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986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8.02 21:48
조회
785
추천
13
글자
20쪽

스타 이즈 본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86화



순간 최고 시청률 14.2%. 나비효과 1화가 얻어낸 성적이다.


15%를 넘기는 작품을 수작이라 부르고, 20%를 넘기면 대박이라고 분류한다.


그리고 30%를 넘는 드라마는 그 년도를 풍미하는 국민 드라마가 되는 거고.


40%, 50%를 돌파하면 역사에 남을 드라마라 불리운다.


그런 의미에서 나비효과의 14%는 미약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나비효과 제작진들은 흥분, 대흥분 상태였다.


“흐허허허. 14%래. 14%.”

“다시 그때로 새끼들. 지금쯤 열 받아 죽으려 그러겠죠?”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하지!”


애초에 그들은 언더독, 도전자의 입장이다.


그에 비해 상대 드라마는 초호화 캐스팅에 이름 있는 작가가 대본을 쓰기까지.


초반엔 짓밟히는 게 당연한 매치업이다. 1화부터 처참하게 깨지리라는 예상이 대다수였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높아도 12% 낮으면 9%까지도 점을 쳤는데 무려 14%. 14%란다.


당연히 감독도, 제작진도 기뻐 날뛰는 게 정상이다.


라이벌 드라마를 꺾고 싶다고 다짐만 하고 있었는데 그 첫 단추를 너무 예쁘게 채울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14%나 나왔을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우리가 열심히 했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어차피 시청률은 계산의 영역이 아니다. 그냥 잘 나오면 잘 나오는 대로 얼싸안고 춤추면 되는 것.


“좋아! 오늘 촬영도 신나게 해보자고!”

“넵! 열심히 따라가겠습니다!”


나비효과의 촬영장으로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 * *


반면 다시 그때로 촬영장의 분위기는 조금 가라앉아 있다.


21%. 더 없이 순조로운 출발임에도 불구하고 스태프들은 모두 감독의 눈치만을 살피고 있다.


라이벌 드라마의 예상치 못한 선전 때문이다.


떡대 좋은 남자가 동네 꼬마한테 싸움을 걸었다가 한 대 맞은 느낌이랄까.


아직 패배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쁘다.


그러나 다시 그때로의 감독 구광희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뭐해? 다들 드라마 하루 이틀 찍어봐? 1화야. 1화. 가만히 내버려 둬도 다시 돌아올 거야.”


그들의 드라마가 흥행 요소가 더 많다. 사기 진작의 차원에서 한 말이긴 하지만, 동시에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광희는 1화의 성적이 우연, 약자에게 단 한 번 찾아온다는 행운쯤으로 여겼다.


“자 뭐해! 오늘 촬영 안 할 거야?”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나 그 자신감이 그들의 눈을 가리운 걸까?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단순히 선전했다고 하기에는 나비효과의 시청률이 너무 높았다는 사실.


고작 1~2%의 차이지만 그 사소함이 큰 변화를 불러오는 법이다.


거기에 시청률의 추이 역시 나비효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다시 그때로는 1화의 시작과 끝을 비교했을 때 시청률이 하락한 반면, 나비효과는 반대로 상승했다.


이는 경시할 수 없는 지표다. 그런데 다시 그때로 측은 그걸 무시했고.


알고 맞는 것과 모르고 맞는 것은 천지 차이다. 정말 천지가 뒤집힐 정도로 차이가 난다.


만일 다른 촬영장의 한 꼬맹이가 이곳을 봤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애써 희망회로를 돌리는 게 되게 쿨한 척 하는 찐따같네’라고.


무지의 대가는 바로 다음날 드러났다.


금요일이 되었고 2화가 방영되었다.


시청률은 나비효과가 16%, 다시 그때로가 20%. 두 드라마 사이의 격차가 좁혀졌다.


“하아아. 왜? 왜 이렇게 되는 거지? 시청자들은 보는 눈이 없나?”


이번에는 광희도 웃지 않았다. 7% 차이와 4% 차이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이런 흐름이 몇 번만 더 반복되면 따라잡히고 만다.


아니, 자칫 잘못하다간 잡아먹히고 만다.


그랬다간 광희의 감독 인생에 큰 스크래치가 남겠지.


원하는 드라마를 마음대로 못 맡음은 물론, 패전조 투수마냥 쓰레기 드라마만 맡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결과는 마음에 안 드는데 원인을 모른다. 지금의 상황은 그의 계산 밖의 일이다.


광희의 계산은 근거가 있었다. 애초에 상대 방송사와 컨셉이 겹치도록 유도한 것이 그였으니까.


이 판을 설계한 게 광희라는 소리다.


대본만 봤을 때는 나비효과가 더 짜임새가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작가의 이름값을 택했다. 거기에 방송 팀장이 원하는 배우들을 다 섭외해 준다고 했다.


상대의 잠재력이 발휘하기 전에 작가 + 배우의 이름값으로 싹을 밟아버린다.


이것이 광희가 준비한 판의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상대가 밟히지 않았다. 쪼끄만한 것이 목을 빳빳히 세우고 버티고 있다.


그리고 우격다짐으로 밀고 올라온다.


‘이게 아닌데’


설령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서 두 드라마의 시청률이 비벼진다고 하더라도 그게 지금 일어날 일은 아니다.


상대를 누르고, 짓밟고, 더럽히다가 20화 즈음 역전될지도 모르는 상황은 염두에 둔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게 2화는 아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져서, 거기에 계산을 뒤엎을만한 괴물이 등장한 게 아니라면 일이 이렇게 되어선 안 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는 광희로써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광희의 고민은 밤이 깊어질수록 늘어만 갔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다시 목요일이 되었다.


3화 방영을 앞둔 저녁,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비효과 곧 시작하겠다. 길거리 홍보는? 하고 있어?”

“어. 진아가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하는 중이야.”

“그래. 다행이네. 그럼 우리는 저기 상가 쪽으로 돌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가를 향해 달리며 힘껏 외쳤다.


“오늘 저녁 7시! 나비효과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반월동 대한제일 빵집의 자랑! 박상혁이 나오는 드라마입니다!”


꽤나 큰 소리임에도 시끄럽다고 다그치는 사람들은 없었다. 오히려 기특하다는 눈으로 꼬마들을 지켜보고 있다.


생선 가게 유 사장이 옆집 반찬가게 사장에게 말을 건넨다.


“고아원 애들이 참 열심히네요?”

“그러게. 은혜를 갚는다더니 참 열심이야.”


그들의 말대로 나비효과의 홍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은 고아원 출신이다.


나비효과의 방영이 결정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수백 번이 넘도록 홍보를 하고 있지만 지친 기색은 없다.


누군가 등 떠밀어서 하는 게 아니다. 명령이나 사주를 받은 것도 아니다.


그저 배고프고 힘들 때 먹었던 빵의 맛을 잊지 않았을 뿐이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대한제일 빵집의 빵은 고아원으로 배송되고 있다.


상혁은 바쁜 탓에 요새는 얼굴을 거의 못 보다시피 하지만 고아원의 꼬마들은 그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들이 도움이 되기 위해 수녀님과 방안을 강구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이 동네, 저 동네를 돌며 홍보를 하는 중이다.


가끔 욕을 들어먹기는 하지만, 이 상가와 같이 대한제일 빵집을 아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응원을 받기도 한다.


은혜를 갚기 위해 시작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보여지다니.


항상 무시와 차별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있는 고아원 아이들에게는 신기한 일일 따름이었다.


이 또한 상혁의 대단함이라 믿고. 은혜를 갚기 위해, 또한 그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아이들은 힘차게 홍보를 이어갔다.


“오늘밤 7시 11번에서 나비효과가 방영됩니다앗!”


그리고 언제나 진심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는 법이다.


생선 대가리를 손질하던 유 사장이 중얼거렸다.


“나도 오늘은 나비효과나 볼까?”

“왜. 언제는 다시 그때로가 좋다면서?”


반찬가게 사장이 히죽이며 말을 받자, 유 사장이 멋쩍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 없더라고.”

“프하하하. 내가 뭐랬어. 내가 나비효과 1, 2화 내용 알려줄게. 들어봐.”


오늘도 나비효과의 시청자가 한 명씩 착실하게 늘고 있다.


물론 고작 몇 꼬마의 노력으로 시청률을 좌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머! 오늘 빵집 상혁이 드라마 하는 날이네?”

“난 별로야. 드라마를 보면 대한제일 빵집 빵이 먹고 싶어지거든.”

“으휴. 알겠어. 가서 사오면 될 거 아냐.”


8년 넘게 장사를 하며 쌓아온 단골손님들.


“아잇! 잘 보고 있던 축구 경기를 왜 끄고 그래?”

“드라마 할 시간이잖아요. 그쪽이 그렇게 좋아하는 형님 손자 나온다는 드라마.”

“아! 갑수 형님 손자? 맞다. 맞아 고마워.”


인간 카피바라를 상회하는 인싸력의 소유자, 김갑수의 지인들.


“... 인터넷에서 선지자님을 음해하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댓글부대 투입하도록. 우리가 선지자님을 지켜드려야 한다.”


이제는 ‘대한제일 빵집 애호가’를 넘어 ‘박상혁 팬클럽’이 되어버린 예언교 잔당들까지.


나비효과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세력이 서울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홍 사범의 킥복싱 도장, 삼길초등학교 어머니회와 교류회 소속 학부모들, 거기에 상혁의 인터뷰를 맡고 있는 미래일보의 기자들까지.


대형 단체들이 박상혁의 성공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고, 이는 초반 화력이 부족한 ‘나비효과’ 측에게는 생명의 불길과도 같았다.


덕분에 예측 시청률보다 2%나 더 높은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상혁과 관계가 있는 한 사람이 스무 명의 지인한테만 말한다고 하더라도 그 파장과 흐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테니까.


단순히 수십, 수백을 넘어 수천 수만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시청률을 좌우할 정도로.


이것이 상혁이 8살까지 쌓아올린 인간관계요, 파급효과(波及效果)였다.


유명한 사람을 왜 인플루언서(influencer)라고 부르겠는가.


왜 기업들이 인플루언서에게 ppl(간접광고)을 맡기겠는가.


한 숨, 한 걸음마다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니.


이것이야말로 다시 그때로의 감독 구광희는 생각지도 못할 엑스트라의 나비효과였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드라마 8화가 어제 막 방영되었다.


시청률이 26%를 넘었고, 다시 그때로는 이미 옛날 옛적에 제낀 지 오래다.


바야흐로 나비효과가 대한민국을 호령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 심상치 않은 기세에 신문 기사도 몇 개 났다. 말 그대로 ‘버터플라이 이펙트’라면서 언더독의 유쾌한 반란을 소개했다.


그 중심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이 몸. 나비효과 속 서브 남주 ‘민수’로써 시청자들의 마음에 폭격을 가하는 중이다.


기억에 남는 댓글들이 몇 있다.


‘와. 저 외모로 8살이라고? 게다가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잘생겨지는 거 실화냐?’


‘민수 보려고 드라마 본다. 쟤가 남주인공 맞지?’


‘제가 저 민수라는 사람 실제로 아는데요. 정말 멋진 친구에요!’


참고로 자아도취나 자의식 과잉은 아니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엄마가 나를 무릎에 앉히고 댓글을 읽어주셨기 때문에 속속히 알고 있을 뿐.


물론 질 나쁜 댓글도 없진 않았다.


‘애가 딱 봐도 나빠 보인다. 관상이 그럼.’


이런 근거 없는 헛소리를 뱉질 않나.


‘술 잘 마시게 생겼네.’


음... 이건 과거에는 팩트였으니까 정상 참작하고.


‘꽈추 3cm일 듯.’


이 댓글은 용서할 수 없었다. 읽자마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올라왔다.


그런데 다행히 인터넷도 사람 사는 곳이라 그런지, 악플들이 올라올 때마다 칼 같이 커버를 쳐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상혁님에게 이상한 말 하지 마세요.’


‘신고 했습니다!’


가끔 선지자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하긴 하지만 고마운 사람들이다.


덕분에 유명해졌음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어쨌든 요즘 나는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그저 길거리를 걸을 뿐인데 많은 사람이 아는 체를 해오는 건 신기한 경험이었다.


때문에 교통수단도 바꿔야만 했다. 원래는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드라마를 본 승객들이 포위를 하는 바람에 촬영장에서 못 내리는 사건이 한 번 있었다.


그 이후로는 택시 아니면 할아버지 차를 타고 다닌다. 물론 둘 다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할아버지 여기 있어요.”

“아이고 우리 손자 고맙다. 아니 친구 놈들이 싸인을 부탁한다고 얼마나 닦달하던지.”


사인이라곤 택배 받을 때 대리 사인해본 게 전부인데. 이제는 시간이 날 때 자연스럽게 맡아서 하게 되었다.


인기라는 게 참 신기하다. 사랑을 받고, 유명해진 것만으로 다른 세계에 온 것 마냥 일상이 다른 성격을 띄게 되었으니.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다. 오히려 신선하고 설렌다.


애초에 내가 의도한 인기였으니까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수밖에.


목적 또한 달성했다. 드라마의 흥행 덕에 상여금이 빵빵하게 나왔고, 임금도 인상을 받았다.


이제 언제라도 재테크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 이를 생각하기만 하면 일을 하다가도 절로 미소가 나왔다.


“흐흐흐흐흐.”


사극 속 간신배나 할만한 웃음을 터트리며 촬영장으로 들어갔다.


대놓고 개무시를 당했던 첫날과는 달리, 모든 스태프들이 친절하게 아는 체를 해왔다.


“상혁아 왔니?”

“크. 8화 인기 대단하더라. 봤어?”


실력과 인성, 기깔나는 사회생활로 어느새 촬영장의 중심이 된 이 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만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감독이다.


“하이고! 우리 복덩이! 상혁님 오셨습니까! 오시는 길 무슨 일 없으셨죠?”


저 양반이 저러는 건 반쯤은 장난이겠지만 적어도 반 이상은 진심이다.


나비효과가 초반에 부진할 거라는 예상을 뛰어넘고 약진한 이유를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초반 스포트라이트를 모두 챙긴 게 나 박상혁이다.


워낙 지인들이 힘을 써주기도 했고, 외모의 DNA의 리미트를 서서히 해제한 효과도 있었으며, 한별의 과외에 따라 연기 실력도 상승한 덕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 때문에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나를 우리 드라마의 구세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이 생각해도 다른 이유가 없었으니까. 인기도 뭣도 없는 드라마가 이길 이유가 또 뭐가 있겠는가?


그래서 나를 신이자 무적이라고 칭송하며, 1등 공신으로 치고 있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끔씩 웃긴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나비효과는 승리를 차지했을 텐데.’


다만 힘겹게 이길 것을 가볍게, 조금 일찍 이겼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초반에 반짝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공적을 독식해 버렸다.


분명 오해의 영역이었지만 나는 굳이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그렇게 생각해주겠다는데.


‘나한테는 개이득이지 뭐.’


덕분에 대우도 달라졌다. 다른 이름 있는 배우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고, 만식 아저씨를 통해 차기작 이야기도 들어오고 있다.


아 맞다. 나비효과가 흥행한 뒤, 만식 아저씨는 한동안 실의에 빠지고 말았다. 반평생 인생을 바쳤는데 8살 꼬마보다 보는 눈이 없을 줄은 몰랐다면서.


어쩔 수 없지. 상대가 나인 것을. 자연재해라도 만났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상혁아 밥은 먹었니?”

“네. 수진 선배님. 선배님도 드셨어요?”

“얘는. 누나라고 부르라니까.”


잠시 과거를 회상하고 있자니, 감독 옆에 서 있던 성인 여주인공이 아는 체를 해왔다.


이수진. 그 전까진 별다른 커리어가 없었으나 나비효과를 기점으로 대박 작품들을 빵빵 터트리는 배우였다.


나비효과가 예상 밖의 선전을 했던 건 이 사람의 활약도 있었을 터.


그런데 그렇게 유명해지고, 잘 나갈 사람이 나한테 누나 동생을 하자고 권유하다니.


정말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인 것 같다.


그만큼 내 위상이 올라왔고, 정점의 DNA가 사기라는 소리겠지.


원래라면 삼길초에서 왕따나 당하고 있었을 꼬맹이가, 어느덧 할리우드가 탐내는 배우가 되었으니까.


... 사실 해외에서 연락온 건 아직 없다. 그만큼 들뜬다는 소리.


어쨌든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딱 하나다.


“그래 상혁아. 그냥 누나라고 부르지 그러냐. 앞으로 오래 볼 사이일 텐데. 나비효과의 1등 공신을 다른 사람들이 그냥 내버려 두겠니?”


이렇게 주변에서 헛바람을 잔뜩 불어 넣을 때 신난다고 꼬라박지 않는 것이다.


나는 한별 누나에게 배웠던 연기 테크닉을 떠올리며 겸양을 떠는 용도의 표정을 띄웠다.


“아니에요. 제가 잘 해서 드라마가 잘 된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감독님이랑 스태프님들이 잘 찍어주셨고, 또 수진 누나도 멋진 연기를 보여주셨잖아요.”


내 말에 주변의 공기가 푸근해졌다. 잘 나간다고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꾸는 연예인들이 참 많다.


이번 ‘민수’ 배역은 태도를 바꿔도 아무도 뭐라고 못할 정도의 인기를 끌었고.


그럼에도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공을 챙겨주는 걸 보니, 어찌 안 좋아할 수가 있겠는가.


나의 발언을 기특해하고, 갸륵해하는 게 여기까지 느껴졌다.


아마 호감도가 눈에 보이는 거였다면 실시간으로 쭉쭉 상승하고 있으리라.


나는 아이답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배우 대기실로 향했다.


실제 생각이 어떻든 겸손할 필요가 있었다.


설령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나의 활약이 드라마의 흥행에 27%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을 할지라도.


내가 이 분야에 정점에 이르거나, 더 이상 단물을 빨아먹을 일이 없을 때까지는 겸손해야만 했다.


초등학교에서와는 다르게 패왕 놀이를 할 수 없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아직 세상은 내 놀이터가 아니었으니까.


아직은.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배우 대기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별이 기다렸다는 듯 반겨주었다.


“왔어?”

“네.”


그 사이 꽤나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그래서 구태여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어색한 일은 없다.


나는 그녀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할머니가 가져다주래요. 쑥인절미에요.”

“히히히. 언제나 고마워. 내가 이거 때문에 일부러 밥을 안 먹고 온다니까?”


한별은 기다렸다는 듯 떡을 뇸뇸 먹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맞다! 우리 엄마가 상혁이 너 한 번 데리고 오래. 밥 한 끼 하자는데?”

“하하하.”

“뭐야 왜 웃어?”


상황이 웃겨서 웃었다. 일전에 한별 엄마 나윤희 여사께 호언장담을 한 적 있다.


멋진 배우가 되겠노라고. 가정이 아닌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그 포부에 대한 대답이 지금 돌아왔다. 지금 ‘나비효과’가 날아다니고 내 연기가 빛을 발하는 상황에서 식사 제안이라니.


이 정도면 그녀의 인정이라고 봐도 괜찮은 거 아닐까?


입꼬리가 광대를 뚫고 내려갈 생각을 안 했다.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뭐야. 왜 웃냐니까? 그렇게 좋아?”

“좋죠. 누구 권유인데.”

“크흠! 맞아! 그렇긴 하지. 그럼 우리 오늘도 연기 연습이나 할까?”


어느새 떡을 다 먹은 그녀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인절미 콩가루가 조금 묻은 것 같지만 마주 잡아주었다.


연습과 노력은 정점으로 향하는 길을 더 넓혀줄 테니까.


그런데 그 때 비꼼이 가득한 음성이 대기실에 울렸다.


“아~ 거 참 시끄럽네. 대기실 혼자 쓰는 것도 아니고.”


인기가 많아지면 그만큼 트러블도 늘어난다더니.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한동안 안 보이던 김태양 씨가 뿔이 잔뜩 난 상태였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추천도, 댓글도, 선호작도 커다란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0 갑(甲)의 계산법 22.08.06 773 13 23쪽
89 돈지랄을 상대하는 법 22.08.05 774 11 17쪽
88 치기 어린 행동에 대한 대가는 그리 가볍지 않다 22.08.04 790 13 18쪽
87 오히려 좋아 22.08.03 770 10 17쪽
» 스타 이즈 본 +1 22.08.02 786 13 20쪽
85 배우가 되다 22.08.01 794 12 23쪽
84 드라마 속 짱 센 엑스트라가 되다 22.07.31 776 10 16쪽
83 경국지색 +1 22.07.30 826 10 19쪽
82 주연배우가 되기 위해 +2 22.07.29 803 10 18쪽
81 어깨에 힘을 풀고 22.07.28 798 10 25쪽
80 첫 촬영 22.07.27 817 12 23쪽
79 오리지널 vs 가짜 +1 22.07.26 825 13 21쪽
78 어린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22.07.25 816 10 16쪽
77 드라마 너로 정했다 22.07.24 855 10 18쪽
76 박상혁 강화 프로젝트 +1 22.07.23 912 15 25쪽
75 sorry i’m strong 22.07.22 866 10 21쪽
74 집으로 22.07.21 864 10 21쪽
73 야밤의 전투 3 22.07.20 854 10 14쪽
72 야밤의 전투 2 22.07.19 855 10 16쪽
71 야밤의 전투 22.07.18 925 10 17쪽
70 현장학습을 가다 3 22.07.17 904 12 15쪽
69 현장학습을 가다 2 +1 22.07.16 942 13 16쪽
68 현장학습을 가다 22.07.15 981 15 13쪽
67 호가호위호위 22.07.14 969 13 19쪽
66 호가호위 22.07.13 991 15 16쪽
65 첫 친구 22.07.12 1,019 17 25쪽
64 1차 심사 22.07.11 1,085 16 15쪽
63 천하제일 친구대회 22.07.10 1,104 18 13쪽
62 친구를 만드는 법 22.07.09 1,184 19 15쪽
61 향상심 2 +1 22.07.08 1,257 22 2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