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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476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03 21:14
조회
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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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7쪽

오히려 좋아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87화



“아~ 거 참 시끄럽네. 대기실 혼자 쓰는 것도 아니고.”


태양의 말에 대기실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저 새끼는 평소엔 여자 배우들 뒤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더니, 오늘은 뭘 잘못 먹었길래 이렇게 찾아와 시비를 거는 걸까?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김태양은 꼴에 선배고 주인공이었기에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대신 한별이 누나 행세를 하며 나서주었다.


“죄송합니다. 태양 오빠.”


깔끔한 대처다.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사과를 함으로 일을 키우지 않았다.


거기에 자연스럽게 나를 감싸고 대신 혼나기까지. 괜히 맨날 누나라고 뻐기던 게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태양은 어지간히도 기분이 나빴는지 훈계를 이어갔다.


“요새 잘 나가고 그런다고 남들 눈치도 안 보고 막 행동하면 안 돼! 이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지.”

“맞아요. 죄송합니다.”


말하는 것만 들으면 경력이 10년은 된 줄 알겠다. 그래봤자 13살 꼬맹이면서.


하지만 이곳엔 10살, 8살 꼬맹이 뿐이었으니 녀석이 왕 노릇을 하고 있는 게다.


순간 누적 나이 38세인 본캐를 꺼내 꿀밤을 멕일까 생각도 했지만 참기로 했다.


저 정도면 못할 말을 한 건 아니니까. 같은 장소를 이용하는 사람으로써 시끄러웠을 수 있다.


예민한 날은 누구에게나 원 데이, 투 데이 정도 있지 않나. 태양에겐 그게 오늘일 수도 있다.


그렇게 내 바다와 같이 넓은 아량으로 사건이 넘어갔다.


하지만 태양의 폭언은 멈추지 않았다.


“아! 저 녀석 때문에 연기를 못하겠단 말이에요!”


이번엔 촬영장에서였다. 아역들이 나오는 장면을 찍고 있었는데, 감독이 태양의 연기를 지적하자 저런 말을 내뱉었다.


“쉬는 시간에는 방해하지, 연기는 더럽게 못해서 감정 이입을 방해하지. 정말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못해먹겠네 정말!”


근거가 하나도 없는 말이다. 덕분에 확신할 수 있었다. 태양이 저러는 건 단순히 예민해서가 아닌, 모종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촬영장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졌다. 그 와중 감독이 나를 두둔해주었다.


“상혁이 연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 같은데.”

“저한텐 방해가 돼요! 그리고! 누가 주연이에요? 쟤에요? 제가 아니라?”


어린놈의 자식이 감독한테 인상을 쓰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감독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태양이 주연이고, 내가 조연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주연의 연기에 조연이 맞춰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때문에 태양이 불편하다고 하면 감독은 듣는 척이라도 해줄 책임이 있었다.


물론 태양의 아빠가 대기업의 사장이라는 점과, 그 대기업에서 우리 드라마에 지원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크게 작용했겠지만.


“잠시 쉬었다 가자. 상혁이는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하고.”


결국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감독은 씩씩 거리는 태양을 잠시 지켜보더니, 나에게 와서 물었다.


“무슨 일 있었니?”

“아니요?”

“하아... 그렇구나.”


감독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한숨을 터트렸다.


사실 확인의 자리에 태양을 부르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굳이 불러봤자 사실도 아닌 말을 내뱉어 상황을 복잡하게만 만들 거라고 판단한 모양.


이런 사소한 행동에서도 나에 대한 신뢰가 느껴져 마음이 든든했다.


평소의 행실이 좋았던 덕분에 김태양의 횡포에 휘둘리기만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실 태양이 저러는 이유에 대해 짚이는 게 없는 건 아니다.


이전엔 나를 거들떠도 안 보던 녀석이다. 그런데 요즘은 원수를 진 것 마냥 찡찡대고 있고.


이전과 지금의 차이점은 하나다. 내가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


아무리 연기에 관심이 없고 여배우나 쫓아다니며 헤엑 헤엑 침을 흘리는 태양이라지만, 자신의 인기가 위협당하니 경계가 되는 모양이다.


아니, 반대인가? 어쩌면 태양은 여자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 배우 활동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제 밥그릇 지키겠다고 그르렁 거리는 게고.


하지만 그런 사실을 곧이곧대로 감독한테 말할 수는 없다.


사건의 당사자기 때문에 내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일 여지가 적다. 입 꾹 닫고 있는 게 더 유리하다.


게다가 저 양반도 바보 등신이 아닌 이상 대충은 알고 있을 터.


그럼에도 칼같이 쳐내고 혼쭐내지 못하는 게 현 상황이지만 말이다.


그동안 내 덕을 많이 본 감독은 나를 혼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태양을 혼내지도 못하겠지.


아마 어떻게든 내가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지 않을까?


“상혁아. 지금 민수가 큰 사랑을 받고 있잖니?”

“네.”

“태양이는 자기가 주연인데도 상대적으로 사랑을 못 받아서 저렇게 화가 난 것 같구나. 조금만 이해해 줄 수 있을까?”


역시. 예상대로다.


감독을 탓할 생각은 없다. 애초에 지금 가장 빡칠 만한 사람은 감독이었으니까.


자기 부하들 있는 앞에서 꼬맹이한테 버럭버럭 욕을 먹었다.


아마 촬영과 관련된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았다면 바로 뺨을 후려갈기지 않았을까?


에고가 강한 감독마저도 화를 내지 못하고 좋게 좋게 일을 해결하려는 이유가 뭘까.


정점에 이른 두뇌가 추측을 가능성들을 정리하여 보고를 올렸다.


우선 첫 번째. 지금 나비효과가 드라마 1위를 달리고 있다지만 이제 8화를 막 넘겼을 뿐이다.


남은 화수가 22화나 되는데 굳이 잡음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시청률 굳히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주연 배우라는 놈이 계속 뻣대고 강짜를 부리면 촬영이 어려워진다.


아예 주연을 빼고 드라마를 찍을 수는 없으니까.


그럼 일정도 꼬여, 스폰서 쪽에서도 압박을 넣을 테고, 드라마 외적으로 잡음이 생기기까지. 악영향이 너무 많았다.


만일 커리어고 나발이고 상관을 안 쓴다면 모를까. 이 정도의 대박 작품을 공들여 끝내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두 번째. 나비효과, 다시 그때로와 경쟁하던 S 방송국이 다음 주에 새로운 드라마를 론칭한다.


당연히 나비효과의 승리가 정배이긴 하지만, 역배가 터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만 해도 그렇게 찍어 누르고 올라온 케이스가 아니던가?


지금은 발걸음 하나, 하나를 조심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감독은 반강제로 보살이 된 거다.


김태양의 행동이 철없는 아이의 빼액거림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입장과 주위의 상황을 치밀하게 고려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나와도 상대가 어쩔 수 없으리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거다.


자나 깨나 여자 생각만 하는 태양의 대가리에서 나왔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부잣집 자제라니까 머리 좋은 수행원 한, 두 명 쯤은 붙어 있지 않을까 싶다.


한방 먹었다. 요 근래 인기가 너무 많았어가지고 주변을 신경 쓰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솔직히 앞으로도 신경을 쓰긴 어려울 것 같다.


인기가 많아졌다. 삶의 행동반경도 늘어났고. 만나는 사람도 겁나게 많아졌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하나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있단 말인가.


갑자기 옆의 사람이 칼로 찌르거나, 마취약으로 납치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 살면 피곤해서 못 산다.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고, 밖에 나가지도 못하겠지.


지금의 사건은 내가 너무 인기가 많아짐으로 인해 발생한 어쩔 수 없는 해프닝이라는 소리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도 이런 사건이 많을 테지만 모두 즈려 밟으면 되는 일이니까.


돈도, 힘도, 명예도 모두 내 손아귀에 있다.


정점에 이른 영역만 네 가지고.


그런데 뭐하러 일일이 걱정을 한단 말인가. 굳이 혼나러 온다는데.


그러니 앞으로도 주변을 과하게 신경 쓰지 못해도 괜찮다. 애초에 신경 쓸 가치가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건 태양과의 일도 마찬가지.


한 때 선동과 날조로 밥을 먹고 살았던 내게 정치로 덤비다니. 가소로울 따름이다.


“응? 상혁아. 감독님이 부탁 좀 할게.”


내가 답이 없자 감독이 다시 한 번 부탁해 왔다. 그의 얼굴에 피로가 짙게 깔려 있었다.


나는 다가가 감독의 두 손을 꼬옥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열심히 할 게요.”

“상혁아... 크흑. 역시 우리 복덩이! 너 밖에 없다!”


감독의 목소리에 물기가 서렸다. 그 정도로 감동이었던 걸까?


감독도 참 고생이 많다. 자기 잘난 줄 알고 빨빨 거리는 꼬맹이 하나 때문에 중년의 나이에 무슨 고생인가.


그래도 이제 괜찮다. 이제 그 꼬맹이한테는 목줄이 채워질 테니까. 어른의 교활함, 무서움을 보여줄 차례다.


일단은 호감작 2배 이벤트부터 즐기도록 하자.


* * *


태양이 이빨을 드러낸 지 1주하고도 4일이 지났다.


아직까지도 시청률은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지만 촬영장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단 한 명을 빼고.


“야! 박상혁! 너 자꾸 연기 건방지게 할래? 자꾸 멋진 척이나 하고 말이야!”


태양은 요새 물 만난 물고기마냥 활개를 치고 다니는 중이다.


한 번 지랄을 떨고 나면 스태프들에게 주의를 받고, 혼도 나지만 그게 끝이다.


그 이상의 처벌은 받지 않는다. 그러면 또 이제 눈치를 보다가 시비를 걸만한 구색을 찾겠지. 무한 반복이다.


촬영장에 기강을 잡을만한 대 배우가 없다는 점도 태양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알았어! 몰랐어!”

“네. 더 노력할게요. 죄송합니다... 흑.”

“노력은 무슨! 잘 해야지!”


녀석은 거만하게 콧방귀를 뀌고, 신나게 어딘가로 향했다.


요새는 여배우들이 상대를 안 해주니 컴퓨터로 여자를 만난다고 한다. 참 대단한 놈이다.


폭군이 떠난 뒤, 스태프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상혁아. 저런 말 듣지 마. 너가 훨씬 더 잘해.”

“저 새X 언제 한 번 날 잡고 혼내야 하는데.”


나는 슬픈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드라마가 잘 되어야죠. 저는... 흑. 괜찮아요.”


주위에서 탄식이 터졌다.


“하아. 정말 상혁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

“불쌍해 죽겠어. 망나니 자식 때문에 이게 뭐야.”


어깨를 늘어트리고 힘없이 배우 대기실로 돌아가는 동안, 주변에서는 쉴 틈 없이 태양을 욕하며 떠들어댔다.


배우 대기실에 들어가자 한별이 여느 때보다 격하게 반겨주었다.


“더 이상은 못 참아!”

“왜 그래 누나?”

“왜긴! 김태양이 설치는 거 못 봤어? 안 되겠어. 나 엄마 부를 거야. 다시는 배우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던가 해야지.”


내가 혼난 걸 마치 자신이 혼난 것처럼 분노하는 한별이다.


마음은 고맙지만 그러면 안 되었기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 말아요.”

“얘. 걱정하지 마. 그런 녀석쯤은... 응? 지금 웃는 거야?”


한별이 내 표정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그것도 그럴 만하다. 방금까지 훌쩍이고 힘들어하던 애가 갑자기 미소를 짓고 있으니까.


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쳐들었다.


“너 설마! 연기였어?”

“당연하죠. 그게 아니면 그런 말뼈다귀 같은 놈한테 왜 당하고만 있겠어요?”


당장에라도 제압이 가능하지만 일부러 10일 동안 당해주었다.


오히려 스태프들의 호감을 얻을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원래도 스태프들과의 사이는 좋았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해 한층 더 깊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좋은 배우와 좋은 스태프의 관계였다면, 지금은 태양이라는 공공의 적을 맞아 온전하게 한 편이 되었다.


게다가 현재 제작진들은 내게 큰 마음의 빚을 느끼고 있다.


단순한 호감과는 달리 부채 의식은 여러 모로 쓸모가 많다.


가만히 있어도 내 평판이 올라가는데 뭐하러 공짜 파밍을 마다하겠는가.


곰곰이 생각하던 한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저번에는 눈물을 뚝뚝 흘렸잖아.”

“적절한 연기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법이잖아요.”

“헐... 대박.”


어느새 일취월장한 내 연기 실력에 한별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원래 두뇌가 좋은 사람이 뭘 해도 잘한다. 이해도 빠르고, 중요한 포인트도 빠르게 캐치하고.


말이 나온 김에 한별에게 인생의 진리를 전해주기로 했다.


“누나. 원래 힘든 상황에서는 조금 힘든 티도 내 줘야 해요.”

“... 왜?”

“괜찮은 척 하면 정말 괜찮은 줄 알거든요. 그럼 앞으로 더 힘든 일만 맡게 될 걸요?”


크으. 내가 생각해도 참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다.


아직은 순수할 나이인 한별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나중에는 나에게 감사하지 않을까.


잠시 내 말을 곱씹던 그녀가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근데 너는 진짜 안 힘들었다며.”

“네.”

“그럼 그냥 속이는 거 아냐?”


어허. 그녀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만, 챙길 수 있는 건 가능할 때 챙겨 두어야 한다. 굳이 안 챙길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것까지 설명해주기엔 너무 인생을 가라로 알려주는 것 같아 그저 미소만 지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별이 한숨을 내뱉었다.


“어쨌든 해결 할 수 있다는 거지?”

“네. 이제 곧이에요. 작가님한테서 연락만 오면...”


띠리리리.


“누나 미안해요. 전화 좀 받을 게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작가님에게서 온 연락이다.


전화를 받자 그녀가 비장한 목소리로 계획이 성사되었음을 고했다.


“오래 기다렸지? 미안해. 나도 작가 생활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

“아니에요. 작가님 고생하시는 건 잘 알고 있는 걸요.”

“... 고마워. 감독님이랑 네가 힘들어 하고 있다는 건 잘 알아. 그래서 나도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내가 유도한 대로 상황이 풀리려는 것 같다.


“그러면...?”

“그래. 허락 받았어. 태양이의 비중, 줄여도 된대.”


좋다. 아주 좋다. 이걸로 녀석은 주연이라는 감투를 내려놓게 되었다.


태양을 엿먹일 요소가 모두 갖춰졌다.


이제 뜸이 적절하게 들었으니 고기를 맛있게 베어 물 차례다.


설마 살면서 해보고 싶은 말 버킷리스트 두 번째를 이렇게 달성할 줄이야.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가 1위였다면 2위는 바로...


“선수 교체.”


영화를 보면 잘난 놈이 나와서 거들먹거리며 ‘자~ 선수 교체다잉?’ 그러지 않나.


설마 아역 배우를 하면서 그 대사를 뱉을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흐흐흐흐흐.”

“... 상혁아?”


음흉한 웃음을 터트리자, 한별이 이상한 눈길을 던졌다. 그래서 웃음소리를 조금 수정했다.


“우후후후후후!”

“얘가 요새 고생이 심했나 봐...”


그래도 별반 다를 건 없었지만.


상관없다. 지금은 김태양 그 건방진 꼬마를 혼내줄 생각에 한창 설레는 중이었으니까.


* * *


그 다음 날. 망나니 김태양은 늘상 그러듯 제 꼴리는 대로 촬영장을 누비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했는데, 반가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야! 김상혁! 너 이 새끼. 여기서 뭐 하고 있냐?”


때마침 인터넷으로 여자를 만나는 게 질린 상황이었다. 뭐 좋은 장난감이 없나 싶던 차에 적절한 녀석을 발견했다는 생각이다.


외딴 곳이라 인적도 드무니, 평소보다 심하게 괴롭혀도 괜찮으리라.


그런데 오늘따라 상혁이 이상했다. 평소였으면 죽는 시늉이라도 했을 텐데, 지금은 감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어쭈! 무섭다? 이러다 한 대 치겠어?”


만약 태양이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이 만남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또한, 인적이 드문 상황이 별로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평생을 제 멋대로 살아온 태양에게는 그럴 능지가 없었다.


그럼 어떡한담. 모르면 맞아야지.


X밥이라 생각했던 상혁의 표정이 한층 험악해졌다. 자신보다 어린놈이라고 깔보던 녀석에게서 갑자기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래! 자신 있으면 때려 보던가!”


애써 큰 소리를 내 보았지만 객기도 거기까지. 그 이후 그가 대화의 주도권을 갖는 일은 없었다.


상혁이 다가와 태양의 멱살을 잡아들었다.


“그리 보채지 않아도 때려 줄 거야. 걱정하지 마.”

“... 뭐?”

“넌 이제 뒤졌다는 소리지.”


촬영장 뒤편에서 이상한 비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지만, 양치기 소년을 위해 달려와 줄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도 선호작도 추천도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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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갑(甲)의 계산법 22.08.06 769 13 23쪽
89 돈지랄을 상대하는 법 22.08.05 772 11 17쪽
88 치기 어린 행동에 대한 대가는 그리 가볍지 않다 22.08.04 786 13 18쪽
» 오히려 좋아 22.08.03 769 10 17쪽
86 스타 이즈 본 +1 22.08.02 783 13 20쪽
85 배우가 되다 22.08.01 791 12 23쪽
84 드라마 속 짱 센 엑스트라가 되다 22.07.31 775 10 16쪽
83 경국지색 +1 22.07.30 825 10 19쪽
82 주연배우가 되기 위해 +2 22.07.29 801 10 18쪽
81 어깨에 힘을 풀고 22.07.28 794 10 25쪽
80 첫 촬영 22.07.27 815 12 23쪽
79 오리지널 vs 가짜 +1 22.07.26 821 13 21쪽
78 어린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22.07.25 814 10 16쪽
77 드라마 너로 정했다 22.07.24 853 10 18쪽
76 박상혁 강화 프로젝트 +1 22.07.23 909 15 25쪽
75 sorry i’m strong 22.07.22 865 10 21쪽
74 집으로 22.07.21 862 10 21쪽
73 야밤의 전투 3 22.07.20 853 10 14쪽
72 야밤의 전투 2 22.07.19 853 10 16쪽
71 야밤의 전투 22.07.18 923 10 17쪽
70 현장학습을 가다 3 22.07.17 902 12 15쪽
69 현장학습을 가다 2 +1 22.07.16 938 13 16쪽
68 현장학습을 가다 22.07.15 977 15 13쪽
67 호가호위호위 22.07.14 964 13 19쪽
66 호가호위 22.07.13 988 15 16쪽
65 첫 친구 22.07.12 1,017 17 25쪽
64 1차 심사 22.07.11 1,082 16 15쪽
63 천하제일 친구대회 22.07.10 1,102 18 13쪽
62 친구를 만드는 법 22.07.09 1,180 19 15쪽
61 향상심 2 +1 22.07.08 1,255 22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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