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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583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7.14 20:56
조회
967
추천
13
글자
19쪽

호가호위호위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67화



“뭐어 X발? 지금 X발이라 그런 거야?”


일진들은 어이가 털린 모습이다.


하기야 며칠 전까지 별 것 아니던 볼 통통 너구리가 이빨을 드러내며 그르렁 거리고 있으니.


콜라인 줄 알고 원샷을 때렸는데 간장을 마신 격이라 할 수 있다.


“그래! 이 못된 녀석!”


승윤은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호통을 쳤다.


작은 야생동물의 도발에 일진 일짱 이호진은 결국 이성의 끊을 놓고 말았다.


“너 죽었어!”


당장이라도 승윤의 볼따구를 꼬집으려 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일행 중 하나가 다급히 그를 만류했기 때문이다.


“대장. 미쳤어? 쟤 박상혁 친구잖아!”


아무리 일진무리가 삼길초의 무법자들이라고는 하지만 정도는 지켜야 했다.


지들 맘에 안 든다고 교장에게 삥을 뜯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박상혁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는 유명인사고, 잘나가는 빵집의 아들이며, 선생님들도 끼고 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전 일짱 김광언도 한 손으로 쓰러트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박상혁은 암묵적으로 건드리지 않기로 합의가 된 상태였다.


그러나 New 일짱 호진도 할 말은 있었다.


“지가 박상혁 친구면 친구지! 박상혁은 아니잖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잘난 놈의 친구라는 게 워낙 긴가민가하고 애매한 위치였다.


조심은 해야 하는데, 자존심은 상하고.


마치 친구네 집 밥상의 마지막 고기반찬과 같다.


건드리고 싶지만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는 존재다.


결국 호진이 선택해야만 했다. 후환이 두려워도 젓가락을 드느냐, 꼴사납게 꼬리를 마느냐.


그는 주먹을 들었다. 이제 막 일진 짱이 된 만큼 얕보일 수는 없었다.


애초에 참을 걸 다 참고 다녔으면 일진이 아니었을 테고.


“에잇! 박상혁 친구가 아니라 박상혁이라도 마찬가지야! 내 손에 걸리면 죽는다고!”


호진이 기합을 지르며 나아갔다.


승윤 역시 다급하게 주먹을 쥐었지만 태어나서 사람을 때려본 적 없는 솜방망이 주먹은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그대로 부딪혔다간 승윤의 코가 납작해지다 못해 깨질 것이다.


그런데 그 때, 호진의 동작이 부자연스럽게 멎었다.


“흐아아앗... 어?”


그러거나 말거나 승윤은 눈을 질끈 감고 팔을 크게 휘둘렀고.


너굴펀치가 상대의 안면에 적중했다.


“윽!”

“에잇! 에잇!”


사냥감을 노리는 야생동물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너굴펀치 연타를 계속해서 꽂아 넣었다.


첫 싸움에 일진 짱을 압도하다니.


어쩌면 자신에게 격투의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쯤, 승윤 역시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호진은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뒤에 고정되어 있었으며, 겁에 질린 것만 같았다.


승윤의 신경도 자연스레 뒤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곳엔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인물이 있었다.


“상혁아!”


* * *


승윤이가 싸움에 휘말렸다는 소식에 다급하게 왔더니,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었다.


설마 그 승윤이가 맞서 싸울 생각을 할 줄이야. 장족의 발전이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상혁아! 내가 X발 했어! 내가 막 때리고 있어!”

“잘했어.”


세상에. 미래에 얼음공주라고 불리는 애가 X발이라니.


그녀를 사모했던 사람들이 봤다간 뒷목을 잡고 쓰러질만한 사실이다.


아니. 매도 속성에 눈을 뜨게 되었으려나?


“나도 할 수 있어!”


어쨌든 저렇게 기뻐하니까 내버려두는 게 좋을 것 같다.


“흐음... 아니면 조금 더 밀어볼까?”


너구리 밑에 깔려 있는 일진 짱이라, 그림이 재미있었다.


이 기회에 한 번 밟아버리는 것도 좋을 듯하다.


“승윤아! 계속 때려!”

“응?”

“아주 그냥 혼쭐을 내버려!”

“응!”


허락을 받은 너구리는 더 힘차게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확신이 담긴 주먹은 더 이상 솜방망이가 아니었다.


“악! 아악! 너 진짜 죽는다?”


호진이 반격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움직이면 죽는다’


사람은 입으로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도 뜻을 담아 보낼 수 있다.


때문에 호진은 뭘 하려고 하다가도 계속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호랑이를 만나기라도 한 것 마냥 몸이 굳은 것이다.


다른 일진 무리들이 나서려고 했으나, 그 역시 무산되었다.


위협이 부족하다 싶으면 더 큰 위협을 사용하면 된다.


이번에는 팔과 다리로.


온 몸의 근육을 활성화시켜 머슬 포즈를 취해보았다.


남들 허리만한 성난 근육이 존재감을 과시했다.


“히이익! 괴물!”

“징그러!”


못된 자식들의 의욕마저 잠재우는 성스러운 근육이다.


우리는 상대에게 공격권을 빼앗고, 수비만을 강요하며 싸움을 이어갔다.


이름하야 호가호위 싸움법.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승윤아 더! 더 때려!”

“응! 열심히 때릴게! 헤헤헤!”


결국 일진 무리는 싸움 뭐 같이 한다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두고 보자! 후회할 거야!”


X밥들이 설치기는. 아마 이번 싸움은 녀석들의 위신을 크게 꺾어놓을 것이다.


고작 승윤이한테 지들 1짱이 당했으니 말이다.


목격자는 없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없으면 만들면 되는 거니까.


초등학교에서는 누가 어디 화장실에서 똥을 쌌는지 같은 정보도 하루면 전교에 퍼진다.


이런 재밌어 보이는 가십거리가 퍼지지 않을 리가 없다.


“상혁아! 나 이겼어!”


승리를 거머쥔 승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려왔다.


사냥을 마치고 꼬리를 흔드는 야생동물을 보는 것 같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래서 녀석들을 혼내주니까 기분이 어때?”

“속이 시원해! 그런데 뭔가 기분이 안 좋아.”


정상적인 반응이다. 아직은 사람을 때리는 데 거부감이 들 나이었으니까.


연장자로써 그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기로 했다.


“혹시 나를 때려도 속이 시원할 것 같아?”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전혀 아니야!”

“그래. 나쁜 놈들은 혼내주고, 좋은 사람이랑은 웃으면 되는 거야. 만약 혼자서 안 되겠다 싶으면 언제든지 나를 부르고.”


승윤이는 내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운도 좋은 녀석. 벌써 인생의 스승님을 만났으니, 앞으로도 장성할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그녀가 눈을 똘망똘망 빛내며 물었다.


두 번이나 타이밍 좋게 등장한 만큼 특별한 대답을 기대하는 것 같다.


“아! 나 알 거 같아! 친구의 위험을 감지하는 마법 맞지?”


역시 마법소녀를 좋아할만한 나이답다.


사실 다빈이랑 그 휘하 애들이 전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거지만 말이다.


삼길초를 평정한 이후로 다빈이랑 도진이한테 시킬 일이 부쩍 줄어들었다.


나야 뭐 별 생각 없었는데, 걔네들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가는 일이었던 것 같다.


수족으로 활약하며 얻어낸 관계이다. 이러다가 관계가 끊길지도 모른다며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내가 우연히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을 꺼낸 적이 있는데.


그 이후 녀석들을 찾으니 어느새 정보 집단으로 변모해 있었다.


학교 안의 사건과 소문들을 모아서 시시콜콜 보고하는데, 가끔 이렇게 도움이 되었다.


한 건 올린 다빈이한테는 적절한 포상이 부여될 예정이다.


“마법 맞지? 그렇지?”


하지만 눈을 반짝이는 승윤이한테 마법이아니라 권력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웃으며 대충 둘러대기로 했다. 사실 강한 권력은 마법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치. 학교 안에 내 눈이랑 귀가 많아.”

“헉! 정말? 눈이 여러 개야?”


승윤이가 깜짝 놀라 내 얼굴을 더듬었다.


역시 아이들이랑 대화하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자니, 저 멀리 다빈이가 허겁지겁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상혁아! 내가 소식을 하나 들었는데!!!”


아무래도 할 일이 아직 남은 것 같다.


* * *


“그러니까 1학년 일진 애들이 이렇게는 못살겠다고 한탄을 했다 이거지?”

“응. 상혁이 너랑 아무 관계없는 애들까지 못 건드리게 하는 건 너무하다면서.”


그럼 일진을 그만두면 될 텐데. 젊은 녀석 치고는 발상의 전환이 부족하다.


“그래서 누구는 빽이 없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렇지. 자기 아는 형 불러서 하굣길에 혼내줄 거라는데. 우선 저 승윤이부터.”


한 번 승리를 경험한 승윤이가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좋지 못한 생각이다.


그 형이라는 애가 얼마나 약한지는 모르지만 너구리가 이길 상대는 아닐 것 같다.


“승윤아. 너는 오늘 차타고 집에 가자.”

“상혁이 너 차도 있어?”

“교장 차 있잖아.”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8살에 운전을 할 생각은 안 한다.


그러니 가용 가능한 차를 마음껏 이용하도록 하자.


“혹시 모르니까 우리 가게에 가 있어. 엄마한테는 말 해둘게.”

“상혁이네 빵집? 응! 갈래!”


승윤이는 먼저 가라는 말에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행선지를 듣고 도로 들어갔다.


우리 빵집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상혁이 너는 그럼 뭐 할라고?”

“덤비겠다는데 상대해줘야지.”


치사하게 애들 다툼에 끼어드는 빽이 어디있냐. 빽은 빽끼리 싸워야지.


호가호위 대전이라 봐도 무방하다.


과연 누구네 호랑이가 더 센지는 다퉈보면 알겠지.


“흐흐흐. 누가 나올지 기대가 되는구만.”


부디 내 힘을 감당할만한 녀석이길 바랄 뿐이다.


* * *


사전에 논의했던 대로 승윤이를 차로 보내고, 혼자 하굣길에 올랐다.


아직 일진 녀석들은 도착하지 않은 것 같다.


‘하여간 어설프기는’


녀석들이 올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과연 어떤 녀석을 데려올까? 짐작이 가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보통 학원물 같은 걸 보면 주인공이 또래 애들을 제압하지 않나.


더 이상 주인공에게 위협이 없겠지 싶을 즈음, 새로운 장애물로 나오는 게 바로 ‘선배’다.


새로운 재능러들을 등장시키며 긴장을 더하는 건 국룰이다. 주인공은 한 학년씩 꺾으며 결국 학교 통합 짱에 도달하는 거고.


참고로 학교 통합 짱을 먹으면 보통 주변 학교 짱과의 싸움이 벌어지곤 한다.


‘그러고 보면 나도 고학년들은 만나보지 못했지.’


만일 정석적으로 흘러간다면 삼길초의 고학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이. 네가 박상혁이냐?”


그래. 저렇게 틀에 박힌 대사를 하며 말이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도착을 한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들어 상대 빽이라는 녀석을 확인했다.


“...응? 저게 초등학생?”


뭔가가 이상했다. 상대는 햇빛만 쬐도 쭉쭉 자라는 담쟁이 덩쿨마냥 팔다리가 길쭉길쭉했다.


그러자 뒤에 숨어 있던 일진 녀석이 해설을 나섰다.


“누가 초등학생이냐! 이 분은 고등학교 2학년 나길환 형님이시다!”

“아~ 역시 그렇지? 저 몸으로 초등학생은 좀...”


하마터면 트라우마 같은 게 생길 뻔 했다.


그보다 고등학생이라. 생각지도 못한 녀석이 빽으로 왔다.


삼길초 일진 선배나, 중학생들은 어쩌고 바로 고등학생이 온 걸까?


이 자리에 선생님이 계셨다면 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을 것이다.


길환이 몸을 풀며 위협적인 눈빛을 보냈다.


“오늘은 여자 꼬맹이라고 들었는데? 뭐 상관없지. 결국 둘 다 쳐맞는 건 변함이 없을 테니까. 배를 발로 차고, 싸대기를 날린 후, 머리를 땅에 처박아주마.”


녀석이 으름장을 놓았다. 솔직히 조금 공포스러웠다.


회귀를 한 뒤로는 느낄 일이 별로 없었던 감정을 오랜만에 마주했다.


“왜. 쫄았냐?”


그럼. 당연히 쫄 수밖에 없지. 나는 길환에게 내 감정의 시발점을 들려주었다.


“와... 너 X발 고등학생씩이나 돼서 초등학생 때리고 다니냐?”


초딩 때는 형이나 오빠만한 존재가 또 없다.


같은 학년의 무서운 양아치도, 형이 나선다면 이겨낼 수 있으니까.


그래도 저건 좀 아니다.


“설마 그 나이 먹고 초딩 무리에 껴서 대장 노릇하고 있는 거야? 친구 없어?”


초딩 싸움에 개입할 수 있는 건 넉넉잡아 중학교 2학년 때 까지다.


국제 규정에 그렇게 나와 있다.(모름)


고등학생 정도면 진로를 준비하든, 진학을 준비하든 바쁘게 보낼 시기이다.


아니면 친구들과 같이 pc방을 가던가.


적어도 저렇게 10살 아래의 애들 사이에서 대장 노릇은 하지 않는다.


“병신. 진짜.”


결국 참지 못하고 추가적인 욕설을 내뱉었다.


보자마자 소름이 쫙 돋을 만큼 공포스러운 광경이었다.


“뭐? 병신?”

“그래. 병신아! 초딩 싸움에 고딩을 부르는 새끼나, 부른다고 오는 새끼나. 에라이다. 에휴.”


길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지금까지 수많은 초등학생들을 때리면서 그런 지적을 들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남들의 공포 어린 시선이 좋아서 시작한 일일 것이다.


또래를 상대로는 우위를 점할 수 없었기에 초등학생 무리 까지 내려온 것일 테고.


그런데 그 초등학생한테까지 무시를 당한다?


장담컨대 녀석은 버티지 못할 것이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둘러 기강을 다잡고자 하겠지.


아니나 다를까 길환이 예상대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넌 죽었어!!!”


무슨 즉사기도 아니고. 그런다고 죽으면 이미 삼도천을 열 번은 넘게 넘었겠다.


저 쪽이 달려 와준다는데 굳이 내가 발아프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


그가 도착할 때까지 이 ‘호가호위’대전에 대해 분석해보기로 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고등학생의 승리를 점칠 것이다.


한 쪽은 2차 성징을 마친 반 어른이요, 다른 한 쪽은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온 응애였다.


상식적으로 초딩 꼬마가 고딩을 이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완력도, 팔 다리 길이도, 지능 수준까지도 고등학생이 유리하다.


이미 2차 성징을 마치지 않았나. 진화 단계에서부터 한 두 발자국 앞섰다고 봐도 좋다.


물론 어디까지나 평범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가정이다.


“나는 정점에 이른 꼬맹이니까.”


진화 수준으로만 따지면 밀리지 않는다.


저 녀석은 현재 내 실력을 파악하기 위한 좋은 측정기가 되어줄 것이다.


어느덧 길환이 코앞까지 다가와 발을 들어 올렸다.


예고했던 대로 초등학생의 유약한 배를 걷어찰 생각인 듯하다.


나 역시 발차기를 준비했다. 이런 건 같은 기술로 맞아주는 게 간지니까.


“하하! 저것 봐! 저 녀석 쫄아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어!”


길환을 데려온 일진들이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그 박상혁도 이제 끝이네!”


일진 무리들은 내가 지금 뭘 해봤자 늦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끝은 무슨 이제 시작이구만. 그 얄팍한 고정관념을 깨부숴줄 차례다.


누구의 리치가 더 긴가, 누가 먼저 내질렀는가는 상관없다.


“결국 누구의 공격이 적중하는지가 중요한 거 아냐?”


나는 3개의 DNA를 모두 활성화시켰다.


팔과 다리에 근육이 솟아오르고, 주변의 상황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궤도를 계산한다.


내 발이 나아가야 할, 동시에 상대의 공격을 비껴낼 수 있는 궤적을 찾는다.


그 후, 몸을 움츠린다.


상체가 땅에 닿을 정도로. 어떤 충격이라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기반을 다진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몸을 비튼다.


오른쪽 어깨가 왼발에 닿을 때까지. 온 몸의 힘을 쥐어 짜, 응축시킨다.


그렇게 모든 힘의 흐름이 한 곳에 모여 정점에 이르렀을 때.


자리를 박차고, 나를 발사한다.


내 몸은 하나의 탄환이 되어 나아갔다. 그 속도는 빛마저 튕겨 신형을 흐리게 만들었다.


상대가 아무리 크고, 강하고, 심지어 먼저 공격에 나섰음에도.


상대의 발은 아직 허공을 맴도는 반면, 내 발은 상대의 복부에 먼저 도달했다.


“컥!”


발차기가 깊게 들어갔고, 상대는 배를 붙잡고 쓰러졌다.


보고 있는 사람들이 ‘타격’에 대한 정의를 다시 정립해야 될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일진뿐이라는 것은 아쉬웠지만, 녀석들도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내 움직임을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무언가 엄청난 것이 일어났다는 건 본능적으로 느낀 게다.


정적이 흘렀다.


“이 다음에 어떻게 한 댔더라? 싸대기를 때리고, 머리를 바닥에 처박는댔나?”


길환도, 일진 녀석들도 움찔, 몸을 움츠렸다.


굳이 그럴 일도 없이 이미 싸움은 끝이 났다. 상대는 육체도 마음도 이미 꺾인 상태였다.


“야. 이름이 호진이였나. 호떡이었나. 이리 와봐.”

“히익!”


일진 짱을 불렀다. 귀찮게 만든 만큼 책임을 지게 할 생각이었으나. 초딩이라 그런지 때릴 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원만히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한 번만 더 눈에 띄면 죽는다.”


호진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얼마나 슬펐으면 하반신에서도 뭔가 줄줄 흐르고 있다.


고등학생이 쓰러지는 걸 봤으니 다시는 까불 생각을 하지 못하리라.


“가 봐.”


허락이 떨어지자, 일진 녀석들이 산개하며 도망갔다.


“흐에에에엥. 괴물이야!”

“하여간 내가 요즘 너무 스마트하게 살긴 했나봐.”


최근 머리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애들이 나를 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약한 게 아닌데 말이다.


하굣길에는 나와 길환만이 남아 있다.


이 자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자니, 길환이 입을 열었다.


“죽.. 인다.”


입만 산 새끼. 기어코 한 대를 더 맞겠다 이거지?


“이걸로 끝날 줄 알고? 내가 아는 사람들을 다 끌고 찾아올 거다. 너랑 네 가족, 친구들 다 죽일 거야.”


고등학생이 초등학생한테 처발리고 자기 아는 사람들을 데려온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뭐라고 해야 하나. 빽이 빽을 부르는 거니까 호가호가호위? 호가호위호위?


뭐가 되었든 내가 피할 이유는 없다.


저주의 말을 계속 씨부리는 길환을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뒤 전화기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홍 사범님. 여기 사람 좀 보내주시죠?”


잠시 후, 하굣길에 땀내 나는 청년들이 수십 명 가까이 집합했다.


하나같이 몸이 단단하고, 눈빛이 살벌하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도장 사람이 아닌 조직 사람이라고 오해했을지도 모르는 광경이었다.


길환은 그 광경을 입을 떡 벌리고 올려다보고 있다.


아까까지는 자신 있게 씨부리더니 지금은 바람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뭐해? 한 판 더 하자며?”


호가호위호위든, 호가호위호위호위든. 나는 질 생각이 없었다.


이 몸은 똑똑하고, 강한데다가, 인맥도 쩔었으니까.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언제나 추천과 댓글, 선호작은 제게 크고 큰 힘이 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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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야밤의 전투 2 22.07.19 854 10 16쪽
71 야밤의 전투 22.07.18 923 1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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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현장학습을 가다 2 +1 22.07.16 940 13 16쪽
68 현장학습을 가다 22.07.15 979 15 13쪽
» 호가호위호위 22.07.14 968 13 19쪽
66 호가호위 22.07.13 989 15 16쪽
65 첫 친구 22.07.12 1,018 17 25쪽
64 1차 심사 22.07.11 1,083 16 15쪽
63 천하제일 친구대회 22.07.10 1,103 18 13쪽
62 친구를 만드는 법 22.07.09 1,182 1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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