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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454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7.30 21:38
조회
824
추천
10
글자
19쪽

경국지색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83화



8살의 나이로 세상을 홀릴 외모를 얻었다.


연기력도 선택지 중 하나였지만 결국 고르지 않았다.


만일 이대로 배우가 된다면 연기력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이 길을 그렇게까지 깊게 팔 생각은 없었으니까.


아역배우를 그만두고 나면 정점의 DNA를 하나 버리는 셈이 되니 굳이 고를 필요가 없다.


일반인이 연기력이 좋아서 이득을 볼만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음... 알바하다가 지각했을 때 잘 둘러댈 수 있나?


야한 동영상을 보다가 들켜도 무마할 수 있다던가.


마지막은 조금 솔깃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연기력이 가장 빛날 수 있는 곳은 촬영장이었다.


반면 외모는 상황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빛을 발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이면 무조건 얼굴을 보기 마련이다.


잘생겼다고 득을 보는 일은 있어도, 손해를 볼 일은 없겠지.


정점에 이른 외모를 얻음으로 인생의 난이도를 한 단계 낮췄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외모가 배우한테 도움이 안 되냐? 그것도 아니다.


외모는 배우에게 있어 큰 무기였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상적인 존재여야 한다. 매력적이고, 사람들이 이입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그런데 수려한 외모는 그 모든 요소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외모는 이상이고, 매력이며, 동경이었으니.


탑스타라고 불리는 이들을 떠올려봤을 때, 잘생기고 예쁜 얼굴들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연기는 노력으로 채워지지만, 외모는 노력으로 채워지는 영역이 아니니까.


정점에 이를 외모가 내 ‘아역배우로 한탕하기 작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 이런 저런 이유를 많이 붙이긴 했지만 사실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그것도 가장 큰 이유가.


그래. 내가 잘생긴 외모로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회귀 이전의 나의 삶은 우중충한 회색에 가까웠다.


사춘기 때부터 외모가 와장창 무너졌고, 비루한 가정환경, 비전이 없는 미래까지.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날 사랑해줄 여자가 엄마밖에 없다는 사실에, 언제나 내 삶은 외로웠고, 고독했다.


그러니 7개의 능력 중 하나 정도는 개인의 욕망을 위해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내가 잘생기게 살겠다는데 누가 뭐라 그러겠어!


그렇게 ‘외모’를 선택하자 두뇌가 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음에도 심장의 고동이 빨라졌고, 이내 얼굴을 향해 뜨거운 액체를 쏟아냈다.


“끄으응.”


부위가 부위이다 보니 여느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얼굴에 황토 찜질팩을 한 5개 쯤 얹은 느낌? 거기에 뼈들이 오도독 소리를 내며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손 댈 곳이 많다고 말하는 것 같아 은근히 꼴받았지만 얌전히 기다렸다.


3분이 흐르자 뜨거움이 가라앉았고, 나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거울 속에는 웬 잘생긴 꼬마가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 나냐?”


내 말을 따라서 입을 움직이는 걸 보니 내가 맞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너무나 달라진 외모에 쉽사리 적응이 안 된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내 얼굴에 사진 보정 어플을 사용하고, 거기에 포토샵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하... 그 놈 참 잘생겼네.”


원래도 귀염뽀짝한 외모였지만, 상대의 심장을 강타할 파괴력과, 기품을 추가로 갖추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살면서 설마 거울을 여드름 짜는 용도 말고 쓰게 될 줄이야.


20분 정도 더 구경을 한 뒤, 앞으로의 행동지침을 세웠다.


아무리 초등학생은 어제랑 오늘이 다를 정도로 성장이 빠르다고는 하나, 갑자기 감자가 석고상으로 바뀌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니 외모의 DNA의 출력을 낮춘 뒤, 서서히 높이는 식으로 해야 할 것 같다.


“몇 퍼센트가 좋으려나.”


거울을 보며 미세 조정을 시작했고, 결국 10%센트를 기본 값으로 설정한 뒤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는데. 역시나 한바탕 소동이 일고 말았다.


“어머! 상혁이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멋지지? 이러고 있을 게 아니야! 사진! 사진을 찍어야 해!”


엄마는 아침부터 카메라를 꺼내 포토타임을 시작했다.


“엄마. 저 아직 세수도 못했는데.”

“그래?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멋질 수가 있지? 역시 상혁이는 대단해!”


부스스한 차림으로 사진을 찍으려니 조금 부끄러웠다.


사실 10%도 과한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제 봤던 풀 컨디션 박상혁의 얼굴이 아른거려 10%로 설정했다.


그 결과가 지금과 같은 사진 대소동이다.


엄마는 지금 대화가 통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아마 필름이 다 떨어질 때까지는 저 상태를 유지하시지 않을까?


“은주야! 우리 손주! 왜 밥 먹으러 안 오니?”


결국 아침을 차려놓고 기다리시던 할머니가 우리를 보러 올라오실 정도였다.


“엄마! 일로 와서 상혁이 좀 봐요! 오늘따라 잘생긴 우리 아들이 더 잘생겨진 것 같은데?”

“얘는. 매일 그렇게 호들갑을 떨면 안 지치니? 아무리 우리 상혁이가 미남에 천재라고 해도 하루아침에 더 잘생겨 질 리가... 있네?”


엄마가 나를 칭찬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다.


할머니는 당연히 이번에도 호들갑일 거라 생각했겠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목격했다.


나를 보러 온 할머니의 표정에도 경이가 서렸다.


“할머니. 밥 먹을까요?”

“아니 잠시만. 잠깐만 보자꾸나.”


엄마가 열정적으로 감동하는 유형이라면 할머니는 냉철하게 분석하는 성격이다.


그녀가 모처럼 안경을 꺼내 쓰고는 내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음. 역시 잘생겨진 게 틀림이 없는 거 같구나. 평소에 비하면 1할 정도는 더 멋진 것 같아.”


살짝 소름이 돋았다. 눈썰미가 좋으신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수치를 맞출 줄이야.


“네 할아버지 젊을 때 보는 거 같아. 아니 그보다 더 나을지도 몰라. 유전자는 어디 안 가는구나.”


지금도 할아버지는 미중년이지만, 젊었을 때는 정말 잘생겼다고 한다.


정점의 DNA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었기에 할아버지에게 받은 DNA를 사용한 모양.


... 나의 경우엔 살짝 편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아무튼 유전이다. 암.


결국 아침 식사는 한참이 지난 후에나 먹을 수 있었다.


* * *


스태프 김일신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의 촬영은 야간에 시작한다고 한다.


예전이었다면 그냥 하루 종일 가서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할머니의 떡 덕분에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시간이 있으니 학교를 갈 생각이다.


걷기와 반격의 DNA는 혼자서도 전력을 측정을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외모의 DNA는 혼자서 하기 힘들다.


때문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반응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학교에는 내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가 있지 않나.


반에 들어가자마자 승윤이 두 팔을 벌리고 달려왔다.


“상혁아!!! 오랜만이야!!”

“그래. 오랜만이네.”


그녀는 내 옆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말을 쏟아냈다.


“있잖아. 이번에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거든? 이따가 보러 갈래?”

“아니. 나중에 공아린 선생님께나 인사드리러 가지 뭐. 그보다 승윤아. 도와줄 일이 있어.”

“또 때려야 해?”

“비슷한 거야.”


다행히 승윤은 내 수행을 도왔던 경력 덕에 이야기가 빨랐다.


인적이 드문 수행 장소에 도착한 뒤, 외모의 DNA를 개방했다.


우선은 10%. 승윤의 입이 헤 벌어졌다.


“상혁아 멋있어!”

“좋아. 이번엔 30%!”


얼굴의 윤곽이 조금 더 선명해지고, 승윤의 입도 조금 더 벌어졌다.


“더 멋있어!”


“음...? 그런 이번에는 60%로 갈게?”

“우와 진짜 멋있어!!!”


그녀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나의 표정은 뚱해졌고.


“됐다. 여기까지만 하자.”


그녀의 어휘력을 고려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여기서 100%를 개방해봤자 입을 조금 더 벌리고 ‘진짜 엄청 멋있다!’ 같은 말이나 하겠지.


외모의 DNA를 비활성화 시켰다.


“상혁아! 멋있어!”

“그거 끝났거든?”


도움이 안 되는 그녀에게 꿀밤을 먹여줬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도 멋있다는 말을 달고 사는 그녀였다. 어쩌면 30퍼고 60퍼고 크게 차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고마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 이거 알아. 병 주고 약 주고랬어.”

“그래. 우리 승윤이 똑똑하다.”


승윤이 똑똑한 건 똑똑한 거고, 다른 실험 대상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훈이를 불러보았으나.


“헉! 배우가 되겠다고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잘생겨지는 성과를 낸 거야? 나도 질 수 없어! 상혁아 나 공부하러 갈게!”

“응? 어어. 열심히 해라.”


이상한 부분에서 승부욕을 느끼고 공부를 하러 가고 말았다.


아쉽긴 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는데 방해할 수는 없다.


그래서 광언을 찾았으나, 녀석은 자아를 찾겠다며 여행을 떠났단다.


아니, 아직 방학도 아닌데 어떻게 여행을 떠났는지 모르겠다. 그거 그냥 무단 결석 아닌가?


어쨌든, 학교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었다.


곧 있으면 나비효과 1화가 방영될 예정이라 다빈이와 그 휘하 정보부대는 바빴고.


“누구 없을까. 아! 그 양반이 있었지?”


정점에 이른 외모를 시험해보기에 적합한 사람이 딱 한 명 남아 있었다.


“어디보자. 김동규가 지금 구교사에 있다고 그랬나?”


전 1학년부장 김동규, 현장학습 장소에서 나를 담그려고 시도했으나 역으로 참교육을 당한 사람이다.


어쩌면 현장 복귀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으나, 아직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었기에 구교사에서 근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갈 생각이다.


나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한테 외모 100%를 개방하면 어떻게 될까?


증오와 사랑의 대결이라. 생각보다 재밌는 대결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바로 가보자고!”


외모의 DNA를 100% 활성화 시키고 당차게 달려갔으나, 세기의 대결은 의외로 시시하게 끝나고 말았다.


내가 구교사에 들어가자마자 동규가 고개를 처박고 비명을 질렀기 때문이다.


“히이익! 오지마! 오지 말라고! 악마의 자식! 너랑 있으면 모든 게 망가져!”


두려움에 절어 있는 상태인 것 같다.


잘나가는 학년부장에서 인망도, 신뢰도, 직업까지도 모두 잃게 생겼으니 그럴만도 한가?


에잉. 그래도 남자가 심지가 있어야지. 동규는 상남자가 아닌 하남자가 틀림없다.


이대로 강제로 얼굴을 들이미는 방법도 있겠으나, 그랬다간 정말 패닉에 빠져 헤까닥 할 것 같았기에 포기하기로 했다.


결국 성과 없이 구교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학교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없어?”


나는 핸드폰을 꺼내 교장에게 문자를 남겼다.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 집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러자 5초가 지나기 전에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교장 - 뭐? 오늘 학교에 온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얼굴도 안 보고 그냥 간다고? 정말 서운하다 상혁아.


교장은 나이도 많으면서 핸드폰 두드리는 속도는 신세대 저리가라다.


문자가 길어질 것 같아 대충 ‘ㅇㅇ’라고 답장을 보낸 뒤, 핸드폰을 꺼버렸다.


“아~ 촬영장이나 가야겠다.”


결국 배우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은 촬영장인 것 같다.


시간은 조금 이르지만 미리 가서 외모에 대한 실험을 계속 해봐야 할 것 같다.


전화기를 꺼내 할머니에게 혼자 이동하겠다고 전했다.


다행히 할머니는 손자를 믿어주는 유형이셨다.


솔직히 납치당하고, 멧돼지랑 조우했을 때도 잘만 돌아왔는데, 어딜 못 보내겠는가.


거기에 촬영장은 이제 꽤나 가본 곳이 되었으니 할머니도 걱정을 덜 하시는 모양.


나는 촬영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학교 근처 대로변으로 향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그, 왜. 학교를 땡땡이 치고 귀가하다보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가?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는 아줌마들의 말도 막 ‘어휴. 저 놈의 자식 또 땡땡이를 치고 있네’라고 들리고.


지금 막 그런 느낌이 들고 있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오늘따라 남들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저기 봐라. 근처 고등학교의 여고생도 나를 보며 손을 흔들고, 상가의 누나도 나에게 공짜 과일 좀 챙겨가라며 부르지 않나.


거기에 대머리 아저씨도 나를 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고.


...응? 씨발 저 새끼는 왜 나를 보고 얼굴을 붉히지?


기분이 나빠 속도를 빠르게 높였는데 기이한 일은 더욱 더 늘어날 뿐이었다.


“... 크억!”


멍하니 걷던 사람이 멀쩡한 전봇대에 머리를 박지 않나.


끼이이이익!


배달을 가던 중국집 오토바이가 바닥을 구르며 음식을 죄다 쏟지 않나.


산책 중이던 강아지들이 내 앞에서 일렬종대로 해쳐 모이기까지.


반경 150M 안의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대환장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아 맞다. 나 외모의 DNA 비활성화를 안 했지?’


동규를 만나기 전 100% 활성화를 시킨 후, 끄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원래 맹렬한 승부를 벌인 후 끌 생각이었는데 싸움이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려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하여간 동규 새끼는 도움이 되는 일이 없다. 정말.


상황을 인지한 나는 빠르게 골목으로 들어가 외모의 DNA를 해제했다.


그러자 이상한 놈들 마냥 난리를 피우던 주위가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전봇대에 머리를 박은 남자는 홧김에 전봇대를 발로 찼다가 이번에는 발을 부여잡았고.


중국집 배달원은 바닥을 수놓은 짜장, 짬뽕, 탕수육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개들은 다 제 갈 길을 갔고.


뭔가 바보 같은 사람이 한 명 껴 있는 것 같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리라.


의도치 않게 외모의 DNA 풀 전력을 테스트 해본 셈이 되었다.


그 효과에 얼떨떨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효과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이다.


잠깐 능력을 활성화 시키고 거리를 걷기만 했는데 저 참상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본다고 멍을 때리다가 부딪치고, 박고 그러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예쁜 짓, 멋진 짓이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다 주변의 사람들이 죄다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게 아닌가 싶다.


“효과가 너무 센데.”


지금까지의 DNA도 다들 궤를 달리하는 능력이긴 했다.


뭐 1살도 못된 아기가 걸어 다니는 건 말이 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거의 최면처럼 주변 사람을 죄다 무력화시키는 말이 안 되는 능력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잠시 그 이유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자의로 골라서 그 능력이 강해진 건가? 아니면 두뇌가 컨트롤하면서 추가 효과라도 붙었나?’


평소와 달라진 건 그밖에는 없다. 그러나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두뇌가 의견을 밝혔다.


‘부정. 나는 아무런 추가 조작을 하지 않음. 이 모든 건 DNA가 가진 원래의 능력임.’


오랜만에 쓸 만한 대답을 내어 놓는 두뇌였다.


‘부정. 오랜만이라니 나는 항상...’


“됐고. 외모의 DNA는 원래 이렇다고?”


두뇌는 말을 끊어먹어서 그런지 떨떠름한 기색이었지만, 그래도 주인의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 긍정. 신체의 제약이라는 측면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아! 그렇겠네.”


제약이라는 말에 바로 이해가 되었다.


아침에도 이야기한 것 같지만 정점의 DNA라고 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불가능하다.


DNA의 기반이 될 만한 요소가 있어야 했는데


걷기나 반격의 DNA는 모두 근육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때문에 꼬마라는 신체에 제약을 받는 것이다.


만약 커질 수 있는 만큼 커진다면 신체 밸런스가 붕괴하고 오히려 마이너스의 효과를 내고 말 테니까.


그런데 외모는 아니다.


아무리 잘생겨진다고 하더라도 신체에 부하가 걸리는 게 아니니까.


생각해보라. 성인 보디빌더보다 근육이 짱짱한 아기는 없겠지만, 성인 배우만큼이나 잘생긴 꼬마 아이는 존재한다.


그만큼 멋의 종류는 다양하다. 오빠에게는 젊은 남성의 멋이, 아저씨에게는 중년의 멋이, 꼬마에게는 꼬마의 멋이 있는 법이다.


그러니 지금 외모의 DNA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내가 이 능력을 얻게 된 후, 처음으로 목격한 온전한 위력이다.


“살벌하네.”


범상치 않은 능력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예상을 뛰어 넘었다.


아마 성인이 될 때쯤이면 다른 DNA들도 저만큼 사기적인 능력이 되지 않을까?


“아주 좋아.”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능력이 강해진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 때까지 준비를 잘 하면 되는 거고.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한 다음, 미래의 나에게 떠넘기면 된다.


어쨌든 의도치 않게 알아낸 사실들이 많다. 운이 좋았다.


일단 평상시 외모의 DNA는 30%로 출력을 제한하기로 했다.


그 이상으로 높였다간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것 같다.


그리고 촬영장에서는 70퍼까지.


조연이고 주연이고 어떤 배역이고 죄다 잡아먹은 뒤, 인기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는 필요할 것 같다.


다만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 있으니, 서서히 출력을 올리는 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헤헹. 좋다 좋아.”


아역배우를 위해 고른 능력이 생각지도 못한 사기 능력이라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촬영장으로 이동하기 전, 다시 DNA를 활성화시켰다.


다만 이번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자칫 잘못했다간 사람이 전봇대에 박게 만들고, 중국집 오토바이를 쏟게 만들며, 동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만다.


거기에 주변의 꽃들이 시든 걸 보니, 아무래도 내 미모에 기가 눌린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양귀비가 외모 하나로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 때 근처의 아줌마가 집에서 나와 화단으로 향했다.


“어우. 물을 너무 안 줬더니 꽃이 다 시들어버렸네?”


... 꽃은 너무 갔던 것 같다.


“크흠. 크흠. 크흐흠.”


갑자기 부끄러움이 확 찾아왔다. 왠지 주변에서 지랄 X 싼다면서 꼽을 준 느낌이다.


귀까지 빨개진 나는, 고개를 숙이고 버스 정거장을 향해 도도도도 뛰어갔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 선호작, 보내주시는 관심들이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저번에 말씀드린 연재 주기 조정(주5일)이 곧 시행될 것 같습니다.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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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갑(甲)의 계산법 22.08.06 769 13 23쪽
89 돈지랄을 상대하는 법 22.08.05 772 11 17쪽
88 치기 어린 행동에 대한 대가는 그리 가볍지 않다 22.08.04 786 13 18쪽
87 오히려 좋아 22.08.03 768 10 17쪽
86 스타 이즈 본 +1 22.08.02 783 13 20쪽
85 배우가 되다 22.08.01 791 12 23쪽
84 드라마 속 짱 센 엑스트라가 되다 22.07.31 775 10 16쪽
» 경국지색 +1 22.07.30 825 10 19쪽
82 주연배우가 되기 위해 +2 22.07.29 801 10 18쪽
81 어깨에 힘을 풀고 22.07.28 794 10 25쪽
80 첫 촬영 22.07.27 815 12 23쪽
79 오리지널 vs 가짜 +1 22.07.26 821 13 21쪽
78 어린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22.07.25 814 10 16쪽
77 드라마 너로 정했다 22.07.24 853 10 18쪽
76 박상혁 강화 프로젝트 +1 22.07.23 909 15 25쪽
75 sorry i’m strong 22.07.22 865 10 21쪽
74 집으로 22.07.21 862 10 21쪽
73 야밤의 전투 3 22.07.20 853 10 14쪽
72 야밤의 전투 2 22.07.19 853 10 16쪽
71 야밤의 전투 22.07.18 923 10 17쪽
70 현장학습을 가다 3 22.07.17 902 12 15쪽
69 현장학습을 가다 2 +1 22.07.16 938 13 16쪽
68 현장학습을 가다 22.07.15 976 15 13쪽
67 호가호위호위 22.07.14 964 13 19쪽
66 호가호위 22.07.13 987 15 16쪽
65 첫 친구 22.07.12 1,016 17 25쪽
64 1차 심사 22.07.11 1,082 16 15쪽
63 천하제일 친구대회 22.07.10 1,102 18 13쪽
62 친구를 만드는 법 22.07.09 1,180 19 15쪽
61 향상심 2 +1 22.07.08 1,255 22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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