음식을 먹으면 상대를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도의적인 절차니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도의적인 절차일 뿐,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


그냥 입 싹 닫고 배를 두드리며 트림이나 뱉어도, 상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나와의 대화를 통해 감독도 제 3의 길에 대해 눈을 뜬 것 같다.


감독은 내 옆 자리에 앉더니, 멀뚱하게 서 있는 스태프들에게 소리쳤다.


“내가 했던 말들 취소다. 다들 배가 터지게 먹어라. 먹어서 혼쭐내주자!”


아닌 척 했지만 속으론 군침을 삼키던 스태프들이 달려와 테이블을 한 자리씩 꿰찼다.


그리고는 기다렸다는 것처럼 제 각각 메뉴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혹시 만두 있을까요?”

“저는 회덮밥이요!”


허락도 떨어졌겠다. 간만에 고급진 요리를 먹게 생겼다.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보기가 좋았다. 그래. 복수라고 해서 항상 인상을 찌푸리며, 고통스럽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웃으면서도 상대를 엿을 멕일 수 있는데 말이다.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그 뒤로도 며칠 동안 태양은 온갖 트럭들을 다 보냈고, 나와 스태프들은 오는 족족 완판을 시켰다.


일주일 쯤 지나자, 이쯤이면 되었다고 생각한 건지 태양이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사전에 말을 맞춰 놓은 대로 녀석을 투명인간 취급했고, 태양은 화를 씩씩 내면서 다시 돌아갔다.


감독은 태양의 소속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잘 받아 쳐 먹더니 왜 또 이러냐고. 우리 화해한 거 아니냐고.


거기에 감독은 웃으며 대답했다.


“응~ 우리는 달라고 한 적 없다? 니들 맘대로 줘 놓고 갑자기 무슨 소리니?”


그동안 태양의 소속사는 일을 수습하기 위해 돈을 많이 쳐발랐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또 한 고비 넘겼다며 안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과 시간과 돈이 헛수고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마 기분이 겁나 째지지 않을까.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수화기 너머에서 제대로 인식하기도 힘든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의 탁월한 술수에 당해내지 못하겠다고 극찬을 하는 모양이다.


옆에서 통화 내역을 같이 듣고 있던 나는 수화기를 향해 엄지를 척 세워 주었다.


영상통화가 아니었기에 상대는 내 행동을 알지 못하겠지만, 속이 뻥 뚫리는 것만 같았다.


“끄윽!”


어쩌면 단순히 소화가 된 걸지도 모르고. 요새 잘 먹을 일이 워낙 많았어서.


어쨌든. 한 방 먹은 태양의 소속사는 결국 칼을 빼들었다.


더 이상 대충 넘어가지 않고 그 쪽도 부딪히겠다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바보 같기는. 정면에서 붙으면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걸까?


우리 측은 이미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태양의 포악질로부터 벌어졌던 사건들이 마무리 될 날이 머지않았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호작과 댓글 추천은 언제나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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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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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갑(甲)의 계산법 22.08.06 769 13 23쪽
» 돈지랄을 상대하는 법 22.08.05 773 11 17쪽
88 치기 어린 행동에 대한 대가는 그리 가볍지 않다 22.08.04 787 13 18쪽
87 오히려 좋아 22.08.03 769 10 17쪽
86 스타 이즈 본 +1 22.08.02 783 13 20쪽
85 배우가 되다 22.08.01 791 12 23쪽
84 드라마 속 짱 센 엑스트라가 되다 22.07.31 775 10 16쪽
83 경국지색 +1 22.07.30 825 10 19쪽
82 주연배우가 되기 위해 +2 22.07.29 801 10 18쪽
81 어깨에 힘을 풀고 22.07.28 794 10 25쪽
80 첫 촬영 22.07.27 815 12 23쪽
79 오리지널 vs 가짜 +1 22.07.26 822 13 21쪽
78 어린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22.07.25 815 10 16쪽
77 드라마 너로 정했다 22.07.24 853 10 18쪽
76 박상혁 강화 프로젝트 +1 22.07.23 910 15 25쪽
75 sorry i’m strong 22.07.22 865 10 21쪽
74 집으로 22.07.21 862 10 21쪽
73 야밤의 전투 3 22.07.20 853 10 14쪽
72 야밤의 전투 2 22.07.19 854 10 16쪽
71 야밤의 전투 22.07.18 924 10 17쪽
70 현장학습을 가다 3 22.07.17 903 12 15쪽
69 현장학습을 가다 2 +1 22.07.16 940 13 16쪽
68 현장학습을 가다 22.07.15 979 15 13쪽
67 호가호위호위 22.07.14 968 13 19쪽
66 호가호위 22.07.13 989 15 16쪽
65 첫 친구 22.07.12 1,018 17 25쪽
64 1차 심사 22.07.11 1,083 16 15쪽
63 천하제일 친구대회 22.07.10 1,103 18 13쪽
62 친구를 만드는 법 22.07.09 1,182 19 15쪽
61 향상심 2 +1 22.07.08 1,256 22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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