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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77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7.19 21:42
조회
853
추천
10
글자
16쪽

야밤의 전투 2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72화



멧돼지. 멧돼짓과에 속하는 포유류 동물로, 호랑이가 없는 한국 생태계를 군림하는 녀석이다.


그리고 그 멧돼지와 마주한 지금, 나는 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씹...”


욕도 제대로 안 나왔다. 신체의 모든 기관이 멎고 피가 발밑으로 쏠리는 느낌이다.


영민하던 두뇌마저 한 순간 하얗게 물들었을 정도.


맹수의 울음소리가 공포를 자극한다는 현상을 온 몸으로 체감하는 중이다.


“흐으. 흐으으.”


승윤이가 겁에 질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그 덕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곧바로 3군데의 정점의 DNA를 모두 활성화시켰다.


굳어 있던 신체 사이를 근육들이 강제로 비집고 올라왔다.


조금 아프기는 했지만 덕분에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우선 파들파들 떨고 있는 승윤이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렇지 않았다간 당장이라도 비명 섞인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기에.


“승윤아. 진정해. 괜찮아. 아직은 괜찮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자.”


인도에 따라 승윤이는 호흡을 조절했다. 점점 그녀의 떨림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행히 패닉으로 인한 트롤링은 멈출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주위를 살피며 현 상황을 분석했다.


우선 멧돼지.


‘X발. 여름 감자를 얼마나 처먹은 거야.’


실루엣만 보면 황소로도 볼 수 있을만한 덩치였다.


‘맞붙어 쓰러트리는 건 무리겠네.’


예전에 오함마를 든 성인 세 명을 멧돼지가 이겼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굳이 견적을 낼 필요도 없다. 내 앙증맞은 내 주먹으로는 저 두꺼운 근육을 뚫지 못하리라.


‘아닌가?’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상대가 K-산의 왕이라도 나는 정점에 이른 꼬맹이다.


혹시,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내가 녀석을 쓰러트릴 경우의 수가 있지 않을까?


마치 코믹스에 나오는 히어로처ㄹ...


‘지랄. 그러다 뒤짐.’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점에 이른 두뇌가 태클을 걸었다.


무모한 주인 때문에 생을 마감하기는 싫은 모양이다.


여기까지 사고하는데 정확히 10초가 걸렸다.


사고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지라, 생각의 양에 비해 아주 짧은 시간만이 흘러 있었다.


평범한 두뇌였으면 생각만 하다가 이미 멧돼지한테 치이고 요단강을 건넜을 것이다.


Mr. 멧돼지께서는 현재 열심히 킁킁대며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우리가 녀석을 탐색하는 것처럼, 녀석도 우리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보다도 더 재수가 없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아직 최악까지는 아니다.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숙지해야 할 내용을 전했다.


“절대 뒤돌아보거나, 먼저 움직이면 안 돼.”


멧돼지는 시력이 나쁘다. 때문에 움직이는 걸 쫓는 습성이 있다.


만약 우리가 우산이 있었다면 커다란 동물인 척 멧돼지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었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저 녀석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근처에 몸을 숨기는 거야. 알겠지?”


승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겁도 많고 울음도 많은 그녀지만 기특하게도 잘 따라주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시간이 흐르고, 멧돼지는 슬렁슬렁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녀석은 육중한 몸을 흔들며 아랫방향으로 향했다.


“흐으.”


혹시 숨소리를 듣고 다시 돌아올까봐 빠르게 한숨을 틀어막았다.


다행히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다친 곳도 없다.


멧돼지의 흉폭함을 생각하면 어디 한 군데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터.


천운, 그렇게밖에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


‘아니, 운이 없는 걸까?’


야산에서 고라니와 멧돼지를 동시에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몸 성하게 살아 있기만 하면 된다.


그보다는 그냥 빨리 이 불길한 하루가 끝나길 희망할 뿐이다.


“승윤아. 이제 벗어나자.”


멧돼지가 내려간 쪽을 피해, 위로 돌아갈 생각이다.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오기 전에 지도를 슬쩍 보고 왔으니 괜찮을 거다.


우리는 손을 꼭 붙잡고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


다섯 걸음을 걸었을 즈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고라니는 어디 갔지?’


멧돼지가 나타난 이후로 온 신경을 빼앗긴 탓에 고라니의 행선지를 놓쳤다.


생각해본 결과, 고라니 녀석도 아마 아래로 내려갔지 싶다.


오른쪽으로 갔다면 호진이 무리와 마주쳐 또 한 바탕 시끄러웠을 테고.


왼쪽에는 우리가 있었으며, 위쪽에는 멧돼지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남은 방향은 아래 뿐. 고라니는 아래 방향으로 이동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맞았다.


그리고 멧돼지가 이동한 방향 역시 아래쪽이었다.


“... 아니겠지?”


다시 불길한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닐 거야.”


괜히 부정이라도 탈까봐 애써 생각을 털어냈다.


승윤이 나를 보며 물었다.


“뭐가 아니야?”


뭐긴. 멧돼지와 마주친 고라니가 기적적으로 여기로 어그로를 끌고 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아니라는 소리지.


‘난 그런 생각한 적 없어. 내 생각 아니야.’


빠르게 부정했지만, 코끼리를 상상하지 말라는 말에 코끼리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3초 뒤, 아래쪽에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아아아악!”


고라니 울음소리가 사건의 시작을 알렸다.


잠시 후,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떤 물체가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고라니였다.


“고라니 이 개새끼야!”


고라니가 개의 새끼일 리가 없지만, 이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고라니의 뒤를 이어 흥분한 멧돼지가 빠르게 쫓아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뛰어!”

“흐어어어엉!”


결국 승윤이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울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X바아아알!”


살다 살다 멧돼지에게 쫓기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걷기로 단련된 정점의 다리가 바쁘게 움직였다.


발이 땅에 닿는 시간이 최소한이 되도록 뛰었다. 이렇게만 달리면 허공을 답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연하게도 승윤이는 내 속도에 따라오지 못했다.


때문에 내 팔에 매달려 끌려가다시피 했다.


“흐에에에에에에에엥”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더 길어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꾸워우웡!”


ㅈ이 빠지도록 달렸는데 멧돼지와의 격차는 자꾸만 줄어들었다.


어떻게 고라니라도 제쳐서 다시 어그로를 넘길까 했는데 고라니 역시 우리보다 빨랐다.


“빌어먹을 4족보행 녀석드으을!”


우리도 평상시에 네 발로 다녔으면 이것보다는 빨랐을까?


어느새 고라니는 어그로를 완벽하게 떨쳐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은 건 승윤이와 나뿐이다. 무언가 방법이 필요했다.


“제길. 동물의 왕은 인간이야 이 새끼들아!”


인간이 동물보다 나은 게 뭔가. 바로 지능이다.


정점에 이른 두뇌를 풀가동했다. 두뇌가 빠르게 탈출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무리’


X발. 3초도 안 지났는데 무리라는 대답이 나왔다.


‘장난하지 말고 뭐라도 해봐!’

‘이미 하는 중, 니 눈으로 봐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야가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눈의 핏줄이라도 터졌나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녹색으로 보일수록 안전한 길’

‘다 빨간색인데?’

‘그러니까 무리’


사방이 위험지대였다. 하다못해 낮이거나, 이곳이 평지기만 했어도 이것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아니면 그럴듯한 무기만 있었어도...


생각해보면 인간이 동물의 정점이 된 건 도구 때문이다.


내게 더블 배럭 샷건만 준다면 당장이라도 저 멧돼지를 도륙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 게 없는 지금 그런 생각은 현실도피에 불과하다.


그러니 지금은 아득바득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온통 빨간 세상 속, 그나마 주황빛을 띄는 곳을 찾아 라이트를 비추었다.


전방 2m 앞 커브 구간이었다.


“승윤아 꺾는다!”

“응!”


우리는 타이밍을 맞춰 왼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꾸워억!”


무지성으로 달리던 멧돼지는 다급하게 몸을 틀었지만, 몸이 기우뚱 기울어졌다.


‘쓰러져라. 쓰러져라. 쓰러져라!’


내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일까? 녀석은 몸이 기울어지는 와중에도 발길질을 쉬지 않았고.


이내 관성 드리프트를 선보이며 몸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미친...”


돼지녀석이 평소 코어근육 단력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그래도 우리가 믿을 구석은 커브뿐이다.


갈림길이 나오는 족족 몸을 틀어 멧돼지의 접근을 지연시켰다.


다만, 커브는 멧돼지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에도 부담이었다.


무리한 역동작에 관절이 갈리고,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결국 승윤이가 발을 헛디뎌 돌에 무릎을 부딪히고 말았다.


“어엉. 상혁아. 나 아파.”


아마 지금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아플 터였다.


그렇다고 현재 상황에서 굳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바보는 아니다.


“업는다!”


동의를 구하지 않고 승윤이를 들어 업었다.


“라이트는 맡길 게!”

“흐응!”


갑작스럽게 포메이션을 변경하게 되었지만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승윤이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으며, 시야도 2배로 늘어났다.


오히려 승윤이를 신경 쓰지 않고 달릴 수 있어서 속도는 더 빨라졌다.


진작 이렇게 달릴 걸 그랬다. 아슬아슬하게나마 멧돼지와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꾸웨엥!”


저 멧돼지 새끼가 언제까지 쫓아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일단 어떻게든 방향은 잡았다. 이대로 올라가 학교 일행들과 합류할 생각이다.


현재 상황에서 저 돼지 녀석을 쫓아내려면 그게 최선인 것 같다.


다만 현재 위치를 특정하기가 어려워 난감했다.


기억 속 지도를 토대로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곤 있는데, 이게 맞는 길인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가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엔 체력싸움이다.


발이 조금만 느려져도 멧돼지 밥이 되는 걸 과연 체력싸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상혁아!!! 돼지!!”


등 뒤에서 승윤이가 경고를 날렸다.


잠시 다른 생각 좀 했다고 멧돼지와 거리가 좁혀진 모양이다.


다시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근육이 한계를 호소했다.


고작 8살치고 주행거리가 좀 많긴 했다. 운동장을 이미 10바퀴는 넘게 돈 거 같은데.


“상혁아! 돼지!!!”


그래. 나도 뒈지지 않기 위해 용을 쓰고 있다.


그런데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 해도 벅찼다.


“승윤아. 무슨 방법이 없을까?”


등 뒤에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승윤도 어떻게든 자기 역할을 다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중이었다.


그러던 그녀가 코를 킁킁거리더니 고개를 번쩍 처들었다.


“감자!”

“감자?”

“감자를 먹으면 멧돼지가 우릴 안 먹지 않을까?”


그럴듯한 주장이다. 근거는 없지만 시도는 해볼만 하다.


“승윤아 너 똑똑하다?”

“가방에서 감자 냄새가 났어!”


저녁 때 다빈이가 챙겨준 감자가 가방 안에 들어 있었다.


야참으로 먹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승윤이 가방에서 감자를 꺼내 호일을 벗겼다. 그리고 멧돼지를 향해 던졌다.


“얘 여름감자가 맛있단다!”

“꾸웍?”


녀석은 그대로 지나치려 했지만, 결국 발을 멈춰세우고 말았다.


한낱 미물 주제에 찐 감자 냄새를 지나칠 수 있을 리가 없다.


“꾸웍!!”


그래 맛있겠지. 맛있을 거야. 맨날 생감자만 먹던 놈이 찐 감자는 얼마나 맛있겠냐.


“이게 동물은 못하는 요리라는 거다! 프로메테우스! 파이야!”


멧돼지는 지를 욕하는 줄도 모르고 좋다고 감자를 주워먹었다.


고작 3초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 사이 나는 멧돼지와 거리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그 후로는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었다.


따라잡힐 만하면 감자를 던지고, 따라잡힐 만하면 감자를 던지고.


그런데 점점 감자를 던지는 간격이 짧아졌다.


“승윤아 무슨 문제라도 있어?”

“돼지가 감자를 받아먹고 있어!”


멧돼지가 어느새 감자 던지기에 익숙해졌는지, 감자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주워 먹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리가 점점 좁혀지는 거라고.


“그래도 계속 던져 봐! 지금은 그것밖에 없어!”

“알았어! ... 어? 어떡하지? 상혁아 감자가 없어!”


빌어먹을 돼지새끼. 벌써 그 많던 감자를 다 먹은 모양이다.


사실 멧돼지는 돼지가 맞기 때문에 타격은 없을 테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곧 있으면 붙잡히고 만다.


이러다간 멧돼지에게 머리를 뜯어 먹혀 인생 2회차를 어이없게 끝마치게 되리라.


그런데 그 때 저 멀리 희미하게 불빛이 보였다. 귀를 기울이니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꺼져가던 희망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죽도록 달리다보니 목적지에 근접한 것 같다.


“승윤아 저기까지만 가면 돼!”

“응 상혁아 힘내!”


입에서 단내가 났다. 다리는 쇳덩이마냥 단단하게 굳어서 당장이라도 떨어져나갈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이 승부처였다. 고함을 지르며 남은 힘을 비틀어 짜냈다.


“그아아아아아아악!”


10걸음, 8걸음, 6걸음.


멧돼지의 툭 튀어나온 입이 승윤이의 옷자락과 근접했다.


하지만 우리 역시 목적지가 코앞이었다.


5걸음. 3걸음. 2걸음.


멧돼지는 이제 입을 벌렸다. 한 걸음만 앞으로 나아가 깨물면 오랜 술래잡기도 끝이다.


“히익! 상혁아아아!”


그러나 쫓고 쫓기는 싸움에서 승리한 것은 우리였다.


1걸음.


단 1걸음을 앞두고 나와 승윤이는 빛이 비추는 수풀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곳엔... 고라니가 있었다.


“...뭐?”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X발 멸종 위기 동물이라매 왜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건데?


상황을 보아하니 삼길초의 누군가가 라이트를 떨어트렸고, 고라니가 어슬렁거리다가 그걸 발견하여 깜짝 놀란 것 같다.


나는 등신같이 그걸 사람인 줄 알고 여기로 온 거고.


힘이 빠지며 정신이 아찔해졌다. 마지막 스퍼트를 다 해서 온 곳이 고라니의 품이라니.


‘죽나?’


당장 죽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회귀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죽음이 가까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죽으면?’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죽음 이후는 준비한 적이 없다. 하루하루 어떻게 살지 고민하기도 바빴기에.


“죽고 싶지 않아.”


실로 그러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치트 능력까지 받아놓고 이렇게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 정점도 못 찍어보고, 즐길 것도 못 즐겼는데 죽을 수는 없었다.


“나도 죽고 싶지 않아!!!”


등 뒤에 매달린 그녀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래. 우리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살 궁리를 해야했다.


끊겼던 집중을 얼기설기 이어 붙였다. 풀리려는 다리 힘을 어떻게든 붙들고 늘어졌다.


“아아아아악!”


고라니가 위협이 섞인 포효를 내질렀다.


녀석이 우리의 앞길을 떡하니 막고 있었다. 이대로 갔다간 부딪히고 만다.


... 방법이 떠올랐다. 매우 직관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앞으로 달렸다. 관성을 이용해 계속 앞으로. 고라니를 향해서.


“아아아악!”


그리고 고라니와 부딪히기 직전 몸을 살짝 틀었다.


다리가 후들거려 허공에 몸을 던지는 꼴이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그 놈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건 성공했으니까.


내가 몸을 내던짐과 동시에 멧돼지도 수풀 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녀석의 눈앞에는 라이트 불빛에 놀라 움직임이 굳은 고라니가 무방비하게 놓여 있었다.


멧돼지는 벌린 입을 굳이 닫을 필요가 없었다.


“아아아아아악!”


멧돼지의 날카로운 이빨이 고라니를 강타했다.


장애물이 나타나는 건 익숙한 일이다.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걸 시기하는 존재가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면 이를 역이용할 뿐.


억울하게 떠맡은 어그로는 다시 고라니에게로 돌아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라니의 비명이 구슬프게 산 속을 울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한 말씀을 드려 면목이 없습니다.


비축분이 떨어지고, 회사 일이 바빠지는 시점이라 연재일 수를 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 7일 연재에서 주 5일 연재로 바꿔, 어떻게든 분량과 스토리를 무너트리지 않고 글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를 즐겨주시는 분들께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머지않아 공지로 자세한 일정을 전달 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추천과 구독, 선호작은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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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밤의 전투 2 22.07.19 854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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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현장학습을 가다 22.07.15 979 15 13쪽
67 호가호위호위 22.07.14 967 13 19쪽
66 호가호위 22.07.13 989 1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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