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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79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04 21:03
조회
786
추천
13
글자
18쪽

치기 어린 행동에 대한 대가는 그리 가볍지 않다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88화



“넌 이제 뒤졌다는 소리지.”


내 K.O 선언에 태양의 눈이 점이 되었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 뭐냐? 오늘 뭐 잘못 먹기라도 했어?”


멱살이 잡혔지만 녀석에겐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인다.


하기야. 길 가던 다람쥐가 갑자기 도토리가 아닌 사람 두개골을 파먹겠다고 선언한다고 해서 누가 겁을 먹겠는가.


우리 다람쥐가 상한 도토리를 먹어서 정신이 헤롱헤롱하구나 하겠지.


녀석이 아무리 머리를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놈이라고 해도, 내추럴 본 재벌 2세다.


나 같은 놈이 자신에게 위협을 끼치지 못하리라는 확신이 있는 게다.


그런 착각은 환영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 녀석이 얼마나 놀랄지 기대가 된다.


“... 뭐야 이 새끼 진짜 왜 이래? 이거 놔!”


내가 멱살을 잡고 말없이 웃고만 있자 태양이 재수 없다는 듯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내 팔을 뿌리치려 했다.


“응?”


태양은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다시 한 번 팔을 뿌리쳤으나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어어? 이거 왜 이래?”


그제야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은 모양이다.


이제는 아예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내 단단한 근육질 팔에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야! 이거 안 놔?”

“얘 이고 안 놔항? 아이고 무서워. 놔 줘야겠네?”


노골적인 이죽거림에 태양의 얼굴이 이름값이라도 하듯 빨개졌다.


“넌 죽었어!”


바보 같기는. ‘난 죽었다’고 선언해도 모자랄 판국인데.


일단 멱살을 놓고, 녀석의 주먹을 날아오는 족족 붙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태양은 만세를 하고 있는 꼴이 되었고, 상대적으로 무방비하게 노출된 녀석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흡!”


팔이 세 개가 아닌 이상에야 불가능한 일이지만,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니다.


붙잡고 있던 한 쪽 팔을 놓고, 상대가 반응을 하기 전에 먼저 타격을 가하면 된다. 참 쉽죠?


명치를 겁나 세게 맞은 태양이 침과 눈물을 흘렸다.


이제 좀 대화를 할 준비가 끝난 것 같다.


참 신기한 게. 대화를 하다가 주먹을 날리는 것보다, 주먹을 날리고 대화를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저 선후관계만 바꿨을 뿐인데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피할 수 있다.


“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응!”

“미친 새끼. 감히 선배를 때려?”


그래. 너라면 그 말을 꺼낼 줄 알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이 새기야.


“그럼 선배랍시고 부당하게 후배를 갈구는 건 말이 되고?”


이런 걸 거울치료라고 부르던가. 추악한 자신의 모습을 본 탓인지, 태양이 악을 바락바락 질렀다.


“선배는 그래도 돼!”

“얼레? 그런 것 치고는 누구는 감독님한테 막 성질도 버럭버럭 지르던데. 선배면 감독이고 뭐고 없는 건가?”

“우리 아빠가 여기에 쓴 돈이 얼마인데! 그 정도도 못해?”


남한테는 엄격하게, 자신한테는 너그럽게. 전형적인 애새끼 마인드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이렇게 훌륭한 멘토를 만나서 다행이지.


적당히 때리고, 굴리다 보면 철이 들지 않을까 싶다.


녀석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서. 너희 아빠가 지금 여기 있냐?”

“뭐?”

“지금 여기엔 너랑 나 말고는 아무도 없잖아. 부른다고 오실 거 같아?”


자 가르침 하나. 아무리 멋진 더블배럭 샷건을 가지고 있어도, 현재 내 손에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늘 만반의 준비를 갖추거나, 아니면 상황을 봐 가면서 까불라는 소리다.


아무리 부잣집 아들래미라도 도와줄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는 나한테 쳐맞는 법이다.


“자. 일단 맞고 시작하자.”


그동안 참느라 고생이 많았다. 저 녀석이 깝죽거리는 꼴을 보고 있자면 어찌나 꿀밤이 마렵던지.


나는 마음 놓고 주먹을 휘둘렀다.


“악! 왜 때려!”

“왜? 왜라고 그랬어? 읊어 줘?”


나는 잠시 주먹질을 멈추고 녀석이 띠껍게 굴었던 일들을 하나 하나 들려주었다.


“7월 19일. 대기실에서 시끄럽다고 꼽줘, 20일 꼴도 보기 싫다고 침 뱉어. 21일 감독 앞에서 비아냥 거려. 22일...”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까지 쭈욱, 하나도 빠짐없이 지적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지, 태양은 입만 벙긋거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 그럼 맞아야겠지?”

“...”


나는 그 침묵이 동의의 표현이라 믿고 복날에 닭 패듯이 주먹과 발을 아끼지 않았다.


“너... 이 씨. 두고 봐. 내가 가만 안 둬. 너가 이딴 개자식인 거 내가 다 폭로해 버릴 거라고!”


한참을 쳐맞던 김태양이 기회를 틈타 주먹세례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촬영장을 향해 도망갔다.


태양아... 우리 멍청한 태양아. 네가 놓치고 있는 게 두 가지 있단다.


내가 핸드폰으로 리듬게임을 하며 백 텀블링을 하고 있더라도 고작 김태양 따위를 놓칠 리가 없다는 게 하나고.


두 번째는...


“내가 제대로 때렸으면 지금 말이나 하고 있겠니?”


나보다 나이도 5살이나 많다는 녀석이 어쩜 저렇게 생각이 짧은 건지.


어차피 개쪽을 당하는 건 내가 아닌 태양이기에 별 상관은 없다.


일부러 놓아줬으니, 나한테 맞은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스태프에게로 뽈뽈뽈 달려갔을 터다.


하지만 녀석의 의도대로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쓰레기로 몰릴만한 상황이었으면 놔주지도 않았겠지.


이번 일은 오히려 녀석에게 더 큰 굴욕을 안겨 주리라.


나는 두 손을 뒤통수에다가 얹은 뒤, 여유롭게 태양을 따라갔다.


소란이 일어난 곳으로 향하니, 아니나 다를까 김태양이 스태프들을 모아놓고 지랄을 떨고 있었다.


“아 진짜라니까요! 박상혁 저 새끼가 나 때렸다고오!!”


녀석은 얼마나 억울하고 서러웠는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하지만 떠들고 있는 사람은 김태양 혼자뿐이다.


그 호소를 듣고 있는 사람들 중 선뜻 나서 내 욕에 동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야! 왜 아무도 말이 없어! 내가 맞았다니까요? 내 말을 못 믿는 거에요?”


상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지 꼴리는 대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기만하던 양치기는 정작 위험한 순간에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


태양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빽만 믿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찍찍 뱉어 댔으니, 이미 사람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찍은지 오래.


거기에 평소 내 행실이 좋았던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스태프들한테 항상 깍듯하지, 잘 나가도 겸손하지, 간식 챙겨주지, 잡다한 일들도 도와주지.


만약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평소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가정해보자.


양들을 대신 지켜주고, 심심하면 사냥해서 고기도 가져다주고, 마을 주민들한테 애교를 떨고.


그랬다면 늑대가 나타났다고 양치기가 지랄을 했을 때 몰매를 맞는 것은 늑대가 아니라 양치기가 되었을 것이다.


“다들 박상혁 편 하겠다 이거지? 가만 안 둬 진짜.”


녀석이 분을 삭히지 못하고 씨익씨익 입김을 내뱉었다.


그니까 적당히 했어야지. 상대가 조금만 더 영악하게 굴었다면 나도 뭘 어떻게 할 만한 건덕지가 없었을 것이다.


기회를 잡았다고 신난다고 설치니까 저리 되는 거다.


소란이 길었던 만큼, 모인 사람들 사이로 감독이 얼굴을 내밀었다.


“뭐야? 뭔 일 있냐?”


그러자 태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 드라마의 책임자인 감독은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리라.


저번에도 훌륭히 성과를 거둔 적 있고.


그러나 이번에는 그와 같지 않았다. 감독은 코를 후비적거리며 반문했다.


“맞았다고? 상혁이가 누구를 때릴 사람으로는 안 보이는데.”


때렸다. 그것도 겁나 때렸다. 그럼에도 다들 나를 좋게 봐주니 기분이 좋을 따름이다.


반면 존X 쳐맞은 김태양의 기분은 나쁠 수밖에 없다.


“정말이라니까요? 주먹! 발차기! 다 했다니까요.”

“에이. 밀친 거 가지고 때렸다고 그러는 건 아니지?”


감독의 반응은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이전에는 눈치를 보며 분을 삭혔다면, 지금은 당당하기 그지없다.


솔직히 내가 한, 두 대 쳤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기세다.


심경의 변화가 있음이 뚜렷했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김태양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옷을 까뒤집기 시작했다.


“어머!”

“왜 저러지?”


13살이면 적지 않은 나이다. 하지만 꼴에 배우라 그런지 남들의 시선은 거리끼지 않았다.


그는 팬티만 남기고 훌렁훌렁 옷을 벗고는 자신의 옆구리를 가리켰다. 아까 구타를 당할 때 유독 많이 맞은 부분이다.


때문에 그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져 있다.


“자! 여기 멍이 들었을 거에요. 이래도! 이래도 안 믿는 거에요?”


그리 쳐 맞았는데 흔적이 안 남을 리가 없다면서, 멍 자국이면 이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만한 확실한 증거가 되어줄 거라면서.


반면 나의 입가에는 호선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태양에게 귓속말을 건넬 수 있었다면 이렇게 이야기 했으리라.


‘주먹을 쓴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요 녀석아. 그런데 흔적 같은 걸 남길까봐?’


도장을 나가지는 않아도 홍 사범을 통해 꾸준히 배움을 이어간 결과, 이제는 사람을 때릴 때 굳이 안 보이는 곳을 골라 때릴 필요가 없어졌다.


아프기는 졸라 아픈데 흔적은 남지 않는 주먹을 갖출 수 있었으니까.


덕분에 김태양의 꼴이 우습게 되었다. 스스로 전 스태프 앞에서 스트립 쇼를 한 것과 다름이 없는 셈이다.


“태양아. 니 눈으로 보렴. 멍 자국이 어디 있다는 거니?”

“어? 어어? 이게 왜 없지? 그럴 리가 없는데.”


분명 맞은 기억이 생생한데 흔적이 남지 않았다. 태양은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것 마냥 얼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그럼 여기! 여기도 졸라 맞았다구요!”


그래서인지 팬티 뒷부분을 까서 엉덩이를 보여주는 것도 서슴이 없었다. 엉덩이는 두 번째로 많이 맞은 부위였다.


하지만 그곳에도 아무런 흔적이 남지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어색한 분위기가 그들을 감쌌다.


“크흠. 태양아. 일단 옷을 입는 게 어떻겠니?”

“맞아. 태양아.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보자.”


그제야 태양은 자신의 추태를 알아차린 것 같다.


얼굴을 넘어 등까지 빨개진 태양은 빠르게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빈약한 몸을 가린다고 해서 사람들의 기억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인원수가 인원수이니만큼 자연스럽게 태양의 몸매에 대한 화두가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조금 보기 흉하지?”

“작네. 작아.”


근육? 아니면 인품? 뭐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태양은 이미 작은 남자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내가 뭘 하기도 전에 스스로 이미지를 망쳐버린 태양이다.


슬슬 나갈 때가 된 것 같아 슬그머니 그들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어색했던 공기가 한층 더 어색해졌다.


침음을 흘리는 스태프들에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동자로 질문했다.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한, 두 명쯤은 태양의 주장에 대해 사실 대조를 해볼 법 하건만. 스태프들은 그저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오늘도 태양이가 기분이 안 좋은가 봐.”


상대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그저 내가 쓸 데 없이 마음을 쓸까봐 배려해주고 있다.


새삼 녀석과 나의 대우 차이가 실감이 되었다.


“그렇구나. 얼마나 기분이 나쁘셨길래. 힘내세요 형.”


그 말이 방점이었다. 안 그래도 분노와 수치로 범벅이 된 태양의 얼굴이 빵! 하고 터진 것만 같았다.


개같이 때릴 때는 언제고, 이제와 모른 척 시침을 뚝 떼는 모습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는 것처럼.


“넌 죽었어! 죽인다! 죽일 거야!”


태양이 입던 옷을 내던지고 팬티 차림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어차피 스태프들이 막아줄 게 뻔했기에. 예상대로 태양의 주먹은 내 코앞에서 멈췄다.


“이거 놔! 왜 나를 막는 거야! 나쁜 건 내가 아닌 저 녀석이라고!”


그 모습이 나와 녀석의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조금 상쾌해졌다.


태양은 누가 봐도 정신이 나간 것 같았기에 차에 태워 집으로 돌려보냈다.


촬영은 있는 사람들로만 어떻게든 찍을 테니 머리 좀 식히라면서.


그 뒤, 나는 모든 스태프의 격려를 받으며 촬영에 들어갔고.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이 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조금만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일이 벌써 끝날 리가 없다는 걸 알 것이다.


평생 지 좆대로 살아온 망나니가 수치를 당하고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니. 차라리 참새가 방앗간을 끊는다는 말을 믿지.


나는 귀를 기울여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담았다.


“죽인다. 죽여버릴 테다.”


으으 오싹하기도 하지. 오늘은 집에 누구랑 같이 가야겠다.


설마 그 녀석이 아무리 생각이 짧다고 하더라도 오늘 바로 행동에 옮기겠어?


촬영장에서 이미 깽판을 친 상황이라 누가 봐도 지가 의심을 받을 텐데?


그것도 수호의 DNA를 소유하고 있는 나를 상대로? 아무 타격도 안 들어갈 텐데.


만약 그게 실제로 일어난다면, 녀석은 내 상상을 뛰어 넘는 바보 등신일 것이다.


* * *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촬영장을 나섬과 동시에 정점에 이른 두뇌가 보고를 해왔다.


‘좌측 후방, 검정 벤이 거리를 두고 따라 오고 있음.’


참 성능 한 번 확실하다. 나는 기꺼운 마음으로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향했고.


걷다 보니 길을 막고 서 있는 벤이 등장했다.


‘뭐, 차니까 당연히 나보다 빠르겠지.’


그렇게 한가한 감상을 하고 있자니 차에서 검정 정장을 입은 사람이 내려, 나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 왔다. 그의 손에는 쇠로 된 야구 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당연하게도 나를 스카우트 하러 온 야구 관계자는 아니었고.


공 대신 내 머리를 향해 풀 스윙을 날렸다.


‘아. 스윙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캉!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다. 잠실야구장에서의 추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너! 내가 죽인다고 했지!”


차 안에 있던 태양이 고개를 내밀고 침을 퉤 내뱉었다.


그는 벤의 문을 거세게 닫았고, 빠른 속도로 차가 멀어져 갔다.


멀어져가는 차 엔진 소리 사이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섞였다.


“상혁아! 괜찮니?”


나와 가장 친한 스태프인 김일신이다. 그는 다급하게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물론이죠. 멀쩡해요.”


당연히 충격은 없다. 그저 상대가 의심하지 않도록 타이밍에 맞게 몸을 내던졌을 뿐.


내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자, 그의 얼굴에 경악이 물들었다.


어째 검정 벤 안에서 태양의 모습을 봤을 때보다 더 놀라는 것 같다.


하긴 8살이 머리에 빠따를 맞고도 멀쩡하면 놀랄 것 같기는 하다.


적당한 변명거리가 필요할 것 같다.


“어... 아는 사람 중에 킥복싱 도장 사범님이 있거든요. 호신술을 배웠어요.”

“호신술은 맞기 전에 쓰는 건데...”


그랬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김일신이 우연히 이 자리에 있는 걸까?


아니다.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내가 부른 것이다.


집에 같이 가되, 거리를 두고 천천히 따라 오라는 이상한 부탁을 들어줄 정도로 친한 사람이 딱히 없었거든.


“그래서 찍었어요?”

“일단 병원에 가야 하는 게...”

“찍었는지만 확인하고 가면 안 될까요?”

“... 찍었어.”


그에게는 범죄 현장 촬영을 부탁했다.


아무리 막내 스태프라고 하더라도 촬영부의 일원이다. 카메라를 다루는 게 능숙할 수밖에 없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받아 들었다.


야구 배트를 들고 있는 검정 정장의 남자와, 침을 뱉고 있는 태양의 모습이 확실하게 찍혔다.


한 드라마의 배우가 다른 배우를, 사적인 감정을 담아 폭행했다는 희대의 개막장 사건을 또렷하게 데이터로 남길 수가 있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건 단순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는 드라마의 주연이 저지른 악행이다.


당연히 파장은 클 수밖에 없으며, 녀석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거기에 내가 마음먹는 것에 따라 형사 처벌도 충분히 가능하다.


드라마 주연이 아니라 방송국 사장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대가리를 박아야 하는 상황.


이는 이전에 작가와 논의한 ‘선수교체’와 더불어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강력한 패가 되어 주리라.


‘멍청한 녀석. 제 안전장치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네.’


실력도 인망도 없는 녀석에게 남은 건 ‘드라마 스폰서 아들’이라는 직함뿐이었다.


그리고 그 직함도 머지않아 날아가게 생겼다. 스스로에 의해서.


원래도 승리는 예정되어 있었지만, 녀석 덕에 훨씬 수월하게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입은 피해는? 0. 대가리에 빠따를 맞았음에도 DNA 덕에 피해는 없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 가성비 좋은 교환인 것 같다.


“저. 상혁아? 병원을 가는 게...”

“좋아요. 가요 병원. 기왕 가는 거 제가 잘 아는 병원으로 가죠?”


설령 데미지가 없더라도 전치 36주 정도는 뽑아둬야 한다.


그래야 상대를 털어먹기 좋으니까. 때마침 우리 빵집 단골 중에 의사를 하고 계신 분이 있었다.


다시 한 번 태양에게 애도를 표했다. 내게는 녀석의 고생길이 훤히 보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 선호작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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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0 갑(甲)의 계산법 22.08.06 769 13 23쪽
89 돈지랄을 상대하는 법 22.08.05 772 11 17쪽
» 치기 어린 행동에 대한 대가는 그리 가볍지 않다 22.08.04 787 13 18쪽
87 오히려 좋아 22.08.03 769 10 17쪽
86 스타 이즈 본 +1 22.08.02 783 13 20쪽
85 배우가 되다 22.08.01 791 12 23쪽
84 드라마 속 짱 센 엑스트라가 되다 22.07.31 775 10 16쪽
83 경국지색 +1 22.07.30 825 10 19쪽
82 주연배우가 되기 위해 +2 22.07.29 801 10 18쪽
81 어깨에 힘을 풀고 22.07.28 794 10 25쪽
80 첫 촬영 22.07.27 815 12 23쪽
79 오리지널 vs 가짜 +1 22.07.26 822 13 21쪽
78 어린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22.07.25 815 10 16쪽
77 드라마 너로 정했다 22.07.24 853 10 18쪽
76 박상혁 강화 프로젝트 +1 22.07.23 909 15 25쪽
75 sorry i’m strong 22.07.22 865 10 21쪽
74 집으로 22.07.21 862 10 21쪽
73 야밤의 전투 3 22.07.20 853 10 14쪽
72 야밤의 전투 2 22.07.19 854 10 16쪽
71 야밤의 전투 22.07.18 923 10 17쪽
70 현장학습을 가다 3 22.07.17 903 12 15쪽
69 현장학습을 가다 2 +1 22.07.16 940 13 16쪽
68 현장학습을 가다 22.07.15 979 15 13쪽
67 호가호위호위 22.07.14 967 13 19쪽
66 호가호위 22.07.13 989 15 16쪽
65 첫 친구 22.07.12 1,018 17 25쪽
64 1차 심사 22.07.11 1,083 16 15쪽
63 천하제일 친구대회 22.07.10 1,103 18 13쪽
62 친구를 만드는 법 22.07.09 1,182 19 15쪽
61 향상심 2 +1 22.07.08 1,256 22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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