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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구. 님의 서재입니다.

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서지구.
작품등록일 :
2022.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1.01 00:00
연재수 :
203 회
조회수 :
207,988
추천수 :
3,569
글자수 :
1,721,531

작성
22.07.24 18:58
조회
855
추천
10
글자
18쪽

드라마 너로 정했다

DUMMY

정점의 DNA로 New Start


77화



내가 아역배우가 되기로 했다는 사실을 전하자, 가족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환영해주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리 손자는 천재니까 분명 연기도 잘 할 거야.’라며 낙관하는 모습을 보였고.


엄마는 ‘드디어 전 세계 사람들이 상혁이의 멋짐을 알게 되겠구나!’라며 콧김을 내뿜으셨다.


다들 이미 성공은 기정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나 역시 그저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


애초에 그저 그런 엑스트라를 하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30살 넘은 합법 꼬맹이라는 장점을 살려, 아역 배우계를 씹어 먹을 생각이다.


어른과 같은 이해력, 다양한 경험이 녹아든 연기력이라면 아역배우 세계를 초토화시킬 수 있으리라.


그 후 손을 털고, 샘숭전자 – 코인 – 부동산 테크로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다는 계획.


그러면 아무리 운명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집적거리지 못할 터.


얼굴이야 좀 팔리겠지만, 어차피 지금도 유명인이다. 그게 지역 단위냐, 전국 단위냐의 문제지.


그리고 어차피 크고 나면 사람들이 못 알아 봐서 상관없다.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매직키드 마X리’의 배우들이 지금 뭘 하면서 지내는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자니 만식 아저씨가 우리 가게로 들어왔다.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약속을 잡아두었기 때문이다.


술에서 깬 아저씨는 생각보다 멀끔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땀을 흘리는 아저씨를 향해 음료와 빵을 내밀었다.


“고맙다. 일 이야기를 하러 왔는데 너무 환대해주는 것 아니니?”

“아저씨가 좋은 정보를 가져왔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죠.”


그 말에 만식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물론이다. 내가 비록 단역배우만 맡고 있지만 그렇다고 열정이 적은 건 아니거든.”


만식이 가방에서 한 무더기의 서류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그 서류에는 ‘드라마 편성 예정표’라고 적혀 있었다.


“배우가 나올 수 있는 매체는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추천하는 건 드라마다.”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영화는 짧은 시간에 내용을 진하게 녹여야 돼서 검증된 사람들을 쓰는 경우가 많거든. 하다못해 연극 경력이 있거나, 연극영화과를 나왔거나.”


내 예상과는 다른 답변이다. 나는 당연히 스케일이 더 큰 영화가 일거리가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그 점에 대해서 만식이 보충 설명해주었다.


“엑스트라 같은 경우는 영화가 더 많이 쓰긴 하지. 우리 회사를 먹여 살리는 것도 그 쪽이고. 그런데 너는 그저 그런 엑스트라를 노리는 게 아니잖니?”


신입이면서도 나름대로 비중 있는 배역을 맡기 위해서는 드라마만한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논리정연한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첫 인상과는 다르게 능력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만식이 드라마 편성 예정표를 들이밀었다.


“아무래도 시간대는 저녁 시간대가 좋겠지. 바로 전에 방영한 드라마가 뭐였는지도 중요할 테고. 작가나 출연진을 생각하면... 나는 이 드라마가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손끝에는 ‘다시 그때로’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자리하고 있었다.


만식이 그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 남자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 과거를 바꾼다는 이야기야. 작가는 믿고 본다는 강수연이고. 메인 캐스팅은 강현빈, 윤지현. 어때 대박이지?”


강현빈과 윤지현은 나도 알고 있는 유명 배우다.


보통 인기 배우들은 흥행보증 수표라고 불린다. 그런데 그게 쌍두마차면 어지간해선 실패하지 않으리라.


거기에 소재도 괜찮다. 남주가 과거로 간다는 설정 때문에 아역들이 많이 나올 터. 비중이 적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그야말로 나를 위해 준비한 것 같은 최적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어때. 할 거지?”

“...”

“상혁아? 내 말 듣고 있어?”


하지만 내 신경은 다른 데 머무르고 있었다.


성공으로 가는 길목이 입을 떡 벌리고 있음에도, 자꾸만 다른 드라마가 눈에 밟혔다.


“아저씨. 얘는 어때요? ‘나비효과’라는 드라마.”


그래서 물어보았는데, 정작 아저씨의 표정은 심드렁할 뿐이다.


“역시 연기력이랑 작품 보는 능력은 다르다는 말이 사실이구나.”

“왜요? 이상한 작품이에요?”

“좀 그렇지. 자 보렴. 두 드라마는 같은 시기, 같은 시간대에 방영을 한단 말이야. 그런데 작가나 출연진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거지.”


결국 라이벌이나 다름이 없는데, 이미 한 쪽이 너무 유리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 뿐이면 이야기도 안 해. 나비효과의 스토리가 뭔 줄 아니?”

“뭔데요.”

“여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인생을 바로잡는다는 이야기야.”


어디서 많이 들은 스토리 라인이다. 남 주인공이 여 주인공으로 바뀌었을 뿐.


비슷한 플롯의 작품이 같은 시기, 같은 시간대에 방영하게 되었다니. 공교로운 일이다.


“논란은 없어요?”

“왜 없겠어. 이미 다시 그때로 측에서 표절 좀 그만 하라며 언론 플레이를 시전했어.”

“한 쪽이 시간대를 바꾸는 건요?”

“자존심 싸움이지. 찔리는 것도 없는데 물러나기 싫다나.”


이거 그냥 경쟁 구도가 아니었다. 한 쪽이 완전히 짓뭉개질 때까지 멈추지 않을 원수 관계이다.


만식이 ‘다시 그때로’를 강하게 추천하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캐스팅은 나비효과가 더 쉽겠지. 하지만 그걸 알아둬야 해. 아무리 연기력이 좋아도 좋은 배역을 맡지 못하면 묻히고 만다는 사실을.”


때문에 괜찮은 잠재력을 지닌 배우들도 무명 생활이 긴 경우가 허다하고, 이상한 이미지가 씌워진 바람에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만식은 이 쯤 했으면 알아들었을 거라고 판단한 건지 계약 이야기로 넘어갔다.


“보통 인력을 파견하는 업체에서는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떼어 간단다. 하지만 우리가 남도 아니고. 갑수 형님 손자인데 그런 건 받지 않으마.”


그냥 이름만 올리고, 회사 혜택만 받아가라는 소리다.


그렇다고 고개를 바로 끄덕이는 건 바보 멍청이다. 모든 호의에는 어떠한 의도가 숨어있지 않나 경계해야 한다.


“그래놓고 계약 기간을 오래 잡아서 나를 오래 부려먹으려는 건 아니고요?”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갑자기 히트한 배우가 소속사 문제로 곤혹을 겪는 경우가.


내가 예리한 시선을 보내니, 만식이 땀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원한다면 계약은 매 작품마다 갱신해도 상관없단다.”

“엥? 그럼 아저씨한테는 뭐가 남아요?”

“조연급 배우를 배출했다는 이력. 나는 그거면 돼.”


아저씨의 눈은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단역배우만을 다루는 것을 넘어 조연, 주연들까지 관리할 수 있게 회사를 키울 생각인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그의 회사에서도 성공한 인재가 나와야 하고.


나에게 한 제안은 이를 위한 포섭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마음에 든다. 나로써는 피할 이유가 없었다. 상당히 양심적이고 좋은 계약이었으니까.


계약서를 작성한 뒤, 만식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다시 그때로의 면접은 아마 다음 주 중에 진행 될 거다.”

“얼마 안 남았네요?”

“당연하지. 방영까지 한 달 조금 더 남았는데. 어차피 대사도 별로 없지 않냐. 단역이 그런 건 좋아.”


외우는 건 문제가 안 된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서 그렇지.


만식은 이제부터 바빠지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시 그때로 대본은 두고 간다?”

“잠시만요!”


갑자기 부르자 깜짝 놀란 기색이다. 그래도 받을 게 있어서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아저씨. 아니 사장님. 나비효과 대본도 주고 가시죠.”

“응? 그건 안하기로 한 거 아니었니?”

“저는 얘가 마음에 들어요. 얘도 할래요.”


만식이 난감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뭐. 차선책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여기 받아라.”

“감사합니다.”


어지간히 폭탄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지, 대본을 건네는 그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어쩌다가 저런 드라마에 꽂혔을까.”


만식이 한숨을 푹푹 쉬며 가게를 나섰다.


나는 그가 나갔음을 확인하고 담담히 대답했다.


“왜긴. 승자는 나비효과가 될 테니까 그렇지.”


차선책? 애초부터 나비효과가 최우선이었다.


세상 모든 드라마 관계자가 다시 그때로를 더 높게 친다고 하더라도, 나만은 나비효과를 높게 볼 수밖에 없다.


왜냐. 나비효과가 00년도를 씹어 먹는 걸 미래에서 보고 왔으니까.


세상이 항상 타당하게 흘러가는 건 아니지 않나. 만약 모든 걸 계산할 수 있었다면 사고도, 언더독의 반란도 없을 것이다.


이번 드라마도 그와 같은 영역이다. 나비효과는 표절작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다시 그때로를 찍어 누르고 큰 사랑을 받는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8살 때의 일이기도 했고, 이때는 내가 드라마보다는 만화영화를 좋아했었으니까.


그런데 만식의 설명을 들으니 기억이 났다.


만화를 보려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항상 보이던 드라마의 제목이 나비효과였다는 사실을.


재방송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시기를 제패한 드라마에게만 부여되는 특권이다.


그러니 성공한 드라마에 들어가 단물을 쪽쪽 빨기 위해서는 ‘나비효과’를 골라야만 한다.


차마 미래에서 보고 왔다고 말할 수는 없어서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내 선택이 바뀌는 일은 없으리라.


“흐으으.”


아주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큰 파도를 앞둔 서퍼의 심정이 이러할까?


내가 출연할 드라마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끈다니 조금 설레고 떨렸다.


“흥행 결과를 알고 드라마를 고를 수 있다니. 어쩌면 나 사기 배우일지도?”


평소에도 천재, 치트 소유자라는 자각은 있었지만 그게 배우한테까지 적용이 될 줄은 몰랐다.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한가? 본판이 사기 캐릭터니 배우를 하더라도 사기 캐릭터일 수밖에.


이거 이거, 전국구 스타 배우가 되는 게 그렇게 먼 미래는 아닐지도 모른다.


“으하하하하하하!”


큰 포부에 걸맞게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우선 연기 연습부터 해야겠지만.


합격할 때까지 남은 시간 동안은 연습, 또 연습을 해야겠다.


* * *


“그게 무슨 소리야? 과거라니?”


과거로 돌아온 여 주인공 ‘다연’에게 건네는 꼬마 A, 민수의 대사이자 내 첫 대사이기도 하다.


카메라를 앞두고 연기하면 도움이 될까 해서 한창 연습을 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더 정확할 것 같아서 주변 사람을 불렀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와!!! 상혁아! 너무 멋져! 최고야!”

“그러게. 이미 훌륭한 배우인 걸? 상혁아 완벽해!”


하필이면 방청객이 엄마와 승윤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설령 실수를 하고 삑사리를 내더라도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해주니,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가 가늠이 안 되었다.


“엄마 저는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해요!”

“객관적으로도 멋있는데? 그치 승윤아?”

“네. 아줌마. 상혁이는 언제나 멋져요!”


정말 쿵짝이 잘 맞는 두 사람이다. 언제 저렇게 관계를 회복했는지 모르겠다.


저번에 현장학습 때 찍은 사진을 확인하시고 기분이 풀렸던가.


멧돼지랑 싸운 사진만 내가 가로채고 나머지를 드렸는데, 상당히 만족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다시 친해진 건 다행이지만, 이래서야 연습이 진행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뽑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차에 때마침 만식 아저씨가 가게로 찾아왔다.


“아저씨 시간 있으면 저 연기 좀 봐주세요.”

“그럴 때가 아니야. 상황이 곤란하게 되었어.”


그는 낭패라면서 가지고 온 정보를 풀어냈다.


“다시 그때로의 면접 날짜가 떴다.”

“그게 큰일이에요?”

“큰일이지. 다음 주 화요일이거든.”

“헐 큰일 맞네요.”


다음 주 화요일은 나비효과의 면접이 잡혀 있는 날이다. 두 면접의 날짜가 겹친 건 우연이 아니겠지.


“시간은 어떻게 되는데요?”

“9시.”

“아...”


나비효과의 면접이 10시이다.


면접 장소끼리의 이동시간을 생각하면 두 면접을 모두 참석하는 건 불가능하리라.


“독하네요.”

“독하지.”


다시 그때로 측이 말도 안 되는 강짜를 부리고 있다.


면접 일정이 겹치더라도 자기네 쪽에 배우가 모두 오리라는 자신감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저런 강짜는 못 부린다.


그들의 의도대로만 된다면 나비효과 측은 상대적으로 배우 수급에 곤란을 겪으리라.


“나비효과 측은 뭐래요?”

“욕을 그렇게 하더라고. 지금 지들 먹고 남긴 거나 쳐 먹으라는 거냐면서. 상도덕이 없다나?”


이를 바득바득 갈만 한 짓이다.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표절작이라고 욕먹지, 그런데 배우 캐스팅부터 화력 차이가 나지, 거기에 대놓고 방해짓까지.


화가 나도 상대에게 갚아줄 수단이 없다. 손발이 묶여서 한없이 능욕을 당할 수밖에.


치타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는 말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차라리 면접을 당기는 건 어떨까요?”


8시로 면접을 앞당기면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만식은 그마저도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안 모일 걸? 결국 다시 그때로 면접에는 못 간다는 소리니까.”


그것도 그렇다. 면접을 아침 6시에 할 게 아니고서야 중복을 피할 방법이 없다.


나는 나비효과 측이 8시로 면접을 바꿨을 때의 경우를 상상해보았다.


자존심을 세우자며 시간을 앞당겼는데, 사람은 오지 않는다.


혹시나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지만 그런 건 없다.


그나마 원석을 건져보려고 지원자들을 둘러보는데, 하나 같이 마땅치 않은 놈들 뿐. 기분 탓인지 먹다 남긴 잔반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그들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스스로의 손으로 잔반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 이것 참.”


안쓰럽고 눈물나는 상황이다. 세울 수 있는 게 자존심 밖에 없다.


만식이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 알겠지? 그럼 나비효과는 접는 거...”

“최고네요.”

“응?”

“엥?”


우리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것처럼.


“최고라고?”

“네.”


머지않아 한국 최고가 될 드라마가 바닥을 찍다 못해 바닥을 파고 들어가고 있다.


‘저점이네?’


이보다 더 좋은 진입 타이밍이 없다. 지금 들어가서 잘만 하면, 훗날 개국공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그럼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누가 봐도 망해가는 곳을 가서, 함께 영차영차 해서 성공을 이룩했는데.


최고의 대우를 받지 않는 게 이상하다. 꼬마 대스타로 가는 여정에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스타트는 없으리라.


“그래서... 이걸 할 건 아니지?”

“할 건데요?”

“하아. 상혁아...”


만식이 한숨과 함께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한탄하듯 말했다.


“내가 지금 네 준비 때문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알고 있니?”

“네!”


고생하는 걸 알고 있어서 힘차게 대답했는데 만식의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싱긋 웃으면서 말하면 안 되는 거였나.


“나비효과를 고르면 백퍼센트 실패한다니까? 네가 실패하면 나는 뭐가 되겠어!”

“뭐긴요. 그냥 평범한 단역배우 관리자가 되는 거죠.”

“이 자식이!”


내 유려한 팩트 폭격에 만식이 상처를 세게 입은 듯하다.


당장이라도 꿀밤을 먹이려 했지만 이는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엄마가 살벌하게 이쪽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혁이 때리지 마요!”


어느새 승윤이도 내게 착 붙어서 이빨을 세우고 그르렁거리고 있다.


어차피 맞아도 상관없었다. 수호의 DNA를 활성화 시켰으니 아저씨 손만 아팠겠지.


게다가 손자를 때렸다는 소리가 할아버지께 들어가면 만식 아저씨도 크게 혼났을 것이고.


여러모로 날 지켜주는 존재가 많았다.


만식 아저씨의 손만 뻘쭘하게 허공을 맴돌 뿐이다.


그는 한숨과 함께 몸을 늘어트렸다.


“상혁아. 제발. 한 번만 내 말을 들어주면 안 되겠니?”

“사장님. 한 번만 제 말을 들어주시죠!”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으니 대화는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선 내가 아저씨를 설득해야할 것 같다.


“아저씨. 이렇게 하죠. 만약 나비효과가 다시 그때로보다 시청률이 낮으면 저희 빵집 평생 무료로 이용하게 해드릴게요.”

“빵? 고작 빵 가지고 나를 설득하려는 거냐?”


고작 빵이라니?


생각해보니 저번 만남 때 아저씨는 빵에 손을 대지 않았었다.


OK. 안 먹어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빵을 가져와 아저씨의 입에 박아 넣었다.


빵을 오물거리던 만식의 표정이 밝아졌다. 잠깐 동안은 모든 근심을 잊은 것처럼.


그는 열심히 씹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 빵이 협상 재료가 될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때달은 모양이다.


“그런데 가게 빵을 네 맘대로 막 줘도 되는 거냐?”

“그럼요. 저희 엄마 가게인데. 게다가 빵집을 크게 만드는데 제가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요?”


내 말이 맞다는 듯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선구안이 워낙 좋아서요. 아마 드라마도 제 예상대로 될 거에요.”

“하아... 마음대로 해라.”


드디어 허락을 받았다. 사실 허락을 안 받아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첫 시작이니 절차를 제대로 밟고 싶었다.


과연 아저씨는 알고 있을까? 나와 만난 것이, 내 의견을 따른 것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아저씨의 등을 두들기고 다시 연기 연습에 집중했다.


그리고 대망의 면접 날이 밝았다.


8살의 나이로 꼬마 대스타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도 댓글도, 선호작도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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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의 DNA로 뉴 스타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0 갑(甲)의 계산법 22.08.06 773 13 23쪽
89 돈지랄을 상대하는 법 22.08.05 774 11 17쪽
88 치기 어린 행동에 대한 대가는 그리 가볍지 않다 22.08.04 790 13 18쪽
87 오히려 좋아 22.08.03 770 10 17쪽
86 스타 이즈 본 +1 22.08.02 786 13 20쪽
85 배우가 되다 22.08.01 794 12 23쪽
84 드라마 속 짱 센 엑스트라가 되다 22.07.31 776 10 16쪽
83 경국지색 +1 22.07.30 826 10 19쪽
82 주연배우가 되기 위해 +2 22.07.29 803 10 18쪽
81 어깨에 힘을 풀고 22.07.28 798 10 25쪽
80 첫 촬영 22.07.27 817 12 23쪽
79 오리지널 vs 가짜 +1 22.07.26 825 13 21쪽
78 어린이의 손목을 비트는 것처럼 22.07.25 816 10 16쪽
» 드라마 너로 정했다 22.07.24 856 10 18쪽
76 박상혁 강화 프로젝트 +1 22.07.23 912 15 25쪽
75 sorry i’m strong 22.07.22 866 10 21쪽
74 집으로 22.07.21 864 10 21쪽
73 야밤의 전투 3 22.07.20 854 10 14쪽
72 야밤의 전투 2 22.07.19 855 10 16쪽
71 야밤의 전투 22.07.18 925 10 17쪽
70 현장학습을 가다 3 22.07.17 904 12 15쪽
69 현장학습을 가다 2 +1 22.07.16 942 13 16쪽
68 현장학습을 가다 22.07.15 981 15 13쪽
67 호가호위호위 22.07.14 969 13 19쪽
66 호가호위 22.07.13 991 15 16쪽
65 첫 친구 22.07.12 1,019 17 25쪽
64 1차 심사 22.07.11 1,085 16 15쪽
63 천하제일 친구대회 22.07.10 1,104 18 13쪽
62 친구를 만드는 법 22.07.09 1,184 19 15쪽
61 향상심 2 +1 22.07.08 1,258 22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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